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Before Sunrise', 해돋이가 주는 기운은 늘 고요하면서도 웅장하다. 문화뉴스가 '비포 선라이즈'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 역시 붉은 태양처럼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예술가다. 이들의 예술혼을 앞으로 연재를 통해 독자분들의 온몸에 전하고자 한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출연 중인 송영미 배우와 만났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유명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브로드웨이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이번 라이선스 한국 초연에선 박은태와 옥주현이란 최정상의 배우가 원 캐스팅으로 극을 소화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영화와 다른 감성을 전달한다. 송영미는 옥주현이 연기하는 프란체스카의 딸 '캐롤린' 역을 맡아서 오빠와 셔츠 때문에 다투고, 울고 웃는 아이같은 모습을 충실히 연기하며 관객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첫 대극장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녀는 '취중젠담'이란 영상에서 5년째 연애 중인 커플로 등장해 솔직담백하고 재치있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결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갑자기 떠오른 신예도, SNS 스타도 아니다. '분노의 포도', '늙은 소년들의 왕국', 명랑음악극 '앤ANNE', '나무 위의 고래' 등 다수의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로 경험을 쌓은 그녀는 마당극을 기반으로 해 창작 활동을 펼치는 '극단 걸판'에서 활동 중인 배우다.

극 중 '캐롤린'은 '프란체스카'가 줄곧 자신처럼 만들지 않겠다며 자신의 옛 모습을 투영하는 대상이자, 마지막에 가족을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역할이다. 그만큼 정말 딸 같은 사랑스러움과 가족 간의 애정이 묻어나야 하는데 극장 밖에서 만난 그녀에겐 그럴만한 진솔하고 매력적인 모습이 보였다.

25세, 아직 어린 나이에도 온몸으로 부딪쳐 연기하고, 삶을 배워나가는 당찬 모습이 매력적인 그녀와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등장 분량이 짧지만, 캐릭터의 나이는 소녀에서 엄마가 될 때까지 흐른다. 연기하면서 느낀 소감이 궁금하다.

ㄴ 제가 오랫동안 나온 장면은 없고 툭툭 치고 빠지는 역할이지만, 성장 과정이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이 모르시겠지만(웃음) 전 (조금씩 나올 때도) 열심히 연기하고 있다.

극을 두 번 봤는데 처음엔 보지 못했지만, 첫 번째 씬에서 다 같이 등장할 때 보면 조명을 받지 않는 조연들도 모두 각자의 연기를 하고 있다.

ㄴ 아주 사소한 예를 든다면 아이 때는 막 쉽게 울었다면, 엄마가 됐을 땐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더 울지 않으려고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저 나름의 공부를 했다. 이 작품이 소녀 때부터 애 엄마까지 구체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라 뜻깊다.

매일 매일 공연 올라갈 땐 느낌이 어떤지 궁금하다.

ㄴ 전 백 번을 오르든 천 번을 오르든 항상 떨린다(웃음). 늘 공연할 때마다 새롭기도 하고. 아직 대극장이 처음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늘 새롭고 긴장된다. '걸판'에선 아동극도 하고 마당극도 하니까 무대가 다 느낌이 다르다. 그런데 저는 이렇게 가까이서 공연하는 게 편하다. 관객과 주고받는 게 되니까. 그런데 여기선 이분들이 작품을 어떻게 보는지도 안 느껴지니까 더 떨리는 것 같다. 선배님들은 보일지 모르겠지만(웃음) 저는 손가락질 할 때만 관객을 본다. 그래서 더 많이 떨리는 것 같다.

 

배우들도 그래서 대부분 극이 재밌으면 호응 많이 해달라고 하는 것 같다. 교감이 되니깐.

ㄴ 그런데 이 작품은 또 극도 엄청 조용하고 집중되는 극이라 더 긴장된다. 누가 기침만 해도 돌아보고(웃음).

이번 작품은 뮤직비디오도 찍고 마케팅, 홍보 면에서도 여러 시도를 했는데 이런 큰 프로덕션을 진행하는 것이 아무래도 극단 작업과 달랐다.

ㄴ 저도 이렇게 잘해주시는지 몰랐다. 연습하는 과정은 비슷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니깐. 홍보나 마케팅이 활발해서 신기하더라. 지하철 스크린, 거리의 육교 어디에도 있었다. 그렇다고 연습을 줄인 건 아니다. 연습 다 하면서 남는 시간에 그런 촬영을 진행한 거라 존경스러웠다.

