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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연예계에서 '청춘', '미남', '잘생김'이라는 키워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가 있으니, 바로 정우성이다. 정우성은 '연예인들의 연예인'이라는 칭호가 붙을 만큼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우상이며, 그의 대표작 '비트'와 '태양은 없다'로 오늘날까지 청춘의 대명사로 살아왔다.

물론, 정우성은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며 '잘생긴 배우'가 아닌 '멋진 배우'로 진화했다. '내 머리속의 지우개'에선 애절한 모습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선 중원을 달리는 카우보이로, '감시자들'에서 악역으로 변신했는가 하면 '아수라'와 '더 킹'을 통해 미친존재감 그 자체가 되었다. 이번에 개봉한 '강철비'에서도 정우성은 가족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연기를 보이며 평단으로부터 만장일치 호평을 받으며 새로운 이력서를 써내려가는 중이다.

'강철비'가 개봉했던 14일 오전, 서울 중구 삼청동에 위치한 모 카페에서 정우성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 하기 앞서, 그가 잠깐 모습을 드러냈을 뿐임에도 일대를 지나가던 중·고등학생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카페 앞에 운집해 그에게 격한 환호를 보내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의 인기가 어느정도인지 체감할 수 있었다.  

영화가 개봉했는데,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
└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많은 일정을 소화해서인지, 나이가 들어서 예전보다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신경이 쓰인다. (웃음)

'신경쓰인다'는 건 '강철비'가 다른 영화들과 주는 의미가 다르다는 것인가?
└ '강철비'가 조금 더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다. 보통 영화 개봉일이 다가오면 영화라는 선착장에서 어떤 항해를 할 지 모르는 심정으로 관객이라는 바다로 띄우는 것이기에 보통 마음을 비우는 편인데,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언론시사회와 VIP 시사회가 같은 날에 진행되었다. 골고루 호평을 들었던지라 일반 관객들 또한 좋게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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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가 현 남북관계를 반영한 메시지가 들어가는 게 많았다. 이것이 출연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는지?
└ 그렇다. 남북한을 대변하는 두 명의 인물을 놓고 영화를 만들면 보통 장르적 장치를 이용하기 위함이나 혹은 재미를 주기 마련인데, '강철비'는 단순히 인물관계에만 목적을 두지 않고 북한을 바라봐야하는 관점에 대해 서로 생각해보자는 화두를 던지는 영화다.

그렇다고 문제의식이 있어야만 반드시 참여하는 건 아니다. 대본의 주제의식, 보는 이들에게 던지고자 하는 명확한 메시지가 있다면, 배우들은 자연스럽게 끌리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북한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 어떻게 보면, 북한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적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처럼, 지금도 통일을 바라는 사람들도 있다. 분명 반도 국가임에도 분단 때문에 섬나라 같은 기분이 든다. 통일되었을 때 한국에 가져갈 가능성과 장점을 생각했을 때는 적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북한의 정치사상과 봉건 국가 왕조에서나 볼법한 독재 권력 세습 때문에 오늘날에도 수많은 북한 주민들의 착취가 걱정된다. 그들에게 좀 더 나은 삶과 체제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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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 '숙정'이 "북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줄 몰랐다"는 대사가 크게 와닿았는데, 본인도 그렇게 느꼈는지?
└ 바로 코앞에 있는 북한이지만, 감정적으로 상당히 멀리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철원에서 촬영할 때도 북한이 바로 맞닿을 만큼, 가깝다는 걸 느꼈다. 극 중 두 명의 '철우' 사이의 거리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 국수집에서 '곽철우'가 자신의 손목과 '엄철우'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며 옆으로 가까이 다가가며 "이렇게 가까운데 쇠사슬로 거리감을 유지하는구나"고 말하는데, 현재 한반도의 상황을 대변했다.

대본을 보고 양우석 감독님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공감했는가?
└ 마지막 장면을 예를 들면, 감독님은 '강철비'에서 곽철우가 직접 계산해 그 선택을 했다는 것을 연출하려고 하셨다. 그리고 배우끼리 선보이는 감정연기보다는 같은 민족으로서 서로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재해석과 이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려고 하셨다. 그리고 실제로도 북핵 문제에 영화에서처럼 대한민국 국민들이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제일 무덤덤하지 않던가.

결론에 대해서 사람들 사이에서 다소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는 허무하거나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양우석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면, 절대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감독님은 철두철미하게 마지막 장면을 위해 세계가 추구하는 방향, 그리고 핵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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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1호를 다시 돌려보내는 장면에 대해 감독님의 감성이 들어갈 수 있지만, 돌려보낼 때 어떤 선택과 해결책을 가져야 할지 또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이를 본 일반 관객들은 전문가와 다르게 바라볼 수밖에 없기에 이질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사회 이후 기자회견 때, 감독님이 당신의 순수함 때문에 엄철우 역으로 캐스팅했다고 언급했는데, 그 순수함 때문에 엄철우의 마음에 좀 더 다가가기 쉬웠는가?
└ 배우에게 '인생캐릭터'가 생기는 건, 결국 관객들이 배우에게 평상시에 느꼈던 이미지가 연결 선상으로 배역을 맡을 때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평상시에 나에게 느꼈던 이미지가 엄철우에게도 느껴져서 좋게 말해주시는 것 같다. 내 입으로 순수하다고 인정하는 게 사실 낯간지럽고, 나 스스로 순수한 지도 잘 모르겠다. (웃음)

엄철우가 그동안 다른 작품에서 등장해왔던 북한 특수요원과는 달랐다고 느꼈다. 특히, 엄철우 개인이 직면한 문제들이 남달랐는데, 그게 연기하는 데 있어 어렵지 않았나?
└ 어렵기보단 오히려 흥미를 느꼈다. 이야기 전체로 봤을 때는 충분히 해볼 만한 상상이다. 하지만 그 인물이 구태의연했다면, 안 했거나 다른 역할을 하려고 했을 것이다.

