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준PO 1차전 패배로 18년간 사직에서 PS 3승 12패 기록

▲ 올해 롯데는 자신들의 집(사직구장)에서 놀라운 성적을 보여줬지만, 정작 가을 잔치에서는 1999년 이후 3승(12패)에 머물렀다. 이 변수는 꽤 크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메이저리그에는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많다. 그 중 많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이 이른바 ‘저주’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밤비노의 저주’와 ’염소의 저주’다. 밤비노의 저주는 1918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한 보스턴 레드삭스가 이후 86년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데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염소의 저주’는 시카고 컵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던 1945년, 디트로이트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 때 홈구장인 리글리필드에 염소를 데리고 입장하려던 ‘샘 지아니스’라는 사람이 입장 거부를 당하자 “다시는 이곳(리글리 필드)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으리라!”라고 퍼부은 독설에서 비롯됐다.

다행히 두 도시의 야구팬들은 레드삭스가 2004년에, 시카고 컵스가 2016년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길고도 깊었던 우승 징크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메이저리그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지난해까지 68년간 겪었던 ‘와후 추장의 저주(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팀 마스코트인 와후 추장 그림을 익살스럽게 바꾸면서 1948년 이후 우승하지 못한 징크스)‘ 하나만을 남겨 놓고 있다.

승리의 요건을 전부 갖췄던 롯데,
왜 사직 구장에서 유독 힘을 못 쓸까?

국내에서도 오랜 기간 우승에 목말라하는 팀들이 있다. LG는 1994년 이후 23년간, 롯데는 1992년 이후 25년간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이 팀 창단 유일한 경험인 한화 이글스 역시 18년간 우승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 왔다. 그런데, 이러한 ’우승 이슈’와는 별도로 별난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는 팀도 있다. 불운의 주인공은 올해 정규 시즌 3위를 차지한 롯데. 25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는 당찬 각오를 선보였고, 실제로 그럴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롯데도 유독 포스트시즌에 홈에서 약하다는, 반갑지 않은 징크스를 지니고 있다.

시작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롯데는 사직에서 열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을 승리했지만, 이후 한화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2010년 준 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12년 동안 사직구장에서 열린 포스트시즌 8경기를 모조리 패했다. 마산과 잠실 홈경기를 포함하면, 포스트시즌 홈경기 11연패의 수렁에 빠졌던 것. 이 징크스는 롯데가 사직에서 열린 2011년 플레이오프 1차전(당시 정규시즌 2위, 6-7 패배)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홈경기 12연패 이후 맞이한 2차전에서는 4-1로 승리하면서 어느 정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듯 싶었다. 그러나 마지막 5차전에서 패하며 그 징크스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올해 이전, 롯데의 최근 포스트시즌 진출이었던 2012년에는 그래도 홈 팬들 앞에서 부끄럽지만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사직구장 준 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합산 성적이 2승 2패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사항을 종합해 본다 해도 최근 18년 동안 롯데는 자신들의 집(사직구장)에서 3승 11패에 머물렀다는 사실까지 숨길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이렇게 저조한 홈 승률은 5년 만에 다시 가을 잔치에 초대받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정규 이닝까지 2-2 팽팽한 균형을 이루었던 것도 잠시, 연장 11회에서 대거 7실점하며 대패를 피할 수 없었다. 이 패배로 롯데는 최근 사직구장 포스트시즌 전적 3승 12패(승률 0.200)에 머물게 됐다.

분명한 것은 시리즈 시작 전까지만 해도 롯데가 조금 더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후반기 돌풍을 바탕으로 정규시즌 3위까지 올랐던 기세를 가볍게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규 시즌 상대 전적도 9승 7패로 롯데가 앞서 있어 무실책 경기만 한다면 충분히 NC에 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초록빛 그라운드에서는 객관적인 지표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었던 셈이다. 이번 준 플레이오프의 가장 큰 변수도 바로 '외부 환경 분석'이 뒤따라야 했다.

모든 객관적인 지표를 뒤로 하더라도 이번 준 플레이오프 중 3경기가 사직에서 진행된다는 점은 의외로 큰 변수로 다가올 수 있었다. 그 중에서 선수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사직구장의 ‘뜨거운 응원 문화’를 거론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이슈는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함께 매번 이야기됐던 문제이기도 하다. 왜 그럴까?

사실, 구도 부산의 야구 열기는 타 지역 야구팬들도 몹시 부러워하는 부분이다. 다만, 그 ‘열기’가 엉뚱하게 분출되는 경우가 있어 롯데 선수단에 반드시 도움이 된 것만은 아니었다. 2008년 준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에서는 삼성이 롯데에 앞서가자 일부 술 취한 관중이 삼성의 응원을 방해하면서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결국 삼성은 안전을 이유로 원정 응원단을 전원 철수시키면서 문제가 일단락됐지만, 자신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그와 같은 행동은 선수들을 부끄럽게 만들고 위축시킬 뿐이었다. 경기 패배 이후 오물 투척이 이루어지는 행위는 이제 더 이상 특별한 문제가 아닐 정도가 됐다. 제보에 따르면, 올해 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어김없이 똑같은 상황이 재현되었다고 한다. 그나마 이번 준 플레이오프는 창원과 부산 사이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 사직 구장에 많은 NC 팬들이 들어섰음에도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신경전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 다행일 정도였다.

물론, 아직 포스트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나머지 2~5차전에서 롯데가 3승만 거두면 또 다시 사직구장에서 가을 잔치를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분명한 것은 롯데가 1999년 이후 포스트 시즌에서 ‘사직구장 징크스’를 이어가고 있으며, 그것은 모두 스스로 만든 ‘덫’에 걸린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변수는 객관적인 전력이라는 요소 외에 꽤 크게 양 팀에 다가올 수 있다. 무엇보다도 양 팀 팬들이 알아야 할 점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포스트 시즌을 '가을의 고전(Fall Classic)'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꽤 비중 있고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치는 공간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수준 높은 경기에는 수준 높은 응원 문화가 뒤따라야 한다. 굳이 롯데, NC가 아니더라도 뒤 이어 가을 잔치를 기다리고 있는 두산, KIA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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