 

프로필 사진이 엄청 잘 나왔다(웃음). 프로필 촬영 현장 때는 어땠는지.

ㄴ 캐스팅도 모르고, 연습도 하기 전이라 촬영장 가서 다들 처음 만났다. 현진 오빠도 '시함뮤(시민과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 때봐서 알고 있었지만, 같이 남매인지 몰랐고. 다들 서로 어색하고 '그렇구나~'하는 분위기였다(웃음). 지금 다시 하면 더 활발하게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땐 좀 서먹서먹했다.

오디션 과정이 궁금하다. 어떻게 이 작품에 발탁됐는지.

ㄴ 오디션은 정말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제가 정식으로 본 첫 오디션이었다. 그래서 완벽하게 준비하지도 못했다. 제가 노래나 연기에 특별히 자신 있는 배우도 아닌데 함께 오디션 보는 언니들이 너무 잘하는 분인 거다. 그중에 제가 제일 어리고 노래도 못하니까 상대가 안 될 거라고 생각해서 두려웠다. 그런데 오디션 준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준비하세요'란 항목이 있더라. 그걸 보고 거기에 희망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노래나 연기로 이기긴 힘드니까 재밌는 이야기를 세 개 정도 열심히 준비했다(웃음). 아니나 다를까 오디션장 들어갔는데 제가 노래를 하니까 분위기가 안 좋은 거다. 그래서 "재밌는 이야기 해드릴까요?” 해서 빵 터트렸다(웃음). 그다음은 자유 연기였다. 연기한 뒤 마음에 안 드셨는지 즉흥 연기를 시키셔서 또 이래저래 했는데 또 마음에 안 드시는 것 같았다. "또 재밌는 이야기 해드릴까요?” 해서 또 터트렸다(웃음). 제 무기는 이거였다. 오디션장 나온 뒤에 '망했다. 난 재밌는 이야기밖에 한 게 없다' 싶었는데 최종합격했다고 연락이 온 거다. 프로필 촬영 때 '쇼노트' 이사님을 만났는데 '그동안 이런 배우가 없었다'더라. '돌+I' 같아서 뽑혔다고 하시더라(웃음). '캐롤린'이라서 가능했던 거 아닐까.

 

붙은 뒤라서 그래 보일 수도 있지만 '캐롤린' 역에 적격이란 느낌이다. 초반에 아이일 때 투덜거리는 느낌도 잘 어울리고.

ㄴ 캐롤린을 만나서 다행이다. 운도 시기도 좋았다.

어떤 시기였는지.

ㄴ '나무 위의 고래' 끝나고 다른 작품이 잡히지 않았을 때였다. 만약 다른 작품이 있었다면 못 볼 것 같다고 했을 텐데 마침 작품이 없고, 역할이 '캐롤린'이라서 이렇게 공연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선배들과 함께 공연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특히 앞서 길을 걷고 있는 두 선배(유리아, 옥주현)와 함께하는데.

ㄴ 저는 개인적으로 유리아 언니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유)리아 언니도 노래를 배우지 않았다더라. 그런데도 너무 잘한다. 또 배우로서 단계를 차곡차곡 밟아왔고, 연기나 노래를 특별히 예쁜 척하지 않아도 사랑스러운 느낌이 든다. 자기 소신도 뚜렷하고, 후배도 잘 챙기고. 이번 작품에서도 짧게 나오지만, 그걸 위해서도 동선 하나, 동작 하나까지 공부를 엄청 많이 하신다. 그러면서 제 연기 보고, 현진 오빠 연기 보고 모니터해주시는 것도 잊지 않는다.
주현 언니는 자기관리가 정말 철저하다. 주현 언니 대기실은 습기를 늘 유지해놓는 수족관이다(웃음). 또 무대 직전에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 틀지 않고, 정말 존경스럽다. 그러면서도 감정선을 그렇게 꽉 채워서 유지한다는 게 지금의 저는 불가능할 것 같다. 또 어제 이야기인데 공연장 관객 중에 어떤 분이 큰 모자를 쓰고 왔나 보더라. 그럼 뒷자리 관객 시야가 방해되지 않나. 그걸 보시고선 저분이 모자를 벗고 나서 공연을 하자고 하시더라. 자기 관리만이 아니라 그렇게 공연장에 온 관객들까지도 신경 쓰시는 거다. 곁에서 보면 볼수록 감동적이다. 앙상블도 한 명 한 명 다들 챙겨주고, 배우들 체질을 하나 하나 맞춰서 도시락을 싸주시기도 했다. 배우로서도 본받을 점이 많지만, 사람으로서도 배울 점이 많다. 제겐 너무 귀한 작품이 됐다. (옥)주현 언니랑 리아 언니를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공부가 된다.

