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그가 처음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던 것은 배우가 아니라 아이돌 그룹 가수였다. 하지만 대중들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음악이 아닌 연기 때문이었다. 2012년 1월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첫 연기 경력이었음에도 그는 안정적인 연기력과 잘생긴 외모로 단번에 주목받았다. 후에 시청자들은 그가 가수였다는 사실에 더 충격을 받았다.

'해를 품은 달'을 시작으로 '적도의 남자', 그리고 '미생'을 거쳐 안방극장을 점령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발판삼아 충무로까지 진출했다. 첫 출연작인 '변호인'에서 선보인 고문당하는 연기는 모두를 놀라게 했고, 이를 계기로 임시완은 더 이상 '잘생긴 연기돌'이 아닌 '배우'로 각인될 수 있었다.

어느덧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을 포함하여 4편의 영화에 출연한 임시완. 정상급 배우들도 쉽게 누리지 못한 제70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하는 행운까지 왔다. 5월 중순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던 그는, 7월 방영 예정인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을 인터뷰하러 온 기자들에게 한 명 한 명 손수 귤을 나눠주며 대접하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주변 지인들의 '불한당'에 대한 반응은 어떠했나?
└ 잘 봤다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색다르고 뛰어나다"며 호평해준 그들의 반응 때문에 내가 더 놀랐다.

그렇다면, 임시완 본인이 보았을 때 '불한당'은 어떤 느낌이었는지?
└ 어떤 부분이 특별하다고 정확하게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영화를 보았을 때 뭔가 색다르고 세련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다음에도 이 영화를 계속 보고 싶고 찾아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말해, '불한당'에 캐스팅 되었을 때는 어떤 장르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내가 출연을 하지 않았더라도 나중에 꼭 찾아볼 재밌는 영화'라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다. 촬영을 끝낸 후인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나중에도 다시 보게 될 것 같은 영화', '술친구 같은 영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 '불한당'이라는 영화가 기술 부분에서도 뛰어나다는 점은 나중에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어떤 부분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건지?
└ 과거에 출연했던 '변호인'과 비교해보자면, '변호인'은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부터 무거운 영화인 데다가, '변호인'에 출연하시는 선배님들의 연기가 나에게 있어서 굉장히 신기하면서 한편으로 수준높은 고차원 연기였기에 이를 되새김하고자 하는 의도로 자주 봤었다. 하지만 '변호인'과 달리 '불한당'은 목적 자체가 아예 달랐다. '불한당'은 '순수하게 재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청소년관람불가 판정 받은 게 아쉽지 않은지?
└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장르가 장르인지라, 너무 많이 바라면 안 될 것 같다.

'불한당'의 줄거리가 기존에 선보였던 다른 범죄 영화들과 대체적으로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어떻게 풀어나갈 지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는지?
└ 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감독님께 "나는 이 영화가 상영되면 무조건 보겠지만, 대중들에게 '불한당'에 대해 설명하거나 어필할 때 어떤 면에서 다른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영화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렇다고 비슷한 소재와 장치, 줄거리를 가진 영화가 나와선 안 된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작품을 선택할 때, 굳이 메시지를 꼭 담을 필요도 없고 '재밌다'고 느껴지기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불한당'도 그런 이유로 출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스틸컷

'불한당'이 초반부는 다른 영화들과 비슷했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 '오랜만에 느와르 영화를 봤다'는 반응이 많았다.
└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그동안 감독님의 진가를 너무 몰랐나, 혹은 잘못 생각했나 싶었다. 나만 모르고 있었나 생각했다. (웃음)

'현수'를 연기하기 전에 스스로 설정을 하고 촬영에 들어간 건 있는지?
└ 대본을 읽고 스스로 '현수'라는 인물을 정의하면서, 이 인물은 후반에 치닫기 때문에 극적으로 치닫기 위해서는 애초부터 어두운 부분을 갖고 있어야겠다고 결정하고 감독님과 미팅을 했다. 그런데 감독님은 내 생각과 달리 오히려 뒤틀어서 초반에 가볍고 재기발랄하게 가자고 말씀하셨고, 결국 '현수'가 어떤 극적인 상황을 겪으면서 변해가는 설정을 하게 되었다.

