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솔트 엔터테인먼트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2003년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최지우의 아역으로 처음 연기자 생활을 시작한 이래, 어느덧 한류를 대표하는 20대 여자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박신혜가 나오는 드라마는 무조건 흥행한다'는 공식까지 생겨나면서 박신혜는 명실상부한 20대 여자배우들 중 단연 최고위치에 올라섰다.

브라운관 뿐만 아니라 스크린에서도 박신혜는 언제나 제 몫을 다했고, 여전히 그를 찾는 관객들의 갈증은 커져만 갔다. 이러던 와중, 정지우 감독의 '침묵'을 통해 박신혜는 '형' 이후 1년 만에 복귀작을 꺼내보였다. 지난 2일 개봉하기 앞서, 필자는 10월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박신혜를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그는 오는 데 춥지 않았냐며 다정하게 안부를 건넴과 동시에 '침묵'에 대해 거리낌없이 질문해달라고 말했다. 그래서 질문 초반부터 거침없이 '침묵'에 대해 던져보았다.

※ 주의 : 해당 기사에 스포일러가 있으니 참고바랍니다.

'최희정'의 이야기가 비중에 비해 적게 나왔던 게 아쉬웠다.
└ 최희정이 구청에서 아동케어 복지 법률담당 변호사였다. 극 중에 희정이가 가구 조사하러 다니면서 아이들을 조사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완성본에서는 빠져서 그 부분이 아쉬웠다.

▲ 영화 '침묵' 스틸컷

그리고 희정과 '미라'가 과외선생-제자 관계라는 설명도 후에 보도자료를 통해 알았다.
└ '임태산'이 미라가 변호사 접견을 계속 거부하게 되면서 찾게 된 방법이 희정이었다. 이 또한 초반 설정에 반영되어 있었으나, 촬영하면서 생략되었다. 그리고 희정과 '동성식' 검사와의 관계도 유추해나가는 것으로 포함되었다.

그리고 '침묵' 내 여러 가지 인물들이 강한 개성이 드러나는 반면에, 희정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하게 드러난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 이 영화를 보는 분들이 "왜 박신혜가 적게 나오지?"라고 여길 수 있지만, 임태산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라서 당연하다. 희정이 주인공이었다면 당연히 존재감이 강하게 드러났을 것이다.

극 중에서 희정이 임태산의 눈을 제대로 쳐다본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추악한 모습을 보고 '저 사람에게 질 수 없다'며 USB 증거 제출 시에 처음으로 그를 똑바로 봤다. 그런 부분들이 희정이가 기죽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편집된 부분들이 있어 아쉬운 건 있다. 하지만 흐름상 임태산이라는 모든 것을 가진 남자가 잃었을 때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줘야하는 감독님의 연출 의도도 있었다. 작품을 전체로 놓고 봤을 때는 희정이는 한 사건으로서 역할을 담당했다.

그리고 처음과 마지막의 화자 시점에서 보는 게 희정의 시점으로 보는 게 많았기에 가장 쉽게 대입해서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 부분이 강조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일 뿐, 분량 욕심이나 누군가를 현실 대변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

▲ ⓒ 솔트 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최희정을 통해 신념 있게 표현하는 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아쉬움은 없었는지?
└ 희정이가 조금 더 움직였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희정이가 절차와 신념을 철저하게 따지는 사람이었다면, 사고를 내면서까지 동영상이 담긴 그 하드웨어를 몽땅 들고 왔을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그리고 연기하기 어렵다기보단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희정이 증거자료들을 모으면서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오히려 상황이 닥쳤을 때 그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는 부분이 더 어려웠다. 쉽지 않았지만, 그로 인해 관객을 속이는 데 오히려 성공하지 않을까 싶었다.

희정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았음에도 이 영화를 선택한 건 어떤 이유였는가?
└ 앞서 관객들이 감정 이입해서 보기 쉬운 게 희정이라고 말했다. 영화의 주인공은 임태산이지만 화자는 희정이라고 느꼈다. 그러한 희정이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다. 마치 한 발만 들여놓고 나머지 한 발은 멀찌감치 다른 데 두는 느낌이었달까?

전체 내용을 다 알고 나니까, 희정이를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고민됐다. 극적 반전이 있다는 것을 다 알아버렸기에 '이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나?', '희정이가 좀 더 고민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과연 관객들을 속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 자신도 믿어버림으로써 관객들을 속을 수 있을까?' 등의 고민을 했었다.

▲ 영화 '침묵' 스틸컷

이번 영화를 보면 희정이 '무색무취'였지 않았나 하는 반응도 있었다. 그래서 개성이 좀 더 드러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워낙 개성이 강한 분들이 많기에, 나까지 강하게 드러내면 영화를 보기에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이 이야기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멀쩡한 사람은 누가 있을까 생각해봤다. 그래서 희정이까지 개성이 강해지면 '침묵'은 중심을 잃을 것 같다.

희정을 극대화해보고 싶었던 욕심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을 봤을 때 단단하게 뭉쳐져서 무색무취로 묻힐 수 있으나 유동적으로 흘러가면서 점점 바뀌는 것 또한 희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있어서 희정이가 극대화되면 보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다른 인물들이 관객들의 숨을 조여오고 너무 개성 강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동성식이나 '김동명', 임미라, 그리고 임태산까지 모두 강했다. 관객들이 감당해야 할 인물들이 많기 때문에 희정이는 그 사이에서 간을 맞춰주는 인물인 게 낫지 않았을까? (웃음)

'화자'를 상당히 중시하는 것을 봤을 때, 돋보이는 것보단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상대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걸 선호하는 것 같다.
└ 왜냐하면, 그게 '일상적'이기 때문이다. 연기는 일상적이 되고 싶다. 작품을 할 때 나 자신이 튀는 것보단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걸 좋아한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 주위에 있을 것 같은 것 말이다. 이런 연기를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도 이들이 내 옆에 있을 것만 같고, 실제로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질리지도 않는다.

'생각해보니 저런 사람도 있을 것 같다'는 하나의 유형의 사람이 아닌, 여러 유형에 있을 법한 사람들을 했을 때, 배우라는 직업이 대중이 가장 공감하고 이해하고 그들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보여야 하는 이유일 수도 있고, 조금은 밋밋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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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내 연기보다 다른 사람과의 호흡이 좀 더 중요시하다고 생각하는가?
└ 그 정도까진 아니다. (웃음) 내가 리액션 부자도 아니고, 최민식 선배님처럼 엄청나게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최민식 선배님하고 했을 때, 선배님이 나를 감싸 안아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선배님이 현장 전체를 "연기는 이게 답이다"가 아닌, 그 배우들이 1에서 100까지 길을 열어주고, 감싸 안으셨다. 기로 누르는 게 아닌, 나를 잡아 역할 속으로 끌어당기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나한테는 아직 그런 기가 없다. (웃음)

그런 기를 받으면 어떤 느낌인가? (웃음)
└ 심장이 쫀득거린다. (웃음) 그 기운을 받아 연기할 때, 감독님 오케이 사인을 들으면 왠지 모르게 짜릿했다.

[문화 人] '침묵' 박신혜 "SBS '사랑의 온도' 같은 사랑연기 해보고 싶다" ②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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