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뮤지컬 '그날들'에서 무영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손승원'과 만났다.

故 김광석의 곡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은 2012년 갑자기 사라진 대통령의 딸을 중심으로 유준상, 이건명, 민영기, 오만석이란 내공 있는 배우들이 그녀를 찾는 대통령 경호실장 '정학' 역을 맡아 20년 전 사라진 '그녀'와 '무영'의 흔적을 다시 떠올리며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한국 대표 창작 뮤지컬이다. 손승원 배우는 지창욱, 이홍기, 오종혁이란 내로라 하는 스타들과 함께 자유로운 영혼을 지니고,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대통령 경호원 '무영' 역을 맡았다.

젊은 나이에 인기 작품들의 주연을 연이어 꿰찬 배우. 잘생겼고, 방송에도 얼굴을 내비치다 2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배우 손승원은 겉으로 봤을 때 선입견을 품기 쉬운 사람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는 앙상블 언더스터디로 시작해 차근차근 커리어를 만들어온 인내심과 뚝심 있는 배우이자, '효도'를 최우선으로 말하고, 어머니가 밖에서 아들 자랑하는 게 내심 뿌듯한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청년이었다.

지난 5일 대학로에서 진행된 이미 자기 옷을 입은 게 아닐까 싶은 배우 손승원과의 인터뷰.

   
 

뮤지컬 '그날들'에 출연하고 있다. 현재까지 절반 정도 공연을 마친 소감은.

ㄴ 지금 공연 자체가 거의 반 정도 됐을 거다. 처음 연습 때 어려운 점이 많았는데 막상 공연 올라가니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더라. 그래서 저도 너무 좋았고, 제가 이런 뮤지컬 매니아 위주가 아닌 가족 단위 관객 위주의 공연을 처음 한다. 항상 반응도 다르고, 재밌게 봐주시다 보니 매일 부담이 없었다. 남성미가 있는 역도 처음이었는데 제 다른 모습 봤다고 다들 좋아해 주셔서 기분 좋았다.

'그날들'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과 가장 힘든 장면을 꼽자면.

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마지막에 무영이가 영혼이 돼서 정학을 만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이 슬프고, 둘의 교감이 많이 돼서 그 장면 연기할 때 항상 선배님들과 눈물 흘리며 연기한다. 많은 분도 그때 감동한다고 해주신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초반이다. 선배님들과 친하게 보여야 하고 친구처럼 보여야 하고 장난기 많은 장면도 많아서 어려웠다. 워낙 선배님들이셔서 친해지기도 어렵고.

   
 

거의 20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 선배들과 함께한다.

ㄴ 맞다. 거의 일찍 나왔으면 아버지뻘인 선배님들도 계신다(웃음). 그런데 먼저 다가오고 편하게 해주셔서 지금은 정말 친구처럼 대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작품이 나이를 워낙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초반이 중요하다.

ㄴ 초반에 친하게 보여야 또 나중에 감동이 커지다 보니 그런 부분이 어려웠다.

   
 

'베어 더 뮤지컬'의 '피터'가 하는 사랑과 '무영'의 사랑은 둘 다 죽음으로 향하는 애절한 사랑이다. 하지만 결이 좀 달라 보인다. 어떻게 소화하고 있는지.

ㄴ 가장 큰 다른 점은 동성애와 이성애의 차이다(웃음). '그날들'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죽는 역이 아무래도 제 실제 성격에 가깝다 보니 연기하기 편했다. '피터'는 정말 어려웠었다. 제 생각에 '피터'는 결국 '제이슨'이 죽은 후 따라 죽었을 거 같았다. 저는 '무영'의 성격이 더 잘 비슷한 것 같다. 제가 생각한 사랑의 정의가 좀 극단적이지만, 대신 희생하고 죽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어렸을 적부터 생각했다. '쟤가 물에 빠지면 내가 대신 구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연애할 때 하곤 했다. 날 포기하고 대신 죽는 게 정말 힘들지 않나. '무영'에 대한 제 생각은 어머니가 자살한 설정으로 생각을 해봤다. 어머니를 그렇게 잃고, 다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 경호원이 됐고, 이번엔 그녀를 사랑하게 됐는데 어머니처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아팠던 기억이 너무 크다 보니 내가 대신 죽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캐릭터였다. 재밌는 점은 제가 워낙 동성애를 다룬 작품에 많이 참여해서 팬들도 지금의 제 모습을 좋아해 주신다. 여성과 키스 신도 있고 하니 '좋으시겠어요' 하고(웃음).

