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뮤지컬 '페스트'에서 식물학자 '타루' 역으로 관객과 만난 린지와 만났다.

뮤지컬 '페스트'는 서태지의 음악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자 실존주의 작가로 '이방인' 등을 쓴 알베르 까뮈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2096년 통일된 세상 속 완벽한 행복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오랑시티에서 발생한 의문의 페스트를 통해 시스템의 압박과 재난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을 그려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서태지의 음악과 까뮈의 소설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어려움을 겪으며 아쉬운 평을 들었다.

그러나 뮤지컬 '페스트'는 콧대를 세우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며 창작 초연답게 적극적인 피드백을 통해 작품을 변화시켰다. 8월 23일부터는 기존에 넘버 없이 대사로만 진행되던 2막 코타로와 리샤르의 장면에 'FM비지니스'를 삽입해 늘어진 호흡을 보강하고, 'TAKE 5' 넘버를 'T'ikT'ak'으로 교체해 기존의 감성적인 느낌을 주던 장면에서 리유의 적극적인 저항 의지를 드러내는 장면으로 바꾸며 관객과 함께 호흡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기존에 지적받던 지나치게 유머러스한 톤앤매너가 정갈해지며 배우들의 연기가 한껏 살아났다.

여전히 미래 시대라는 설정 자체는 관객에게 그럴듯하게 다가오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지금까지의 변화를 봤을 때 뮤지컬 '페스트'는 향후 공연을 통해 계속해서 변화하며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을 주고 있다. 그런 기대감의 방증인지 30일까지 예정된 공연이 1일과 2일 앵콜 공연으로 확장되기도 했다.

그런 뮤지컬 '페스트'를 이끌어 가는 중인 '타루' 역의 린지(피에스타)를 만났다. 그녀는 인터뷰 전날 듀엣가요제로 난생처음 '실검' 1위를 기록했다며 팬들에 대해 연신 감사하단 말을 이어갔다. 세간의 평을 의식한 듯 지나친 작품 자랑보다는 더 나아져 왔고,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이야기하는 그녀는 원인 불명의 페스트에 힘차게 저항하는 작품 속의 타루처럼 보였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ㄴ 저는 린지라고 하고 걸그룹 '피에스타'에 속해있다. 요즘엔 직업이 세 개다. 대학생(중앙대학교 연극학과), 걸그룹 메인보컬, 뮤지컬 배우로 살아가고 있다.

4.5 성적표 인증이 화제였다.

ㄴ 본의 아니게 올렸는데 자랑할 게 그다지 없던 시기였다. 그렇지만 성적표를 올릴 수 있을 만큼의 용기는 있었다(웃음). 정말 열심히 했다. 지방 스케줄 다니면서 다른 멤버 잘 때 몰래 '후레쉬' 켜놓고 공부하고 그랬다.

어느새 공연이 2주 정도 남았다. 얼마 전에 2주 정도 원캐스트로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막공을 앞둔 소감이 듣고 싶다.(인터뷰는 지난 16일에 진행됐다)

ㄴ 생각만 해도 울컥한다. 싫을 것 같다. 그동안의 결핍이랄까. 연습생 생활도 무척 길었고 데뷔했더니 생각했던 것과 다른 환경에 마치 사막 같은 분위기로 지냈었다(웃음). 그래서 그걸 채우려고 더 열심히 하고 기회가 오면 더 잘해야지 놓치지 말아야지 했는데 그 기회마저 오지 않았던 시기가 길었다. 이제 데뷔 5년 만에 찾아온 두 번째 뮤지컬이 제게 너무 애틋해서 이게 끝난다면 너무 허무할 것 같다. 성격상 허무함을 빨리 없애기 위해 다른 무언가를 찾아 나설 것 같지만, 남은 한 공연 한 공연 애틋하게 생각하며 공연하고 있다.

   
 

그래도 2015년부터 그룹(피에스타)이 서서히 풀려가는 느낌이다. 멤버들이 각자 개인 활동도 잘 되고 있고.

ㄴ 무척 고맙다. 좀 더 어렸을 때 멤버 한 명 한 명이 잘 나갔다면 어린 마음에 시기, 질투가 있었을 법도 한데 지금은 전혀 없고 그저 고맙기만 하다. 어제도 듀엣 가요제 방송 나오는데 차오루 언니가 "이땐 이렇게 튀어나가야지" 하면서 모니터와 함께 예능 교습을 해주더라. 예지도 앨범 내며 열심히 하고 있고, 각자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기에 피에스타로 모여서 보여주지 못한 것을 각자 보여주고 있으니 너무 뿌듯하다. 저도 뮤지컬 하며 살판났고(웃음).