 

김현진 배우와의 남매 연기도 케미가 너무 좋다.

ㄴ 정말 남매, 엄청 남매다(웃음). 그래서 장난으로 둘이 오디션 사이트에 '남매 패키지' 배우로 올리잔 이야기도 했다(웃음). 엄청 친하다.

극 중에서도 진짜 친남매 같아 보인다. 좀만 더하면 서로 치고받을 것 같다(웃음).

ㄴ 실제로도 서로 막 때린다. 제가 막 오빠 깨물기도 하고, 오빠도 제 뒤통수 때리고(웃음). 소대 뒤에서 제 물통 숨겨놓고… 정말 남매 같아져서 이번 공연 끝나면 아쉬울 것 같다. 현진 오빠가 팬분들이 많으신데 덕분에 저까지 챙겨주신다. 감사하다(웃음).

 

현진 배우도 원래 무척 바른 사람이란 이미지였는데 많이 바뀐 것 같다. 예전에도 병원 자선 버스킹 공연할 때 만났었다.

ㄴ 실제론 장난기도 많은데 그걸 많이 숨긴 것 같더라. 제게 고맙다고 하더라. 이렇게 놀고 장난치고 싶었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있어서 행동에 제약이 있었는데 그걸 많이 깨줘서 고맙다고. 이렇게 작정하고 발랄하게 놀 수 있는 배역이 귀하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좋아하는 장면이나 넘버와 이유.

ㄴ 저는 커튼콜을 제일 좋아한다. 마지막에 주현 언니와 (박)은태 오빠 눈빛에 매번 소름 돋고 울컥한다. 장면 중에는 엄마(프란체스카)가 로버트에게 독초라며 장난치는 부분이다. 여자들이 사랑하면 소녀성이 툭툭 튀어나오는 느낌이 있는데 제가 봐도 그 장면에선 너무 아이 같고, 소녀 같다. 주저앉아서 하하호호 웃는 걸 보면 너무 예쁘고 진짜 사랑을 하면 이렇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그 장면에선 소대에 안 있고 무대 옆으로 가서 보고 있다. 엄마인데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넘버는 모두 좋다. 정말 너무 좋다. 어떤 노래를 꼽으면 다른 노래들이 서운해할 것 같다(웃음).

 

노래가 정말 좋다. '단 한번의 순간'이나 '내게 남은 건 그대'가 많이 홍보됐지만, 극 중간에 등장하는 노래들도 버릴 게 없다. 저는 개인적으로 '넌 혼자가 아냐'가 좋더라. 멜로디는 경쾌하면서 느낌은 싸늘한 이중적인 느낌.

ㄴ 그런 노래들이 많다. 아빠가 돌아가실 때도 그렇다('나 떠나면'). 돌아가셨지만, 무척 환희에 차 부른다. 그렇게 곡마다 느낌이 복합적이라 버릴 게 없다.

극단 걸판 출신 배우인 것으로 알고 있다. 배우가 된 계기나 이후 '걸판' 활동에 관해서 이야기한다면.

ㄴ 저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공연을 자주 보여주셨다. 동네에 아동극단이 있었다. 그냥 알게 모르게 마음속으로 배우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제가 미모가 뛰어나지도 않고 키도 작아서 한 번도 자신 있게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평범하게 동네 중, 고등학교 나왔다.

 

그럼 그때는 꿈이 뭐였는지.

