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볼/파울볼 판정 항의 후 더그 아웃 진입 과정서 퇴장 판정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정당한 판정이었는가, 아니면 규정을 과잉 적용한 심판 위원들의 문제였는가? 그것도 아니면, 선수나 감독의 문제였을까?

지난 29일 열린 '2017 프로야구 타이어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이스의 잠실 경기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발단은 4회 초 롯데 공격에서부터 시작됐다. 투 아웃 주자 1, 2루 상황서 4번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섰고, 두산 선발 장원준이 던진 2구째 공을 이대호가 받아쳤다. 그런데 이 타구의 행방이 조금 묘했다. 이대호가 친 타구가 홈 플레이트를 치고 높게 날아올랐기 때문이었다. 이에 포수 박세혁은 그대로 공을 받아서 이대호에게 태그했고, 페어볼로 판정한 문동균 구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이 타구를 파울로 생각했던 이대호는 바로 구심에 항의했고, 여기에 조원우 감독도 가세하면서 '판정의 부당성'을 어필했다. 어필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결국 이 판정을 롯데 쪽에서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본 판정은 어느 정도 정리되는 듯 했다. 바로 이 순간, 자신의 더그아웃 쪽으로 장비를 던지며 수비를 준비하려던 이대호에게 구심이 퇴장 명령을 내렸다. 여기까지가 4회 초에서 4회 말로 넘어갔을 때의 상황이다.

자,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이와 관련하여 야구 규칙과 통상적인 사례, 그리고 중계 화면을 다시 보면서 Q&A 방식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Q) 가장 논란이 되는 장면이 '이대호가 친 타구가 페어볼이냐, 파울볼이냐'의 여부다. 홈 플레이트를 맞은 볼에 대해 페어볼을 선언한 구심의 판정은 올바른 것이었나?

A) 중계 화면상으로만 보았을 때에는 획신할 수 없다. 다만, 야구규칙 제2조 32항 '파울볼' 규정을 참고해 보면, 페어냐 파울이냐의 판정은 '공이 어느 지역에 완전히 정지해 있는가'에 따른다고 보는 것이 맞다. 세부 조항을 보면, '플라이는 공과 파울 라인(파울 볼 포함)의 상대적 위치로 판정되어야 하며, 공이 닿을 때 야수의 위치가 페어지역에 있었느냐, 파울지역에 있었느냐로 판정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포수 박세혁이 타구를 잡은 위치는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된다. 포인트는 홈 플레이트를 맞고 떠오른 볼의 위치가 파울 라인 안쪽이었느냐, 바깥쪽이었느냐의 여부다. 누가 판정하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페어/파울 모두 선언할 수 있다.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면,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플레이를 봤던 구심의 의견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롯데 역시 몇 차례 어필 끝에 판정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이닝을 끝내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Q) 그렇다면, 심판 위원들은 왜 이대호의 퇴장을 선언했나? 이대호의 퇴장 선언은 규약상 문제가 없는 것인가?

A) 공식적인 이유는 "판정에 불만을 품고, 과격한 행동을 했다."라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행동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면, 퇴장 선언을 하는 것이 맞다. 야구규칙 제4조 6항(경기 중 금지사항)에는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감독을 비롯하여 선수, 후보 선수, 코치, 트레이너 및 배트 보이는 어느 때이거나 벤치, 코치석, 그 밖에 경기장 안의 어떤 장소에서도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되며, 위반시 경기에서 퇴장시켜야 한다. 그 조항은

(1) 말이나 사인 등으로 관중의 소란을 부추기는 것
(2) 어떤 방법으로든지 상대팀의 선수, 심판원 또는 관중을 향해 폭언하는 것
(3) 볼 인 플레이 중에 "타임"이라고 외치거나 기타 어떤 말이나 행동으로 명백히 투수의 보크를 유도하는 것
(4) 어떠한 형태로든 심판원에게 고의로 접촉하는 것

으로 정리되어 있다. 박종철 3루심은 더그 아웃으로 들어가면서 헬멧 등 장비를 벗어 던지는 과정에 대해 상기 (2)항을 적용시킨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나머지 항목들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이 없다. 그런데, 이 또한 명확하게 적용했는지에 대한 근거 역시 확실하지 않다. 이대호가 심판 위원에 대해 '폭언'을 했다면 당연히 퇴장 조치를 받아들여야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박종철 3루심은 상기 조항을 확대 해석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 KBO 야구규칙과 SPOTV 중계 화면을 통해서 재구성해 본 페어-파울볼 판정

Q) 이와 비슷한 사례가 이전에도 있었는가?

A) 있었다. 2015년 8월 1일, 넥센과 NC의 경기에서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당시에는 이러한 비슷한 상황서 구심이 '파울'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NC 나성범이 3회 말 1사 만루에서 넥센 선발 투수 피어밴드의 공을 받아쳤는데, 타구가 홈 플레이트 앞부분을 다시 맞고 떠올랐다. 이 공을 포수 박동원이 잡아 홈 플레이트를 밟은 뒤 1루를 향해 던졌다. 29일 경기와 동일한 상황이었다면, 병살타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이계성 구심은 파울을 선언했다. 이에 염경엽 당시 감독도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당시 넥센은 NC에 3-4로 역전패를 당했다.

Q) 이러한 장면에 대한 롯데 조원우 감독의 비디오 판독 요청은 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인가?

A) 규약에서 정해지지 않은 사항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비디오 판독 대상은 홈런, 외야 타구의 페어/파울 판정, 포스/태그 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판정, 야수의 포구(파울팁 포함), 몸에 맞는 공, 타자의 파울/헛스윙(타구가 타석에서 타자의 몸에 맞는 경우 포함), 홈플레이트에서의 충돌 등 모두 7가지다. 내야 타구의 페어/파울 판정은 판독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Q) 퇴장 조치 외에 경기 전체적인 평가를 한다면?

A) 경기 결과는 5-3으로 두산의 승리였지만, 내용은 전반적으로 양 팀 모두 좋지 않았다. 두산과 롯데 모두 속 시원한 적시타로 낸 점수가 한 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양 팀이 낸 8점 중 6점은 상대 실수, 혹은 마운드 부진에 따른 결과였다. 특히, 롯데는 주장 이대호가 퇴장 당한 틈을 타 3-0 리드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불펜 필승조가 3연속 밀어내기를 허용했다. 이 장면이 가장 뼈아팠다. 홍성흔의 은퇴식이 거행되는 30일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는 양 팀 모두 '프로선수다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김현희 기자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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