   
 

'베어 더 뮤지컬' 외에도 동성애에 관련된 작품에 많이 출연했다. 어떻게 그런 역할에 도전하게 됐는지.

ㄴ 제가 좀 자극적인 걸 좋아한다. 자극적인 역이란 게 어렵지 않나. 남들이 쉽게 할 수 없고. 그래서 도전의 의미로 많이 했다. 내 이미지와 반대되는 걸 하면 와 닿는 게 많을 거로 생각했다. 또 어려운 역을 하지 않으면 제 실력이 늘 수 있을까 싶었다. 또 쉽게 말하면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지 작품마다 너무 좋은 작품이었다. 막연히 자극적이고 튀는 작품을 하려고 한 게 아니다. 제가 '공감'을 느끼더라. 그 인물이 돼서 공감하고 내 연기로 일반인들의 마음도 돌릴 수 있다면 많은 공부가 되지 않을까 했다.

   
 

2009년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데뷔했다. 그렇지만 나이가 무척 어리다.(1990년생)

ㄴ 데뷔가 일찍이라서 좀 그렇게들 보신다. '베어 더 뮤지컬' 때도 연출님이 제게 말을 안 놓으셨다. '승원씨는 나이가 서른 몇이시냐'고(웃음). '스물일곱입니다' 했더니 놀라시더라.

90년생이라 김광석 세대라고 보기엔 좀 어려워 보이는데 음악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ㄴ 물론 제 나이는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는 아니다. 하지만, 요즘엔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아서 편곡된 노래를 많이 접했다. 이번에 '그날들' 통해서 다시 듣게 됐는데 너무 좋더라. 몰랐던 좋은 노래도 많이 알게 됐다. '먼지가 되어'나 '사랑했지만'은 워낙 유명해서 친숙했고, 더 나아가 다른 노래들도 좋아져서 팬이 된 것 같다. 공연 때 늘 객석 중앙에 김광석 선배님의 사진이 있다. 그 사진을 보면 늘 경건해지고 겸손해진다. '내 공연을 보고 계시는구나' 라는 생각으로 공연한다.

   
 

그렇다면 가장 좋아하는 김광석의 노래를 꼽자면.

ㄴ '사랑했지만'을 가장 연습 많이 하고 좋아하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새롭게 알게 된 노래라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나 '거리에서' 등이 있다. 다 좋은 곡이라 하나를 꼽을 수 없다.

그래도 하나 꼽자면 역시 '사랑했지만' 일 것 같다.

ㄴ 제가 할 수 있는 장면 중 가장 큰 장면이고 많이 기억해주는 장면이다. 연습도 많이 하고 신경도 많이 써서 애정이 담겨있다.

'그날들' 넘버가 전체적으로 잔잔한 편이지만 '사랑했지만'에서 가창력과 임팩트를 보여줄 수 있는 넘버기도 하다.

ㄴ 그래서 '사랑했지만'이 잘 안 풀리면 그 날 공연이 아쉽고 그런 게 있다. 반대로 노래가 잘되면 기분도 좋아진다.

   
 

SNS에 보니 운동을 열심히 하던데 이유가 있나. 태닝해도 너무 하얗다던 이야기도 들었는데 그런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서인지.

ㄴ '그날들' 때문이다. 피터 역에선 왜소한 게 잘 어울려서 전혀 생각이 없었지만, 경호원이고 무술도 잘하는 설정이다 보니 왜소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직 군대도 가기 전이라 자세 잡고 그런 것도 배워야 해서 열심히 했다. 태닝도 그래서 했는데 지금은 너무 까매져서 안 하고 있다(웃음). 태닝도 중독이 되더라. 거의 매일 했었다.

그런 것치고 너무 하얗다.

ㄴ 얼굴은 하얗다. 그래서 몸이랑 색 차이가 너무 나더라.

원래 운동 외엔 다른 취미가 있었나?

ㄴ 구기 운동 좋아한다. 뭐 들고 그런 것은 안 좋아했다. 반복 운동을 따분하고 지루하게 여겼다. 그런데 운동 많이 하고 나니 자신감이 좀 생기는 것 같아서 앞으로도 운동은 계속할 것 같다.

   
 

SNS에서 팬들이 44사이즈라고 부르던데.

ㄴ '헤드윅' 때는 정말 살을 많이 빼서 44사이즈 옷이 맞았었다. 작품 때마다 체중 차이가 좀 난다.

어느 정도로 차이가 나는지.

ㄴ 지금은 운동 중이라 63kg 정도인데 평소엔 60kg 전후다. '헤드윅' 때는 57kg였다.

운동 좋아한다면 보는 것은 안 좋아하나.