프레스콜 때 '코마' 시연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굉장히 어려운 부분인데 무리 없이 소화하더라. 아이돌 가수가 뮤지컬에 도전할 때 늘 따라붙던 선입견을 깨는 모습이었다. 뮤지컬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ㄴ 예전부터 전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다. 소속사 측은 음반회사라서 뮤지컬에 큰 기대가 없다. 그래서 뮤지컬을 하겠다고 나선 것도, 오디션을 찾아본 것도 저였다. 인터넷으로 오디션 찾아서 전화해보고 소속사 측에 '이때 뮤지컬 오디션이 있다'하고 건네주기도 하고(웃음). 첫 뮤지컬인 '하이스쿨뮤지컬' 하기 전에도 5년 전쯤에 가수 데뷔 전에 이미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제가 예고 출신인데 그때도 연극영화 전공을 해서 고등학교 때 주말에 지하철 타고 대학로 가서 연극, 뮤지컬 보고(웃음) 그랬다. 지금도 시간이 나면 작품들 보러 다니고 있다. 그때부터 계속 꿈꿔왔던 것 같다. 맘에 드는 넘버가 있으면 연습실에서 혼자 불러보고, 지금도 학교에서 전공 수업도 배우고 있고. 계속 배우면서 상상하고, 다른 공연 보면서 '저 역할을 내가 한다면' 하고 연구하고 그랬다. 갑자기 뮤지컬에 들어온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꿈꾸고 준비했던 무대인데 기회가 없어서 이번 뮤지컬이 더 절실했다.

인터뷰 진행 전에도 예전에 '위대한 캣츠비'를 보러 왔었다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 확실히 평소에도 많이 보고 다닌 것 같다.

ㄴ 어디서든 행동 잘하고 다녀야겠다(웃음). 시간 나면 틈틈이 보러 다니고 있다. 얼마 전에도 개인적으로 '스위니토드'를 보고 왔다.

조승우 배우 좋아하는 것으로 들었다. 다른 인터뷰에서 '여자 조승우'를 꿈꾼다는 기사도 나왔다.

ㄴ 사실 무척 부담스럽다. 조승우 배우 팬분들이 보시면 얼마나…(웃음).

그래도 다들 공연 보면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싶다. 뮤지컬 '페스트'의 최대 수혜자는 린지 배우라고 생각한다. 넘버가 추가되기 전의 '페스트'는 거의 '타루'를 위한 뮤지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 전개나 노래 비중에서 '타루' 역이 정말 크다.

ㄴ 연출님께 감사하고 있다. 여배우의 사랑, 연출님(웃음).

   
▲ 커튼콜 중.

본인을 비롯해 피에스타 멤버들이 점차 빛을 보고 있는데 이에 대해 기쁨의 한마디를 표현하자면.

ㄴ 마치 무지개 같지 않나. 각기 알록달록한 색을 지닌 친구들이 비가 온 뒤에 피는. 저희보다 고생하신 분들도 많겠지만, 저희도 나름대로 비를 맞을 만큼 맞았다고 생각한다(웃음). 그런데 지금은 한 명도 노는 친구가 없는 상황이다.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런 모습이 무지개가 피어나는 것 같다.

다른 인터뷰에서 '1분 이상 노래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하이스쿨 뮤지컬' 이후 3년 만의 복귀작인데 앞으로는 뮤지컬에서 좀 더 자주 얼굴을 볼 수 있을지.

ㄴ 저는 너무 하고 싶다. 계속 좋은 기회가 많이 있으면 다 도전하고 싶다. 공연예술만이 느낄 수 있는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두 시간 반을 혼자 이끌고 간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고 또 느끼고 싶다. 또 함께 뛰는 앙상블과 선배 배우들이 제가 자만하지 않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제가 '피에스타'의 린지가 아니라 무대에 오를 때는 동등한 배우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저를 겸손하게 만들고 자꾸자꾸 더 배우게 한다. 나이 들어도 계속 뮤지컬에 도전하고 싶다.

