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7일 오후 정동극장에서 2017년 창작ing 세 번째 작품인 뮤지컬 '판'이 프레스콜을 열고 새로운 모습을 공개했다.

뮤지컬 '판'은 CJ문화재단의 첫 제작지원 창작뮤지컬로 지난 3월 대학로 CJ아지트에서 처음 관객을 만났다. 이번에는 CJ문화재단과 정동극장의 첫 공동기획 작품으로 정동극장 무대에서 오는 31일까지 관객을 맞이한다. 19세기 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양반가 자제인 '달수'가 조선 최고의 전기수 '호태'를 만나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달수 역에 김지철, 호태 역에 김지훈, 춘섬 역에 최은실, 이덕 역에 유주혜, 사또 외 멀티에 윤진영, 분이 외 멀티 역에 임소라, 산받이에는 최영석이 원캐스트로 출연한다.

 

뮤지컬 '판' 초연은 사람들에게 소설을 읽어주는 이야기꾼인 '전기수'라는 독특한 소재와 신랄한 권력 풍자, 매번 다른 그림을 만들어내는 유쾌한 애드립이 한데 어우러져 큰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는 정동극장과 함께하며 전통 요소와 국악 요소를 강화해 선보인다.

김길려 음악감독은 "피아노랑 퍼커션은 유지하며 바이올린이 아쟁과 대금으로 대체됐다. 특히 달수, 이덕의 솔로 넘버 같은 경우 대금이 가진 색깔을 통해 씬의 성격에 부합하는 국악적 색깔을 냈다"고 이번 재연의 변화를 설명했다. 

또 "넘버마다 뚜렷한 씬의 성격이 있고 음악적 색깔이 있어서 그 선이 흐트러지지 않는 선에서 국악적 색깔을 낼 수 있도록 했다"고 밝히며 "서양악기보다 국악기가 들어오며 더 풍성해진 씬이 있다. 기존에 피아노, 퍼커션 등 악기도 전체 편곡을 생각해 질량을 조절하며 편곡했다"고 편곡 과정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프레스콜에선 작품의 중후반부, 10장부터 15장까지를 하이라이트로 선보였다. 기존 초연과 세트의 구성은 동일하지만, 큰 무대에 와서 조금은 공간이 멀어진 것은 관객과의 밀도 있는 호흡이 중요한 '판'에게 다소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주는 힘이나 풍자를 담아내는 인형극 등의 각종 전통연희 요소가 서양 방식인 뮤지컬과 밀접하게 만나는 모습은 여전히 관객에게 신선함과 웃음을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판'만이 가진 요소를 창작진 역시 크게 자신있어 했다.

하이라이트 시연이 끝난 후 정은영 작가, 박윤솔 작곡가, 변정주 연출과 김길려 음악감독, 손상원 극장장이 자리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음은 질의응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좌측부터 정은영 작가, 박윤솔 작곡가, 손상원 극장장, 변정주 연출, 김길려 음악감독

인사와 소감을 부탁한다.

ㄴ 정은영 작가: '판'이 작은 기획공연부터 시작해서 정동극장이란 큰 곳에 와서 감회가 새롭고 기쁘다. '판'은 관객과 배우가 함께 즐길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연말 맞아 많이 와달라.

ㄴ 박윤솔 작곡가: CJ 아지트 때와 달리 전통공연을 많이하는 정동극장의 특성을 살려 좀 더 한국적인 냄새를 많이 나게 하려고 노력했다. 탱고나 스윙등의 서양음악 장르에 대금, 소금, 태평소, 꽹가리 등을 가미해서 한국적 느낌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배우들이 '별달거리' 장단도 시도한다. 이번 '판'도 제가 늘 말하는 '유쾌상쾌통쾌'한 공연이 되리라 생각한다.

ㄴ 변정주 연출: 저도 리딩부터 시작해서 좋은 극장에 와서 원하는 바 펼칠수 있게 기회 주신 분들께 감사한다. 제가 공연 올리고 자주 보는 편이 아닌데 CJ 아지트 때 제가 올리고도 두 번 빼고 다 봤다. 오늘부터 재야의 종소리 듣는 날까지 매일 즐겁게 놀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 떨리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함께 보낼 식구들과 열심히 매일매일 잘 준비비해서 공연 올리겠다.