임시완은 칭찬받는 걸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감독님이 칭찬 많이 해주셨는지?
└ 감독님과 어느 순간부터 나의 연기에 대해 대화를 하지 않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서로에 대한 확신이 작용했다고 생각했다. 그것 또한 새로운 경험이었고, 여태껏 작품 활동하면서 이번이 가장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았다. 굳이 대화가 많이 필요하지 않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이게 어떻게 보면 감독님의 또 다른 칭찬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혼자 연구하고 연기했다는 건데, 연기하던 도중 막혔을 때는 어떻게 했나?
└ 대본 자체가 큰 막힘이 없었다. '현수'가 복합적인 상황은 겪고 있지만, 복합적인 감정은 없었다고 생각했다. '현수'는 마치 한 대 맞으면 곧바로 반응하고, 상대방을 더 세게 가격하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예를 들어, 교도소에서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수'가 즉각적인 반응을 봤듯이, 자극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해서 오히려 방향을 잡는 데 명쾌했다.

'현수'의 머리 색깔이 '재호'에게 접근하기 이전에는 금발이었는데, 이 설정은 누구 아이디어였나?
└ 감독님의 아이디어였다. 그 당시 '현수'가 껄렁껄렁하게 다녔던 것도 이미 그때부터 다른 조직에서 언더커버 임무 수행을 하고 있던 설정이었다. 그래서 '병갑'이가 '재호'에게 '현수'를 다른 조직에 있던 걸 봤다고 말하면서, '현수'는 그때부터 이미 언더커버였다는 게 '재호'에게 들켰던 셈이다.

'불한당'에 먼저 섭외되고 나서 설경구가 섭외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 특정 누군가와 함께 작품을 하고 싶었던 건 딱히 없었다. 하지만 설경구 선배님과 같이 좋은 선배님과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설렘이 컸다.

▲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스틸컷

설경구가 말하길, 버림받았던 '현수'에게 '재호'가 이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물어보던 씬에서 가짜라고 의도하고 연기했다고 밝혔는데 임시완의 생각을 듣고 싶다.
└ 나는 진짜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는데, 선배님이 거짓말이라고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사람의 해석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자체가 나에겐 무척이나 재밌었다. 그것만은 진실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마저 진실이 아니었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런 상황조차도 말이 된다는 게 신기했다. 내가 해석한 방향이나 선배님 식대로 해석하고 연기를 의도한 방향이나, 둘 다 맞는 말이었기에 '불한당'의 재미를 더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기자회견 당시, 감독님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멜로영화같이 찍었다고 발언했는데,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 촬영 당시에는 브로맨스를 그렇게 강조하면서 말하지 않으셨는데, 기자회견에서 감독님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생각하셨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차라리 그러한 사실을 몰랐더라면 더 나았을 것이다. (웃음)

극 중 대사에서 '재호'가 '현수'에게 "예쁘장하게 생겼다"고 말한 것 또한 브로맨스를 유도했다고 설경구가 알려줬는데, 이건 알고 있었나?
└ 그것도 유도했던 대사였다니! '예쁘장하게 생겼다'라는 대사의 의미가 곱상하게 생긴 '현수' 생김새를 넘어 브로맨스 이상을 유도한 거였는지도 전혀 몰랐다. 몸수색하는 씬을 찍고 나서 가진 술자리에서 "예쁘장하게 생겼다"라는 대사가 촬영 당시 나왔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촬영 당시, 나는 '재호'에게 민낯까지 모두 다 공개했는데 왜 나를 못 믿는 것에 대한 배신과 증오, 야속함에 집중하고 연기했다. 그런데, 선배님의 연기가 애초부터 그런 의도가 있었다는 걸 들으니 놀랍다.

 

영화 또한 그렇게 의도한 것처럼 나왔는데, 혼자만 몰랐던 것 아닌지?
└ 나만 몰랐나보다. (웃음)

설경구는 "액션은 임시완이 훨씬 더 고생했다"고 말했다.
└ 나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분과 스태프분들이 고생했다. 다만, 분량으로만 따지면 상대적으로 내가 더 많았을 뿐이다. 선배님이 고생했다고 말씀하신 게 아마 내가 2m 넘게 나가떨어지는 것 때문에 언급하신 것 같다.

그 씬을 선배님과 모니터링 했을 때, 내가 순식간에 화면 밖으로 사라진 것을 보고 선배님은 내가 당연히 와이어를 달아놓은 줄 아셨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와이어 없이 촬영했다. 체격 차이가 많이 났기에, 세게 차지 않아도 멀리 날아갔다. 나를 직접 찬 선배님도 날아가는 내 모습을 보고 많이 놀라셨을 거다. (웃음)

[문화 人] '불한당' 임시완이 말하는 '술', '칸', 그리고 '가수' ②로 이어집니다.

syrano@mhns.co.kr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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