   
▲ ⓒ스포트라이트

다른 분야에 도전할 때 기존의 명성을 놓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의미로 본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선배 가수인 아이유도 연기에선 이지은이란 본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반면 '피에스타 린지'로 캐스팅 보드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ㄴ 본명을 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아이돌이란 이미지나 꼬리표가 색안경으로 작용할까 봐 무서웠다. 그렇지만 지금 저는 솔로가 아닌 '피에스타'의 멤버다. 조금 더 뭔가 '피에스타'의 위치가 잡혀있다면 본명으로 나가볼 수도 있겠지만, 뮤지컬의 특성상 그룹 활동에 제약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보니 '피에스타'에게 도움이 조금이라도 더 되고 싶었다. 린지라는 배우가 '피에스타' 소속이다. 그것이 '피에스타'에게 좋은 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저뿐만 아니라 나머지 멤버들도 다 그런 마음일 거다.

과거 인터뷰 보니 입시계의 전설이란 수식어도 있고(웃음), 성적표도 그렇고, 선생님들에게 사랑받는 타입인 것 같다.

ㄴ 저도 선생님들을 좋아한다. 나이가 위인 언니, 오빠, 교수님들과 친하다(웃음). 뭔가 배우고 깨닫고 성찰하는 과정이 좋아서 더욱 따르는 것 같다.

그렇다면 뮤지컬을 배워가는 과정에서도 그런 은인들이 있는지.

ㄴ 엄청 많다. 그분들이 있어서 지금의 제가 존재한다. '페스트' 외적으론 최정원 선배님이 그렇다. '지킬앤하이드'의 '루시'를 하셨을 때 반해서 따라다니면서 공연 다 보고 그랬는데 지인과 친한 분이어서 소개받게 됐다. '맘마미아!', '브로드웨이 42번가', '시카고' 등도 다 보고 대기실 가서 같이 인증샷 찍고(웃음) 무척 친해졌다. 어제도 "TV에 너 나온다. 뮤지컬도 보러 갈게"하고 연락해주시고. 또 선배님이 라디오 DJ를 잠깐 하신 적이 있으신데 그때도 피에스타 노래 많이 틀어주셨다더라(웃음).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뜨거운 열정이나 눈빛에 대한 덕담을 많이 해주셨다. '페스트' 안에선 연출님, 작가님들이 있다. 특히 김은정 작가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페스트' 연습 초기 때 '피에스타'가 컴백했을 때라 연습을 5주 정도 거의 못 나갔던 적이 있다. (※피에스타는 지난 5월 31일 싱글 'APPLE PIE'를 발매했다) 걸그룹이라 시선도 따갑고 연습 초반이라 중요한 시기인데 제가 잘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혼자 대본 외우고 하는데 도저히 안 돼서 김은정 작가님께 연락드렸다. 스케줄 끝나고 방송용 화장 짙게 하고 빵이랑 커피 사 들고 '선배님 이거 이해가 안됩니다' 하면서 찾아가 나머지 공부를 더 했다. 너무 감사했다. 작품의 텍스트를 만들어낸 작가만큼 이 작품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많이 도와주시고 제가 타루를 할 수 있게 이끌어주셨다.

   
▲ ⓒ스포트라이트

타루를 구축해온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ㄴ 오디션을 볼 때 작년 가을이었는데 그땐 음악과 대본이 완성되지 않았었다. 알베르 까뮈와 서태지의 만남이란 것만 알았다. 그런데 제가 알베르 까뮈를 너무 좋아했었고 '페스트' 소설도 다시 읽어봤는데, 여기에 서태지의 음악이 합쳐진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나올까 싶어서 오디션을 일단 봤다. 될 줄은 몰랐지만, 오디션 보길 정말 잘했다(웃음). 이후 대본을 많이 읽고, 원작 소설도 함께 읽으며 분석을 하려고 노력했다. 타루의 모습이 제 안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해서 그걸 찾아내려 노력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본업이 걸그룹이다 보니 차오루 언니처럼 뛰어난 센스가 없어서(웃음) 예능을 보고 예능감을 공부해야 했는데 점점 더 뉴스, 시사, 다큐에 시선이 가더라. 사회적 이슈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복습하기도 하며 저항, 연대 의식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

세 개의 직업에 그 모든 것을 하려면 무척 바빴겠다.

