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흔히 우리는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고 한다. [문화 人]에선 흔히 말하는 좋은 스펙을 가지고 있음에도 새로운 일을 향해 과감히 자신의 '집'을 포기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을 만나 지금의 '삶'에 관해 물어보고자 한다.
 

처음으로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안정적 직업 '공채 PD'를 그만두고 뉴미디어 산업에 뛰어든 김도연 PD를 만났다. 그의 첫인상은 밝고 유쾌했으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마인드가 확실한 사람이었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요즘, 돈을 벌기 위해 자극적이고 기상천외한 컨셉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김도연 PD는 자신은 '크리에이터'가 아닌 'PD'라 말하며 PD는 시청자에게 해가 되는 콘텐츠를 만들지 않아야 하고, 철밥통을 걷어차고 나온 만큼 모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이 확고했다. 그래도 공채 PD를 관두고 뉴미디어 세계에 뛰어드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그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 '김도연의 뉴스파티' 캡쳐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ㄴ 한국경제TV 회사에 공채 PD로 활동하다 지금은 회사를 나와 뉴미디어 생태계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콘텐츠 컨설턴트, 혹은 뉴미디어 프리랜서 PD 김도연이다.

콘텐츠 컨설턴트는 어떠한 일을 하나?
ㄴ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싶고, 가지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어떤 게 자기한테 어울릴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나는 방송국에서 일하며 얻은 다양한 통찰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각자에게 어울리는 콘텐츠를 추천하고, 나아가 제작, 구매까지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뉴미디어 프리랜서 PD라고도 하는 건 말 그대로 방송에서는 담지 못하는 영상들을 만들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을 만들고 있고, 그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안정적인 회사를 그만두고 이 일을 선택한 계기가 무엇인지?
ㄴ 나는 한국경제TV에서 '한국 직업 방송'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팀의 취업 진로 전문 PD로 있었다. 방송국은 채널의 정체성에 맞는 것을 만들어야 했다. 하고 싶은 것보다 회사의 이미지, 이슈를 먼저 생각해야했고 프로그램 하나 만들기 위해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뉴미디어는 내가 하고 싶은 걸 바로 만들 수 있다. 얼마나 좋은가. 나는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 요즘엔 콘텐츠들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 많은데 그 중 방송국 채널 하나에 매여있고 싶지 않았다.

회사와 병행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ㄴ 물론 직장을 유지하면서도 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지금 24시간을 하고 싶은 일에 투자하는데도 시간이 없다. 회사 일만해도 밤잠 설치기 때문에 두 개를 동시에 추구하기가 힘들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일을 하기 위해 그만두었다기보다는 회사를 나온 뒤 뭘 할까 생각하다 원래 관심 있던 이 일에 몰방하기로 결정했다.
 

   
▲ '용광로 라이브_시네마 러브 토크' 캡쳐

어릴 적부터 PD가 꿈이었나?
ㄴ PD를 결심한 건 중학교 2학년이다. 아버지가 KBS에서 아나운서를 하시다가 PD로 전직하셨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하고 싶은 건 하면 되지" 였다. 음악을 만들고 싶으면 "만들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중학교 때부터 작업 했고, 만화책을 만들고 싶으면 "만들면 되지" 하면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어렸을 적부터 하고 싶은 게 많았고, 이걸 다 추구할 수 있는 직업이 방송이었다. 그때부터 막연히 PD가 되고 싶었다.

"하고 싶은 건 하면 되지"라는 마인드가 이 일까지 오게 한 원천인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 것 같다.
ㄴ 나는 어렸을 적 왕따였다.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뚱뚱했다. 그러다 음악에 관심을 갖고 힙합을 하게 됐다. 할 줄 아는 게 생기니 성격이 변하더라. 그리고 그때부터 친구들이 나를 인정해줬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자아를 극복한 경험은 나에게 자신감이자 캐릭터였다.


다들 "퇴사하면 안 돼" "굶어 죽을 거야" 말하지만, 나는 "해도 돼" "아무도 금지한 적 없고, 내가 자신 있으면 돼" 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 행복의 권리는 자유를 추구해도 된다는 거에 기인한다.

그래도 살아가며 삐끗하는 위기의 순간들이 있었을텐데, 회사를 그만두면서 후회했던 선택은? 
ㄴ 급하게 퇴사하느라 대출을 안 땡겨 놓은 거? (웃음) 퇴직금은 카메라 사고 나니 없어지더라. 제작비나 거마비를 생각했을 때 돈의 여유가 있었으면 더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 수 있었을 것 같다. 두 번째는 프리랜서의 프로세스를 잘 몰랐다. 프리랜서 세계에서의 가격협상을 전혀 몰라서 처음에 손해 본적이 몇 번 있었다. 준비 안 된 상태에서 퇴사했다는 게 가장 아쉬운 것 같다.

요즘은 금전적으로 괜찮....(웃음) 
ㄴ 괜찮을 수 없다. 잘 다니던 직장을 관둔 사람이 1, 2년 만에 금전적 고충이 없어지면 그건 정의로운 세상이 아니다. 그만큼의 대가는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적자 폭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 '김도연의 뉴스파티' 캡쳐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 일을 다시 할건지 
ㄴ 다시 돌아가도 이 일을 했을 것 같다. 그렇지만 회사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걸 밀어붙여 봤을 것 같다. 나는 후배니까, 막내니까 하는 생각으로 의사 표현을 자제했던 게 가장 후회된다.

그런데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ㄴ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오히려 힘이 난다. 난 지금 에너지 만땅이다.

2020년, 3년 뒤에는 어떤 모습일까 
ㄴ 뉴미디어 기획 및 제작사 쪽으로 김도연표 브랜드가 있지 않을까. 돈 많은 회사만 홍보영상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예산이 한정적이면 그 안에서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고안해내면 된다. 나는 방송국 출신이고 큰 프로젝트도 많이 해봐서 얼마든지 큰 프로젝트들을 할 수 있다. 3년 뒤면 그런 것들이 많이 쌓여있는 상태가 돼 있을 것 같다.

궁극적인 본인의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ㄴ 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건 해도 된다"는 걸 깨닫게 하고 싶다. 누구든 자유를 추구할 권리가 있다. 그걸 도와주고 싶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콘텐츠 분야에서 돕고 싶다.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사람은 얼마든지 만들고, 구매하고 싶은 사람은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싶다. 미디어 콘텐츠 민주주의랄까?

'아직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린다.
ㄴ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안 되는 이유를 찾지 말고 방법을 찾아라" 말하고 싶다.

문화뉴스 태유나 인턴기자 you@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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