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가해 당사자가 자리를 지키는 속사정은?

▲ 전국 본선 무대 전에 대진표 추첨을 위해 감독자 회의가 열린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전국 고교야구 지도자 다수는 선수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방향으로 지도한다는 점이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지난 19일, 국민일보 지면상에 다소 충격적인 내용의 기사가 전달됐다. '대학 야구 감독의 무자비한 폭행'이라는 제목도 그러했지만, 그 내용은 제목 이상으로 충격적이었다. 충남 소재의 A대학 B감독이 상습적으로 선수들에게 폭행을 가한 것이 문제였다. 이에 B감독은 이와 관련하여 선수들과 오해를 풀었다는 해명을 했지만, 해당 신문사에서 입수한 14초짜리 동영상 내용은 '오해를 풀었다'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가혹했다. B감독은 한 선수의 투구 폼을 교정하는 듯한 장면에서 얼굴을 두 차례 가격했고, 발로 하체를 가격하다 못해 주저 앉아버린 선수를 향하여 정확히 안면을 발로 가격했다. 14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너무 충격적인 모습을 드러낸 셈이었다. 그리고 이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충격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특이할 만한 점은 본 건이 대학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최근 5년간 주요 언론사에서 보도되어 왔던 학교 운동부 폭력 사건은 주로 중, 고교에 한정됐었기 때문. 미성년인 초, 중, 고교 학생 선수들에 대해 폭행을 펼칠 경우, 청소년/아동 특별 보호법에 의한 처벌이 가능하지만, 이는  선수 본인의 의사 외에도 부모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대학에서 일어난 폭력 사건은 성인(감독)이 성인을 대상(대학생)으로 가해졌다는 점에서 부모 동의 없이 곧바로 형사 고발이 가능하다.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감독은 왜 선수를 폭행한 것일까?

감독님 코치님! 때려주십시오.
그리고 저를 인간답게, 선수답게 만들어 주십시오!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학생 야구부에서 폭행은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본 기자에게 제보가 들어오는 학교나 대상도 상당히 다양하다. 한 중학교 야구부 코치는 감독의 폭행에 충격을 받은 선수가 전학을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지켜 주지 못해 미안했다는, 그래서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해서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는 솔직 고백을 해 오기도 했다. 그리고 해당 학교를 졸업한 학생 선수들에게 감독 폭행 여부에 대해 묻자 대부분 맞다는 반응을 보내 왔다.

문제는 그러한 방식이 여전히 해당 학교에서 유효하게 적용되고 있고, 지금도 '시나브로' 폭행을 당하는 선수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매를 써서라도 아들이 야구만 잘 하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일부 학부모들의 암묵적인 동의, 그리고 그 동의 속에서 여전히 무소 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지도자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청해도 '왜 가만히 있는 우리 학교를 건드리느냐!'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너무 일반적인 모습이 됐다.

그렇다면, 왜 피해 선수들은 폭행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던 본 기자에게 또 다른 제보가 접수됐다. 이번에는 폭행을 당한 선수가 직접 필자에게 연락을 취해 왔다. 지도자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있어 야구하기 싫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전달해 왔다. 그리고 본인을 비롯하여 폭행을 당한 선수들이 여럿 있으며, 모 졸업생의 경우 너무 심하게 맞아 허벅지에 멍이 든 사진까지 찍어 뒀다는 상당히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전달해 왔다.

해당 졸업생으로부터 전달 받은 사진을 본 기자는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피멍이 들어 일어나기에도 버거워 보일 것 같은 사진이 필자 앞에 펼쳐졌기 때문. 그 상태가 될 때까지 오직 대학에 가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고교 생활을 버틴 것이었다. 이에 본 기자도 '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해당 학생을 돕고 싶었다. 경찰청 민원실에 찾아가 해당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고, 정식으로 민원도 제기하여 해당 학교 운동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청에서도 몇 차례 본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와 사실 관계 확인을 진행했고, 성실히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답변도 해 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원활하게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봤다.

▲ 승리 뒤 보이는 학생 선수들의 미소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주기 위해서라도 폭력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사진ⓒ김현희 기자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한낱 '순진한 꿈' 이었음이 밝혀졌다. 수사는커녕, 학교 측에 사실 관계를 물어오는 선에서 종료됐기 때문이었다. 구체적인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폭행을 당한 당사자 전원이 부모의 동의를 얻어 수사 의뢰를 요청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것이 지방경찰청 청소년과의 대답이었다. 결국 현 시스템에서는 폭행을 당해도 현 상황에서는 피해자 당사자가 단독으로 가해자를 직접 고소할 수 없고, 부모의 동의를 얻는다 해도 폭행을 당한 다수가 침묵을 지키면 '없던 일'로 치부될 가능성이 컸던 셈이다.

행여 수사가 진행된다 해도 '아무 일 없이 운영되던 운동부를 왜 흔드느냐!'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결국 올바른 제보를 한 이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고 배척을 당하는, 묘한 상황이 지속되는 셈이다. 그래서 폭행 가해자들이 그대로 학교에 남아 있는 것이 가능하며, 피해자들은 속절없이 폭행을 계속 당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감독님 코치님! 저를 인간답게, 야구선수답게 만들어 주실 수 있다면, 기꺼이 때려주십시오!"라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피해자 당사자만 경찰 수사 의뢰를 할 수 있는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사랑의 매를 가장한 폭행은 절대 바뀌지 않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미안하다'는 소리일 뿐이다. 제보를 해 온 학생 선수들 일동도 "저희는 이렇게 폭행을 당했고, 결국 올해가 끝나면 졸업하게 될겁니다. 하지만, 저희 후배들만큼은 폭력 없는 학교에서 오직 운동만 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습니다. 그러한 세상을 만드는 데 저희가 앞장서겠습니다."라며, 되려 본 필자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이 친구들이 10~20년 후, 정말로 지도자가 되어 그라운드에 섰을 때 본 기자에게 줬던 감동을 반드시 현실로 만들어 주기를 기원한다.

※ 자료 사진은 위 기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재차 확인합니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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