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공주님은 왕자님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건 왕자님이 해주는 게 아니야. 꿈을 이루기 위해선 스스로 노력하고, 개척해야해'

공주님이 시련을 겪고 구박을 받다 우연히 왕자님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주변의 도움으로 왕자님과 결혼에 성공해 해피엔딩으로 끝나던 이야기는 '발레리나' 애니메이션에 없다. 영화 속 주인공 '펠리시'는 발레를 한 번도 배워본 적 없지만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는 '꿈' 하나로 파리로 향하는 시골 마을 고아원에서 자란 소녀다. '펠리시'의 옆에는 왕자님이 아닌 고아원 소꿉친구이자 발명가를 꿈꾸는 '빅터'가 있다.
 
   
 
'발레리나'도 '신데렐라'와 비슷한 요소들은 등장한다. '펠리시'는 부모 없이 고아원에서 자란 소녀로 부잣집 '까미유'네 청소부로 들어가 집안일을 한다. 그러나 '펠리시'는 수동적 여성 캐릭터가 아니다. 그녀는 당차고 씩씩하다. 꿈을 위해 고아원을 탈출해 무작정 파리로 오고, 춤을 배우기 위해 오페라 하우스로 들어가고, 무대에 서기 위해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발레를 밤낮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그녀는 언제나 밝고 에너지가 가득하다.
 
   
 
'요정 할머니'와 같은 조력자들도 그녀의 곁에 존재한다. 오페라 하우스 발레 스쿨 청소부 '오데뜨'는 펠리시에게 발레를 가르쳐주는 비밀스런 스승이다. 그러나 그녀는 요정 할머니처럼 마법을 부려 펠리시를 돕지 않는다. 굴러가는 통 위에 올라가서 발레 포즈로 빨래 널기, 발로 거울 닦기 등 생활 밀착형 훈련을 통해 힘들고, 혹독하게 펠리시를 가르친다. 그녀는 요술로 한순간에 그녀를 '공주님'으로 변신시키진 않지만, 오랜 시간 기본부터 가르치며 그녀를 진정한 '발레리나'로 거듭나게 한다.
 
   
 
물론, '펠리시' 옆에는 왕자님도 등장한다. 같은 발레스쿨을 다니는 금발 소년은 '펠리시'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잘사는 부잣집, 찰랑거리는 금발, 다정한 말투와 품위 있는 몸짓. 펠리시에게 그는 왕자님 같은 존재다. 그러나 이 영화 속 왕자님은 우리가 상상했던 멋진 왕자님은 아니다. 어찌 보면 찌질하고, 비겁하다. 그리고 펠리시의 꿈을 응원하고, 지켜주는 사람은 왕자님과는 다소 거리가 먼 '빅터'다. 표현 방식도 서툴고, 다소 품위 없어 보이는 행동을 보일지라도 '펠리시'를 향한 사랑은 한결같다. 진정한 왕자님은 어떤 사람일까. 돈 많고, 멋있는 사람? 자신의 꿈을 응원해주며 같이 달려갈 사람?
 
   
 
마지막으로 '신데렐라'에는 계모와 새언니가 등장한다면, '발레리나'는 까미유와 그녀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새언니'는 잘난 거 하나 없이 신데렐라를 구박하고 괴롭히는 역할이라면, '까미유'는 부잣집 딸로 거만하지만, 완벽한 테크닉과 포즈, 실패를 해 본 적 없는 실력의 소유자다. 다만, 그녀에게 없는 것은 '열정'이다. 어머니가 시켜서 하는 발레라는 점이 그녀의 옥의 티다. 그래서 그녀는 펠리시에게 열등감, 라이벌 의식을 받지만, 그게 자극이 되 까미유역시 어머니의 손에서 벗어나 한걸음 성장해나간다.
 
   
 
이 애니메이션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꿈'을 향한 열정만은 아니다. '펠리시'와 '까미유', 그리고 그들을 도와주는 '오데뜨'와 '까미유'어머니를 보면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아이들이 꿈을 향해 가는데 어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그저 혹독하게 훈련만 시키는 어머니, 기초부터 차근차근 일깨워주며 아이 스스로 노력하게 하는 '오데뜨'. 그들의 교육방식이 아이들의 성장에 있어 중요한 키포인트가 된다는 걸 우린 느낄 수 있다.
 
발레스쿨 안무가 선생님은 말한다. "왜 춤을 추니?"
"꿈을 포기하지 말아라", "꿈을 가져라" 가 아닌 "'왜' 꿈을 꾸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준다.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다. '왜' 그 꿈을 꾸는지, '왜' 그 꿈을 이루고 싶은지 답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공주님과 왕자님의 '러브스토리'가 아닌 꿈이 있는 아이의 '인생스토리'로 어른, 아이 모두에게 따뜻한 웃음과 교훈을 선사할 '발레리나'는 2월 9일 개봉한다.
 
문화뉴스 태유나 인턴기자 you@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