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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人] '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 "윤제균 감독이 인정한 나의 코미디" ① 에서 이어집니다.

이번 영화에 출연한 당신의 남편 한 장준환 감독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최근 장 감독이 많은 영화를 찍지 못했는데, 경제적 문제는 특별히 없었나?
└ 그런 이유로 결혼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웃음) 한 번도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었다. '화이'를 완성하기까지 오래 걸리긴 했지만, '화이' 이후엔 예상보다 빨리 진행하고 있다. 현재 준비 중인 '1987'도 빨리 촬영하고 있다. 평소 바이오리듬 자체가 느리지만, 상대적으로 빨리 내고 있다.

그렇다면 문소리는 평소 어떤가?
└ 남편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르다. 예를 들어, 이삿짐을 나르면, 내가 박스 5개 나를 동안에 감독님은 책 2권을 꺼내고 있다. 하지만 숨겨진 돈이나 잊었던 무언가를 발견하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리듬이 다르지만 내가 갖지 못한 장점이 있다. 그런 사람인지 진작 알았고,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살다보면 서로가 완화되는 부분도 있지 않은가?
└ 일정 부분은 바뀌기도 하지만, 본성이 바뀌진 않더라. (웃음) 각자 잘하는 건 각자가 알아서 하게 된다. 그리고 같이 사는 시간이 많지 않은 것도 있다. 남편은 나보다 신중한 면이 있고, 자기와 다른 점을 보면서 모자란 점을 생각하게 된다. 반대로 남편이 나를 보면서 다른 점을 느끼기도 하더라.

▲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스틸컷

서로 부를 때 호칭은?
└ 상황에 따라 다른데, 습관적으로 '감독님'이라 부른다. 감독님이라고 부르니까 현장 같아서 싫어하더라. (웃음) 과거에 연애할 때 "한 번만 '오빠'라고 불러주면 안 되냐"고 하길래, 어색해서 못하겠다고 했다.

'감독'이라는 호칭이 대단히 높은 사람이라는 의미가 들어가 있는데 (웃음)
└ 나뿐만 아니라 내 어머니도 '장 코치'라고 부르신다. (웃음) 나중에 환갑이 넘어가게 되면, 한 번 '오빠'라고 불러줄까 생각 중이다.

듣자하니, '우리 생애 행복한 순간'에 대해 남다른 애착이 있다는 걸 들었다.
└ 핸드볼 경기를 보고 있으면 가만히 앉아서 보질 못하겠다. 가끔 응원하다가 나도 모르게 짐승 같은 소리를 내서 옆에 있던 남편이 놀랜다. 작년 리우 올림픽 때, 오영란 선수가 뛰는 경기를 보는데, 임순례 감독님과 서로 문자 보내면서 경기 봤냐고 했다. 옛날에 친하던 이들이라 남 일 같지 않더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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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여성영화가 많이 없다는 말을 이전에도 줄곧 해왔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지?
└ 개인적으로는 오늘날이, 내가 영화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던 2000년대 초반보다 다양함이 많이 떨어졌다고 본다. 당시에는 저예산 영화와 블록버스터 영화 사이의 중간급 규모의 작품들도 많이 만들어졌었는데, 그때부터 점차 줄어들었다.

국내 영화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요소지만, 부수적으로 이런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에 있어서 왜 그러냐고 내가 뭐라고 말할 처지는 아니다. 10년 넘게 이 분야에 일을 해왔으면, 나의 책임도 일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작이었던 '관능의 법칙'의 경우, 여성이 주인공이라 여성영화들이 잘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졌는데, 잘 안 되어 자책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세월이 쌓이고 쌓여 이번 영화도 개봉하게 되었다.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을 때 이런 걸 말하는 용기가 대단하다.
└ 나는 나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편이다. 누군가가 사적인 생활을 SNS 등에 올리는 것을 보면 매우 용기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를 '1인 기업'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영화산업 자체가 배우의 직장이라고 이창동 감독님께 배워왔다. 이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발전되고 건강해져야 나 자신도 혜택을 보는 것이기에 그런 생각에서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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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더라도, 의도와 상관없이 자신에게 피해오는 경우도 있을 텐데?
└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무서워서 가만히 있으면 손가락 빨고 있어야지 않을까? 몸이 고되더라도 의미를 잃어버렸을 때가 가장 고통스럽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의미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나 싶다. 이리저리 말이 오가는 게 신경 쓰일 때도 있겠지만.

이전에 '배우는 뜨거운 마음을 가져야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 서늘하고 차가운 기질을 가진 이들도 있는데, 내가 썩 재밌어하지 않았다. 보는 이들의 선호도나 취향이 각각 다르겠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차갑거나 서늘하면 사람을 이해하는 데 100% 이해 못 하거나, 안다고 감히 자신할 수 없다. 이럴 때, 연기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랑하는 것이다.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한다면 받아들여지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사람뿐만 아니라 동·식물에서도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전하는 목적은 창작자에게도 적용되기에 목적을 전달하려면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창작자에 따라 표현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그 깊숙한 곳에는 그런 마음이 깔려있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 영화를 꼽으라고 하면 그런 류였던 것 같다.

▲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스틸컷

영화를 연출하게 된 이유가 "영화를 사랑해서"라고 밝힌 적 있어서 질문해본다. 이제는 영화를 더 사랑하게 되었는지?
└ 이제는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웃음) 처음에 데뷔하고 대여섯 작품을 찍을 때만 하더라도 '그 다음엔 뭘 하지?' 계속 생각했는데, 지금은 '죽으나 사나 영화만 해야겠구나' 하고 있다.

중간에 영화 보기 싫어졌을 때도 있었다. 영화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영화를 보는 게 싫어지고 보고 싶은 영화가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보는 영화 수도 매우 늘어났다. 관객으로서도 영화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요즘 즐겨보는 영화는 있나?
└ 가리지 않고 보는데, 공포나 스릴러, 액션을 즐기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무서울 것 같아 보였는지 스릴러 영화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온다. 극 중에서 언급되었던 '정육점 여자' 역보다 더 센 것도 있다. 아직 마음에 드는 걸 못 만났지만, 제대로 된 공포·스릴러가 오길 계속 기다리고 있다. (웃음)

영화제 심사위원도 맡았으니 영화를 꽤나 많이 봤을 텐데, 영향을 많이 끼치는 게 있는지?
└ 다른 영화들을 보고 오면 한국영화들이 비슷해 보일까 할 때도 있고, 똑같은 영화를 보고도 사람이나 문화권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를 보면서 느끼는 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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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만들 때마다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한 적 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특별히 있었다기보단, 많은 창작자나 예술가들은 각자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목숨 걸고 구현해내고 싶은 의지나 욕망으로 해내려는 것 같다. 그 아름다움에 대해 남들이 뭐라 하는 간에, 그런 이들을 향한 존경심이 매우 컸다.

처음 연출하면서 어떤 아름다움을 추구한 게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있다고 한다면, 사람에 대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오로지 영화만 외쳤는데 알고 보니 중요한 게 사람이었고, 영화도 사람 때문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연출 계획은?
└ 현재로선 더 안 하고 싶은 게 진심이다. 예전에 영화감독과 결혼하지 않겠다는 것도 진심이었는데 이럴 줄은 몰랐으니,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웃음)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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