'강철비'는 두 철우의 성장과 관계에 집착하지 않고, 서로의 태도를 보임으로써 서로를 향한 감정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엄철우가 가진 전쟁을 막아야 할 이유와 개인 문제는 결코 그를 영웅으로 만들지 않았다. 어떤 대의명분과 의식으로 선택하는 게 아닌, 당연하게 그 선택을 해야만 했고, 그 선택하는 데 타당성 또한 주어졌을 뿐이다.

▲ 영화 '강철비' 스틸컷

조우진과의 액션 장면 또한 이 영화의 백미였다. 조우진의 변신이 인상 깊었는데, 같이 연기한 입장으로서 이야기를 듣고 싶다.
└ 우진 씨를 강해 보이도록 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우진 씨가 액션 연기를 처음 하는 데다가 체격도 나와 달라 힘 차이가 많이 났다. 물론 처음인 만큼 많은 훈련을 받아왔겠지만, 실제 촬영에 들어가면 긴장한 나머지 다음 합을 기억하지 못해 당황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실수를 방지하고자, 촬영에 들어가기 앞서 충분히 합을 맞추는 연습을 했다.

구체적으로 두 사람의 액션의 합을 어떻게 맞췄는가?
└ 서로가 대등하게 힘겨루기하는 것처럼 보여야 했다. 그렇기에 우진 씨가 다음 행동으로 옮겨가는 작업에서 그에 맞춰 내가 보이지 않게 몸을 많이 썼다. 그렇다 보니 체력소모가 많아지더라.

또한 이번에 처음으로 평양 사투리 연기에 도전했는데, 어떻게 준비했는지?
└ 나와 잘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평양 사투리는 관객들에게 낯설기에 제대로 구사하는 것보다 배역이 나와 어울리느냐로 먼저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엄철우가 북한 사람이니 사투리도 잘 구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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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철우가 써야 할 평양 남자들의 사투리를 들어보니까 무뚝뚝했고 나의 목소리와 잘 맞았다. 최대한 그들의 말과 뉘앙스에 숙지해야 하는 게 우선 과제였고,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과 함께 대본에 나온 대사 위주로 연습했다. 그 외에는 최근 촬영된 북한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며 요즘 평양 남자들의 언어를 연구했다.

그런데 말이 대체로 빨라서 관객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끔 변형할까 고민도 했지만, 제주도 사투리를 쓴다고 뭐라 하지 않듯, 평양 사투리 특성을 최대한 살리자는 식으로 갔다. 실제 촬영할 때도 워낙 말이 빠르니까 현장 스태프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지 걱정하더라. (웃음)

'강철비'에서 상대역으로 나오는 곽도원과 케미가 확실히 좋아보였다. 케미를 살리고자 어떤 노력을 했는가?
└ 따로 리허설하지 않았다. 카메라 위치에 따른 리허설만 몇 번 했을 뿐이다. 특히, 단둘이 나오는 차 안 장면에 대해 말하자면, 촬영 전에는 서로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있다가 큐 사인이 들어가면서 서로의 호흡을 즉흥적으로 주고받으며 연기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대사였으나, 편하게 연기했었고, 마치 연기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온도가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전달되었던 것 같다.

▲ 영화 '강철비' 스틸컷

원래 상대방과 리허설을 맞추지 않는 스타일인가?
└ 아니다. 다른 작품에서 겪었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상대 배우가 옆에서 혼잣말로 대사를 외우다 보니 자연스레 리허설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 배역이 곽도원이였기에 가능했다. 도원이는 '아수라'를 통해 신뢰가 생겼고, 서로의 호흡을 주고받는 게 매우 편했다.

정우성이 지켜본 곽도원은 평소 모습은 어떤가?
└ '곽블리'다. 보기와 다르게 애교가 많다. (웃음) '무한도전'에서 보여준 모습이 그의 실체다. '무한도전' 출연 당시엔 '아수라'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이 편했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줬기에, 도원이가 자신 본연의 매력이 묻어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보면 볼수록 매력 있다. (웃음)

극 중에서 곽도원이 '삐딱하게'를 노래 불렀던 장면이 참 재밌었는데, 옆에서 어떻게 바라보았나?
└ "얘, 왜 이래" 심정으로 쳐다봤다. (웃음)

[문화 人] '강철비' 정우성이 말하는 '헤이즈'·'정치적 발언'·'신과함께' 그리고 'UN 난민기구' ②로 이어집니다.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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