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 덕수고에 역전승. 배명고, 안산공고에 완승하며 결승행

▲ 청룡기 결승행 확정 후 기뻐하는 서울고 선수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 그리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제72회 청룡기 쟁탈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겸 2017 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이하 청룡기 선수권) 4강전 일정에서 서울고, 배명고가 각각 승리했다.

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선수권 13일 째 경기에서 서울고가 디펜딩 챔프 덕수고에 승리, 2년 연속 결승 진출을 확정한 데 이어 배명고가 안산공고에 완승하며, 1997년 이후 20년 만에 선수권대회 결승에 올랐다.

제1경기 : 서울고등학교 3-2 서울 덕수고등학교

지난해 청룡기 결승에서 만났던 양 팀이 4강에서 다시 만났다. 1년 만에 가진 청룡기 리턴 매치에서 서울고가 역전승하며 완벽하게 설욕에 성공, 2년 연속 결승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사실 양 팀 모두 누가 이겨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명승부전으로 진행됐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었다. 선취점은 덕수고의 몫이었다. 덕수고는 1회 2사 2루서 남영재의 1타점 중전 적시타로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서울고 역시 5회 말 반격서 2번 양승혁이 똑같이 중전 적시타로 응수하면서 동점을 만들었다. 계속된 2사 2루 찬스에서는 4번 강백호의 우전 적시타로 역전에 성공, 상대 에이스 양창섭을 끌어 올렸다. 이후 양창섭은 몇 차례 위기 속에서도 무실점으로 서울고 타선을 틀어막았다. 이에 서울고 유정민 감독도 6회부터 즉각 강백호를 투수로 투입하며, 배수진을 쳤다. 그러자 덕수고는 6회 초 1사 2, 3루서 5번 전이준이 강백호를 상대로 좌익수 희생 플라이를 기록,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서울고는 7회 말 2사 2, 3루서 4번 강백호가 덕수고 에이스 양창섭을 상대로 재역전 타점을 노렸으나, 볼카운트 2-2에서 몸쪽 낮은 빠른 볼에 삼진을 당하며,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 투-타에서 맹활약을 펼친 서울고 올라운더 강백호. 사진ⓒ김현희 기자

길었단 2-2 동점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균형이 깨졌다. 8회 말 선두타자 이재원이 내야 안타로 출루한 이후 맞은 1사 2루 찬스서 7번 장민석이 평범한 2루 땅볼을 쳤으나, 상대 수비가 볼을 더듬는 사이에 주자가 올세이프됐다. 바로 이 과정에서 양창섭이 던진 높은 볼이 뒤로 넘어가면서 와일드 피치가 기록, 3루 주자가 그대로 홈을 밟았다. 이것이 결승점이 됐다. 이후 강백호는 마지막 9회에서 삼진 두 개를 곁들이며 삼자 범퇴로 덕수고 타자들을 제압, 팀의 결승 진출에 일등 공신이 됐다. 준결승 제1경기에서 4번 타자 겸 포수 및 투수로 등판한 강백호는 4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했고, 투수로서는 시즌 최다 이닝인 4이닝을 소화, 65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는 동안 삼진을 무려 8개나 솎아내며, 승리 투수로 당당히 기록됐다. 그러나 덕수고 역시 윤영수, 김민기, 이인혁 등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100% 전력을 구성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청룡기 4강에 오르는 등 2017 고교야구의 '끝판왕'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제2경기 : 서울 배명고등학교 7-2 경기 안산공업고등학교

