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이닝 무실점 시즌 2승 정수민, 지난해 방출 안태경 '날아 오를 때'

▲ 부산고-경남고 라이벌 열전 당시 정수민(사진 좌)과 안태경(사진 우). 사진 촬영 당시만 해도 둘의 소속은 시카고와 텍사스였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국내 야구는 그 동안 특정 시기에 굵직한 선수들이 대거 배출되는 일을 맛보곤 했다. 황금의 92학번으로 불리는 1992년에는 당장 프로무대에서 통하는 고졸/대졸 선수들이 많이 배출됐고, 그 안에서 메이저리거(박찬호)도 나오고 일본 프로야구 진출 선수(조성민)도 나오기도 했다. 국내 18승 투수가 배출되기도 했으며, 갖은 어려움 끝에 프로 무대에 선 이도 있다. 국내 야구 역사상 1년 내에 이렇게 좋은 인재들이 대거 쏟아진 일도 드물 정도였다.

그만큼 92학번 세대들은 국내 프로야구에 끼친 영향도 컸다. 일단, 야구로 취업할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더 늘게 됐다. 바로 해외 진출이다. 박찬호 이후 미국 무대를 도전한 이들도 많았고, 일본 유학을 떠난 인재들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전면 드래프트를 앞둔 2009년에는 극대화됐지만, 한 학교에서 동시에 두 명의 선수가 미국으로 진출한 경우는 정말 드물었다. 2008년에 부산고 마운드를 양분했던 정수민(NC)과 안태경(前 롯데)이 바로 그렇게 드문 사례에 속했던 유망주들이었다.

망(望) 30에 재도약을 꿈꾸는 정수민,
일본 독립리그 진출까지 염두에 두었던 안태경
둘 다 동시에 날 수 있을까?

둘은 참으로 닮은 점이 많다. 빠른 볼의 묵직함을 바탕으로 2008 고교 무대를 휩쓸었고, 이 활약을 바탕으로 미국에 진출했기 때문이었다. 둘 모두 귀국 이후에는 현역 병사로 군 복무를 마쳤고, 복무 이후 각각 2차 신인지명 회의에 참가하여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수색대에서 군 복무를 했던 안태경, 강원도 고성 해안 부대에서 군 복무에 임했던 정수민 모두 쉽지 않은 길을 걸어 왔던 셈이었다.

바로 그 중 한 명인 정수민은 지난 18일 넥센과의 경기에서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던 최원태를 상대로 8이닝 무실점투를 펼치며 시즌 2승에 성공했다. 국내 복귀 이후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준 셈이다. 특히, 입단 이후 지난 2년간 '해외 복귀파'로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왔던 정수민의 모습을 감안해 본다면, 올해는 무엇인가 기대를 걸어 볼 만하다는 생각을 가질 법하다.

사실 정수민은 시카고 컵스 싱글 A 시절에도 10시간이 넘는 버스 이동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낸 바 있다. 그러한 만큼,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공을 던지는 본인의 장점을 잃지 않으면 선발 10승도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무실점 호투가 그에게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안태경은 94~5마일의 속구를 쉽게 던지면서 정수민 이상의 기대를 받아왔다. 다만, 날아오르려고 할 때마다 늘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으면서 본인의 진가를 드러낼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정수민에 앞서 1년 먼저 롯데에 1라운드 지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를 끝으로 소속팀을 잃어버린 결정적인 이유도 역시 부상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월 열린 일본 독립리그 트라이아웃에도 모습을 드러내면서 야구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국내 복귀를 선택한 이들 중 소속팀이 없는 이는 안태경이 유일하다. 30을 바라보는 현 시점에서 은퇴와 현역 연장 여부를 두고 고민하던 끝에 '아직은 야구가 좋다.'라는 이유로 여전히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비슷한 행보를 보여 왔지만, 올해를 앞두고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정수민과 안태경. 정수민은 시즌 2승째를 거두면서 서서히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지만, 안태경은 그러한 상황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부산고 동기가 동시에 날아 오르기를 바라는 것도 모든 야구팬들의 인지상정일 것이다.

eugenephil@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