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판정 아웃 선언에 고개 숙인 유정민 감독

▲ 청룡기 결승 직후 작정한 듯 강력하게 항의하는 유정민 감독. 유 감독을 잘 아는 이들은 "저렇게 흥분하는 모습 처음 봤다."라며, 놀란 표정을 짓기도 했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지난 16일 끝난 제72회 청룡기 쟁탈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겸 2017 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는 왠만한 프로야구 경기보다 높은 수준을 선보였다. 이는 황금사자기 진출에 실패했던 '베이징 키즈'들이 청룡기에 대거 모습을 드러내면서 150km를 가볍게 넘기는 속구로 일반 야구팬들을 감탄하게 만들었던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됐다. 특히, 이번 결승전 경기가 올스타전 다음 날 열리면서 "오히려 올스타전보다 청룡기 결승전이 더 재미있다."라는 호평이 들려오기도 했다. 시청률 통계를 냈다면, 왠만한 프로야구 중계방송보다 청룡기 결승전 시청률이 더 나왔을 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명고등학교가 개교 이후 처음으로 청룡 여의주의 주인이 되었다는 사실에는 꽤 많은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김경섭 감독의 완벽한 계투 작전과 팀의 대들보 곽빈(두산 1차 지명)을 철저하게 믿는 '믿음의 야구'가 어우러진 결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당초 우승 후보로는 거론되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러한 평가가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 놓은 셈이었다. 경기 결과를 떠나 양 교의 '오타니(서울고 강백호, 배명고 곽빈)'들의 투-타 맞대결 역시 고교야구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투수 강백호-타자 곽빈',' '투수 곽빈-타자 강백호'의 맞대결에서 각자 한 차례씩 외야로 가는 타구가 나왔지만, 공교롭게 둘 모두 좌익수 플라이에 만족해야 했다. 공 끝이 상당히 좋다 보니, 담장 밖으로 넘어갈 것 같았던 타구도 뻗질 못했던 셈이었다.

어렵게 꺼내게 될 심판 판정에 대한 이야기,
그 기획 의도와 전제 조건에 대하여

이렇게 명승부가 펼쳐진 청룡기 선수권이었지만, 너무 많은 회한을 남긴 이들도 있다. 방송 중계를 통하여 몇 차례 거론이 되기도 했지만, '애매한 상황에서의 심판 판정'으로 공정하지 못한 결과를 받아들였다고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분명 있기 때문이었다. 프로를 포함하여 아마야구에서도 판정에 대해서는 누구도 억울함을 가져서는 안 되는 만큼, 본지에서는 '피해자'라고 이야기하는 학교측의 목소리도 들어봐야 했다. 그리고 결승전 이후 방송 녹화 분석, 일부 학교에서 직접 제보해 온 영상과 사진 등을 함께 공개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앞서 본 고의 기획 의도와 전제 조건을 먼저 밝히고자 한다.

1) 청룡 여의주를 차지한 학교의 우승 가치를 떨어뜨리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승을 차지한 학교는 최선의 플레이를 펼쳤으며, 충분히 우승교로서 박수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 봉황대기 이전까지 우승의 기쁨을 충분히 누렸으면 한다.

2) 심판 위원 전체를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심판 위원 다수는 본인의 일에 대한 사명감이 투철한 경우가 많다. 특히, 주말리그도 중계방송하면서 심판 위원들도 보다 정확한 판정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오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일부 심판위원들의 판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 역시 심판 위원 전체가 '공동의 책임'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당부를 보내고자 한다.

3) 본 고를 통하여 대통령배 이후에는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경기 결과를 얻고, '모범 심판상'에 대한 시상이 이루어질 때 모두에게 박수를 받을 만한 상황이 만들어지기를 기원한다.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그리고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청룡기 결승전,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가면서 배명고의 우승이 확정됐다. 우승의 기쁨을 누린 것도 잠시, 양 교 학생들은 서로의 더그아웃에 있는 지도자들에게 예를 표했고, 심판위원들도 그라운드를 빠져 나갔다. 바로 그 순간, 서울고 유정민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이 퇴장하려는 심판 위원들을 잠시 불러 세워 강력하게 항의를 했다. 고교야구계에서 덕장으로 이름난 유정민 감독은 사실 왠만한 상황에서도 거세게 항의를 하지 않는 이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날 만큼은 '작정'을 한 듯, 큰 목소리를 냈다. 코치들 역시 시상식을 거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선수들을 일제히 더그아웃으로 부르기도 했다. "중계방송도 하는데, 판정을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 유정민 감독의 말이었다. 하지만, 시상식 거부만큼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던지, 오히려 코치들을 말리며 선수들을 정렬시켰다. 그리고 시상식 이후에도 유 감독은 한동안 그라운드를 빠져 나가지 못했다. 이에 본 기자는 뒤늦게 선수단 사이로 목동 구장을 빠져 나가려는 유 감독을 발견, 잠깐이라도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정말 선수들에게 미안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판정이 났다는 것에 대해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너무 부끄럽습니다." 유정민 감독의 말이다. 어떠한 상황에서 '오심'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발생했기에 유 감독은 자조 섞인 이야기를 꺼내야 했을까?

유 감독이 본 승부처는 두 차례였다. 하나는 3회 말 무사 1루 상황에서 보여 준 최현준의 과감한 베이스러닝이 아웃 판정을 받은 것, 또 하나는 7회 말 무사 1, 2루 상황에서 나온 양승혁의 번트 상황이었다. 만약에 두 번 중 한 번이라도 세이프 판정이 났다면, 경기는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정말 그랬을까? 비디오 분석 및 당시 경기 상황을 복기해 본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일이었다.

