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전경 ⓒ 서울시립미술관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서울시립미술관이 대한제국선포 120주년이자 UIA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를 맞이해 서소문 본관 건축에 대한 아카이브를 모은 '역사풍경: 서소문동38번지' 전시를 서소문 본관3층 프로젝트갤러리에서 11월 12일까지 선보인다. 

서소문을 비롯한 정동 일대는 구한말(舊韓末)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가 펼쳐졌던 역사적인 장소다. 육영공원-독일영사관-한성재판소-토지조사국-경성재판소-대법원-서울시립미술관으로 변모해온 서소문동 38번지를 재조명한다.

▲ 전시 전경 ⓒ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는 크게 네 가지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개화기의 대한제국부터 일제 강점기, 해방 후 대한민국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난 120여 년간 서소문본관 건축물이 위치한 장소가 변모해왔던 풍경이 만들어내는 역사적, 그리고 예술적 단면과 만나볼 수 있다. 

첫 번째 파트는 신문물의 근대적 공간을 형성했던 19세기 구한말 정동길과 대한제국에 얽힌 역사적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사민필지』, 『육영공원등록』 등 고문서에 나타난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영어교육기관인 육영공원의 역사를 통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자주독립국가로서의 위상을 꿈꾸었던 고종황제의 꿈을 만날 수 있다. 

전시의 두 번째 파트는 경성재판소를 통해 식민지의 그늘을 보여주는 파트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재판소인 한성재판소와 평리원이 1919년 한일합방이후 경성재판소로 변모하는데, 경성재판소의 정교한 건축도면 및 당시 사진을 통해 일제의 치밀한 법적 규율을 내면화한 공간적 질서의 구축과정을 엿볼 수 있다. 

▲ 전시 전경 ⓒ 서울시립미술관

세 번째 파트는 1995년 서초동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대한민국 대법원으로서 역할을 담당했던 서소문 시대 대법원의 자료들을 통해 현대적 법적 규율과 권위의 상징이었던 역사풍경의 한 자락을 대법원 현판, 당시 사진, 서소문시대의 마지막 판결문 등을 통해 보여준다. 또한, 서소문시대 대법원에서 내려진 주요 판결문 7개와 그 간략한 내용을 전시장에서 보여줌으로써 판결문과 사회의 변화의 상관성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갖는다.

전시의 네 번째 파트는 대법원에서 참여와 소통의 공간인 공공의 미술관으로 변모했던 서울시립미술관의 리모델링 과정을 보여주는 도면, 관련 사진, 당시의 계획안 등의 자료를 통해 역사적 무게를 담으면서도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를 모색했던 고민을 담아낸다. 전시를 나오면서 마지막으로 덕수궁 석조전이 내려다보이는 서울시립미술관 창가에서 시립미술관의 건축물 특징을 담은 스탬프를 찍는 참여의 코너를 통해 역사의 풍경이 현재의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 박찬민·정경자,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80*60cm, 디지털피그먼트, 2017 ⓒ 서울시립미술관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에드워드 카(Edward Carr)의 고전적인 말을 되새기면서 이 ‘끊임없는 대화’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역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전시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전시를 보는 관람객들 역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통해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 ‘역사풍경' 속으로 초대한다.

▲ 전시 전경 ⓒ 서울시립미술관

avin@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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