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웹툰에 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들.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보는 건 '도깨비'도 아니고 '엑소'도 아닌 '웹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0년 넘게 꾸준히 연재한 웹툰계의 대표작 '마음의 소리'의 경우 누적 조회 50억을 돌파했을 정도.

그중 요즘 대세는 유료 웹툰 플랫폼이다. 과거 개인 블로그나 커뮤니티에서 연재되던 일상툰 위주의 시대를 거쳐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보는 2세대를 거쳐 지금은 수십 곳의 유료 플랫폼에서 돈을 내야 볼 수 있는 웹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검열, 대여점 등 힘든 과정을 겪으며 성숙해진 만화 매니아 층과 처음부터 유료 플랫폼을 통해 입문한 독자들 역시 '컨텐츠를 즐기려면 돈을 내야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어 웹툰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뉴스는 이중 투믹스 편집부와 만났다. 투믹스는 2015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한 웹툰 플랫폼으로 누적 매출 250억 이상을 달성한 인기 플랫폼 중 하나다. 현재 1,000편 이상의 웹툰 및 출판만화를 서비스 중이며 우리에겐 '양세바리' 개그맨 양세형이 등장한 CF로 잘 알려져 있다.

90년대 초반부터 만화를 즐기던 기자가 투믹스 편집부와 함께 여러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눴다.

▲ 투믹스 홈페이지 캡쳐 ⓒ투믹스

잡지 시절에는 편집부가 왕처럼 묘사됐다. 지금은 편집부의 힘이 약해졌다고 들었다.

ㄴ 지금은 파트너로서 동등한 입지라고 보면 된다. 예전에 편집부가 힘이 셌던 건 작가의 연재권을 가지고 있었고, 연재처가 몇 군데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쟁을 이긴 최고 중의 최고만이 연재했다면 지금은 많은 연재처에서 많은 연재 기회가 있어서 과거와 상황이 달라졌다. 그래도 아직 편집부를 어려워하는 작가들도 있다. 우선 플랫폼 담당자가 만족해야 연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유료 웹툰 플랫폼엔 대부분 댓글이 없는지 궁금하다. 포털 사이트에선 소위 '베댓'도 웹툰의 일부분에 가까운데.

ㄴ 대부분의 유료 플랫폼이 댓글 시스템을 만들지 않은 이유는 성인용 작품도 다루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작품들도 '성인 웹툰'을 다루는 플랫폼에 연재된다는 이유만으로 비판받던 시기가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독자들이 웹툰 플랫폼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또 포털 웹툰도 무료인데 왜 유료인지 의문을 갖는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포털 웹툰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기에 그들과 다른 방향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거라고 보시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웹툰 작가가 될 수 있을까?

ㄴ 데뷔는 점점 쉬워지지만, 작가로 살아남긴 점점 어렵다고 본다. 이제 더는 웹툰이 1인 제작 체제가 아니다. 과거에는 스토리만 좋으면 그림이 나빠도 괜찮다거나, 반대로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그림이 엉망이면 안 된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유료 플랫폼이 대세가 되며 '돈을 내고 보는' 독자들에게 더욱 가혹한 평가를 받게 됐다. 그렇기에 더 좋은 퀄리티를 위해 팀 단위 제작이 이뤄지고, 제작비 역시 올라갔다. 앞으로 대기업이나 웹소설 쪽 업체들도 웹툰계로 진출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독자의 눈높이를 만족하게 할 퀄리티를 만들 작가가 많지가 않다. 막연히 출판 만화 시절 활약하던 원로 작가를 데려오려고 해도 그분들 모두가 IT에 기반을 둔 웹툰의 젊은 감각에 맞춘 작품을 만들기도 어려워 보인다.

웹툰 작가에게 있어 '휴재'란?

ㄴ 사실 작가는 1주일 쉰다고 무슨 일이냐며 처음에는 쉽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독자들에겐 큰 배신감을 준다.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아니라면, 돈을 내며 보려고 기다린 작품이 휴재한다면 요즘처럼 매일같이 신작들이 올라오는 상황에서 다른 작품으로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저희도 그래서 마감 엄수가 가장 기본이다.