ㄴ 축구나 농구를 좋아한다. 보는 것은 안 좋아한다. 뛰는 것, 땀 흘리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 '베어 더 뮤지컬'과 '그날들'도 그렇고 이전 작품들 스케줄 보면 쉬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 빡빡한 스케줄을 선호하는 편인지. 연습이 어렵진 않은지.

ㄴ 하다 보니 이렇게 됐지만 쉬는 것을 좋아하진 않는다. 길어야 1주일 정도 쉰다. 쉬면 할 것도 없고 공허해서 바쁜 게 좋다. '그날들'이 올해 네 번째 공연이다. 정신없고 힘들긴 한데 배우는 것도 많고 좋다. 쉴 땐 혼자 있으면 생각이 많아져서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는데 바쁠 땐 그럴 일이 없다.

어떤 생각을 하길래 슬럼프가 오는가.

ㄴ 불안한 게 많다. 일이 없을 땐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일이 많으면 뭐라도 하는 것 같고 날 찾아주는 것 같고, 남들이 부러워하고 팬도 늘어나고 하니 몸은 힘들어도 정신적으로 편해진다.

한 번에 한 작품만, 혹은 한 작품 하고 휴식 기간을 가지는 배우들도 많다.

ㄴ 저도 공연과 공연이 겹치는 것은 피하려고 한다. 연습이랑 공연을 같이하는 것은 그나마 할 만한데 공연을 여러 개 하는 것은 저도 엄두를 못 낸다. 또 '그날들' 하면서는 다른 공연을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 첫 대극장 주연이기도 해서 제게도 큰 기회로 생각해서 집중하고 있다.

   
 

대극장 주연은 처음인가.

ㄴ 지방에서 짧은 기간은 해봤지만 본 공연에선 처음이다.

뮤지컬 계에선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진 배우지만 '그날들'이 특별한 이유가 있나.

ㄴ 절 잘 모르는 분들도 공연을 통해 알게 되신 분들도 많은 것 같다. 관객층도 폭넓고, 정학 역 선배님들이 워낙 유명하시니까 그분들 보러 오셔서 절 알게 된 분들도 있다.

같이 하는 정학 역 배우나 무영 역 배우들과의 호흡, 사이는 어떤가.

ㄴ 처음엔 아까 말했듯이 어려웠다. 워낙 대선배님들이시니까. 지금은 정말 친하고 장난도 많이 친다. 절 무척 편하게 해주신다. 제가 불편해하면 그게 무대 위에서 더 연기하기 어렵고 어색해지니까. 지금은 공연에선 정말 친구처럼, 공연 밖에선 선배로 잘 모시고 있어서 그런 면이 좋다. 무영 역 배우들도 친하다. (이)홍기 형 외에 셋이 같이 드라마 한 적이 있어서 원래 친했다.

   
 

손승원이 배우가 된 계기는? 혹은 뮤지컬 배우를 꿈꾼 계기가 있다면.

ㄴ 제가 예고를 갔다. 부모님이 권유해 주셨다. 학교에 입학하니 신입생 환영회라고 선배들이 뮤지컬 '페임'을 공연했다. 그게 처음 봤던 뮤지컬인데 그때 뮤지컬 배우의 꿈을 꾼 것 같다. 그 이후로 쭉 뮤지컬을 공부하고 데뷔까지 이어졌다. 노래도 좋아하고 가수가 꿈이던 어린 시절도 있었는데 어머니가 그걸 보시고 제게 먼저 예고에 가서 적성을 찾아보면 어떨지 말씀해주셨다.

특이한 편이다.

ㄴ 보통은 제가 가겠다면 어머니가 말리는데(웃음) 우리 집은 반대였다.

   
 

'그날들'로 대극장 주연 데뷔한 지금의 심정과 처음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을 때를 비교하자면.

ㄴ 그땐 정말 스무 살에 막내였다. 모든 게 하나하나 감사했지만 힘들었다. 정말 너무 힘들었다. 제가 역할이 없이 앙상블 언더스터디로 데뷔했다. 그래서 출근은 매일 하지만 무대엔 오르지 못했다. 분장실에서 TV로 공연을 보고, 외롭지만 그런 척도 못 하고 웃고 밝은 막내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청소 같은 일도 막내로서 더 챙겨야 했다. '나도 기회가 있으면 잘할 수 있을 텐데. 나도 같이 무대에 서고 싶은데'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경험 때문에 지금 제가 역이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생긴 것 같다. 제가 처음부터 주인공으로 시작했다면 감사함도 모르고 겸손하지 않았을 텐데, 제가 나태하거나 거만해진다 싶으면 그때를 떠올린다. 혼자서 그때 뮤지컬 노래도 다시 들어보고.

