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8일 뮤지컬 '빨래'의 새로운 서나영으로 합류한 김주연 배우를 만났다.

뮤지컬 '빨래'는 제일서점 직원 서나영과 몽골에서 온 솔롱고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다. 200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작품으로 처음 만들어진 뒤 해외 진출 등의 성과를 거뒀고 임창정, 홍광호, 박지연 등 수많은 스타 배우가 거쳐간 한국 대표 소극장 창작 뮤지컬이다. 지난 11월 20일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즈'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20차 프러덕션에는 하은설, 김주연, 조상웅, 노희찬, 장이주, 조민정, 이세령, 최민경, 장격수, 한우열, 박정표, 심윤보, 박수현, 유동훈, 박찬양, 박도연이 출연하며 2018년 4월 29일까지 동양예술극장 1관에서 공연된다.

김주연 배우는 2015년 연극 '택시 드리벌'로 데뷔한 후 뮤지컬 '인터뷰', '페스트', '위대한 캣츠비', 연극 '밑바닥에서' 등을 통해 빠르게 성장한 젊은 여배우 중 하나다. 그녀는 작품 속에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캐릭터를 많이 맡아왔다. '페스트'의 '잔', '인터뷰'의 '조안' 등은 모두 강렬한 임팩트를 담은 캐릭터로 최선을 다한 연기로 관객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런 그녀가 뮤지컬 '빨래'에서는 하루하루 힘든 삶을 견뎌내며 책을 좋아해서 서점 직원이 된, '평범한 20대 서울 여성 직장인' 서나영을 연기한다. 인터뷰를 하다가도 "말주변이 별로 없지만, 이게 그냥 나"라고 말하는 당당함과 솔직함을 갖춘 그녀와 나눈 이야기들.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ㄴ 안녕하세요 저는 배우 김주연입니다.

뮤지컬배우, 연극배우가 아니라 배우라고 표현하네요.

ㄴ 저는 학교 다닐 때는 뮤지컬에 생각이 없었어요. 연극이 하고 싶었죠. 아니면 매체 연기를 하려 했다가 우연히 기회가 돼서 뮤지컬을 하게 됐는데 무척 매력을 느꼈어요. 저도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떤 배우라고 해야할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특정한 장르가 아니라 여러 가지를 다 해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연극을 엄청 좋아해요. '빨래' 같은 경우에도 연극적인 작품이라서 무척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연극에 빠진 이유가 무엇일까요.

ㄴ 텍스트나 작품이 가진 힘 자체가 고전이 강하잖아요. 그래서 대학 시절에 주로 고전을 공부하게 됐는데 저는 분석하고 연기하고 그런 연극 공부하는 과정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처음엔 노래로 표현한다는 게 익숙하지 않았어요. 사실 뮤지컬이 그래서 아직도 익숙하진 않아요. 노래, 대사가 잘 어우러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빨래' 20차 프러덕션에 합류한 소감이 듣고 싶네요.

ㄴ 사실 '빨래'라는 작품을 너무 하고 싶었기도 했고 그러면서 두렵기도 했어요. 왜냐면 19차 배우들이 계속 가고 있었는데 그 안에 들어간다는 게 겁났지만 다른 배우들이 응원을 많이 주셨어요. 그래도 막상 공연을 올리니까 앞으로 하면서 점점 자신감이 붙을 것 같아요. 재밌어요. 관객들 힐링해준다, 위로해준다는 기분이 확실히 들어요. '내가 진짜 무대에 서고 있구나. 배우하고 있구나' 그런 기분이 강하게 드는 것 같아요.

 
 

'빨래' 합류하게 된 과정은 어땠나요.

ㄴ 저는 사실 택시드리벌을 시작하면서 '빨래' 배우를 많이 알게 됐어요. 제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서 다른 배우들도 많이 알게 됐거든요. 그래서 (김)아영 언니, (김)국희 언니, (안)두호 오빠 등과 그때부터 친해지면서 많이 관심 갖게 됐죠. 사실 몇년 전에 '빨래' 오디션을 본적이 있었어요. 그러다 18차 때 (조)상웅-(장)격수 오빠 공연하실 때 보러 오라길래 갔는데 그때 보니 느끼는 게 또 다르더라고요. 그러다가 '밑바닥에서' 하면서 민찬홍 작곡가님이 '빨래' 한 번 도전하면 어떠냐 해서 보게 됐어요. 예전 오디션 때는 스스로 민망할 정도로 못했었는데 이번엔 좀 더 생각을 갖고 하게 돼서 합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했던 역할에 비해 가장 큰 역할인 것 같아요. '서나영'을 연기하며 생각하게 된 것이 무엇인지.

