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부산, 석재현 기자] 데뷔작 '레인보우'부터 '명왕성', '마돈나' 등 공개하는 작품마다 여러 해외 영화제에 초청받아 굵직한 획을 긋고 있는 신수원 감독이 그동안 자신이 선보였던 스타일과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연출하는 차기작 '유리정원'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했다.

신 감독은 흔히 말하는 '식물인간'이라는 단어를 재해석해 현 사회와 소외당한 이들을 접목해 한 편의 초록빛 동화를 만들었다. 숲의 초록색과 도시의 잿빛색을 대조했는데, 전자가 따뜻함과 판타지를 상징한다면 후자는 삭막함과 소외감을 심어주어 두 주인공 '재연'과 '지훈'의 심경변화를 암시하는 듯했다. 극 중 명대사인 "순수한 건 오염되기 쉽다"에 걸맞게, 생명의 근원인 엽록체를 상징하는 초록색으로 순수해도 고립되거나 단절되면 변질된다는 슬픈 메시지도 담았다.

신수원 감독의 색다른 연출도 돋보이지만, 2015년 '사도' 이후 2년 만에 스크린 복귀신고식을 하는 문근영의 이미지 변신도 눈여겨볼 만하다. 겉으로는 상처받고 내성적이지만, 단단한 나무 같은 굳은 신념과 순수한 광기까지 담아내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표현하기 어려운 과학도 재연을 제 것처럼 소화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유가 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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