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석, 난도 높은 배역도 완벽 소화
유선, 지루해질 수 있는 소재 속 '감초'
4월 2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사진 =쇼앤텔플레이, 수컴퍼니 제공 / [리뷰] 연극 '러브레터', 정보석을 '위한' 정보석에 '의한' 연극...시각소재 연출 부재 아쉬워
사진 =쇼앤텔플레이, 수컴퍼니 제공 / [리뷰] 연극 '러브레터', 정보석을 '위한' 정보석에 '의한' 연극...시각소재 연출 부재 아쉬워

[문화뉴스 이준 기자] AI(인공지능) 세상이 도래하자 모든 것이 편리해지며, 불편한 것은 사라졌다. 편안함 속에 우리는 불편함을 추구하고 결국 '인간성'의 필요성을 깨닫는다. 지구 반대편 사람에게도 1초만에 말을 전할 수 있는 21세기에 편지가 남아있는 것은 사회가 아날로그 속의 온정을 갈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편지의 가장 큰 장점은 내 마음을 정제된 상태로 적어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글자로는 필자의 표정을 확인할 수 없어 의견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다. 연극 '러브레터'에는 양날의 검을 지닌 편지로 인해 희노애락(喜怒哀樂)을 겪는 두 사람이 있다. 

사진 = 쇼앤텔플레이, 수컴퍼니 제공 / [리뷰] '연극 러브레터', 정보석을 '위한' 정보석에 '의한' 연극...시각소재 연출 부재 아쉬워
사진 = 쇼앤텔플레이, 수컴퍼니 제공 / [리뷰] '연극 러브레터', 정보석을 '위한' 정보석에 '의한' 연극...시각소재 연출 부재 아쉬워

앤디 정보석, "내 모든 사랑을 담아, 앤디"

글을 사랑하는 앤디는 7살 때 멜리사를 만나 쪽지를 주고받으며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서로 인생사 때문에 멀어진 그들은 편지에 의존하게 되며 서로의 마음을 전한다. 그러나 엇갈리는 진심 속에 그들은 결국 다른 길을 걷게 된다.

배우 정보석은 나이에 맞지 않게 유치한 그는 자상하고, 다정해 미워하려고 해도 미워할 수 없는 MBC '지붕뚫고 하이킥' 속 정보석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는 같은해 SBS '자이언트' 속 악역 조필연으로 많은 배우들이 실패한 이미지 변신을 성공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정보석은 7살의 어리숙한 모습 연기와 60대의 노련한 연기 등을 아우르는 난도 높은 앤디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또한, 연극 '러브레터'는 그를 위한 연극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찰떡이었다. 멜리사와 다르게 차분하며 책임감 강하고 다정한 앤디는 복지재단 이사장이며 사랑꾼인 현실 정보석 이미지와 유사했으며,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앤디는 첫사랑과 결혼에 골인한 그의 이야기와 일치했다.

사진 = 쇼앤텔플레이, 수컴퍼니 제공 / [리뷰] 연극 '러브레터', 정보석을 '위한' 정보석에 '의한' 연극...시각소재 연출 부재 아쉬워
사진 = 쇼앤텔플레이, 수컴퍼니 제공 / [리뷰] 연극 '러브레터', 정보석을 '위한' 정보석에 '의한' 연극...시각소재 연출 부재 아쉬워

멜리사 유선, "넌 내가 단 한 조각도 잃어버리지 않고 남겨둔 모든 거야"

멜리사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한평생 금전 걱정하지 않고 살아왔으나, 화목한 것과 거리가 먼 가정사로 평생 누군가의 사랑을 갈구하며 살아간다. 그녀는 글을 사랑하는 앤디와는 다르게 즉각적인 반응을 들을 수 있는 전화를 더 선호한다.

연극 '러브레터'의 소재는 배우 간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연극과는 다르게 100분간 '리딩'에 가까운 연기를 펼쳐야해 자칫하면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30년 경력 배우인 유선의 익살스러우면서 철없는 멜리사 연기는 연극을 안정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게 도와줬다.

사진 = 쇼앤텔플레이, 수컴퍼니 제공 / [리뷰] 연극 '러브레터', 정보석을 '위한' 정보석에 '의한' 연극...시각소재 연출 부재 아쉬워
사진 = 쇼앤텔플레이, 수컴퍼니 제공 / [리뷰] 연극 '러브레터', 정보석을 '위한' 정보석에 '의한' 연극...시각소재 연출 부재 아쉬워

뛰어난 연기력 못 받쳐주는 연출...디테일에 신경썼으면 어땠을까?

약 50년간의 이야기가 연극 안에서 이뤄지다보니 생기게 되는 문제점들은 다양하다. 설명 없이 시작되는 연극 속 평균 나이 50이 넘는 배우들의 어린이 연기는 연극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관객으로 하여금 당황스럽게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또한, 복장과 같은 경우에는 배우가 연기하는 대상의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연극 속 주인공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이를 먹어간다. 그에 비해 바뀌는 것은 자켓과 모자 정도 뿐. 시청각으로 이루어진 연극에서 청각에만 의존하여 배경을 이해해야한다는 점은 아쉽다.

연극 속 멜리사는 삶의 굴곡을 겪고난 후 망가져, 결국 앤디를 보는 것조차 싫어할 정도로 자신의 모습을 창피해한다. 그러나 크게 바뀐 점 없는 유선의 모습은 몰입을 방해하기 충분했다. 

아울러 중간중간에 나오는 멜리사의 장난스러운 몸짓과 유치한 말장난 같은 대사는 분위기 전환에 큰 도움을 주었으나, 웃음 포인트를 정해놓은 느낌을 지울 수 없어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사진 = 연극 러브레터 예고편 캡쳐 / [리뷰] '연극 러브레터', 정보석을 '위한' 정보석에 '의한' 연극...시각소재 연출 부재 아쉬워
사진 = 연극 러브레터 예고편 캡쳐 / [리뷰] '연극 러브레터', 정보석을 '위한' 정보석에 '의한' 연극...시각소재 연출 부재 아쉬워

연인, 소꿉친구와 보면 좋아...다양한 수상경력, 실패없는 선택이 될 수 있어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연극 러브레터는 이 소재를 다루고 있어, 연인과 함께 본다면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과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또한, 오래된 소꿉친구랑 본다면 새로운 감정을 싹트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  

연극 '러브레터'는 미국 드라마 데스크상 4회 수상, 루실 로텔상 2회 수상, 퓰리처상 2회 노미네이트 등 화려한 입상 경력을 가지며 1988년 초연 이후 톰 행크스, 멜 깁슨, 브룩 쉴즈 등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이 출연했으며, 현재까지도 30개 언어로 번역돼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작품이다. 실패없는 연극을 찾는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한편, '러브레터'는 오는 2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관람할 수 있다. 오는 19일은 멜리사를 맡은 배우 하희라의 배우자인 배우 최수종이 방문해 관객들에게 선물을 나눠준다고 한다.

문화뉴스 / 이준 기자 press@mhns.co.kr

[사진 = 쇼앤텔플레이, 수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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