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최근 한국 사극에 이런 설정이 있을까 싶다.

'명량'처럼 승전 그 자체를 강조하거나, '임금님의 사건수첩'처럼 개그 그 자체를 강조하는 경우와 다르게, '남한산성'은 김훈 소설의 원작 그대로를 담아내는 것에 집중한다. 게다가 승전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 역사에서 지우고 싶은 패배의 역사인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굴욕'을 그저 처절하게 담아낸다.

그 분위기는 음악감독을 맡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전작인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처럼 차갑다. 당장이라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끼며, 반소매를 입었다면 겉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촬영·조명감독이 잘 설정한 판은 원작을 적절히 각색한 황동혁 연출의 힘으로 견고한 '남한산성'을 만들어냈다.

영화에서 나오는 설정 또한 그렇다. 추위를 피하고자 군사에게 지급한 볏짚을 뺏어 꼭 필요하다는 말에게 먹이더니, 그 말이 죽어 다시 군사에게 말고기를 먹인다. 뻔히 패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어리석은 상부의 전투 지시는 최악의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현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아이러니를 고스란히 가져온 셈이다. 물론 영화와 달리 '남한산성'에서는 실제 승전보가 울려퍼진 바 있다. 그러나 영화의 비극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승전보는 등장하지 않는다.

한편, 시작 자막부터 '동북아시아'를 언급해서일까? '최명길'(이병헌)과 '김상헌'(김윤석)의 '썰전'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조'(박해일)의 모습 역시 현재의 정치를 보는 인상이 깊다. 영국의 셰익스피어 문학이 현재까지 다양한 사례로 공연되고 있는 가운데, '남한산성'에서 일어난 역사가 현재 동북아시아 정세에서 가야 할 길을 제시한 인상이 깊다. 7/10

 

* 영화 리뷰
- 제목 : 남한산성 (南漢山城, The Fortress, 2017)
- 개봉일 : 2017. 10. 3.
- 제작국 : 한국
- 장르 : 드라마
- 등급 : 15세
- 감독 : 황동혁
- 출연 :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등
- 화면비율 : 2.35:1
- 엔드크레딧 쿠키 : 없음

▲ [아이맥스 원정대] '킹스맨: 골든 서클' in 왕십리 IMAX  ⓒ 시네마피아

mir@mhnew.com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