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인소셜유니온 하장호 위원장 ⓒ 문화뉴스 MHN 권혁재 기자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예술인복지법' 시행 5년, 이제 근본적으로 바뀔 때가 되었다."

지난 15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산하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하 재단)이 진행한 '2017년 창작준비금 지원 사업 3차' 모집 과정에서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는 등 지원의 차질이 생겨 예술인들의 반발이 일어났다.

18일 오후 예술인소셜유니온(위원장 하장호, 이하 유니온)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줄 세우는 것은 지원도, 복지도 될 수 없다'라는 제목의 비판 성명을 냈다. 유니온은 "우리는 지난 9월 15일 하루 동안 있었던 예술인복지재단의 제3차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을 '사태'라 부른다. 이는 그동안 미덥지 못했던 예술인복지정책의 민낯이 드러난 참상과 더불어 이 과정에서 예술인들이 겪어야 했을 수치와 분노, 그런데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예술인복지 행정의 한심스러움을 한데 일컫는 말이다"라고 성명을 시작했다.

2015년 5월 1일,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 권익 향상을 위해 공식 출범한 유니온은 "4,000명 대상으로 300만원씩 정액으로 지급하는 '창작준비금' 사업은, 말 그대로 창작 활동을 하는 예술인들이 생활고 등 외적인 이유로 창작 활동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없게 하려고 지원하는 제도다"라면서, "이 제도는 기존 예술인 긴급복지 지원사업이 심사인력 및 전문성 부족 등의 사유로 예술인들의 반발을 사자 제도를 변경하여 2015년부터 창작준비금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변경 시행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유니온 측은 "2017년에는 1차로 2월 28일 공고, 3월 6일부터 15일까지 접수하여 5월에 지원하였고, 2차로 5월 22일 공고, 5월 25일부터 30일까지 접수하여 8월에 지원하였다"라면서, "1차에 1,930명 57억 9천만원, 2차에 1,377명 41억 3천1백만원의 규모였다. 선정자가 1천명에서 2천명에 이른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사업에 대한 예술인들의 관심이 높고 신청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1차엔 10일, 2차엔 6일 동안 접수를 받았고 2개월에서 3개월의 심사 기간이 걸렸다"라고 전했다.

이어 유니온은 "지난 9월 11일 공고한 3차 지원사업은 올해 마지막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으로 누가 보더라도 지원자가 몰릴 상황이었다"라면서, "예술인복지재단은 공고를 통해서 693명만을 지원하며(이는 1차에 비해 1/3, 2차에 비해 1/2도 되지 않는 수다) '선착순'으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접수도 단 하루 9월 1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즉 7시간에 불과했다. 당연히 과부하가 예상될 수밖에 없었다. 15일 당일 시스템 복구 후에 공지한 접수인원은 656명이었으며 16일 최종 공고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1,139명이 접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인복지재단은 이들을 접수 순서대로 심사해 대상을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라고 이야기했다.

"일련의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은, 왜 단 하루만 접수를 받았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접수 순서대로 선정한다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라고 언급한 유니온은 "2016년의 경우에도 4차 공고시에 약 350명에 대해 선착순으로 마감한다고 밝혔고, 접수 당일인 11월 1일에 종료된 바 있다. 아마 작년에도 그렇게 했으니 올해도 똑같이 시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종료시점을 하루로 한정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하루였다 해도 접수 기간을 단 하루만 한정하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큰 차이가 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 예술인소셜유니온 로고