무척 건실한 캐릭터다.

ㄴ 제가 데뷔한 뒤 작품에서 소극장이긴 하지만 바로 주연으로 올라섰다. 그래서 나태해지려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헤드윅'을 만났다. 거기서 뒤통수를 세게 맞았다. '아 정신 차려야겠다'.

'헤드윅' 하는 게 힘들었나.

ㄴ 맞다. 제가 처음엔 자신감이 좀 있었다. '어리지만 내가 잘하니까 할 수 있는 역이구나' 싶었는데 연습하면서 너무 어려워서 '난 아무것도 아니구나'라고 다시 느끼고 초심으로 돌아가 더 열심히 했다. 그 이후로 작품 활동에 있어 열심히 한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커리어를 보면 같은 작품, 같은 캐릭터를 잘 하지 않는다. 이유가 있는가.

ㄴ 저는 시간이 없다. 군대도 다녀와야 해서 최대한 다양한 걸 하고 싶다. 했던 역에 다시 하는 것도 공부가 되겠지만 아직은 다른 산을 넘는 게 더 큰 공부가 된다고 생각한다. 했던 걸 또 한 작품은 '헤드윅' 뿐이다.

공연이 아닌 콘서트도 많이 한다.

ㄴ 그런 게 없으면 팬들과 소통하기 어렵다. 공연은 저만 나오는 제 공연이 아니라서 팬들과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다.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게 아닌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콘서트의 재미가 있다.

무대 위 배우 손승원보다 인간 손승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가.

ㄴ 맞다. 팬분들도 그런 면을 궁금해하시는 것 같다.

   
 

그렇게 손승원이 다양한 도전을 하며 '열일'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있다면?

ㄴ 일단… 효도 아닐까. 제가 유명해지고 제가 잘되면 부모님이 좋아해 주신다. 절 위해서라기보단 부모님을 위해 열심히 한다. 제가 성장하면 함께 기뻐해 주신다. 그래서 방송도 많이 하고 싶다. 그 외에는 단순하게 보면 연기를 잘하고 싶다. 하나 할 때마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늘어나는 것이 보이니까 쉬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더 큰 무대, 더 큰 역을 맡을 때 스스로 느끼는 쾌감이 있다. 제가 올라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베어 더 뮤지컬'을 공연한 연강홀이 '스프링 어웨이크닝' 할 때랑 같은 공연장이다. 데뷔 무대 이후 처음 다시 연강홀을 찾으니 기분이 묘하더라. 어릴 땐 무대 위에 오르고 싶어 발버둥 쳤는데 지금은 주인공으로 다시 오른다 생각하니 자신에게 뿌듯하고 신기했다. '난 언제 오르지' 하며 분장실에서 기다렸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주인공이 됐으니 자신에게 칭찬을 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배우 손승원에게 점수를 준다면 몇 점 정도 줄 수 있을까.

ㄴ 너무 낮다. 갈 길도 멀고 가야 할 길도 많다. 제가 지금 스물일곱이니 적어도 칠십까진 배우 할 생각이니 25점 정도 주고 싶다.

너무 짠 게 아닌가.

ㄴ 그렇지만 항상 나이 많은 선배님들이 그러신다. '난 지금도 연기가 늘고 있다'고. 매일매일 달라지고 매일매일 느껴서 끝이 없는 것 같다고. '이만하면 됐다' 싶은 게 없다고, 그래서 '배우'가 배우인 것 같다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배우에게 100점은 없는 것 같고, 이제 좀 연기가 뭔지 아는 정도인 것 같다.

인터뷰 제목은 '나는 25점'으로 해야겠다(웃음). 그렇다면 아들로서는 몇 점인가. 효도 좀 한 것 같나.

ㄴ 효도도 한 30점 정도다. 보통 남자 아들이 그렇겠지만, 표현을 잘 못 한다. 괜히 무심한 척하고, 전화 끊고 나면 후회할 거면서. 전화하기 전엔 잘해야지 하다 잔소리 들으면 또 발끈하고. 그러다 보니 통화를 잘 못 하고, 애교부리거나 먼저 챙기는 성격도 아니니까 내가 잘되는 모습으로 효도하고 싶다. 예전엔 안 그러셨는데 어머니가 나이를 드시면서 어디 가서 제 자랑을 하시더라. 그런 모습 보면 뿌듯하기도 하다.

어머니가 '그날들'도 보러 왔는지.

