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영화도 다시보자 '명화참고서'…'위플래쉬'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그동안 관객들에게 선보였던 음악 영화들은 대체로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음악천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의 극적인 이야기를 그려왔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음악 영화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이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들이다. 하지만 이 작품 하나가 등장하게 되면서 음악 영화의 고정관념이 산산조각이 났다.

'라라랜드'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30대의 두 콤비 데미언 샤젤 감독과 저스틴 허위츠 음악 감독의 두 번째 합작품인 '위플래쉬'는 등장한 이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과 음악상, 편집상 등 3관왕을 비롯해 전 세계 140여 개 영화상 수상 및 후보로 지명되었고, 개봉한 지 2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전문가와 관객 양쪽 모두 사로잡을 만큼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셰이퍼 음악학교 신입생 '앤드류'는 교수 '플레처'의 눈에 띄면서 교내 최고 스튜디오 밴드 멤버로 발탁되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다른 음악 영화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플레처의 거침없는 폭언은 당사자인 앤드류를 비롯해 스튜디오 밴드 학생들, 나아가 보는 이들 모두 경직되게 만들며 '위플래쉬'가 심상치 않은 영화라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플레처는 오로지 음악만 생각하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서라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도 만들어내는 사이코패스였다. 그래서 그의 가차 없는 채찍질에 학생들은 괴로운 사람의 얼굴로 연주가 아닌 살아남기 위해 전쟁터에 뛰어드는 것이다. 플레처가 휘두르는 권력에 학생들은 악기로 전락해 플레처가 원하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온갖 인격 모독과 폭력도 감수한다. 어떤 이는 이를 버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야 말았다.

앤드류 또한 플레처 못지않게 문제 많은 인물이다. 학교에서 외톨이로 지내며 얻은 열등감과 플레처에게 선택받아 생긴 과시욕은 친척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표출된다. 친척들 앞에서 그는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과시했고, 자신이 무시당하자 분노가 폭발하여 집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오로지 모든 이에게 예술적 재능으로 인정받겠다는 야망 때문에 앤드류는 '니콜'에게 이별 통보까지 하면서 드럼에 미쳐만 갔다.

그런 앤드류와 플레처의 광기가 서로 부딪혀 극 후반부에는 스릴러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으로 숨 막히게 한다. 카네기홀 위에서 펼치는 두 사람의 기 싸움 속에서 앤드류가 피를 흘리면서 선보이는 솔로 드럼 연주 9분은 그 팽팽한 분위기를 대변했다. 이 때문에 영화가 끝난 후에도, 사람들은 그 긴장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보는 내내 그들이 연주하는 곡이 좋다고 느껴지면서 동시에 불편함이 느끼는 건, 두 사람의 광기와 야망이 예술을 통해 부딪쳐 천재론을 탄생시킨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처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에 데미언 샤젤은 '위플래쉬'를 고등학교 시절 음악할 때 실제 겪었던 고민을 녹여냈다고 고백했다. 그때마다 '예술은 즐겨야 한다'와 '예술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려선 안 된다' 중에서 갈등을 겪었고, 그 답으로 '위플래쉬'로 내놓았다. '위플래쉬'가 열린 결말로 끝난 이유 또한 현재까지도 답을 정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데미언 샤젤처럼 고민을 겪는다. '위플래쉬'에서 드러난 앤드류나 플레처의 모습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오늘날에도 플레처의 인정사정없는 채찍질로 재능이 폭발하는 앤드류의 모습이 통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이 잘못된 방법을 선택하려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위플래쉬'를 보면서 한 번 고민해보라. 당신들의 선택은 어느 쪽인가?

 

위플래쉬(Whiplash), 2014, 15세 관람가, 드라마, 
1시간 46분, 평점 : 4.0 / 5.0(왓챠 기준)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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