ㄴ 김길려 음악감독: 저도 리딩부터 해왔는데 정동극장 와서는 국악 색 더 입혀서 좀 더 색다르게 찾아오겠다. '판' 같은 경우 어떤 공연보다 무대 위 배우나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호흡의 힘으로 가는 공연이기에 저도 함께 연주하며 열심히 호흡해 좀 더 살아있는 공연 만들도록 하겠다.

대학로 공연 때 국정농단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시대가 바뀐 만큼 어떤 애드립이나 변주가 있는지?

ㄴ 변정주 연출: 이 작품의 중요한 모티브중 하나는 권력자가 이야기꾼들을 검열하고 그들의 입을 막는 건데 그건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은 정치권력은 아니지만 또다른 권력, 자본이나 재벌 같은 것들이 어느 시대에나 보편적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시대가 변해도)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놀이판에서 벌어지는 풍자는 지난 번에 박근혜, 최순실 이야기를 재밌게 만들었었고 이번에는 지금 현실을 반영한 풍자들이 있다. 그 부분이 어떻게 변할지 살짝 걱정했지만, 요즘에도 이야기 던져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걱정 없다(웃음). 연습실에서도 배우들이 아이디어 내거나 하며 일부러 바꾼다. 이슈들이 있을 때마다 배우들끼리 창작진이 없어도 자기들끼리 즉시 반응할 수 있어야 하기에. 그런 훈련 차원에서도 어떤 부분은 매일매일 다르게 하기도 하고, 섞어보기도 하면서 변화하고 있다. 모든 공연이 그렇지만, 특히 '판'은 이번 공연도 매일 똑같지 않고 다른 공연을 올리게 될 것 같다.

 

뮤지컬과 전통연희란 느낌이 섞였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을 설명하고 장르간의 융합을 어떻게 조화롭게 했는지?

ㄴ 김길려 음악감독: 악기 구성이 바뀌었다. 저번 공연에서 피아노랑 퍼커션은 유지하고 바이올린이 아쟁과 대금으로 대체됐다. 사실 넘버마다 뚜렷한 씬의 성격이 있고 음악적 색깔이 있어서 그 선이 흐트러지지 않는 선에서 씬의 성격에 부합하는 국악적 색깔을 낼 수 있도록 했다. 느린 곡, 달수 이덕의 솔로 같은 경우 조금 더 대금의 색깔을 이용해 솔로에선 오히려 서양악기보다 국악기가 들어오며 더 풍성해진 씬이 있다. 연희씬 같은 경우 장구, 장단도 좀 더 화려하게 변주하고 덜어내고 더하기도 하고, 악기 색은 드라마를 기준으로 좀 더 가까이 가려 했다. 대금이란 악기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소리와 색깔 느낌이 있기에 저희 이야기 판에서는 그걸 충분히 사용했고 기존에 피아노, 퍼커션 등 악기도 전체 편곡을 생각해 질량을 조절하며 편곡했다.