ㄴ 사실 쉬운 역은 없어요. 작으면 작을 수록 텍스트에 없는 분석을 해야돼고요. 그런 면에서 적은 역할일 때도 힘든 게 있죠. 제가 역대 두 번째로 어린 나영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이 역할을 해내면 앞으로 못할 역은 없겠다 싶었어요(웃음). 무대 뒤에서 할 일도 많고요 모든 인물과 관계를 많이 가져야 해요. 대사가 많기보단 극 안에서 나와있어야 하는 역할이 많아야 하고요. 실제로 배우들과의 관계도 잘 가져야 하고요. 정말 많은 걸 얻는 작품인 것 같아요.

기자도 이번에 두 번째 '빨래'를 봤는데 처음에는 서사가 눈에 띄었다면 배우 김주연의 서나영에게 집중하며 봤더니 처음 볼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어요. 이야기처럼 좀 더 극 안에 스며들어 있는 느낌. 주인공이라고 내세우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ㄴ 극에서 뭔가 캐릭터 적으로 나와서 분위기를 조여주는 역이 아니라 극을 정말 끌고 가는 역할은 처음이거든요. 그래서 더 스며들려고 생각했어요. 무대에서 '그냥' 있고요. 1막은 그냥 그렇게 지나가고 2막에선 열심히 살던 나영이가 너무 갑작스런 위기를 겪게 되는 과정이 많이 공감됐으면 좋겠어요. 다행히 많이 공감해주시더라고요. 평범한 회사원이고 다른 작품을 봐주셨던 팬분들이 제 '빨래' 첫공을 보고 무대 위에서 하나도 안 이뻤대요. 그래서 자기가 나영이처럼 느껴져서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쉽지 않은 역할이에요.

 

개인적으로 특히 좋았던 장면은 부당하게 파주로 전출 통보를 받은 뒤 집에 돌아와서 문 앞에서 쓰러지고, 이후 희정엄마가 안아주자 그 품 안에서 우는 장면이었어요. 그 장면 연기할 때 어떤 감정인지.

ㄴ 서로 얼굴도 모르고 때론 미워하기도 하고 낯선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집에서 어느 순간 같이 울어주기도 하고 웃어주기도 하고 그런 장면이잖아요. '빨래'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그거기도 하고요. 주변 누군가가 위로해줄 때 느끼는 감정이랄까요. 저도 연기하는 거지만 제 손을 잡아줄 때 진짜로 위로 받거든요. 무대 위에서 보면 정말 그 장면이 웃겨요. 저는 눈물이 나는데 그만 울라고 웃긴 춤도 춰주시고요. 힘들어도 빨래가 바람에 날리듯 인생도 그냥 그렇게 날리는 거에 더 위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장)이주 언니가 한 번은 이렇게 (다른 인물에게)마음을 맡기지 않는 배우는 처음 봤다며 '나영아. 너가 무대 위에서 힘들지 않게 도와주겠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셨어요.

술 마시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이전 19차 때 박지연 배우의 공연을 봤었는데 박지연 배우는 취했지만 발음이 또박또박한 타입이라면 김주연 배우는 취하면 혀가 꼬이는 타입이더군요(웃음).

ㄴ 사실 제가 술 마셨을 때의 모습이에요. 절 아는 분들은 다들 '그냥 너더라' 하셨죠(웃음). (장)격수 오빠도 그 장면이 너무 웃기대요. 혀가 꼬였지만, 똑바로 말하려고 노력을 해야돼요. 그런 디테일이 있죠(웃음)

이전 인터뷰에서 '대학로 김태희'라는 별명이 생겼습니다(웃음). 외모적으로 주목받는 편인데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요.

ㄴ 절 아시는 분들에겐 그 별명이 너무 유명해졌어요(웃음). 사실 그런 이야기와 별개로 스스로 '내가 나영이랑 안 어울리면 어쩌지?' 라고 생각했었어요. 실제로도 저보고 그런 외모가 나영이와 안 어울린다는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예뻐서, 혹은 안 예뻐서가 아니라 비주얼에서 오는 느낌이 있잖아요. 물론 외모에 대한 칭찬도 감사하지만, 제가 실제로 그렇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전 꾸미지 않으면 티나지 않아요. 게다가 실제로도 나영이랑 비슷한 게 많거든요. 제주도 출신이고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서울에 왔어요. 정말 많이 외로웠던 적도 있었고요. 그래서 혼자 서울살이 씩씩하게 살아가려는 모습이 저와 닮은 것 같아요.