당초 팽팽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 같았던 양 팀의 대결은 투-타, 그리고 경험에서 우위를 앞세운 배명고의 완승으로 끝났다. 배명고는 3회 1사 1루서 3번 곽빈이 1타점 3루타를 기록, 기선을 제압한 데 이어 4번 정원휘와 7번 강동형도 적시타를 기록, 3점째를 내면서 상대 에이스 김도규를 강판시켰다. 여기에 8번 정상후 땅볼 때 3루 주자까지 홈을 밟으며, 일찌감치 승리를 굳혔다. 한 번 터진 배명고의 방망이는 식을 줄 몰랐다. 5회에는 또 다시 곽빈이 전타석에 이어 또 다시 3루타를 기록하며 주자를 불러 들였고, 6회에는 양영수의 적시타 등으로 두 점을 추가,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안산공고도 9회 초 2사 2, 3루서 9번 김민수의 적시타로 두 점을 추격,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마운드에서는 배명고의 '긴 팔 원숭이' 이재승이 6이닝 2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모교 결승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로써 제72회 청룡기 쟁탈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겸 2017 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는 개교 첫 청룡기 우승을 노리는 배명고와 1985년 박형렬-김동수(LG 2군 감독) 이후 무려 32년 만에 청룡 여의주를 차지하고자 하는 서울고의 대결로 압축됐다.

※ 청룡기 선수권 주요 히어로(MVP)

서울고 올라운더 강백호 : 이 정도면 프로 스카우트 팀의 머리가 복잡해 질 만하다. 타자로는 4타수 3안타 1타점, 투수로는 최고 152km의 속구를 던지면서 시즌 최다인 4이닝을 소화했다. 그 과정에서 삼진도 무려 8개나 솎아내면서 괴력투를 선보였다. 2차 1라운드 지명이 유력시되는 상황에서 각 팀은 '야구 천재'라 불리는 이 괴물을 어느 순간 뽑아야 할지 더욱 더 머리를 써야 할 판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강백호는 경기 직후 "지금은 프로 지명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오직 청룡기만 바라보고 싶다. 특히, 유정민 감독님이 올해 부임 3년차인데, 어찌 보면 우리 3학년들과 같이 시작을 하신 셈이다. 스승님께 우승을 안겨 드리고 싶다."라며, 내일 결승을 바라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상대 에이스 양창섭과의 마운드 맞대결도 일품이었지만, 4번 타자로 나서면서 투-타 맞대결을 펼친 부분도 꽤 인상적이었다. 특히, 7회 말 2사 2, 3루 찬스서 마운드에는 양창섭이, 타석에는 강백호가 들어선 부분이 이 날 경기 최고의 장면이었다. 볼 카운트 2-2에서 양창섭이 던진 회심의 몸쪽 빠른 볼이 강백호의 헛스윙을 유도하면서 그대로 공수 교대됐다. 이에 대해 강백호는 "(양)창섭이가 정말 잘 던진 공이었다. 그래서 내가 헛스윙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인정하고 바로 마운드에 올라갔다. 정말 좋은 투수다."라며, 멋진 승부였음을 인정했다. 양창섭 역시 "후회 없는 승부를 펼쳤기에, 아쉬움은 전혀 없다. 당시 상황에서는 내가 던질 수 있는 최고의 볼을 던졌다. 감독님도 피하지 말고 맞대결을 펼쳐 보라고 해 주셔서 그런 승부가 나올 수 있었다."라며, 시즌 첫 패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후련한 승부였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두 이는 대통령배를 거쳐 오는 9월부터 열리는 세계 청소년 선수권대회에서 다시 만나 한솥밥을 먹게 된다.

▲ 청룡기 4강전에서 인생 투를 선보인 배명고 긴팔 원숭이 이재승. 사진ⓒ김현희 기자

배명고 투수 이재승 : 당초 146km의 속구를 던지는 유망주로 주목 받았으나, 그 동안 큰 무대에서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김경섭 감독은 8강전 이후 주저 없이 이재승을 선발 마운드에 올렸다. 그리고 배명고의 '긴 팔 원숭이' 이재승은 안산공고 타선을 6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4강전 승리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야말로 '인생 투'를 선보인 셈이다. 이에 이재승은 "가운데만 보고 던졌다. 정말로 안타 맞아도 좋다는 생각으로 편히 던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며, 승리 투수가 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김경섭 감독 역시 "(이)재승이가 잘 막아 준 덕에 마운드에 (곽)빈이가 오르지 않은 것이 최대 수확이다."라고 할 정도였다. '긴 팔 원숭이'는 원래 위재영 동산고 코치의 현역 시절 별명이다. 본인도 그만큼 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은 이재승이다.

서울 목동,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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