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템포' ⓒ봄툰

[문화뉴스] '프리템포'는 2012년 3월 9일 첫 화 '이런 템포'로 연재를 시작했다. 네이버 도전만화에서 시작됐던 작품은 이내 베스트도전으로 승격됐다. 이후의 도약은 오래도록 지연됐다. '프리템포'는 2015년 7월 봄툰에서 데뷔하기까지 3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웹툰은 다른 일을 병행하며 준비할 만한 것은 못 된다. 특히 네이버 베스트도전에서 연재하며 데뷔를 지망하는 이들은 웹툰에만 열중하는 경우가 많다. '프리템포'의 손낙낙 작가도 '프리템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3년이라는 기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고, 하물며 아마추어 신분으로 버티기에는 간단치 않은 기간이었다.

그럼에도 '프리템포'가 3년의 세월을 버텨낸 이유는 단연 사람에게 있을 것이다. '프리템포'는 작가와 작가의 동거인 두 명을 중심으로 꾸려지는 일상 웹툰이다. 30대 미혼 여성들의 삶을 무대에 내세운 이 작품에는, 그들 주변의 인물들이 빼곡하게 등장한다. 그들은 작품의 소재, 축이 되는 동시에 손낙낙 작가가 만화를 계속 그려나갈 수 있는 버팀목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손낙낙 작가가 그려내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유독 생명력이 진하게 느껴진다. 어디엔가 존재하는 사람들,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게 보인다. '프리템포'는 그렇듯, 사람과 사람이, 사람으로 인해 행복할 수 있는 이야기처럼 생각된다.

웹툰 '프리템포'를 가능하게 했던, 사람의 비밀. 손낙낙 작가에게서 들어보았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ㄴ 봄툰에서 프리템포를 연재하고 있는 손낙낙이라고 한다.

'프리템포'를 그리게 된 계기는.
ㄴ 한동안 출판만화 공모전에 연달아 낙방하고 좌절하며 술만 퍼먹고 있던 나에게 새싹이 웹툰을 그리라며 시킨 것이 계기였다.

   
▲ '프리템포' ⓒ봄툰

데뷔까지의 과정이라면.
ㄴ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네이버 베스트도전 만화에서 2년이 넘게 있었다. 베도는 무급 연재라……. '프리템포'로 이러저러한 공모전에도 도전했지만 기회가 되질 않았고 마음을 어느 정도 비운 채 외주 등을 하며 버티던 차에 새로 오픈 하게 된 봄툰에서 연재 제의가 왔다. 그 길로 정식 데뷔를 하게 되었다.

네이버 베스트도전에서 12년부터 15년까지 연재했다. 짧은 시간이라고는 하기 힘들 것 같다. 이 시기, 계속 연재를 이어갈 수 있게 했던 동력이라고 한다면.
ㄴ 아무래도 이건 새싹과 미역의 힘이 컸다. 포기하고 싶고 좌절하던 순간에도 계속 응원을 아끼지 않고 현실적인 부분, 특히나 금전적인 영역에서도 두 사람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줬기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독자들의 지지도 큰 힘이 되었을 것 같은데.
ㄴ 베도에서만 햇수로 3년이었는데 도전 때부터 봐주신 분들도 계시고 베도에 오면서 점점 독자 분들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종종 별점과 댓글이 큰 힘이 된다고 말하곤 했는데, 그건 정말 진심 중의 진심이었다. 만화를 봐주시고 또 공감해주시고 재미있다고 달아주시는 그 댓글들에 큰 힘을 얻었다.

   
▲ '프리템포' ⓒ봄툰

'프리템포'는 일상물인 만큼 작중에 등장하는 실제 인물들을 짚어보지 않고서는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 실제로는 어떤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가.
ㄴ 내 얘기는 픽션에 가깝지만……. (흠흠) 사실 다른 대부분의 얘기들은 실제와 가깝다. 새싹이는 시크하지만 엄살쟁이고 미역이는 다정하고 여리지만 수틀리면 엄청 무섭다. 뭐…. 나도 극중 해발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런 여자 셋이 모이면 그만큼 수다거리도 얘깃거리도 많아지기 마련인 건 다들 아실 것 같다.
등장인물들은 주변에 가깝게 지내는 동생들, 친구들인데 음식이라기 보단 과일·채소 이런 분류다. 특별히 이렇게 그려야 되겠라고 생각했기보다는, 내 오리지널 캐릭터가 해바라기였기 때문에 식물 캐릭터로 가게 된 것이다, 대신 캐릭터를 정할 때는 그런 식물(?)들의 컬러라든지 형태라든지 하는 것에 성격을 대입시켜보곤 했다.

   
▲ '프리템포' ⓒ봄툰
   
▲ '프리템포' ⓒ봄툰

여타 일상 웹툰보다도,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이 작가 본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람들, 그리고 작가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홍대)을 묘사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ㄴ 웹툰을 시작하기 전에 블로그에서 현재 캐릭터들을 이용한 그림일기를 그려온 게 '프리템포'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친구들이 함께하는 시간을 남기고자 하는 바람이 강하다. 어떻게 보면 여러 사람의 일기를 내가 그리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나는 홍대에서 15년을 살았고, 대부분의 친구들을 여기서 만난 사람들이다. 시간이 지나 누군가 떠나가더라도 언제든 홍대에 오면 내가 있다. 아직까지는.
어떻게 보면 홍대라는 곳은 이곳에서 만난 나와 내 친구들의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고향과도 같기에 함께 즐거웠던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공간처럼 생각하고 있다.

