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청룡영화상 키워드 : #보이콧, #조인성, #추모식, #스태프, #쿠니무라 준 & 스티븐 연

▲ ⓒ 청룡영화상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이번 청룡영화상을 본 여론의 대체적인 반응은 "역시"였다.

24일 오후 8시 45분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진행된 제38회 청룡영화상은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영화제답게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청룡이 선택한 올해의 영화는 천만영화인 '택시운전사'였지만, 다른 영화들도 수상자/작 명단에 올리며 최대한 다양하게 상을 나눠주었다.

수상자/작 뿐만 아니라 청룡영화상의 이모저모는 이번에도 화제가 되었고,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도배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38회 청룡영화상을 10가지 키워드로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았다.

▲ ⓒ 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1번째 : "폭우인데 내부취재 허용해달라" VS "외부취재만 허락", 사진·영상기자단 보이콧 사태

국내 최고 권위의 영화제 제38회 청룡영화상이 시작하기 이전인 약 4시간 전, 폭우가 쏟아졌던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 앞에선 때아닌 잡음이 발생하며 불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오후 4시 30분부터 레드카펫을 위한 사진·영상 기자들의 자리추첨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언제 그칠 지 모르는 폭우가 쏟아졌기에, 레드카펫을 취재하러 온 수백 명의 사진·영상 기자단은 외부 촬영이 불가능해지자 내부촬영이라고 해달라고 주최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청룡영화상 측은 최초에 내걸었던 "내부 촬영은 허용되지 않고, 외부 촬영만 허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것이 갈등의 발단이 되었고, 기자단은 레드카펫을 촬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상 초유의 기자단이 없는 썰렁한 청룡 레드카펫이었다. 

해가 진 후, 폭우는 거짓말처럼 그쳐 결과적으로 주최측의 원칙대로 가능했지만, 이미 기자단의 마음은 등 돌린 뒤였고 평화의 전당 앞은 그 어느 때보다 한산했다. 기상에 따른 융통성만 발휘했더라도 청룡영화상은 이번에도 "그뤠잇" 소리를 들었을텐데 유일한 옥에 티로 남았다.

▲ ⓒ 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2번째 : 평화의 전당 찾은 관객들만의 '워너원'은? 설경구, 김희원, 그리고 조인성

비록 썰렁했던 레드카펫 행사였으나, 이번에도 수많은 배우와 영화관계자들이 평화의 전당을 찾았다. 일부 잘 알려져 있거나 인기 있는 배우들이 등장할 때마다 영화시상식을 직접 관람하러 온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르거나 저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기 바빴다.

수많은 이들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인물이 세 명이 있었으니, '불한당'에서 미친 존재감을 보였던 설경구와 김희원, 그리고 '더 킹'의 주역이자 잘생김의 끝판왕이었던 조인성이었다. '불한당'은 올해 '불한당원'이라는 수많은 마니아들을 양산했던 영화였고, 청룡영화상 이외 다른 시상식에서도 불한당원의 환호성은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설경구와 김희원은 평화의 전당에 입성하여 나갈 때까지 불한당원의 '워너원'이었다.

조인성은 이를 뛰어넘어 전국구급 관심을 끌어냈다. 시작하기 앞서 메인 스테이지에서 비추는 그의 입장에 관객석이 모두 기립하여 포토존으로 몰려가는 기현상을 만들어냈다. 시상식이 시작되고, 간간히 그의 모습이 화면에 비춰질 때마다 여성 관객들의 감탄사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왔고, 종종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그의 리액션은 TV중계로 지켜보는 이들까지도 훈훈하게 만들었다. "잘생긴 게 최고다"는 온라인상 명언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 ⓒ SBS '청룡영화상'

3번째 : "기억하겠습니다" 김지영, 윤소정, 김영애, 그리고 김주혁까지

"남은 세월, 주어지는 대로 열심히 카메라 앞에서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 -김지영-

"배우와 스타는 다르거든요. 스타는 외로운데, 배우인 나는 늘 행복해요" -윤소정-

"저는 배우인 게 좋습니다. 배우로 살수 있게 해준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김영애-

"영화에선 상 처음 타봅니다. 항상 갈증이 있었습니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연기가 즐겁고 연기에 목말라요" -김주혁-

2017년은 연예계에 있어 슬픈 소식이 유달리 많았다. 지난 2월 김지영을 비롯해 김영애, 윤소정 등 중장년층을 대변하는 배우들이 지병으로 별세했으며, 10월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달리한 김주혁까지 우리의 눈물과 가슴을 아프게 했다.