휴재가 잦아지면 인사고과 같은 형태로 반영되거나 하는 건 없는지.

ㄴ 마감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하며 만드는지는 저희도 잘 알고 있기에 그런 건 없다. 단지 이번엔 꼭 지켜달라고 강하게 말한다(웃음).

어째서 작가들이 매번 마감에 쫓기게 되는지 궁금하다.

ㄴ 대부분 처음에는 잘 지킨다. 투믹스는 연재 시스템이 계약을 우선 하고 두 달 정도 사전 제작 기간이 있다. 이때를 잘 활용해서 작품 준비 취재도 하고 스토리도 다듬으며 제작을 들어가면 편집부가 보기에 12화 정도 나오면 충분히 주간 연재에 맞출 수 있다. 그런데 평균적으로 6화 정도 만들어지는 편이고, 오픈될 때 4화 정도 오픈하는 게 관례라 거의 세이브 원고 없이 실시간으로 작업하게 된다고 보면 된다. 워낙 많은 작품이 연재되는 치열한 경쟁 시대라 작가들이 여유 있게 작업하기도 어렵다.

대부분 웹툰이 후반으로 갈수록 재미없어지거나, 스토리가 늘어지는 경우가 많다.

ㄴ 출판 만화 시절에는 완결까지 만든 시놉시스를 가져오면 출판사가 적합한 그림 작가를 찾아서 붙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괜찮은 신인들은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성인, 일반 작품 가릴 것 없이 신인 작가들 스토리가 좀 더 신선하고 감칠맛이 나는 편이다. 단점이 있다면 질문대로 장기 연재의 힘을 끌고 가지 못하는 편이다. 반면 경력이 있는 작가는 초반이 다소 비슷하다면 뒤로 갈수록 사건이 벌어지며 차별점이 점점 드러난다. 연재 초반에는 신인 작가가 많이 힘을 얻지만, 후반에선 대부분 힘이 떨어져 100화 이상 장기 연재를 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 게 독자들이 볼 때 '이거 재밌다고 스토리 늘린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다. 또는 처음엔 빠른 전개와 재미를 주다가도 나중에는 작가가 지쳐서 이야기가 늘어질 때가 있다. 그럴 경우에는 단호하게 피드백을 주는 편이다. 포털 웹툰과 플랫폼 웹툰이 다른 점이라면 독자들이 그런 경우를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돈을 내고 보기 때문에 피드백이 빠르다.

작가들 연령대가 대부분 20대 초중반에 형성돼 사회생활이나 자기 관리, 직업의식 등의 중요성 등을 알기 어려운 것도 이유가 되겠다.

ㄴ 작가 연령대가 중간층이 없다. 어리거나 아예 많거나 하는 편이다. 연장자인 분들은 40대 이상, 출판 만화 시절 1세대 작가들의 문하생, 어시스턴트였던 분들이 많다. 과거에 유명했던 원로 작가는 인지도도 있고, 출판물에 익숙해서 쉽사리 웹툰 쪽으로 넘어오진 않는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문하생' 개념이 없어져서 만화에 대한 훈련을 받을 기회가 적은 채로 졸업 후 곧바로 데뷔를 목표로 한다. 그러다 보니 초, 중반에 재밌게 작품을 끌고 가는 분들은 많지만, 뒤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

처음엔 괜찮다가도 나중에 소위 '멘붕'해서 휴재나 연재 중단에 들어가는 작가도 많다. 아무래도 주간 연재는 사람 피를 마르게 한다(웃음).

ㄴ 주간 연재의 장점이자 단점이 1주 단위로 계속 반복돼 작가가 쉴 수 없다는 거다. 하루 정도 쉬고 바로 다음 마감에 들어가야 한다. 아이템 생각하고, 배경 같은 경우 '스케치업'을 통해 사진을 덧그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필요한 사진을 얻기 위해 취재를 나가서 하루 정도 쓰고, 콘티 만들어서 넘기면 저희가 한 번에 오케이하면 다행인데 캔슬나면 다시 짜야 하고, 작가가 사실 많이 힘들어 한다.

