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화려한 명품 옷을 입고 있지만, 넋이 나가 있는 표정을 짓고 있는 여주인공 크리스틴 스튜어트, '하이클래스 고스트 드라마'라고 장르 소개, 매장에 직접 들르기 힘든 고객들을 대신하여 물건을 구매해주는 '퍼스널 쇼퍼'를 영화 제목으로 가져다 쓰고 있었으니, 단순히 영화 포스터만으로는 정체성이 무엇인지 도무지 감이 오질 않았다. 결말의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까지 보니 나는 멘붕에 빠졌다. 이 영화, 사람을 여러 번 놀라게 한다.

파리에서 '키라'의 퍼스널 쇼퍼로 일하면서 쌍둥이 오빠인 '루이스'의 영혼이 나타나길 하염없이 기다리는 '모린'. 사실 그녀는 현실과 상상, 두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잠시라도 쉴 틈 없이 이곳 저 곳 이동하느라 바쁜 '모린'이지만, 그녀의 내면 어딘가에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해보고 싶은 욕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런던으로 향하던 그녀에게 갑자기 날아온 익명의 문자메시지는 그녀에게 현실과 상상의 경계선을 허물도록 흔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을까, '키라'의 옷을 입어선 안 되고 그녀의 집에서 자면 안 된다는 '금기'를 잘 알면서도, '모린'은 그 '금기'를 넘어서 상상만 해오던 또 다른 자신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녀는 깨달았다. 내가 누구이며,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자신이 원하지 않은 퍼스널 쇼퍼를 하면서 살아가는 '모린'은 곧 우리의 자화상이다. 오로지 생계를 위해서 일을 하는 와중에도, 정말 하고싶어하는 다른 것을 마음속에 품고 사는 이들이 의외로 많이 존재한다.

그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들이 현실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 않기에, 우리는 상상이라는 공간을 빌려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이 현실 속에서 버텨나가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기 시작한다. 나의 정체성이 무엇이었는지를 말이다.

올리비에 아사야스는 '클라우드 오브 실스마리아'에서 한 번 호흡을 맞춘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자신의 새로운 영화의 단독주연으로 내세웠다. 왜 그녀였을까?

   
 

그는 크리스틴이 '모린'이라는 캐릭터를 시나리오 틀 속에서 재창조하고 변형시키면서 영화의 방향을 제시했던 그녀의 능력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녀가 풍기는 오묘한 매력도 한몫했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 '퍼스널 쇼퍼'가 지금의 모습처럼 탄생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관객들이 '모린'에게서 와닿는 무언가를 못 느꼈을 지도 모른다.

다만, '퍼스널 쇼퍼'라는 영화가 관객들 사이에서 제법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이라 본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또한 자신의 새 영화가 모든 이들이 좋아하도록 만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나, 결말을 보면서 수많은 이들에게 자유로운 해석의 여지를 주었는데 이 부분을 두고 사람들이 감독의 의도에 동의하는지 여부가 꽤나 갈릴 것이다. 동의한다면 이 영화가 좋았다고 받아들인 것이고, 별로였다면 이 영화가 불호인 셈. 그가 처음부터 극명하게 갈리는 반응을 노렸을지도 모르겠지만.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