ㄴ 내일(6일) 보러 오신다. 원래 초반엔 잘 안 오신다.

   
 

혹시 배우 외의 꿈은 무엇이 있었나.

ㄴ …그렇다. 배우가 첫 꿈인 것 같다. 시험공부 같은 건 해봤어도 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배우가 처음이었다.

그렇다면 만약 배우가 아닌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도 없나.

ㄴ 없던 것 같다. 힘들 땐 고민을 하긴 한다. 직장인들이 '이게 나랑 맞는 걸까' 할 때처럼 그런 고민을 하다가도 공연을 하면 이 길밖에 없는 것 같고, 나랑 잘 맞는 것 같고 그렇다.

그런 손승원 배우도 약 2년간 공연이 없었다. 다른 배우들은 이 시기에 배우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던 시기였다.

ㄴ 저는 그 시기에 방송 쪽을 했다. 하지만 공연계 선배님들 보면 생계형 배우가 많은 것 같아서 아쉽다. 하기 싫은 작품인데도 아이와 가정을 위해 억지로 하고, 돈 벌려고 배우하는 배우가 많아진 것 같아 아쉽다.

   
 

너무 어린 나이도, 능숙한 나이도 아닌 어중간하다고 할 수도 있는 20대 중후반의 나이가 됐다. 그동안의 배우 인생을 돌이켜보자면.

ㄴ 물론 제 또래에도 더 잘된 분들이 많고, 안 된 분들도 있지만 제가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한 방'이 없이 올라왔다는 점이다. 차근차근 올라왔다. 그런 것들이 제게 좋은 경험이 된 것 같고 쌓여가는 것도 스스로 느낀다. 조금씩 느리게 올라왔지만 떨어진 적은 없다. 그래서 해왔던 게 있다 보니 많이 불안하지도 않다. 정석을 밟는 것 같다. 앙상블에서 소극장, 중극장, 대극장으로. 방송에서도 비중이 적은 역에서 많은 역으로. 차근차근 가는 점이 좋다. 저는 한 방에 올라왔다면 겸손하지 못하고 나태해질 것 같은데 쌓이는 게 생기니까 좀 단단해진 것 같고,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그래서인 것 같다. 다들 제게 애늙은이라고 한다(웃음). 배우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면 언젠가 자기 옷을 입을 때가 있다고 믿기에 성급히 유명해지고 싶지도 않다.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역을 하다 보면 언젠간 빛을 볼 거라고 믿는다.

'그날들'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공연 없는 날에는 뭘 하는지.

ㄴ 집에 있는 거 좋아한다. 운동할 때 말곤 사람 만나고 돌아다니는 걸 안 좋아한다. 조용히 있는 게 좋다. 누워서 쉬고. 그게 제일 좋다. 면허는 있지만 차가 없어서 운전도 안 한다.

   
 

마지막으로 '그날들'의 관객과 배우 손승원의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ㄴ 전 '그날들' 하면서 지금까지 중에 제일 재밌게 공연하는 것 같다. 그래서 공연 전날엔 에너지를 아끼려고 약속도 안 잡을 정도다. 다른 분들도 지금까지 제 역할 중 저랑 가장 잘 어울린다고 말씀해주시고. 다른 분들의 무영 역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되지만 저는 처음 하는 남성적인 역인데도 의외로 잘 소화해줘서 좋단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제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서 좋다. 매번 관객의 반응도 다른 점도 신선하다. 제 팬도 이번에 가장 많이 늘어난 것 같다. 끝까지 이런 마음으로 공연하고 싶고, '이전의 공연도 이런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할걸'하고 후회도 됐다. 제가 지금 너무 재밌고 행복하게 하고 있어서 공연 끝날 때까지 잘 봐주시고, 감사하단 말 드리고 싶다. 커튼콜 때 매번 감동을 하는 게 제 공연의 앞줄 관객은 거의 제가 아는 분들이 많다. '그날들' 첫 공때 커튼콜 나가니까 앞줄에 아는 얼굴이 응원해주시니 울컥하더라. 매번 와주시기도 하고 너무 감사한다. 너무 긴장하다가도 앞에 아는 얼굴이 보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너무 힘이 됐고 감사하단 말 전하고 싶다. 그저 감사하다. 제가 정말 공연 때 안 떠는 편인데 '헤드윅'과 '그날들' 첫 공 때 무척 떨었다. 하지만 딱 앞에 나갔는데 아는 얼굴 보이니 마음이 편해져서 그게 가장 감사했다. 응원하는 마음이 없으면 같은 공연을 이렇게 매번 봐주시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정말 감사하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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