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이 프레스콜을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12월 31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식물인간이던 주인공 지훈이 16년 만에 일어나게 되고 그로 인해 학창시절의 네 절친이 한 자리에 다시 모이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이란 제목답게 '밀레니엄'을 주제로 해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시대의 유행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카세트테이프처럼 추억의 소재들이 배경을 이룬다.

16년 만에 일어난 '지훈' 역에 박동욱, 정순원, 병원장 아버지를 둔 부잣집 도련님이지만 반항아 기질을 감출 수 없는 '동우' 역에 이강우와 주민진, 가난한 편부 가정의 '명구' 역에 송광일, 이휘종, 냉정하지만 마음은 따듯한 '형석' 역에 김호진, 김선호가 출연한다.

   
 

또 '인디아 블로그', '터키 블루스' 등을 통해 남자들 간의 세밀한 감정 묘사를 잘 풀어냈던 박선희 연출이 작가로 참여한 박동욱 배우와 함께 다시 한 번 찰떡궁합을 발휘한다.

네 친구의 때론 거칠고, 때론 진한 우정을 풀어낸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은 '밀레니엄'을 소재로 한 아이템이나 남자들의 모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또 2000년과 2016년을 오가며 벌어지는 사건들 속에 재치있는 춤과 음악을 활용해 작품의 분위기를 진지함과 웃음을 넘나들게 한다.

여덟 명의 배우와 박선희 연출, 안혁원 프로듀서가 함께한 기자간담회를 살펴본다.

   
▲ 우측부터 안혁원 프로듀서, 박선희 연출, 박동욱, 주민진, 정순원, 이강우, 김호진, 송광일, 김선호, 이휘종

배우지만 이번 극본을 직접 썼다. 등장하는 에피소드나 학창 시절의 묘사가 상당히 리얼하다. 그 당시 감성이 묻어난다.

ㄴ 박동욱: 양아치였다(웃음). 사실 제 중고등학교 친구들 이야기, 배우들 이야기가 다 합쳐졌다. 만들면서 이야기하고 의견 묻고 했다. 원래 제가 쓴 대본에서 막노동 장면이 정화조 청소였는데 의견을 나누면서 63빌딩으로 바뀌고 그랬다. (사고나 복권 같은 이야기도 그런가) 물론 그런 건 아니다(웃음). 하지만 그게 무척 특별한 사건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주변 친구나 배우 중에도 오토바이 사고가 난 사람도 있고 그렇다. (친구의 여자를 뺏은 이야기도 실화인가) 그렇다. 제 이야기다. 다들 있지 않나(일동 모른 척).

   
 

작품에 나온 노래들이 정말 좋다. 선곡한 기준이 특별히 있는지.

ㄴ 박선희 연출: 작가인 박동욱 배우가 1999년, 2000년에 들었던 노래들이랑 다른 배우들이 넣었으면 좋겠다 싶은 노래가 들어갔다. 대부분 비슷한 또래라 들었던 음악들이 비슷하다.

   
 

배우들의 의견으로만 선곡된 건가.

ㄴ 박동욱: 우선, 처음 시작하는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노래방에서 많이 남자들이 많이 부르던 넥스트 노래다. 또 맨 뒤에 등장하는 '십 년의 약속'은 극단 '간다'의 민준호, 진선규 형님이 노래방만 가면 마지막에 이 노래를 늘 부르신다. 그래서 두 분 보며 제가 이 노래를 넣고 싶다고 했다. 중간의 곡들은 배우들이 하나씩 선곡했다.

   
 

'터키 블루스' 등에 비해 이번 작품은 좀 더 후련하지 않고 탁한 느낌이 든다. 어떤 의도에서 연출했는지.

ㄴ 박선희 연출: 작가가 이 글을 썼을 때 처음 의도가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하지만, 돌아갈 수 없다.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슬프기에 그걸 말하고 싶다고 했다. 과거 제 작품은 돌아갈 수 없다 해도 그리움을 남겼다면, 이번에는 차가운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 안혁원 프로듀서

'창작하는 공간' 첫 작품으로 이 대본을 선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또 극단 '간다(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작품을 많이 했었다. 자신의 새로운 극단을 만든 포부가 궁금하다.

ㄴ 안혁원 프로듀서: 회사를 만든 지는 사실 1년이 조금 넘었지만, '간다'를 맡아 일을 하다 보니 어떤 작품을 처음으로 해야 할 지 부담이 됐다. 작품도 어떤 '인연'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만들고 싶은 소재의 작품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해서 메모장에 적어둔 이야기가 있었다. 실제 제 친구가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얼마 전 떠났다. 아프다는 소식에도 바쁘다는 이유로 찾아가지 않게 되더라. '아직 죽지 않으니까' 이런 생각에. 그런데 나중에 돌이켜보니 굉장히 변할 수밖에 없는 시간을 살고 있구나 싶어서 메모장에 써둔 게 '어쩌다가 시간의 변화로 어른이 돼버린 친구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였다. 그런데 박동욱 배우가 가져온 대본이 '밀레니엄 보이스'란 이름의 초고였다. 대본이 훌륭하다고 할 순 없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한 그림과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랐고 그래서 저를 위해서 또 저를 응원하고 회사를 차릴 수 있게 힘이 된 '간다' 식구들에게 자랑스러운 작품을 만들어 선보이고 싶었다. 제 친구가 이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결국 세상을 떠났다. 그 친구에게도 자랑스러운 작품, 친구로서 미안하고 돌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 이런 것이 인연이라 생각되고 앞으로 잘 다듬고 한 번이 아닌 두 번, 세 번 올릴 수 있는 공연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만들어갈 생각이다.

