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쟁이는 연극을 해야죠. 이것이 정상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25일 오후 3시 대학로 30 스튜디오에서 연극 '불량청년'의 프레스콜 전막 시연 및 질의응답이 진행되었다. 27명의 블랙리스트 배우들과 함께 광화문 광장을 배경으로 연출된 연극 '불량청년'은 자신의 밥벌이만 신경 쓰고 사회, 정치 문제에는 전혀 관심 없는 28세 청년 김상복이 우연한 기회에 일제에 항거한 의사 김상옥 동상 역으로 아르바이트하던 중, 광장에서 벌어진 집회에 휘말려 물대포를 맞고 1921년 경성에 떨어지게 된다. 진짜 김상옥과 당시 독립운동을 하고 있던 의열단 청년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다.

박근혜 정부에서 연극계 검열에 저항하는 '광장극장 블랙 텐트'의 극장장을 맡아 광화문 광장에서 108일간 노숙한 극단 고래의 이해성 연출과 기자간담회를 통해 연극 '불량청년'에 대해 들어봤다.

 

'김상옥 의사'와 '광야'를 주제로 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다.

ㄴ 박선희 연출에게 의뢰를 받아서 쓰게 된 작품이다. 자료조사를 하면서 대학로에 김상옥 의사의 동상이 있다는 점도 처음 알게 됐다. 그분의 삶을 공부하면서 제 삶이 부끄러워졌고, 독립운동 얘기를 왜 지금 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도 많이 했다. 각 작품을 할 때마다 '왜 이 시대에 이 작품을 해야 할까?' 고민한다. 우연히 '광야'라는 시를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했고,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이 우리와 다른 존재이자 영웅으로 느껴질 텐데, 한편으로는 우리와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었다. 그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고 우리 시대의 청년들은 왜 이런 선택을 하면서 살아갈까 고민했다. 작품을 처음 쓸 때 우리 시대의 청년들이 갇혀있다는 생각을 했다. 기성세대, 기득권, 자본주의가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순응하고 복종하면서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초인'이라는 게 모든 젊은이뿐 아니고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자기 자신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초인이라는 건 영웅이나 위대한 사람의 모습이 아닌 우리가 잊고 있고 찾지 못하는 각자 개인 속에 살아있는 아름다운 본성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별처럼 아름다운 소중함을 가지고 있다. 마음껏 펼쳐져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했다. '우리가 배워오고 하고있는 선택들이 맞는 선택일까? 정답일까? 과연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정말 잘 살아가는 것일까?'라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광화문에서 체험했던 상황과 정서적 기억이 묻어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ㄴ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연극을 하고 살아온 인생에서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광화문에서의 경험은 예술 인생에서 하나의 큰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인생에 큰 터닝포인트가 몇 번 있었다. 군대에 다녀왔던 것처럼. 앞으로 큰 각성의 시기가 오지 않을까 싶다. 정서적인 기억들은 큰 폭으로 큰 깊이로 들어와 있다. 앞으로도 작품 할 때 하나씩 묻어나지 않을까, 지침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이 정상적인 나라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연극쟁이는 연극을 해야 한다. 광장에 나가서 있던 경험이 우리를 풍요롭게 했지만, 연극인은 연극으로, 법조인은 법정에서, 기자들은 지면으로 독자들과 만나는 것이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 모습처럼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해 전념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국가, 나라라는 집단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2015년에도 불량청년을 올렸다. 그땐 원캐스트였는데 이번에는 더블 캐스팅이다.

ㄴ 초연 때 이대희 배우가 ‘김상복’을 잘 소화해줬다. 사실 작품을 쓸 때 상복이라는 캐릭터에 이명행 배우가 캐릭터적으로 먼저 떠오른 배우였다. 캐스팅 제의를 했으나 못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스케줄이 맞지 않아 같이 못 했는데 이번에 이명행 배우가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초연의 이대희 배우와 더블 캐스트로 상복을 연기하는데, 풍요해지고 다양한 색이 나오게 돼서 좋다.

'불량청년'의 초반과 끝에는 태극기 부대가 겹쳐지는 기성세대가 등장한다. 처음이랑 마지막에 나와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데 어떤 장치인지?

중년은 광화문에서 체험했던 경험 중 하나이다. 실제 블랙 텐트를 운영할 때 거의 매일 오던 분이 있었다. 객석에서 공연을 보다가 중간에 동전을 던졌다. 갑자기 욕하다 나가기도 했다. 그러지 말라고 그러면 연극을 못 본다 했는데 또 다른 데서 동전을 던지고 나가버렸다. 그분을 보면서 공연을 방해하니까 화가 나기도 했지만 짠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에 386시대를 거치면서 열심히 사셨던 분인데 정신적으로 아픈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존감이 무너진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데 사회로부터는 배제당하고 밀려나고 정신적 강박감이 온 것 같다. 그분의 모습이 현대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닮지 않았나 생각했다. 사회라는 유기체의 정신적인 상태가 저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연극을 보면 생각했던 인물과 전혀 다른 사람이 배신했고 어떻게 설정하게 된 것인가?

ㄴ 독립운동사 폭동 당시 굉장히 많은 독립운동이 실패로 돌아갔는데 대부분이 밀정 때문이었다. 프로젝트가 굉장히 많이 실패되었는데 폭탄 불발, 밀정 때문에 발각되어서였다. 밀정에 대해서 생각하면 객관적으로 후세로서 바라볼 때 안타까웠다. 계속되는 실패에 대해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넣었다. 등장하는 사람들은 실제 인물들이다. 역사적으로 잡혀가서 정말로 악독한 고문을 당한다. 전우진은 처음엔 김상옥에 관해 이야기 하지 않지만, 두 번째 잡혀갔을 때 엄청난 고문을 당하면서 결국 이야기하게 되었다. 독립운동을 했던 한 인간이었고 인간으로서 넘어선 고문을 당하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었다고 생각한다.

 

극 중 마지막에 기자가 와서 핸드폰으로 관객석을 비춘다. 어떠한 의도인지?

ㄴ 카메라는 많이 쓰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이 시대의 청년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고, 동세대인들과 함께 생각하고 싶었다. '과연 나는 어느 위치에 있을까, 나 자신은 어디에 있을까, 내가 하는 선택들은 내가 진정 원하는 선택일까 라는 생각'이 연출의 의도였다.

 

대통령이 바뀌고 새로운 세상이 왔는데 2년 전 '불량청년'에서 등장했던 물대포 장면은 굳이 빼지 않았다.

ㄴ 처음에 기획되고 공연되면서부터 정치적인 부분이랑 떨어뜨릴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잘하고 있다. 물대포는 그럼에도 유효하다고 생각해서 걷어내지 않았다. 너무나 잘하고 계시고 많은 국민이 좋아하고 계시지만 대통령이라는 직책은 연예인처럼 좋아하고 싫어하는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 때도 많은 기대와 희망이 있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잘한 일도 있고 실망을 준 일도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에게는 안 좋은 일을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 국민을 두려워하고 선택할 수 있게 쳐다보고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역할을 국민이 해야 한다. 물대포가 나올 정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계속 지켜보겠다는 의미이다.

 

pinkcat@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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