[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로메오'의 삶은 딸 '엘리자'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면서 하나둘 어긋나기 시작한다. 자신의 딸을 헤치려고 했던 범인이 누군지 끝까지 쫓음과 동시에 자신의 못다 한 꿈 영국 유학길에 오르는 '엘리자'의 계획이 행여 틀어질까 봐 노심초사한다.

'엘리자'를 영국으로 보내려는 '로메오'의 이유와 벌어진 상황이 모순이어서 특이하다. 부패하고 타락해 믿지 못할 나라라고 여기는 '로메오'는 이 부조리함에 자연스레 녹아있다. 부인 이외 또 다른 여자를 두고, 딸의 완벽한 졸업시험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동원한다. 자기 자식이 잘되기 위해 진흙탕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발을 담그는 부모들의 모습은 어디서나 똑같았다. 그래서 보는 관객들은 '로메오'의 심정을 이해했는지,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차마 손가락질을 하지 못한다.

물론, 잘못된 사랑표현법은 결국 '로메오'가 원치 않은 방향으로 끌고 가고야 만다. 여기서 끝내기엔 보는 이들에게 어둠만 안겨준다고 생각했는지,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은 이 비극과 모순 또한 나중에 바뀔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심어놓는다. 하지만, 이 점 때문에 '엘리자의 내일'이 너무 뻔한 이야기가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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