ㄴ 그냥 거짓말로 간호사나 수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입시를 할 때가 됐다. 고3 때 담임선생님께 울면서 '저 사실 배우가 되고 싶은데 못 생겨서 못할 것 같아요' 하고 상담했던 기억이 난다. 국어 선생님이셨는데 잘할 것 같다고 격려해주시고 지문 읽기도 시켜주시고 그렇게 배려해주셨다. 그렇게 연극영화과 입시를 했는데 재미없다고 느끼고 학교를 나가지 않고 바로 실전에 뛰어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사회로 나왔다. 그런데 힘들었다. 호락호락하지 않더라. 예고나 대학교도 안 나온 스무 살짜리 여자애였는데 못 생기고 그때는 뚱뚱했다. 제가 생각해도 너무 얕잡아 보였을 거다. 경험이 중요하다면서 한 달 동안 공연하고 출연료를 못 받은 적도 있다. 여러 힘든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너무 힘들어서 연기를 그만둬야겠다 생각하고 다른 공부를 하고 있다가 우연히 세실극장에서 '그와 그녀의 옷장'을 봤다. 너무 놀라웠다. 반했다. 이런 극이 있구나 싶어서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꼭 연출님(오세혁)을 뵙자고 생각해서 공연 끝나고 기다려서 인사드렸는데 나중에 밥 한번 먹자고 하시더라. 그때가 2013년 7월이었는데 그걸 계기로 걸판에 입단하게 돼서 다시 시작했다. 걸판은 마당극단이다. '가장 의미 있는 이야기를 가장 재미있게 표현하는 극단'. 이 말이 가장 적절한 설명인 것 같다. 이 시대 가장 필요한 이야기를 가능한 많은 사람이 이해하기 쉽고 재밌게 풀어내는 극단. 아파트 단지 가운데서 돗자리 펴고 공연하기도 하고, 뒤에 낭떠러지같은 이상한 원형 극장에서 공연하기도 하고, 아동극도 매일 하고. 그때는 스물하나, 둘 때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야 하나' 불만도 생겼다. 내 또래 친구들은 여행도 다니고 재밌게 사는 거 같은데 저는 너무 힘든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너무 소중한 경험이 됐다. 피와 살이 됐다. 전 무대 올라가기 전에는 엄청 떨지만, 올라간 뒤에는 떨지 않는다. 깡, 독기가 생긴 게 걸판에서 만들어 준 것 같다. '늙은 소년들의 왕국' 오프닝도 제가 혼자 나가서 소리 지르며 노래해야 하는데 이게 다 걸판에서 자라난 것 같다. 제 뿌리다.

 

갑작스럽지만, 극단 걸판에게 감사 인사를 한다면.

ㄴ 너무 감사하다. 21살 아무것도 없던 절 받아주셔서 이렇게 키워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그때 불만 품고 싫다고 한 적이 있는데 그것도 예쁘게 봐주시면 좋겠다(웃음).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하면서 '창작한다' 쇼케이스에도 출연했다. 병행이 어렵지 않았는지. '앤ANNE' 서울 공연을 위해 다들 노력 중인 것 같다.

ㄴ 쇼케이스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이미 올라간 작품을 압축했기 때문에 같이 해서 특별히 힘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앤ANNE'은 공연하는 것만으로 무척 힐링되는 작품이다. 저도 앤을 좋아하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앤'의 모습을 연기해서 좋다. 이 작품은 마치 겨울왕국에서 안나가 성장하듯 앤의 성장 과정에 따라 배우가 앤1, 앤2, 앤3으로 나뉘어진다. 감사하게도 어릴 때 앤이라 기억되고 사랑받기도 쉽고, 부담감도 있다. 그렇지만 너무 행복한 작업이다. 많은 분이 와서 보시고 힐링하시면 좋겠다. '앤' 보고 아동극 하시는 줄 아는 분들이 많다. 그렇지만 아동극이라고 정의 내릴 작품은 아닌 것 같다. 어른들이 봐도 분명 해방감, 보상감도 있고 힐링도 될 것 같다. 물론 아이들이 봐도 좋다. '빨강머리 앤'이니까. 여름에 밀양연극축제에 '앤ANNE'으로 나간다. 최대한 힘들고 힐링이 필요한 많은 분과 만나기 위해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대학로에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희가 생각한 것보다 많은 사랑을 주고 계셔서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놀란 게 노래들이 너무 높지 않나 싶다. 쇼케이스 때 보고 '배우를 갈아 넣는' 작품인 줄 알았다.

ㄴ 그 이야기를 해야겠다(웃음). 원래 걸판이 '세상 무슨 일이 있어도 난 널 지켜줄꺼야 친구야'나 '그와 그녀의 옷장'에서는 노래가 없었다. 그런데 제가 입단한 뒤에 작곡가님(박기태 작곡가)이 함께 하셨다. 한 번은 같이 노래방에 갔는데 노래 부르는 걸 보시고 '고음이 되네?' 하시고 이후 모든 노래가 다 고음이 됐다(웃음). 정말 배우마다 잘 맞춰서 노래를 잘 만들어주시는 분인데 제 특기를 고음으로 오해하신 것 같다(웃음). 아이들이 볼 수 있는 편한 극이지만, 노래는 엄청 높다.

그래선지 아동극이란 느낌이 전혀 없었다(웃음).

