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DJ 래피 nikufesin@mhns.co.kr. 글 쓰는 DJ 래피입니다. 두보는 "남자는 자고로 태어나서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문학은 '인간을 위한 학문'이며 문사철을 넘어 예술, 건축, 자연과학 분야까지 포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읽고 쓰는 사람입니다.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래피]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항상 뭔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앞에 마주치게 된다.

당장 '오늘 무엇을 먹을까?'로 시작해서 직장, 배우자까지도 모두가 선택의 문제다. 우리의 삶은 선택으로 시작해 선택으로 끝나며,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과정은 선택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를 포기하는 결과를 필연적으로 낳는다. 기회비용, 등가교환의 법칙은 경제학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삶을 관통한다. 하나를 선택하게 되면 반드시 하나는 포기해야만 한다.

올더스 헉슬리가 쓴 '멋진 신세계(1932)'에서 아이들은 체격과 지능, 성격은 물론이고 직업과 취미, 적성도 미리 정해진 채로 태어난다. 그들은 성인이 된 뒤 이미 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일을 하기만 하면 물질은 필요에 따라 충분히 공급받는다. 고민이 생기면 행복한 감정을 유지시키는 '소마' 라는 알약을 먹으면 된다. 그러나 소설 속 인물 존은 신세계의 지도자인 총통 무스타파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는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나이를 먹어 추해지는 권리,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끊임없이 불안에 떨 권리, 온갖 고민에 시달릴 권리도 원한다는 말인가?"

존은 대답한다.

"네, 저는 그 모든 권리를 요구합니다."

왜 존은 굳이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한 것일까? 모든 것이 타인에 의해 이미 결정되어 있고 그것을 따르기만 하면 되는 삶 속에는 인간을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설사 불행해지는 한이 있더라도 나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실행할 '자유의지'이다. 존은 결국 결정지어진 미래가 아닌, 자신이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미래를 바랐던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가질 수만 있다면 불행해질 권리마저 껴안겠다고 한 것이다.

 

   
 

당신은 어떤가? 지금 당신은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하고 있는가?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 정말 하기 싫으면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그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것은, 누군가 강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이다. 그러니 일단 선택을 했다면 그에 최선을 다하고, 만약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면 그것을 과감히 엎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시대를 탓하고, 상황을 탓하고, 타인에게 그 선택의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 눈에는 늘 자신이 선택한 것보다 '포기한 것'이 아른거린다. 더 행복했을지도 모를 다른 가능성에 대한 미련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우울해한다. 가지 않은 길을 쳐다보느라 가야 할 길을 못 가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내가 스스로 그것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내가 져야 하는 것이다.

 

   
 

선택의 문제를 벗어나 있는 것을 찾으려면 우리가 탄생하는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우리는 우리의 선택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부모조차도 우리를 선택해서 태어나게 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어쩌면 우리의 삶은 태생적으로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상실'과 '실패'는 우리 인생에서 피할수 없는 숙명이다. 우리는 반드시 누군가를, 무언가를 상실하는 경험을 할 것이다. 이것은 99.9%의 확률도 아니다. 100% 확실한 예언이다. 눈에 보이는 확실한 성공과 탄탄하고 안전하기만 한 길을 다들 찾지만, 우리 인생에서 안전하기만 한 길이란 게 과연 존재하긴 하던가? 새로 시작하는 연인과 얼마나 갈지 알 수 있을까? 사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있을까? 아니다. 불확실성에 몸을 맡기고 일단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지도가 없다면 마음속의 나침반을 따라가야 한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우리 앞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과 기회의 순간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것을 외면하고 매일매일 되풀이되는 악몽처럼 지겹도록 똑같은 하루를 설계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글을 쓰는 일, 식사를 하는 일, 심지어 손톱 깎는 일마저 아름답다고 느끼고 늘 감사하며 온 마음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는 길이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때는 현재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며,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 지금 이 순간, 마치 곧 세상과 작별할 사람처럼 그렇게 뜨겁게 살아야 한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