ㄴ 변정주 연출: 뮤지컬이든 전통연희든 장르적 구분, 프레임이 공연을 규정짓는 것 자체가 사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불편하긴 하다. 전통연희도 판소리도 있고 남사당 놀이도 있고, 그 안에도 또 각각의 것이 많은데 전통연희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리거나 뮤지컬이라고 정의할 순 없다. 단지 '판'이 기존 뮤지컬과 좀 색다른 게 있다면 남사당 놀이를 비롯해 이런 전통연희의 요소를 극을 진행하는 중요한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는 게 그렇게 느끼시는 요소인 것 같다. 산받이란 사람이 극 전체를 이끌어 가면서 때로는 아버지 역도 했다가 극 밖에서 관객의 입장으로 배우들과 대화를 주고 받으며 관객과의 다리 역도 하고, 씬 중간에 흥을 돋구기 위한 추임새를 넣는 등 전통연희적인 요소에서 가져온 게 많다. 겉으로 드러나는 음악적 색깔도 중요하지만 드라마를 전개하는 방식 자체가 기존의 서양식 뮤지컬의 드라마 전개와 다르다는 점을 관객분들이 봐주셨으면 한다. 저희도 만들며 걱정한 것은 뮤지컬을 기대하며 온 분은 '뮤지컬이 뭐 이래?' 할 수 있고 전통연희나 국악하는 분들이 보시면 '이게 무슨 한국적인 거야?' 이러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런 걱정을 많이 하진 않았다. 어떻게 보든 좋게 보면 좋게 보인다. 저는 재밌다(웃음). 놀이판이란 게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풍성하고 재밌어진다. 아직 관객들이 어떠실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 조용히 가만히 앉아서 듣기만 하시는 게 아니라 직접 참여하며 추임새도 넣고 박수도 쳐주시면 아마 연희적인, 기존 뮤지컬과 다른 종류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요소가 섞이는데도 어색함이 없게 연결된다. 그런 과정의 디테일한 부분을 어떻게 잡았는지.

ㄴ 변정주 연출: 모든 공연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스태프들, 배우들이 작가의 대본을 먼저 읽고 역을 나눠서 전달하는 행위가 공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섯 명의 전기수들이 여러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방식의 개념은 사실 단순하다. 우리가 아는 이야기를 여섯 명이 함께 가장 재밌는 방식으로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서양식이랄까. 기승전결이 있고 꽉 짜인 드라마라면 어느 씬에선 독백을 넣고 어디에선 둘이 대화를 하면서 드라마를 쌓아가겠지만 '판'이란 형식은 모든 장면에서 여섯 명이 이 에피소드를 가장 재밌게 예쁘게 아름답게, 장면이 전달해야할 것에 맞게 움직인다. 이게 가장 연출할 때 중요한 개념이었다. 판소리는 고수와 창자 한 명이 하고 탈놀이에선 사람이 누구든 탈을 쓰면 그 인물이 되듯이 이 작품에선 각자 주요 맡은 캐릭터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장면에선 전기수 자체가 돼서 이야기를 연기하는 인물을 도와서 한다. 그렇기에 거의 모든 장면에 여섯 배우가 다 같이 움직인다. 그런게 또 연희적이고 한국적인 공연양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여기서 인형이 나와서 줄을 타는데 나머지 사람들이 왜 나와? 이런 식으로 논리적으로 접근하면 이해가 안될 수도 있는데 '판'의 형식에선 그것이 연극적으로 허용된다 보시면 될 것 같다. 내용적으론 이들이 과거에 겪은 에피소드를 한 팀이 돼서 마치 유랑극단처럼 관객들에게 그걸 들려주며 공연이 시작된다. 그런 내용적 형식과 공연적 형식을 갖고 있기에 관객들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공연과 같은 잣대가 아니라 '판'을 보는 시선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악 연주가 서정적일 때는 작게 들리고 감정이 고조될 때는 악기 연주가 커지며 목소리가 묻히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의도가 있는지?

ㄴ 김길려 음악감독: 극장에 맞게 라이브로 연주하고 여섯 배우와 호흡하다 보니 연출님께서도 디테일하게 계산하셨듯이 음악 역시 디테일한 계산이 필요하다.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춰가는 중이라 공연을 거듭할 수록, 관객과 호흡할 수록 더 맞춰질 것이다. 국악과 양악이 섞여가며 조금 작은 사운드가 있을 땐 대금 소리에 더 집중해서 들어주시면 씬이 살 것 같다.

ㄴ 손상원 극장장: 음악감독님 말씀대로 극장에 맞춰 음향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이 공연은 매회마다 무척 살아있다. 관객의 에너지나 그날의 상황에 따라 달라서 그 살아있는 맛을 전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떻게 전기수를 이용해 극을 쓸 생각을 했는지?

