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김수영 panictoy27@mhns.co.kr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일까, 실용음악과 건반을 가르치면서 음악방송 '음악잡수다' DJ를 맡고 있다

[문화뉴스] 지난 편에 이야기해보았던 '위대한 영화음악가' 대니 앨프먼에 이어 이번 회에서는 한스 짐머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아마도 현재의 4~50대의 중년들에게 '가장 유명하다고 생각되는, 혹은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음악가를 꼽아보라'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이 엔리오 모리꼬네나 존 윌리엄스를 꼽지 않을까 생각한다(-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현재의 2~30대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아마 엔리오 모리꼬네의 이름보다 한스 짐머의 이름이 더 먼저 불리지 않을까.

이 또한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나, 한스 짐머가 현재의 영화음악계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광고 음악으로 음악계에 입문한 한스 짐머. 그리고 'Video killed the radio star'

1957년 9월 12일 독일에서 태어난 한스 짐머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며 음악에 입문하게 된다. 그러나 틀에 박힌 교육에 피로감을 느낀 그는 10대 때에 영국으로 건너가 광고 음악을 하기 시작하며 영상 음악의 세계에 진입한다. 그리고 청년 시절에 겪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더욱더 음악에 몰두하게 되었다고 한다.

제일 처음 본인의 이름과 이력을 알리게 된 계기는 '버글스'라는 밴드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곡을 버글스와 함께 작업하게 되면서부터인데, 한스 짐머는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도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이 곡은 1980년대에 처음 MTV가 개국하면서 오디오 중심의 음악 시장이 뮤직비디오의 발전과 MTV의 개국으로 인해 점점 비주얼적인 요소도 마치 음악의 중요한 한 요소인 것으로 대중에게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세태를 꼬집었던 음악이다. 그러나 정작 아이러니한 것은 이 음악이 유명해진 이유 역시 뮤직비디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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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글스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 뮤직비디오

▶ 지금의 한스 짐머를 있게 해준 스탠리 마이어스와의 만남과 영화 '레인 맨'.

버글스와의 작업과 영국에서 이루어졌던 광고 음악 작업, 그러면서 만나게 된 스탠리 마이어스라는 또 한 명의 거장 영화음악가를 만나 협업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영화음악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 그는 스탠리 마이어스와 함께 런던에 스튜디오를 차리고 함께 여러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1987년에 본격적으로 그는 그의 나이 서른에 스탠리 마이어스로부터 독립하게 되는데, 이 해에 제작되었던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 1987)라는 영화음악 작업에 참여하게 되지만, 이때의 그의 역할은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음악 감독의 밑에서 함께 작업한 동료로서의 참여였을 뿐이었다.

이 영화음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9개 부문을 수상했지만 결국 상을 받은 사람은 류이치 사카모토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때의 '마지막 황제' 작업으로 인해 실력을 인정받은 그에게 영화 '레인맨'(Rain Man, 1988)의 영화음악 작업 의뢰가 들어오게 되면서 한스 짐머는 이때부터 영화음악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게 된다.

이 영화는 비록 어느 시상식에서도 음악상은 받지 못했지만 제3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 수상, 제6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작품상 수상, 제4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그 당시의 영화계에서 예술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이기도 했다. '레인맨'의 성공으로 인해 한스 짐머의 영화음악가로서의 실력 또한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게 된다.

▲ 영화 '레인맨'의 메인 테마

▶ 중후한 카리스마를 연상케 하는 한스 짐머의 음악들

지난 시간에 이야기했던 대니 앨프먼과 한스 짐머의 음악을 한 번 비교해보자. 대니 앨프먼의 영화음악가로서의 이미지는 열정과 패기로 가득한 젊은 청춘의 피 끓는 이미지가 강하다면(-실제 나이는 한스 짐머보다 형이지만-) 한스 짐머의 음악들은 중후한 중년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음악적 이미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영화의 영상과 음악에 매료된 사람들이 따로 OST 음반을 찾게 하는 것 역시 그의 음악이 가진 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스티나토 기법을 주로 사용하는 음악가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오스티나토 기법이란, 동일하고 일정한 선율의 패턴을 계속 반복시키는 기법으로서, 반복으로 인해 듣는 이의 귀와 머릿속에 확실히 선율이 각인될 수 있는 기법을 말한다.

   
 

영화 '레인맨' 이후 만나게 된 리들리 스콧 감독과 그의 동생 토니 스콧 감독과의 계속된 협업이 이루어지며 할리우드에서의 활동 역시 활발해지기 시작한다. 스콧 형제와의 협업들 이후 요즘은 크리스토퍼 놀런감독과의 작업으로 팀 버튼과 대니 앨프먼 콤비 같은 새로운 영화계의 '감독-음악감독' 콤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화음악에만 국한되지 않고 애니메이션과 게임 음악에도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작업했던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은 제6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았고, 라이언 킹 이외에도 '이집트 왕자', '쿵푸팬더', '엘도라도', '스피릿', '마다가스카', '월레스와 그로밋-거대토끼의 저주', '메가 마인드', '랭고' 등의 애니메이션 음악들과 론 밸프와의 협업으로 주로 이루어지는 게임 음악들은 '콜 오브 듀티-모든 워페어 2', '크라이시스 2', '어쌔신 크리드-레벨레이션', '블레스' 등이 있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한스 짐머의 영화음악들은 '진주만', '글래디에이터' ,'다크 나이트', '캐리비안의 해적', '인셉션', '인터스텔라', '파워오브원', '더 록' 등이 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메인 테마. 웅장하면서도 중후한 영화의 전반적인 이미지와 음악의 분위기가 충분히 잘 어우러지는 곡이다.

▲ '블레스' 게임음악 메이킹 영상. 인터뷰와 음악작업에 직접 참여하는 한스 짐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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