이어 "또한, 선착순이라는 기준 역시 작년에도 명시되어 있던 기준"이라면서, "2016년에는 "선착순 약 350명 도달 시 신청접수가 마감"된다고 밝혔으나 2017년에는 "지원 인원 초과 시 최종 제출 접수순으로 선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6년에는 접수를 마감한다고 했지만 2017년에는 선정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다. 이는 다른 이야기다. 누구도 접수를 선착순으로 마감하는 것은 납득할 수 있어도 선정을 선착순으로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공정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마도 예술인복지재단의 입장에서는 작년과 같이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는 왜 이렇게 문제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언급한 유니온은 "슬프게도 이것이 현재 예술인복지정책의 한계다. 한정된 재원으로 모든 예술인에게 충분한 복지를 제공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선정되고 지원되는 기준만은 납득 가능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창작준비금 신청에 떨어진 예술인들은 '적어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지원이 되었다'는 믿음이 생겨야 한다. 하지만 선착순으로 선정한다는 기준 자체는 이런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허물었다"라고 평했다.

"복지가, 창작준비금이라는 지원이 명절 KTX 기차표 예매와 같은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라면서, "이것을 복지나 지원이라고 할 수 있는가. 오히려 적선이라고 봐야 한다. 미안하지만 예술인은 복지기관에서 나눠주는 저녁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아니며, 나아가 국가의 재정이 그렇게 분배되어서는 안 된다. 복지나 지원은 낙인찍기가 아니다. 애초 창작지원금의 목적처럼 생활고 때문에 창작활동에 영향을 받는 예술인들의 지속적인 창작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재원이 공정하게 분배되어야 한다"라고 유니온은 언급했다.

유니온은 "그동안 2달 가까이 걸린 심사과정이 고작 선착순의 순번을 매기는 과정에 불과했다면, 구태여 이런 복잡한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라며, "오히려 상시접수로 해서 최소 기준에 충족되는 이들에게 재원이 소진될 때까지 나눠주면 된다. 분기별 구분이 필요하다면 4차에 걸쳐 순차적으로 분배하던지, 아니면 각종 공모사업이 중단되는 12월에서 3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분배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줄세우기 복지'에 불과하고, 9월 15일 하루 동안 벌어진 사태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는 하루 접수에 선착순 선정이라는 기준 때문에 예술인들이 3~4시간 동안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모멸감을 느꼈다"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유니온은 "이번 사태가 역설적으로 블랙리스트 이후 한국 문화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 평가한다"라면서, "지원하는 기구에 맞춰 시행되는 문화정책이 아니라 예술인 당사자에 맞춰 문화정책이 새롭게 구축되어야 한다. 차제에 기존 지원제도 특히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시행하는 사업들의 지원조건과 운영방식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예술인들에게 복지를 미끼로 더 이상 수치심을 강요하지 말라. 예술인들이 창작을 하는 것은, 통상의 노동과 마찬가지로 존엄성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급한 사과로 이번 사태를 눙치고 넘어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예술인복지법' 시행 5년, 이제 근본적으로 바뀔 때가 되었다"라고 성명을 마무리했다.

▲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한편, 18일 재단은 "지난 9월 15일 창작준비금 3차 접수 관련, 홈페이지 서버 다운으로 인해 예술인
여러분께 크나큰 좌절과 실망을 안겨드렸다"라면서, "현재 재단은 외부 기관의 서버를 대여해서 홈페이지(예술인 경력 정보시스템)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창작준비금 지원 사업 3차를 염두에 두고, 서버 단독 분리 운영 및 기존의 2배 이상으로 증설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1천여 명 이상이 접속하다 보니 시스템 과부하로 다운에 이르게 됐다"라며 '예술인분들께 드리는 반성과 다짐의 말씀'이라는 이름의 사과문을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다.

재단 측은 "올해 마지막 지원이니만큼 신청자가 많을 것을 예상했음에도, 원활치 못한 시스템으로 인해 예술인분들께 실망감을 안겨 드린 점 정말 죄송하다"라면서, "무엇보다 온종일 아무것도 못한 채 오직 홈페이지 접속만을 바라봤을 예술인 여러분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저희 재단 직원 모두 통절하게 반성하고 아울러 이번 일을 계기로 내년 창작준비금 신청 때에는 시스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지원 제도 등을 개선해 두 번 다시 동일한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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