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즈오 이시구로 작가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스웨덴 한림원이 5일 일본계 영국인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63)를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노벨위원회는 "이시구로의 소설에는 위대한 정서적인 힘이 있다"라면서, "세계와 닿아있다는 우리의 환상 밑에 심연을 드러냈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도 "가즈오 이시구로는 강력한 정서적 힘을 지닌 작품 속에서 인간을 세계와 이어주는 환상의 심연을 드러냈다"라고 소개했다.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가즈오 이시구로는 1960년 영국으로 이주했습니다. 영국 켄트대에서 철학을 공부한 그는 이스트앵글리아대에서 문예창작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을 발표했으며, 그의 세 번째 소설 '남아 있는 나날'은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1995년 대영제국 훈장, 1998년 프랑스 정부가 주는 문화예술공로 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의 작품세계를 5편의 국내 발간 중인 책에서 찾아봤다.

 

1. '창백한 언덕풍경(A Pale View of Hills)' / 1982년(이하 출간연도)

국내 출판사 : 민음사 / 역자 : 김남주

1982년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의 첫 장편 소설이다. 태평양 전쟁과 원자폭탄 투하 이후 일본의 황량한 풍경을 투명하고 절제된 감성으로 그리며 전쟁의 상처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현재 영국에 살고 있는 중년 여인 '에츠코'는 일본인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첫째 딸 '게이코'의 자살로 상심에 빠진다. 영국인 두 번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얻은 딸 '니키'가 집에 와 있는 동안 '에츠코'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과거의 기억들을 하나둘 회상하고, 이 모든 회상은 '게이코'와 '게이코'의 자살을 향한다.

 

2. '남아 있는 나날(The Remains of the Day)' / 1989년

국내 출판사 : 민음사 / 역자 : 송은경

집사로서 평생을 보낸 남자 '스티븐스'의 6일간의 여행을 따라간다. 근대와 현대가 뒤섞이면서 가치관의 대혼란이 나타난 1930년대 영국의 격동기를 지난 '스티븐스'의 과거도 들여다본다. '스티븐스'의 가족과 연인, 그리고 30여 년간 모셔온 옛 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리 삶의 가치를 일깨우고 있다. 특히 인생의 황혼 녘에 깨달아버린 잃어버린 사랑의 허망함과 애잔함에 관해 내밀하게 써 내려갔다. 1989년 이 작품으로 가즈오 이시구로는 맨부커상을 받았으며, 1993년 제임스 아이버리 감독이 연출하고, 안소니 홉킨스, 에마 톰슨이 주연한 동명 영화로 제작됐다.

 

3.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The Unconsoled)' / 1995년

국내 출판사 : 민음사 / 역자 : 김석희

1995년 출간 이후, 이 작품으로 가즈오 이시구로는 첼튼햄 상을 받았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성공을 위해 버려야 했던 가치들을 되살리려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마는 과정이 현실과 꿈,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경계가 없는 몽환적인 배경에서 펼쳐진다. 젊은 날 놓쳐 버린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좌절감에 몸부림치는 주인공의 모습이 지난날에 대한 회한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초현실적인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현대인의 쓸쓸한 자화상과 심리를 그려낸 작품이다.

 

4. '우리가 고아였을 때(When We were Orphans)' / 2000년

국내 출판사 : 민음사 / 역자 : 김남주

가즈오 이시구로의 실제 경험이 담긴 '가장 사적인' 소설로, 되돌릴 수 없는 유년 시절에 대해 담담한 어조로 써 내려간 소설이다. 작품이 발표된 해에 휘트브레드 문학상과 맨부커 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아편 전쟁, 이루지 못한 사랑, 질투, 배신,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충격적인 비밀을 깨닫게 되는 반전까지 이시구로만의 참모습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고풍스러운 런던의 사교계와 동양적 정취를 간직한 상하이의 거리를 배경으로, 중국에서 태어나 자라야 했던 영국 소년의 어린 시절 추억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5.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 / 2005년

국내 출판사 : 민음사 / 역자 : 김남주

2005년 발간 이후 '타임'의 '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됐고, 전미 비평가협회상과 독일 코리네 상을 수상했다. 간병사 '캐시'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되어 온 클론들의 사랑과 성, 슬픈 운명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원제 '네버 렛 미 고'는 팝송 제목으로, 이 노래가 수록된 카세트테이프는 소설에서 인간과 복제 인간의 차이를 보여주는 모티프이자, 세 주인공의 우정과 미묘한 사랑의 감정을 보여주는 모티프이기도 하다. 인간의 욕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복제 인간의 삶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mir@mhnew.com 사진ⓒ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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