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야구장이 곧 교실. 그 공간에서 음주, 고성방가를? 그럼 일반 교실에서도?

▲ 북을 치면서 동문 후배들을 응원하는 선배들과 학부모들의 모습은 바람직한 일이다. 아쉬운 것은 이 외에 '부끄러운 모습'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일반 학생들은 교실에서 공부를 한다. 이러한 공부를 돕기 위해 교사가 있는 것이고, 행정과 관련한 일을 돕기 위한 행정실 직원들도 있다. 어찌되었건 간에 학교라는 울타리 내에서 각자 본분에 맞는 일을 하면, 좋은 성적이라는 것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자녀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학부모들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때로는 학교 안에서, 때로는 학교 밖에서 자녀들을 위해서라면 동분서주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러한 모습에 자녀들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 하고 싶은 것이 일반적인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공부를 통하여 학생들은 대학으로 진학하거나, 빠를 경우 사회로 나와 바로 직장인이 된다.

이러한 일반적인 학교의 모습을 조금 다른 경우의 수로 이야기 해 보자. 야구장 안에는 학생 선수들이 있고, 이들을 지도하는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있다. 그리고 선수들은 성적을 내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운동을 하며, 교육 정책에 따라 오전 수업을 받으면서 학업도 병행한다. 그리고 이러한 아들들을 위해서라면 동분서주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학부모님들도 있다. 이렇게 운동을 통하여 학생 선수들은 대학으로 진학하거나, 빠를 경우 프로에 입단하여 바로 직장인이 된다.

학부모님, 그리고 동문 어르신들!
혹시 교실에서도 음주와 고성방가 하실 수 있으세요?

얼핏 보면, 위의 상황은 전혀 다른 경우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이나 직장으로 가는 방법이 서로 다를 뿐, 그 방법이 서로 '틀린 것'은 아니다. 일반 학생들은 공부를 통하여 대학이나 직장으로 향하는 것이고, 학생 선수들은 운동을 통하여 프로나 대학에 가는 것이다. 향하는 방향이 같기 때문에, 운동이냐 공부냐를 두고 어느 것이 더 힘드냐를 논하는 것도 철 지난 우생학적인 이야기다. 일반 학생들이 과외를 하는 것처럼, 학생 선수들 역시 야간 특훈이나 전지 훈련을 통하여 과외를 한다. 힘든 것도 결국 똑 같은 것이다.

일반 학생들에게는 공부하는 교실이 교실이다. 그렇다면, 학생 선수들에게 그라운드는 무엇일까? 위의 상황을 이해했다면, 답은 하나다. 학생 선수들에게는 그라운드가 교실이다. 학생 신분인 선수들이 유니폼을 입고 감독/코치들의 지도를 받아 경기를 진행하는 것은 교실에서 학생들이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 공부를 하는 것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이러한 특수한 상황에서 학부모 역시 교실에서 공부하는 아들을 보러 야구장에 오는 것이다.

▲ 이제 목동구장에서 캔맥주와 소주(사진 왼쪽)를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는 프로야구장에서도 반입이 금지되어 있는 품목이다. 사진ⓒ김현희 기자

이러한 특수성을 지닌 공간에서 학부모들을 비롯한 어른들이 어른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내심 아쉬운 부분이다. 야구장 뒤편에서 몰래 흡연을 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야구장에 소주와 막걸리, 맥주 캔을 들고 와서 건배를 하는 경우도 있다. 프로야구가 진행되는 야구장에서는 진작 반입이 금지된 물품들이기도 하다. 그러는 한편, 그라운드에 대고 고성방가를 마다하지 않는 어른들도 있다. 그라운드를 교실로 여겨야 하는 학생 선수들이 과연 이 모습을 어떻게 여길지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야구장이라는 특수성, 그리고 야구를 통하여 오랜만에 동문 선/후배들을 만난다는 반가움에 가벼운 음주를 할 수는 있다. 프로야구장에서도 간단한 맥주 음주는 허용한다. 그러나 프로야구장에서도 금지되어 있는 각종 주류와 음식물 반입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각 학교 총동문회 차원에서 심각하게 논의해 봐야 할 부분이다.

그래서 제안해 본다. 이렇게 '학생선수들의 교실'과도 같은 야구장에서 음주와 흡연, 고성방가를 마다하지 않는다면, 일반 교실에서도 '똑같이 해 보시라'고 말이다. 교실에서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어른들이 꼭 야구장에만 오면 그렇게 행동하는지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현상이 야구 명문일수록 심화된다는 것 또한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서울 목동, 김현희 기자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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