   
▲ '프리템포' ⓒ봄툰

'프리템포'는 작가 자신, 혹은 작가를 매개로 하여 소재를 그려낸다. 연재 동안, 그런 점으로 인한 어려움이나, 즐거움이 있다면.
ㄴ 특별히 어려움은 없었지만 그저… 가끔 과장되어 표현되는 것들이 있는데, 내가 안 씻는다거나 안 씻는다거나 안 씻는다거나 그런 것들을 진짜 믿으셔서 조금 부끄럽다. 그리고 만화에 종종 등장하는 실제 장소인 달 술집에 갈 때 눈치가 좀 보인다는 정도? 원래도 잘 나가는 술집이었는데 만화 등장하고서는 '프리템포'를 보고 오신다는 분들도 많아져서, 가끔은 조용히 술만 먹고 돌아온다.
그런 것들과 비슷한 맥락으로 나와 친구들에게 일어나는 좋은 일들에 옆집 친구처럼 기뻐해주시고 할 때는 제 일상을 공유해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뚜렷한 서사 없이 등장인물들로 그때그때의 이야기가 꾸려진다.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가 존재하는 스토리 웹툰과 달리, 장기 연재에 있어서는 난점이 되었을 것 같다.
ㄴ 아무래도 일상에서 매번 재미난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보니, 소재의 부족이 늘 연재에 있어서 어려움이었다. 신나게 웃던 일들도 막상 그림으로 그리려면 별것 아닌 것 같은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때마다 새싹과 미역을 졸랐다. 소재를 내놓으라면서……. '프리템포'가 연재되는 동안에는 주변의 친구들(등장인물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래도 이야깃거리가 없을 때는 휴대폰 메모 창을 뒤적이며 지난 기억을 되살리려고 애썼다.

   
▲ '프리템포' ⓒ봄툰

일상 웹툰이라서인지, 독자들과 소통하는 장면이 많았던 것 같다.
ㄴ 아직까지도 길드모집에 관한 부분은 많은 분들이 회자하고 계신다. 그때 정말 엄청 당황해서고, 카페에서 바들바들 떨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함께 게임하면서 많이 소통하고 즐거웠다.
그리고 또 '프리템포'는 오랫동안 봐주신 분들이 정말 많다. 그래서인지 나도 기억 못하는 내용들을 기억하고 계시는 분들도 많다. 저번 50화 때 술 사드렸을 때도 도전 때부터 보셨다는 올드비(?) 분들이 많아서 놀랐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달 술집 가서 우연찮게 알아보시고 인사해주셨던 분들도 계시고……. 아무래도 일상툰이라서인지 독자 분들이 더 가깝게 느껴주시는 것이 최고 장점이 아닌가 싶다.

인상 깊었던 독자 반응은.
ㄴ 뭐니 뭐니 해도 인상 깊었던 건, 위에서 말씀 드린 길드 모집과 알코올 원정대같이 이벤트를 열었을 때 같이 다들 어디 계셨었는지 갑자기 엄청난 인원이 나타나는 경우들이었다.
물론 댓글들을 보면서 여러 독자 분들이 계신 건 알았지만 독자 참여형 이벤트를 열 때마다 이렇게나 많이 봐주시는구나 싶어서 놀랍기도 하고 기뻤다.

   
▲ '프리템포' ⓒ봄툰
   
▲ '프리템포' ⓒ봄툰

'프리템포'는 앞으로 얼마를 더 남겨두고 있을까. '프리템포'를 통해 가졌던 목표라면.
ㄴ 처음에는 같이 살고 있는 우리 세 사람의 시간을 기록하고, 나아가서는 이런 삶도 재밌다,하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 일상을 여러분들이 함께 공유하고 즐거워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것을 보니 처음의 목표를 어느 정도는 이룬 것 같다.
아! 그리고 작가님이라고 불리기를 정말정말 기다려왔는데, '프리템포' 덕분에 이룰 수 있어서 기쁘고 행복하다.

'프리템포'는 앞으로 얼마를 더 남겨두고 있을까.
ㄴ 현재 시즌2가 몇 회 남지 않았다. 계속 이야기한 것대로 '프리템포'는 같이 사는 세 여자의 소소하지만 즐거운 나날의 얘기였다. 시즌2에서 새싹이가 결혼을 하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미역이가 분가(?)를 하고……. 이제 한 집에 사는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이젠 끝날 때가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 '프리템포' ⓒ봄툰

차기작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ㄴ 개인적인 소망이라면 아직까지는 '프리템포'로 더 그리고 싶은 바람이 있어서 시즌3을 가면 좋고(웃음). 물론 예전만큼 새싹과 미역의 얘기가 많진 않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차기작에 대한 건 생각해보질 않았다. 시즌2가 끝나면 좀 쉬면서 구상해 볼 생각이다.

2017년 계획은.
ㄴ 황금용을 만나고 싶다……. 2017년에는 '프리템포' 캐릭터로 굿즈도 만들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

팬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ㄴ 이렇게나 오랜 시간 저와 친구들의 삶을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하루하루에 프리템포가 작은 재미로 남아있다면 정말 행복할 거예요. 앞으로의 나날에도 부디 함께 할 수 있기를. 사랑해요 여러분!

문화뉴스 김미례 기자 prune05@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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