ㄴ 정은영 작가: 이 공연은 박윤솔 작곡가와 대학원 동기인데 학교에서 20분 분량으로 작업하며 시작한 작품이다. 제가 소설 읽는 것도 좋아하는데 책을 읽다 전기수란 직업을 알게 됐다. 보통 역사는 위대한 사람이나 훌륭한 업적을 다루는데 역사의 뒤편에 있는 직업이고 골목에서 주막에서 평범한 사람에게 소설을 읽어주는 영웅적인 존재였다. 그런 매력이 있었고 작품으로 이걸 만든다면 소설을 읽어주는 전기수가 주인공이기에 극중극이나 에피소드를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는 포맷이 될 것 같았다.

 

작가의 베이스가 있지만 시대 상황에 따른 아이디어가 나오고 이야기를 배우들의 애드립이나 재치로 풀어가기도 하는데 디렉션을 할 때 이렇게 해라 구체적인 느낌보단 크게 던져주는 느낌이 있다. 그게 어떻게 모여서 공연이 됐는지 과정이 궁금하다.

ㄴ 변정주 연출: 제가 연습실에서 보고 있을 때 그런 아이디어를 내고. 작가도 지난 공연 같은 경우 연습실에서 붙어서 대본 작업을 계속 같이 했다. 이 작품이 나온 과정을 말로 설명드리기엔 무척 어렵다. 공연이란 게 사실 작가가 써놓은 걸 배우들이 그냥 읊는 것도 아니고 연출이 하라는 걸 배우들이 시키는대로 하는 것도 아니다. 모든 스태프, 배우들이 함께 노력해서 그 장면에 가장 알맞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며 협업하는 게 공연의 매력인데 '판'은 그런 면에서 음악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형식적으로도 연출이나 작가, 작곡가, 음악감독의 생각을 서로 주장하는 게 아니라 모두 합심해서 만든 공연이기 때문에 다 같이 작가고 다 같이 연출이고 다 같이 음악감독이고 다 같이 산받이고(웃음). 무대에선 롤이 나뉘어져있지만 연습에선 다 같이 했다. 재밌는 건 오늘 못 보여드렸지만, 초반에 두 번 정도 완전 대본이 없는 장면이 있다. 그런 장면을 연습할 땐 우리 모두가 관객이 돼서 아무것도 안 알려주고 배우들과 이야기하고 이런 관객이 오면 어떻게 반응할까 토론도 한다. 짤 수 없는 건 훈련을 해서 순발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 연습실에선 스태프들이 다 관객이 돼서 배우들에게 말을 걸고 일부러 곤경에 빠뜨리거나 도와주거나 하면서 다른 것과 다르게 훈련했다.

ㄴ 손상원 극장장: 이럴 줄 알았으면 연습실을 공개할 걸 그랬다(웃음). 옆에서 본 바로는 연출님이 연습실에 '판'을 벌려주더라. 그럼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그 판 위에서 놀고. 또 연출님이 뮤지컬이나 연극 외에도 전통연희에 대한 지식도 있어서 그런 것들과 함께 판을 벌리는 과정이었다.

 

'판'이 이야기를 음악으로 전하는 부분도 있기에 기존의 작업방식과는 시작점이 다를 것 같다. 작업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ㄴ 박윤솔 작곡가: 아까 학교 이야기를 했는데 처음에 전기수란 소재를 듣고 무척 재밌겠다 싶었다. 그런데 막상 그걸 극으로 만들려고 곡을 붙이다 보니까 전기수가 이야기를 할 때와 자기의 삶을 말할 때 차이를 둬야할 거 같다는 강박이 있었다. 이게 자칫 이야기를 읊듯이 곡을 만들면 재미가 없어지고 너무 멋을 부리면 이야기가 아니라 음악이 돼버리는 게 불편했는데 그걸 연출님이 이야기판으로 들어갈 때 더 한국적인 냄새를 내보고 전기수가 전기수의 삶을 살며 보여줄 때엔 더 잘 쓸 수 있는 뮤지컬적인 색깔을 드러내봐라. 해서 그렇게 만들어봤고 그게 CJ 기획공연 때 좋은 평을 받아서 그렇게 흘러간 것 같다.

정동극장 2017년 창작ing 세 번째 무대인 뮤지컬 '판'은 오는 31일까지 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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