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19 '컨택트'

   
 

[문화뉴스] 긴 것 같으면서도 짧았던 설 연휴도 끝났다. 설 연휴에도 영화관은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방문해서 여전히 북적했다. 설날이 지나고 2월에도 많은 영화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영알못' 석재현 기자와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는 2월에 가장 먼저 선보이는 영화 '컨택트'를 소개하려 한다.

* 본 작품의 스포일러가 들어 있습니다.

'외계인'과 '우주'를 소재로 한 또 하나의 SF 영화가 등장했다. '컨택트'는 기존 SF 영화와 다른 점이 있었던가?
ㄴ석재현 기자(이하 석) : 최근 '외계인'이나 '우주'를 소재로 한 SF 영화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외계인'은 우리에게 친근한 친구로 접근하거나, 아니면 인간을 말살하러 저 멀리 우주에서 건너온 적으로 이분법적인 틀에 얽매어 있었다. 가장 최근에 개봉한 '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만 하더라도 '아군 VS 적' 대립구도에 맞춰 외계인들을 분류했다.

그래서 '컨택트' 또한 같은 궤를 반복하리라 생각했지만,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SF 영화를 보면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묵직함'을 얻었다. SF 영화를 보면서 나의 감성이 자극받은 적이 얼마 만이었던지. '인터스텔라'가 줄곧 찾으려 했던 답을 이 영화가 발견해냈다. "유레카!"

양미르 기자(이하 양) : 스티븐 스필버그의 초기작 중 하나인 '미지와의 조우', 칼 세이건의 원작을 영화화 한 '콘택트'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바로 '외계인'과의 소통 뿐 아니라 '지구인' 서로의 소통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이런 작품에서 사건을 조사하는 중심인물은 '이공계 인물'일 가능성이 컸다.

'인디펜던스 데이'만 하더라도 MIT 출신의 케이블TV 수리공인 '데이빗'(제프 골드브럼)이 바이러스를 통해 '외계인'을 보내버린다(물론 다시 돌아오지만). 그런데 이 작품에서 '루이스'는 언어학자다. 보통 과학 이론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장면이 나오는 것과 다르게 '컨택트'에선 포르투갈어를 설명하는 교수가 나온다. 이 부분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드디어 문과인이 전면에 등판하다니!

   
 

'컨택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본다면?
ㄴ 양 : 영화에서 제작비를 절감하면서, 그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수단이 있다. 바로 어떠한 대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모습을 적절하게 담아내는 것이다. 다시 '인디펜던스 데이'를 언급하면, 거대한 우주선이 하늘에 배치되는 것을 사람들은 "와, 저게 뭐야"하면서 쳐다본다.

이 작품에서도 '쉘'이 지구에 도착할 때, '루이스(에이미 아담스)'의 주변 학생들이 TV를 보거나, 핸드폰 메시지를 확인하는 장면으로 그 모습을 대신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쉘'을 안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보여줄 땐 강렬한 시각효과로 보여준다. 아카데미 시상식 미술상 후보에 오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여기에 '헵타 포드'들의 이름을 '이안(제레미 레너)'이 '애봇'과 '코스텔로'라고 지어주는 장면이다. 언론 시사회 당시 이 장면에서 피식하는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그렇다. 1940~5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코미디언으로 우리나라로 따지면 이기동, 배삼룡과 같은 콤비를 보여준 이들이다. 왜 이름을 그렇게 지어줬을까를 묻는다면, '1루수가 누구야?'라는 영상을 확인하면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언어의 잘못된 소통'을 개그로 승화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석 : 하나만 고르기 어려워서 두 장면을 선택해보았다. 먼저 '루이스'가 미지에서 이 곳 지구까지 온 '햅타 포트'와 좀 더 원활하고 가깝게 소통하기 위해 장비를 모두 벗어던지면서 그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신비로운 외계의 존재와 만날 때, '캥거루' 같은 오해의 소지를 만들지 않으려고 그녀는 그들에게 가깝게 다가가 "난 너희와 대화하고 싶어한다"는 차원으로 무장해제하는 모습이 이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소통왕'이 아니었나 싶었다. 자신은 '소통왕'이라고 어필하시는 모 대선 후보가 이 장면을 꼭 봐야할 것이다.

그리고 '햅타 포트'와의 대화에서 자신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능력을 알게 된 '루이스'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신의 앞에 예정된 그 미래를 그대로 따라가기로 결심한 그녀의 모습 또한 대단히 강렬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자신의 미래를 바꾸려고 시도하는 반면에(필자만 하더라도 부정적인 일은 당장 바꾸려 시도했을 것이다), 그녀는 슬픈 미래가 다가올 것을 알면서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순간을 사랑하기로 한 것이다.

   
 

잘 참고하겠다. '컨택트'가 묘한 영화이다 보니, 영화에 대한 해석이 끊이질 않는다. 혹시 두 사람만의 '컨택트' 해석을 들을 수 있는가?
ㄴ 석 : 연관검색어에 '컨택트 해석'이 떡하니 차지하고 있을 만큼, 영화를 보고 많은 이들이 이 영화가 가져다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분자단위로 쪼개서 해석하려고 한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궁금해 하는 '루이스'의 딸 이름은 왜 '한나(HANNAH)'일까? 원작소설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선 전혀 언급되지 않던 이름이었는데 말이다.

이는 '헵타 포트'의 원형 모양의 언어와 연관성 깊다. '과거-현재-미래' 모두 하나의 원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게, 마치 우리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해놓은 것이다. 그렇기에 회문 형식의 이름을 붙이고, '한나'의 이야기가 많이 차지하는 것이다.

양 : 해석만 이야기하면 끝이 없을 것 같은데, 제목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한국, 미국, 일본의 개봉명이 모두 다른 영화가 있었나 싶었기 때문이다. 미국 원제는 'Arrival(어라이벌)'인데, '도착'의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제목은 '컨택트(Contact)'인데 '연락, 접촉'의 의미가 있다. 일본에선 'メッセージ(메시지)'인데, 언어학 용어로 '메시지'는 '언어나 기호에 의하여 전달되는 정보 내용'을 말한다.

같은 영화인데 왜 세 나라는 다른 의미로 이 작품을 해석했을까? 이 부분이 흥미로웠다. 마치 작품에서 "무기를 주다"라는 말 때문에 세계가 혼돈에 빠지는 모습이 나온 것처럼.

   
 

'컨택트'를 최종적으로 코멘트 남긴다면?
석 : ★★★★☆ / 단순히 SF 영화를 예상하고 보러 왔다가, 더 크나큰 묵직함을 얻어간다. '인터스텔라'에서 그렇게 찾으려 했던 정답을 '컨택트'가 발견했다.
양 : ★★★★★ / 시각효과, 배우들의 연기, 음향 효과, 스코어 음악 모두가 긴밀하게 연결된 최고의 SF 판타지.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