   
 

우정이 소재가 되다 보니 배우들 간에 팀웍을 다질 필요가 있었을 것 같다. 에피소드 하나만 말해달라.

ㄴ 김선호: 저희가 우정을 여러 가지로 다졌는데 예를 들면 '컵차기'라는 게임이 있다. 실수하면 하나씩 벗자고 했다. 시간이 좀 지나니 모두 팬티만 입고 있더라(웃음). 더 벗을 게 없어져서 팬티를 한 단씩 접자고 했다. 결국, 마지막엔 모두 티팬티만 입은 모양이 됐다. 더 웃긴 건 그걸 여자분이 들어와서 보신 사고도 있었고, 술도 마셨다. 또 엠티로 수상 좌대에 갔다. 분명 11명이 다 잘 수 있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렇게 큰 곳은 없더라. 그래서 아침이 되니 송광일 배우가 그냥 밖에서 자고 있더라(웃음). 저흰 정말 팀웍을 많이 다졌다. 서로의 점 위치까지 안다(웃음).

   
 

식물인간과 학생을 오가는 지훈 역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ㄴ 정순원: 드라마까지 합쳐서 환자복을 세 벌째 입고 있다. 환자복에 대한 편안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16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지내다 일어났을 때는 외형적이나 내적으로나 상상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 자료를 받아 참고했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체중을 줄이는 거였다. 내 인생 최고의 다이어트를 해보자고 했다. 하루 두 끼 중 한 끼는 샐러드만 먹고,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도 해보고 해서 많이 빠졌다가 공연이 다가오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다시 먹기 시작해서 살이 좀 찌더라. 그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형석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는지.

ㄴ 김호진: 김선호 배우와 더블 캐스트인데 어릴 때의 저만 부산 사투리를 쓴다. 대본에는 그런 게 전혀 없었는데 제가 부산 출신이라 사투리를 재미 삼아 하는 것을 보고 그걸 써보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제가 한 번도 사투리를 대놓고 무대에서 써본 적이 없어 조금 부담됐지만, 주변에서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해줘서 시도하는 중이다. 공연 열흘 정도 남겨두고 그런 부분을 수정했었는데 부담도 됐지만, 재미도 있었다.

   
▲ 박동욱, 정순원 배우

극 중 네 친구처럼 어릴 적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가 있는지.

ㄴ 이강우: 중학교 때 친구들이 있다. 한 여섯 명 정도. 당구장 가고 노래방 다니며 친해진 친구들인데 아직도 연락한다. 고향이 전주인데 세 명은 대학교도 같이 서울로 올라왔었다. 그렇지만 이제 한 네 명이 결혼하고 나니 자주 보긴 힘들고 계모임 비슷한 걸 해서 1년에 두 번 정돈 보지만 어릴 적보단 멀어진 느낌은 있다. 그래도 잘 지낸다. 다들 주당이라 모이면 술 많이 마신다(웃음).

   
▲ 김선호, 김호진 배우

작품 하며 학창 시절이 많이 생각날 것 같다. 본인의 학창 시절은 어땠는지.

ㄴ 주민진: 제가 그때 중3에서 고1로 올라갈 때였다. 지누션 노래 '1999년 그날까지도' 뭐 그런 가사가 있는 노래가 있었는데 그땐 그 가사에 맞춰 실제로 춤을 추고 있었다. 친구들이랑 열두시까지 연습실에서 춤을 추던 기억이 있다. 새벽까지 춤만 췄다. 아무래도 저는 댄서로 나가볼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다(웃음). (안무도 직접 만들었다는데) 배우들이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서 전 그저 받아서 정리한 것밖에 없다(웃음).

   
▲ 주민진, 이강우 배우

팀의 막내다. 91년생인데 밀레니엄의 향수나 분위기를 공감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ㄴ 이휘종: 솔직히 제가 그때 뭘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초등학교 5, 6학년이었다. 그렇지만 극에 나오는 노래들이 한 시대를 대표한 노래들이다 보니 듣는데 거부감은 없다. (송광일: 이 친구가 그런 노래 나오는 곳 좋아한다) 요즘 그런데 많지 않나. '7080' 노래 나오는 곳들. 그래서 별로 어렵지는 않았다(웃음).

   
▲ 이휘종, 송광일 배우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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