ㄴ 시간은 없는 게 아니라 안 만드는 거라고 누군가가 그랬다(웃음). 얼마 전에 2주 동안 혼자 공연할 때 하필 '아육대(MBC의 명절 예능인 '아이돌 육상 선수권대회')'나 '듀엣가요제' 등이 같이 왔다. 주말 2회 공연 다 뛰고 새벽에 듀엣가요제 연습하고… 지나서 생각해보면 무척 스펙터클하고 더 재밌던 것 같다. 언제 이렇게 다 해보지 싶은 생각도 든다. 또 따로따로 놓고 보면 너무 바쁘고 시간 없고 언제 다하나 싶은데, 하나로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무척 재밌다. 대학생일 때도 수업을 들으며 어떤 주제를 볼 때 '타루'의 시선으로 본다든가 하는 식으로 생각했다.

워낙 바빴던데다 8월 23일부터 넘버가 추가되는 등 연습 과정도 힘들었겠다. 공연 중간에 디테일한 부분을 계속해서 수정하기도 했는데.

ㄴ 저는 더 재밌었다. 같은 작품 안에서 같은 대사, 같은 노래를 반복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데 오히려 긴장감이 들고 연습도 더 하게 됐다. 창작의 묘미랄까. 피드백, 컴플레인(웃음)이 들어오면 그런 부분을 바꿔나갈 수 있고 그 부분을 또 관객이 알아주시고. 그런 면도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연출이란 선장의 큰 그림을 믿고 따라가려고 노력해서 그런 과정이 힘들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작품 이야기를 좀 하자면 리유와 타루의 러브 라인이 좀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루와 거의 눈도 마주치지 않던 리유가 후반에 급작스럽게 타루와 연결된다는 느낌이었다.

ㄴ 공연 초반에 그랬던 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변했다. 그런 디테일한 부분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 ⓒ스포트라이트

그렇다면 상대 역인 세 명의 리유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해보자면.

ㄴ 저랑 오소연 배우가 다르듯이 세 명 모두 다른 매력이 있다. 손호영 배우는 부드럽고 열정적인 리유의 느낌이다. 저도 그에 따라 대사의 톤이나 어미가 살짝 바뀐다. (박)은석 배우는 진지하고 몰입된 리유, 그런 깊이감이 있어서 저도 다른 때보다 좀 더 애드립도 정중하게 하고(웃음) 맞춰 가려 한다. 톤도 묵직하게 하려고 힘을 쓰고 더 많이 울고. (김)다현 배우는 굉장히 다채롭다. 또 무대에서 멋있는 걸 안다(웃음). 그래서 무대에서 더 멋있게 보일 수 있는 디테일한 동작에 대한 피드백을 준다. 손호영 배우는 여기서 이렇게 했으면 이쪽으로 나가면 더 좋지 않을까? 라던가, 박은석 배우는 리유와 타루로서의 지난날에 대해서 고민한다든가. 세 명의 배우가 빈틈을 각자 메워줘서 전 너무 고맙다.

'페스트'는 소위 '오글거리는' 대사들이 많다. 너무 감성적으로 연기하게 될 우려도 있다.

ㄴ 저는 한 번도 오글거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들은 그런 오글거리는 연기를 어떻게 했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는 작가님과 함께 작품 분석을 해서 그런지 생각이 다르다. 저도 초반엔 이 대사가 왜 여기서 나올까 하고 고민을 했지만, 그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들으며 상황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된 것 같다. 상황에 따라 지나치고, 그렇게까지 대사를 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을 수도 있지만, 상황에 빠지다 보니 그렇게 할 수 있다 싶은 생각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감정에 적극적으로 빠져가며 연기를 하려 한다는 이야긴가.

ㄴ 일단 텍스트나 상황에 맞게 그런 것을 연결해가려고 하는 편이다. 그리고 주크박스 뮤지컬이란 한정적인 상황에서 까뮈의 스토리를 엮어내는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 결과물이 나왔다는 게 오히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원작 소설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작가님의 노력이 있었고 오글거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웃음). 그래도 부족하다 여겨지는 부분은 열심히 바꾸고 있다.

   
 

작품에 대한 피드백도 있고, 홍보에 대한 다양한 시도도 그렇고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ㄴ 오늘(16일)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뮤지컬 '페스트'의 최대 장점은 음악이다. 모든 곡이 애정이 가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애정이 가는 넘버가 있다면.