 

사실 요즘에는 '빨래'가 만들어졌을 때보다 외국인 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보기 힘들어졌어요. 이들의 삶에 관해서 텍스트 외의 공부를 한 게 있다면요?

ㄴ 사실 요즘 방송 등을 보면 그들과 살아가는 게 어렵다고 나오잖아요. 그런데 저는 나영이가 솔롱고와 살 수 있는 이유는 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 사람과 살면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거나 그런 생각 없이 '이 사람도 서울살이가 힘들고 나도 힘드니까 손잡고 같이 살아가는구나' 싶었어요. 저는 '빨래' 들어와서 그 말이 좋았어요. 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거라는 말이요. 특히 더 와닿았어요.

나이도 어리고 직업도 다르고, 많은 평범한 직장인을 대변하는 '나영'이와 맞닿는 게 힘들었을 것 같아요.

ㄴ 보통은 자기보다 어린 역을 많이 하죠. 그런데 저는 27살 나영이를 하는 게 어떤 면에선 부담이 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저는 나영이처럼 서울살이를 워낙 오래 했고요. 다른 면으로 보면 배우 일이 사람을 상대해야하는 거고 같이 협엽하고 이끌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나영이와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이것도 일종의 서비스직이잖아요. 그래서 하는 일은 달라도 다 같은 길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사는 게 똑같잖아요.

▲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쇼케이스 중 김주연 배우.

제주도 출신이라면 연극, 뮤지컬을 접하기 어려웠을텐데 처음에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언제부터 꿨는지.

ㄴ 저는 쉽지 않았지만, 그런 인연이 많이 있었어요. 중학교 때 여중을 다녔는데 동아리로 뮤지컬부가 생겨서 '미녀와 야수'를 하게 됐었어요. 그때만 해도 그냥 그런 거구나 싶었죠. 원래 인디밴드를 좋아해서 '자우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노래를 배우게 됐는데 그 분이 서울예대 선생님이셨고 제게 예고를 추천하셔서 예고에 진학했더니 노래보다 연기를 사랑하게 됐죠.

쉬는 날 즐기는 나만의 취미가 있다면.

ㄴ 혼자 산 타거나 서울을 돌아다녀요. 혼자 걷는 것도 좋아하고요. '페스트' 인연으로 기타 치는 것도 좋아해요. 잘 치진 못해요. 제주도 소녀라서 수영도 좋아해요. 물만 있으면 다 뛰어들어요.

배우로서 본인을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ㄴ 전 정말 잘난 게 없지만,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공연 함께하는 스태프, 배우, 도와주는 분들에 대해서 무척 소중하게 생각하고 엄청 재밌게 지내려고 노력해요. 매일매일 계속 고생하시잖아요. 그분들과 살갑게 지내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한 번 인연을 맺으면 계속 같이 하려고 노력해요.

▲ 뮤지컬 '인터뷰'에서 '조안' 역을 맡은 김주연 배우.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이나 역할이 있다면요.

ㄴ 앞으로도 더 힘들고 아픈 역을 해보고 싶어요. 그게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것 같아요. 밝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지만, 최근에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다시 봤는데 무언가 아픔을 가진 사람이 치유를 받는 걸 보면서 저도 치유되더라고요. 그렇다고 재밌는 모습에 자신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요(웃음). 예전에는 죽는 역할만 할 때는 '내 캐릭터의 폭이 막혔나?' 싶기도 했지만 이젠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 것 같아요.

마무리 인사 부탁합니다.

ㄴ 나영이를 연기하면서 하루하루 감사함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오늘도 무대에 설수 있음에 너무 감사하고, 입발린 말이 아니라 제가 뭘 잘하거나 완벽하거나 뛰어난 배우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노력만큼은 정말 열심히 하기 때문에 제 미래를 스스로 더 궁금해 하고 있어요. 더 재밌을 것 같아요. 이렇게 '김주연'이란 사람을 쭉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아마 '이 배우 재밌는 배우구나.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구나' 하실 거고 그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뮤지컬 '빨래' 많이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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