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제작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방송인 김미화가 검찰에 출석했다.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김미화는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심경이 매우 안 좋다. 이번 사건을 낱낱이 밝혀질 수 있도록 9년 간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할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서 한탄하면서 생각해봤다. 나와 비슷한 피해를 입은 문화예술인 동료 뿐만 아니라 예술을 하는 많은 후배들을 위해 내가 선배로서 이 자리에 서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조사에 열심히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미화는 "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말 부끄러움 없이 백주대낮에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현실이 어이가 없다. 국정원에서 그걸 실행했고 방송국의 수많은 간부 이하 사장님 등이 충실하게 지시대로 이행하면,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다시 이 대통령에게 일일보고를 한다는 것이 나오지 않았나"며 "그런 것들을 실행하도록 시킨, 젊은 사람 말대로 '이거 실화냐?' 대통령이 이런다면 누가 믿을 수 있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당시 트라우마가 사실 남아있다. 이 자리에 선다는 것이 무척 괴롭고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난 9년동안 그런 일들이 계획을 갖고 실행한 것 아니냐. 내가 책임감을 갖고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에 출석하기 앞서, 김미화는 2010년에 이미 "KBS 내부에 출연금지 문건이 존재하고 돌기 때문에 출연이 안 된답니다"라면서 블랙리스트 존재에 대해 언급했던 바 있었고, KBS는 이 발언을 빌미로 김미화를 고소했다. 

현재 국정원 개혁위원회 산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임 초기인 2009년 '좌파 연예인 대응 특별팀'을 구성해 정부 비판 성향의 연예인에 대한 퇴출 압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성근은 'MB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 인사 중 한 명으로, 당시 국정원 심리전담반이 배우 문성근과 김여진의 침대 나체 합성사진을 만들어 온라인에 올린 사실을 공개된 바 있다.

'MB 블랙리스트'는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등 문화계 6명,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 등 8명,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 영화감독 52명,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등 방송인 8명, 윤도현, 신해철, 김장훈 등 가수 8명까지 총 82명으로 드러났다.

18일에 검찰에 출두했던 배우 문성근은 'MB 블랙리스트' 소송 상황에 대해서 "일단 관련 문제를 소셜미디어(SNS)에 알렸고 5~6명 정도가 소송 참여 의사를 밝혔다"라면서, "이달까지 피해 사례를 수집할 예정이다. 피해 사례를 다 합쳐서 소장을 다음 달에는 내도록 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검찰은 문성근과 김미화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피해자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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