그런 면에서 주간 연재에 있어선 편집부의 힘이 약해진 게 안 좋은 영향이 된 것 같다. 억지로 연재를 늘리거나 하는 문제도 있었지만, 작가가 지치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는 흐름을 돕는 역할도 해줬다.

ㄴ 출판 만화 편집부에서 그걸 같이 해줬다면 지금은 작가가 알아서 해야 하는 거로 바뀐 거다. 편집부에서 빌드업을 돕는 것도 한계가 있다. 왜냐면 예전보다 훨씬 많은 독자를 만족하게 해야 한다. '드래곤볼'이나 '슬램덩크'가 아닌 이상 웹툰에서 단일 작품 자체가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경우는 적다. 각 작품의 매니아 층이 있다. 아무리 유명하고 지금 요일별 1위를 달리는 작품들이어도 누군가에겐 재미없는 작품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독자 개인의 취향이 세분화돼서 많은 작품을 서비스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저희 경우 1일에 50개 정도의 작품이 서비스되는데 독자들이 많이 읽는 인기 작품은 몇 개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작품도 안 보는 게 아니라 작품별로 매니아층이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편집부의 힘이 약해졌다기보단 역할 자체가 변한 거다. 예전에는 작가들의 건강상태까지 PD들이 책임져야 했다. 만화가를 그린 작품들을 보면 마감이 안 되면 담당 기자가 작업실 가서 같이 원고 돕고 그런 장면이 흔하지 않나.

'문하생'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도제식 시스템은 단점이 더 많았다고 생각되지만, 장점도 분명 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데뷔 작품을 너무 빨리 시작했다가 실패하거나 마무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할 경우 작가 본인에게도 상처가 되기 쉽다.

ㄴ 저희뿐만 아니라 대부분 웹툰 플랫폼을 보면 높은 인기 순위에 있는 분들이 유명하진 않아도 어디의 문하생이라거나 해서 경력이 충분히 쌓인 분들이 많다. 물론 그런 것 없이 잘 해내고 계시는 분들도 많지만, 퍼센트로 따지자면 신인 작가들이 100명 중 1명이 잘된다면, 기성 작가들은 10작품 중 1작품은 터지는 것 같다.

▲ 무법지대인 무인도에서 10개월 간 살아남으면 5억을 준다는 내용의 웹툰 '유토피아' ⓒ투믹스

성인 웹툰 이야기를 하자면 한국 성인 만화가 무협 소설의 코드를 차용한 작품이 많다는 평이 있다. 평범한 주인공이 우연히 신기한 능력을 얻어서 모험하며 성장하는 식이다. 성인 만화계에서 일종의 매너리즘 같은 게 있을 법도 한데.

ㄴ 성인 만화의 경우 어느 플랫폼에서 어느 작품이 잘된다 하면 비슷한 작품들이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트렌드라면 트렌드고, 매너리즘이라면 매너리즘이다. 초기에는 오피스물이 잘됐던 적도 있고, 이후 말씀하신 대로 무협물 같은 형태의 작품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실 그런 장르들이 내용으로는 너무 하드코어한 편이다. 그런데 이게 기회가 됐다. '이런 내용, 이런 수위까지도 괜찮구나' 하고 알려주게 된 거다. 일종의 눈치 게임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다가 저희 작품 중에 '유토피아'란 작품이 인기를 끈 이후에는 어떤 섬이나 한정된 공간에 갇힌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또 최근에는 점점 성매매 등 실제 일어나는 일이 반영된 내용을 다루는 작품도 늘고 있다. 각 플랫폼마다 선호하는 방향이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저마다 트렌드를 끌고 가게 됐다고 볼 수 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한 가지 유형의 이야기만이 나오진 않는다. 조금씩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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