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사유와 무사유'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래피] 맹자는 성선설을 말했다. 사람은 선천적으로 선하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것을 보면 누구나 깜짝 놀라고 측은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게 되니, 이는 아이의 부모와 교분을 맺기 위한 것도 아니요, 명예를 얻기 위함도 아니다.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측은지심),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수오지심), 겸손히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사양지심), 옳고 그름을 가리려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시비지심)."

이것이 맹자의 유명한 ‘사단(四端)’이다. 맹자는 특히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이것이 더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순자의 '성악편(性惡篇)'에 고개를 더 끄덕이게 된다.

순자는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 인간은 남을 해치고, 다투며, 질서나 도덕을 파괴하려는 악한 본성이 있기에 스승의 지도를 잘 받아야 하고, 예의에 따른 교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인간은 이득을 탐하고 타인을 미워하며 아름다운 소리나 색을 추구하는 기질이 있어 천성적으로 악하며, 본성대로만 따른다면 반드시 범절을 어기고 도리를 어지럽혀 포악한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성악설의 핵심은 '위(爲)''다. 이는 후천적인 교육과 인간의 의지를 가리키는데, 순자는 인간은 악하므로 "의도적인 노력으로 선(善)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구나 꾸준히 '위'를 일으켜 법도를 지키고 선을 실천하며 꾸준히 학문에 힘쓰면서 악한 본성을 선하게 닦아야 한다는 얘기다.

사유란 '타자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반면 무사유란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사고방식은 자기 객관화다.

자신의 관점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이 어떨지를 생각하고 상대에게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나아가서는 자신과 상대 모두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종의 '메타인지'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존재 자체만으로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타인에게 상처 줄 가능성을 내포한 존재들이다. 불편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경계심과 이미 피해를 주었을 수도 있다는 부채감을 가지고 '최소한의 폭력'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타인에게 상처 줄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다.

여리박빙(如履薄氷), 살얼음을 밟듯이 사람을 대하고, 살얼음을 밟듯이 조심조심 살아간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될 터인가.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ART'ietor) DJ래피. 글 쓰는 DJ입니다. 두보는 "남자는 자고로 태어나서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문학은 '인간을 위한 학문'이며 문사철을 넘어 예술, 건축, 자연과학 분야까지 포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읽고 쓰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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