ㄴ 저야 물론 '아침의 눈'이다. 제 생명 같은 곡이다. '아침의 눈' 부를 때가 가장 떨리고 제일 많이 준비하고, 연습실에 도착하면 두 번 정도 부르면서 연습을 시작한다(웃음). 음성 녹음도 매번 해보며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보고. 제 유일한 솔로 곡이기도 하지만, 항상 밝고 씩씩한 타루가 처음으로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는 곡이다. 그때 리유가 처음으로 껴안아주며 러브 라인의 문을 여는 곡이기도 하다. 초반엔 거기서 키스 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졌다. 잘 바뀌었다고 생각한다(웃음).

'자칭 꿀성대'로 유명하다. 자기관리에 철저한 거로 유명하다. 계속 공연과 활동을 병행하느라 휴식이 어려울 텐데 특별한 관리 방법이 있는지.

ㄴ 휴식이 최고긴 한데 그걸 못한다. 또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휴식이 많으면 슬프다(웃음). 상황에 맞춰 관리해야 한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노래나 발성에 관심이 많았다. 성대에 대해서 보컬 선생님께 배우기도 하고, 엑스레이를 찍고 연구하고 했었다. 지금까지도 발성에 관심이 많은데 그러다 보니 아이돌 가수의 창법에서 뮤지컬 배우로 넘어오는 것도 큰 무리 없었던 것 같다. 기본 발성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노래를 너무 하고 싶은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의미로 1년 동안 발성만 한 적도 있다. 방 안에서 '부르르르'하고 '네이네이'만 외치고. 그런 시절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감사했던 것 같다.

가요 창법은 무대에서 들으면 시원하게 뻗기보단 갇혀있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서 무대에서도 문제없이 곡을 소화할 수 있는 것 같다.

ㄴ '타루'라는 캐릭터가 노래를 보면 톤이 다양하다. 코마처럼 하이에서 쏴붙이는 노래도 있고, '영원'이나 '비록'에서는 감미롭게, 부드럽고 또 다른 예쁜 톤으로 가야 하고, '아침의 눈'에서는 감정이 섞여 여러 가지가 다 나와야 하고. 넘버들을 보면 골고루 나와야 해서 힘들지만 재밌다. 계속 연습하게 하는 '타루'다. 방심하면 안된다(웃음).

배우가 캐릭터를 만난다는 것은 자기의 제일 친한 친구가 생기는 거란 이야기가 있는데 '타루'와의 만남이 참 좋았던 것 같다.

ㄴ '타루'는 저를 바꿔놨다. 어떤 사건이 있으면, 그것을 추모하는 것과 별개로 배지, 팔찌 같은 걸 SNS에 찍어 올리거나 그런 일을 좋아하진 않았다. 지금은 굉장히 달라졌다. 가방에도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고 더 긍정적이고 밝아지고, 항상 감사하다. '대표님, 이사님. '타루'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메시지도 보내고(웃음).

마지막으로 '피에스타'의 팬들과, '페스트'를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ㄴ 저는 '페스트'를 꼭 한번 다들 봤으면 좋겠다. 공연예술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창작 뮤지컬에 대한 과감한 시도나 노력을 관객들이 봐주시면 좋겠다. 제가 함부로 권유할 수는 없지만, 희망이라는 것. '죽더라도 끝까지 싸우면서 죽을 거에요', '패배하겠지만 끝까지 싸워요' 이런 메시지가 소중히 각인될 수 있는 서브 텍스트가 작품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여러 가지 문제들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현실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가운데 우리가 현실에서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또 한 번 일깨워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제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꼭 보러 와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저도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기 위해서 오늘도, 내일도 항상 새로운 무대를 위해 열심히 할 테니 잘 봐주시면 좋겠다. '피에스타'의 팬들에겐 너무 고맙다. 제가 지금까지 있을 수 있던 것도 팬들 덕분이고 포기하지 않게끔 도와줬던 것도 팬들이다. 요즘 기분 좋은 것은 '뮤지컬'에 전혀 관심 없던 친구들이 저로 인해 뮤지컬을 보러 오시고, 다른 공연 관람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 일들이 너무 감사하고 지금까지도 계속 '피에스타' 지켜봐 주고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그것에 보답하기 위해 매일 매일 열심히 노력하겠다. 사랑한다.

린지가 출연하는 뮤지컬 '페스트'는 30일까지 본 공연을, 10월 1일과 2일 총 3회에 걸친 앵콜 공연을 엘지아트센터에서 이어간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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