ㄴ 그게 작곡가님의 힘이다. 아동극처럼 보이지 않게 한다. 저희 극단의 색깔이기도 하다. 지르고, 파워풀하고, 운동성 있는 느낌.

 

취미, 좋아하는 것 등 배우가 아닌 평범한 20대 여성 송영미의 모습은 어떤지 궁금하다.

ㄴ 제가 재봉틀을 좋아한다. 그거 하나로 온종일 논다. 긴 팔 잘라서 나시티도 만들고, 잘라낸 팔로 파우치도 만들고. 쉬는 날엔 그런 거 한다. 또 저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 있을 땐 며칠씩 그냥 안 씻고 방에만 있거나, 허리 아플 때까지 종일 잠만 자거나 한다. 집에 고양이도 키우고 있다. 이름이 '단추'인데 점박이 고양이라서 점 누르면서 '단추'라고 한다(웃음).

집사 역할은 잘하고 있는지.

ㄴ 아주 잘하고 있다. 잘할 수밖에 없다. 안되면 할퀴고 그래서. 온몸에 상처가 났다(웃음).

좋아하는 음식은 뭔지.

ㄴ 매운 거다. 몸에 안 맞아서 맨날 먹고 화장실 가면서도 끊지 못한다(웃음). 옆에서 '매운 거 좋아하면 성격 안 좋대'하면 '어 인정' 하고 그냥 먹는다(웃음).

가장 최근에 쉰 날은 뭘 했는지. 공연이나 영화 본 게 있는지.

ㄴ 음…쉰 날이 언젠지 기억이 안 난다(웃음). 공연도 제가 원캐스트니까 못 보고 영화를 우연히 시간이 맞아서 하나 딱 봤다.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란 영환데 제가 본 역대 베스트 3안에 들어간다. 시간 맞아서 겨우 본 영화가 또 이렇게 저한테 잘 맞는 작품인 거 보면 운명인 것 같다. 이른바 '병맛' 코드가 담긴 영화다. 남자 주인공이 비키니 입고 양배추 들고 인라인 타면서 등장하는 영화다(웃음). 생각 없이 편하게 팝콘 먹으며 보는 영화를 좋아한다. 평소에도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멘탈이 센 것 같다. 무대 위에서 실수해도 '아 저질렀다. 다음에 잘해야지' 같은 식이다.

앞으로의 꿈이나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탐나는 역할이나 노래가 있다거나.

ㄴ 전 그냥 무대에 서는 게 너무 좋다. 관객이 절 보고 웃어주시는 거로 사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 보면서 편하게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작품이 하고 싶어졌다. 또 제가 할머니가 계시는데 제 작품을 다 보러 오신다. 그런데 다리가 많이 불편하셔서 오시기 힘들어하시니까 보기 편하시게 TV나 영화에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배우를 하는 목적이 유명한 스타가 되려는 게 아니라 잔잔하고 오래가고 싶다. 정말 유명해진다면 엄청 삶이 힘들 것 같다. 이미 지금도 젠가 때문에 남자친구랑 길 갈 때도 알아보시고 어디서 영화 봤지 않냐고 메시지가 날아온다(웃음). 그냥 오래 꾸준히 배우를 하고 싶은데 이왕이면 할머니가 보실 수 있게 하고 싶다. 늘 TV를 켜두시는데 '안 볼 땐 꺼두시라'고 하면 '우리 손녀 언제 나오나 해서 본다'고 하신다. 예를 들 수 있는 배우는 없는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사람들이 아는 배우는 이미 잔잔하지 않으니까(웃음). 그냥 잔잔하게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만 알아보실 수 있게 꾸준히 나오는 배우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봤거나, 볼 예정인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ㄴ 모든 분을 만족하게 할 수는 없지만, 제 위치에서 열심히 할 테니까 많이 사랑해주시면 좋겠다. 제가 튀려고 하기보다 무대에서 잘 어우러지고 싶다. 그런 배우로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전 예뻐 보이려고 하기보단 잇몸 다 보이게 웃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사랑스러워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 제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채 못다 한 이야기가 많은 채 인터뷰가 종료됐다. 글로 정리하고 나면 조금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이는 말도 있을 수 있지만, 하지 않은 말을 덧대기보다는 그녀의 말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지금의 그런 모습조차 배우 송영미가 보여줄 수 있는 청춘의 반짝임이 아닐까 싶었다. 과연 그녀는 어떤 배우로 자라나게 될까. 앞으로 주목해도 좋을 배우가 한 명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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