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DJ 래피 nikufesin@mhns.co.kr. 글 쓰는 DJ 래피입니다. 두보는 "남자는 자고로 태어나서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문학은 '인간을 위한 학문'이며 문사철을 넘어 예술, 건축, 자연과학 분야까지 포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읽고 쓰는 사람입니다.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래피]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 어떤 객체를 소유하고 지배하는 행위는 사실 삶의 과정에서 스쳐가는 한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존재는 때가 되면 소멸한다. 죽음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소유되어질 수 없으며 자유롭지 못하다. 이것이 소유의 본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소유에 집착한다.

하지만 소유되어진 것은 또 다른 새로운 소유물에 탐닉할 때 그 의미를 잃는다. 자신의 소유물이 다른 사람에 비해 적다 싶으면 지체없이 고뇌의 소용돌이가 몰려들어 괴로워하며, 소유에 매달린 인간은 독립적 존재로서의 주체성과 자아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자학을 시작한다. 남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는 순간 비극은 시작된다. 비교는 비극의 서막이다.

존재적 실존양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삶을 소유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소유적인 사람은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지만 존재적인 사람은 지금 현재의 삶을 중시한다. 나 스스로가 주체로써 존재하고, 삶의 목적을 깨달아 행동하며, 행위의 정당성을 찾는 것이 존재적 실존양식이다. 삶의 여정은 결국 행복이라는 주제로 귀결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남보다 많이 갖는 게, 남보다 앞서는 게 행복이라는 생각과 더디더라도 어깨동무하고 함께 가는 게 행복이라는 생각. 인류의 역사는 행복에 대한 이 두 가지 관점의 끝없는 대립이기도 했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우애나 연대 없이 혼자서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아무리 많이 가지고 아무리 앞서도 나를 진심으로 아끼고 염려하는 사람이 없다면, 나와 진심으로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없다면, 과연 그것을 행복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은 두 가지 경로를 통해 행복을 느낀다. 하나는 관계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또 하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다. 남 보기에 아무리 근사해 보이는 직업이라 해도 스스로 즐겁지 않다면 그 인생은 초라하기만 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빛나는 경제 성장을 이룩했지만 높은 자살률이 공존하고 있다. 기업들은 많은 돈을 벌었지만 개인의 파산은 엄청나다. 성공했지만 그 성공을 함께 나눌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성공했지만 불행하다. 기쁨도 즐거움도 없고 오직 성공했다는 사실 그 자체로만 위안받을 수 있다. 성공을 누리기에는 시간이 없다. 이들에게는 '현재'라는 두 글자가 사라져버렸다.

현재를 붙잡지 못하는 인생은 영원히 불안하다. 어떤 사람들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어떤 사람들은 부귀영화를 꿈꾸느라 번뇌 속에서 인생을 소모해버린다. 또 어떤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전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을 하느라 현재라는 귀한 시간을 허비하고 만다. 어제는 이미 과거가 되었고 내일은 아직 미래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오늘이다. 행복이란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다. 소비가 사람의 지위를 나누고, 학벌이 성공을 보장하는 사회는 개인들을 끊임없는 경쟁 속으로 밀어 넣고, 끊임 없이 비교하고 비교당하도록 만들고 있다. 거기서 비롯되는 피로감, 경쟁과 비교의 사슬을 끊어야만 초연하고 자유로운 삶이 가능하다.

 

   
 

근원적인 물음, '나는 누구인가?'. 순간순간마다 '나는 무엇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를 깊이 자각해야만 끊임없이 옥죄어 들어오는 집착의 유혹 속에 표류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간다. 자연의 일부이기에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야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가장 건강할 수 있다. 우리는 탄생과 소멸, 음과 양, 성장과 쇠퇴 등의 자연 흐름을 절대로 거역할 수 없다.

세상에는 노력만으로 안 되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어떤 일들은 인연이 있어야 하고, 어떤 일들은 하늘의 결정에 맡기는 심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억지로 구하려 하지 말고,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것은 버려야 한다. 그리고 버리는 법을 알아야 기쁨이 찾아온다. 짐을 지고 가는 길은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짐을 양손에 들고 무겁다고 낑낑댈 것이 아니라 미련 없이 짐을 내려놓아야 한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한 '자족의 철학' 또한 이러한 이치이다.

"가지는 것이 지나치면 가지지 않는 것만 못하고, 지나치게 날카로우면 오래 보존할 수 없다. 금은보화가 집안에 가득하면 그것을 지킬 수 없다. 부귀로 인해 교만해지면 스스로 허물을 남기는 것이다. 따라서 공을 이루면 몸은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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