시상식은 모두가 즐거운 축제의 장과도 같지만, 청룡영화상은 즐거움 뿐만 아니라 이 슬픔도 함께 공유했다. 연예계에선 김주혁과 절친하게 지냈던 차태현이 대표하여 네 명의 배우를 기리는 멘트를 남겼고, 이어진 추모영상은 필자를 포함해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게 했다. 영상을 본 후, 이날 진행을 맡았던 김혜수 또한 눈물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 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4번째 : 정진영, "익명의 영웅들을 기억하자"

우리 곁을 떠나간 네 명의 배우를 기리는 추모영상 못지 않게 이날 청룡영화상에 기억에 남는 소감문이 하나 더 있었는데, 이날 기술상과 촬영조명상, 그리고 편집상 시상자로 등장했던 배우 정진영의 멘트였다. 정진영은 자신이 배우이기 전에 한 때 영화감독의 꿈을 품고 연출부로 일했던 과거를 공개하며, 현재 충무로를 대표했던 송강호가 이름없는 배우로 출연했던 '초록물고기'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이어 정진영은 "스태프들은 영화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영화가 밖으로 드러내기 위해 안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일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익명으로도 일한다. 과거에 나도 경험한 바 있기에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보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며 "오늘날 나를 비롯한 수많은 배우들이 현장에서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앞으로도 익명의 영웅들에게 기억하자"며 덧붙였다.

이 발언을 의식했는지, 기술상을 수상한 '악녀'의 권귀덕 무술감독은 수상소감을 전하면서 주연배우인 김옥빈과 신하균을 시작으로 연출을 맡았던 정병길 감독과 문영학 PD, 박정훈 촬영감독, 이영훈 조명감독 등 함께 만들었던 주역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언급하면서 웃음을 유발케 했다. 참으로 훈훈한 광경이었다.

▲ ⓒ SBS '청룡영화상'

5번째 : 쿠니무라 준과 스티븐 연. 외국인 배우도 시상식에 등장하다

이번 청룡영화상의 또다른 볼거리를 꼽자면, 바로 상을 시상하러 평화의 전당을 방문하는 시상자들이다. 수많은 유명배우들이 빛내주었지만, 그 중 돋보였던 시상자가 있었으니 '곡성'에서 소름끼치는 연기를 펼쳐 남우조연상을 받았던 일본인 배우 쿠니무라 준과 '워킹 데드'와 '옥자'로 국내 팬들에게 유명해진 배우 스티븐 연이다.

특히, 쿠니무라 준은 지난해 '곡성'에 함께 출연했던 곽도원에 이어 이번에는 '박열'의 히로인인 최희서와 함께 2년 연속 청룡영화상 시상자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시상식 무대 위에서 한국어와 영어, 그리고 일본어 무려 3개국어가 오갔다. 3개국어 이상하는 최희서가 쿠니무라 준의 말을 즉시통역하는가 하면, 일본어로 물어보는 최희서의 질문에 쿠니무라 준이 한국어나 영어로 답하는 재밌는 장면도 나와 즐거움을 더했다.

할리우드에서 떠오르고 있는 스티븐 연의 깜짝스런 등장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시상자로 참여하게 된 소감을 한국어와 영어를 혼용해서 말하는 장면이 마치 아카데미 시상식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었고, 오직 청룡영화상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 제38회 청룡영화상 수상작·수상자 리스트

▶ 최우수작품상 : '택시운전사'

▶ 감독상 : 김현석 '아이 캔 스피크'

▶ 남우주연상 : 송강호 '택시운전사'

▶ 여우주연상 : 나문희 '아이 캔 스피크'

▶ 남우조연상 : 진선규 '범죄도시'

▶ 여우조연상 : 김소진 '더 킹'

▶ 남우신인상 : 도경수 '형'

▶ 여우신인상 : 최희서 '박열'

▶ 신인감독상 : 이현주 '연애담'

▶ 각본상 : 황동혁 '남한산성'

▶ 촬영상 : 조형우·박정례 '불한당'

▶ 청정원 인기스타상 : 김수안('군함도'), 나문희('아이 캔 스피크'), 조인성('더 킹'), 설경구('불한당')

▶ 음악상 : 조영욱 '택시운전사'

▶ 미술상 : 이후경 '군함도'

▶ 편집상 : 신민경 '더 킹'

▶ 기술상 : 권귀덕 '악녀'

▶ 최대관객상 : '택시운전사'

▶ 청정원 단편영화상 : 곽은미 '대자보'

[문화리뷰] 제38회 청룡영화상 10가지로 되돌아보다: 진선규부터 '택시운전사'까지 ②로 이어집니다.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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