▲ 결승전 3회 말 1루 주자 최현준이 3루로 뛰었을 때의 상황. 서울고에서는 이 장면에 '세이프'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를 했다. 사진자료=IB 스포츠 중계 캡쳐

먼저 3회 말 상황. 볼 넷으로 출루한 톱타자 최현준이 2번 양승혁의 희생 번트로 2루까지는 무사히 안착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 없었다. 그런데, 3루가 빈 것을 간파한 최현준이 바로 3루로 뛰자, 배명고는 포수 이주호가 베이스 커버를 들어오며 송구를 받았다. 심판 판정은 '아웃'. 비디오를 몇 차례 돌려 봐도 상당히 판정이 어려웠다는 사실만은 인정할 필요가 있었다. 아웃을 줘도 됐지만, 세이프 선언을 해도 큰 문제는 없었기 때문. 이주호의 태그가 이루어지기 전에 최현준의 손이 3루를 닿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3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 이주호의 다리를 터치한 것으로도 보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원심은 유지됐지만, 서울고로서는 1사 3루 상황에서 3번 정문근의 땅볼이나 외야 플라이로 점수를 낼 수 있었던 상황이 없어졌다는 데에 아쉬움을 느낄 법했다.

▲ 결승전 7회 말 장면. 배명고 야수가 점프 하는 사이에 양승혁의 발이 1루를 먼저 밟은 것처럼 보인다.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햇다. 사진자료=IB 스포츠 중계 캡쳐

그리고 7회 말 무사 1, 2루에서 또 다시 양승혁이 희생 번트로 주자들을 모두 보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번트 타구를 잡은 투수 곽빈의 1루 송구가 높았던 것이 문제였다.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 온 야수가 점프를 하여 잡았지만, 그 전에 양승혁의 발이 먼저 1루를 밟은 것으로도 보일 여지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1루 베이스 코치나 유정민 감독이 강하게 아쉬움을 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만약에 무사 만루 상황에서 그대로 경기가 이어졌다고 가정하면, '폭투로 1점 만회→1사 2, 3루서 강백호의 좌익수 플라이로 3루 주자 태그 업으로 득점' 상황이 이어질 수 있었다. 그랬다면, 동점이 되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서울고 선수단이나 유정민 감독이 안타까워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판정의 아쉬움을 느끼는 학교가 서울고 외에도 또 있었다는 사실이다. 경북고는 그래서 아예 경기 내내 비디오를 녹화하거나, 1, 3루 측에 DSLR을 배치하여 중요 순간을 학부모들께서 직접 촬영하는 열정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본 기자에게 '심판이 아웃을 선언했던 순간에 주자의 손과 야수의 글러브 위치가 어떠했는지 직접 봐 달라'라며, 원본 영상과 사진을 전달해 오기도 했다. 한, 두점 차 승부에서 미묘한 판정의 차이는 어린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심판위원들 스스로 깨달았으면 한다.

▲ 경북고 배지환이 2루를 훔치는 장면. 글러브에 닿기 전에 손이 2루 베이스를 터치한 것처럼 보이지만, 2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사진=경북고 학부모 제공

그래서 유정민 감독은 마지막에 "절대 우리가 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며, 선수들 누구라도 공정한 판정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오심률 1%, 그 치명적인 통계에
학생 선수들 눈에 눈물이 날 수도, 치명적인 상처를 안길 수도 있다!

그래서 심판 위원들은 '100%의 정확성'을 목표로 판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그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오심률 1%'만 되어도 치명적인 결과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왜일까? 심판 위원이 판정해야 하는 54개의 아웃 카운트(회당 3아웃 X 9회 X 홈&어웨이 2팀) 중에서 1%의 오심이 발생하면, 경기당 0.54개의 아웃카운트가 오심으로 판정되기 때문(54개 X 1%=0.54)이다. 결국, 두 경기당 아웃카운트 하나가 오심으로 날아가 버리는 셈인데, 청룡기 35경기에 대입해 보면 17개의 아웃카운트가 오심이 되어버리는 셈이다. 이는 상당히 치명적인 숫자다. '우리 심판위원들은 99%의 완벽함을 자랑한다.'라는 이야기를 함부로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조건 100%에 수렴해야 한다.

결국 이러한 오심 시비의 최대 피해자는 학생 선수들이다. 아직 미성년인 선수들이 본인 의지가 아닌 어른들의 결정에 따라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선수들은 경기 패배 자체보다 억울함에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빠져 나가기도 했다. 그 모습을 단 한 번이라도 지켜보았으면 한다.

▲ 경북고 박상길 감독은 항의 도중 아예 퇴장 조치를 받았다. 우천으로 인한 경기 순연, 그리고 몇 차례 석연치 않았던 판정 등이 결국은 박 감독을 폭발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사진ⓒ김현희 기자

에필로그) 본 기자는 비디오 판독에 대한 '결론'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른 방향으로 '판정'이 났을 상황을 고려하여 기록지에 명시된 대로 복기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언급했을 뿐이다. 따라서 협회 누구라도 본 고를 본다면, 이번만큼은 본 기자에게 연락을 취하려 들지 말고, 자체적으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였으면 한다. 여기에 심판 폭언 등으로 이미 두 차례 타 매체에서 보도를 진행했던 만큼, 현 상황이 좋지 않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협회가 절치부심하여 KBO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이 점을 누구보다도 간절히 바라고 있으니, 그 진심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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