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한성천 배우, 김병준 감독, 황보라, 홍이주, 김상균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독립영화라고 하면 무겁고 딱딱하다고 인식한다. 전달력이나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보면 바로 이해가 되는 그런 쉬운 영화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소시민'이라는 영화를 만들게 됐다." - 김병준 감독

 
지극히 평범하지만, 하루하루 성실히 사는 우리 시대 소시민의 초상이 펼쳐진다. 영화 '소시민'은 아내와는 별거 중이고 직장 상사의 불호령에 일요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나날을 보내는 '구재필'(한성천)의 이야기를 다뤘다. 술에 취해서 집에 돌아온 '재필'이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아내의 모습을 발견하고, 신고하기 위해 파출소를 찾아간다. 그러나 용의자로 누명을 쓰게 되고, 얼떨결에 탈출하면서 '재필'은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12일 개봉 예정인 '소시민'은 서민들의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은 물론, 현대 사회에 대한 풍자까지 냉철하게 담았다. '개똥이'를 연출한 김병준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또한, '용서받지 못한 자', '577 프로젝트', '롤러코스터' 등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넘나드는 필모그래피를 보여준 한성천의 첫 주연 작품이다.
 
4일 오후 서울시 광진구에 있는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소시민'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시사 후 기자간담회엔 김병준 감독을 비롯해 '구재필' 역의 한성천, '재필'의 동생이자 전직 사회부 기자 출신인 '구재수' 역의 황보라, 작품에서 강렬한 캐릭터 중 하나인 '명은' 역의 홍이주, 동네 양아치인 '덕진' 역의 김상균이 참석했다. 감독과 배우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을 살펴본다.
 
   
▲ 김병준 감독이 인사말을 남기고 있다.
 
작품의 기획 계기와 의도를 알려 달라.
ㄴ 김병준 : '소시민'이라는 영화는 '개똥이'라는 작품을 끝내고 나서 다음 작품을 생각하던 도중에 저희 아버지 생각이 났다. 저는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이 없지만, 저희 아버지는 직장생활을 해보셨기 때문이다. 그럼 직장인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 그리고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어서 그런 직장인의 삶을 영화로 만들어보자고 생각을 했다. 독립영화라고 하면 무겁고 딱딱하다고 인식한다. 전달력이나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보면 바로 이해가 되는 그런 쉬운 영화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소시민'이라는 영화를 만들게 됐다.
 
주연 배우의 캐스팅 배경은 어떠한가?
ㄴ 김병준 : '소시민'이라는 영화에는 많은 캐릭터가 나온다. 특히 여기 옆에 계신 네 분이 맡아 주신 캐릭터가 가장 중요한 캐릭터다. 영화학도 시절부터 작은 영화들에서 한성천 배우를 만났었는데, 표정이나 그런 것들이 제 영화랑 잘 맞는다 생각했었다. 그래서 어려움 없이 캐스팅하게 된 것 같다.
 
황보라 씨 같은 경우는 캐릭터가 섭외하기가 되게 힘든 역할이었다. 그래서 난항을 겪고 있는 와중에 황보라 씨 본인이 직접 연락을 주셨고, 부산에서 미팅 후 캐스팅했다. 김상균 배우 같은 경우엔 학교 선배인데, 학교 시절부터 연극 공연하는 것 보면서 김상균 배우가 어떻게 연기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큰 망설임 없이 캐스팅했다. 홍이주 배우 같은 경우는 제가 성천이 형에게 소개를 받았다. 역할을 듣고 촬영 직전까지 캐스팅이 안 되고 있던 상황에서, 소개를 받아 만나보니 말투가 잘 맞는다고 생각돼서 캐스팅했다.
 
   
▲ 한성천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작품에 출연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ㄴ 한성천 :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읽어봤는데, 한 구절이 마음에 들었다. 재필이가 본인을 나사에 비유했다. "결국, 닳고 닳아서 쓸모없어지면 버려지는 그런 나사"라는 그 구절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았고, 자기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무엇을 사랑했는지 모른 채 나사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런 것들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것 같다.
 
황보라 : 가끔 쉴 때 많은 시나리오를 읽는데, 읽던 와중 재밌게 봤던 시나리오였다. 웃기면서도 슬픈, 우리 삶과도 닮은 '소시민'이라는 시나리오를 읽게 됐다. 2년 전에는 일을 쉬고 있었는데, 연기를 엄청 하고 싶었다. 해보지 못했던 평범한 캐릭터를 목말라 하고 있던 와중에 한성천 배우가 먼저 캐스팅됐다.
 
너무 하고 싶다고 감독님께 요청해서 하게 되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드라마나 이미지가 독특하고 그래서 영화에 피해를 가게 하지는 않을까 생각해서 죄송스럽긴 했는데, 내 욕심이었던 것 같았다. 욕심 상 이미지 변신도 해보고 싶고, '나도 이런 걸 할 수 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감독님께 요청하게 되었다. 캐릭터 돼서 펑펑 운 것은 처음이었다.
 
홍이주 : 감독님이 말한 것처럼 한성천 배우를 통해서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한성천 씨 같은 경우는 처음에 만났을 때 마동석 씨 때문에 처음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 캐릭터 파악을 했던 것 같다. 시나리오나 영화 보면 약간 어리바리하고 그런 것들이 저랑 겹쳐지는 것들이 있었다. 처음 받고 시나리오를 봤는데, 회사생활을 안 해봐서 그런지 말도 안 되는 그런 것들을 읽고서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까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회사생활에서는 엄청 많다고 했다. 요즘 자극적인 영화가 되게 많은데 평범한 일상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어떻게 영화로 나올지 궁금했었고 그런 것에 끌려 하게 되었다.
 
   
▲ 김상균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상균 : 감독님의 전작인 '개똥이'를 보고 학창시절에 같이 학교생활을 했었다. 굉장히 열정적인 영화학도이자 좋은 연출인 김병준 감독의 전작인 '개똥이'를 영화관에서 보고, 그 길로 집 앞에 찾아가 다음 작품을 같이하고 싶다고 연락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 '소시민'이라는 대본을 받아봤을 때 제가 맡게 될 덕진이라는 역할은 굉장히 매력적이고, 요즘 말하는 4포, 8포를 대변하는 캐릭터 같았다. 덕분에 신중하게 임하게 되었다.
 
촬영 중 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ㄴ 김병준 : 서울보다 부산이 더 춥지는 않지만, 날씨가 되게 추웠다. 야외촬영이 많아 배우와 스태프들이 힘들어했고, 워낙 저예산으로 촬영하다 보니까 설정이 되게 열악했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에피소드였다. 촬영이 20일 넘게 촬영하고 끝나고, 후반 작업을 하는데도 계속 힘든 나날들이었기 때문에 하나만 꼭 집어 말하기 어렵다.
 
한성천 : 영화에서는 짧게 나왔는데, 부산의 한 다리에서 전력질주로 달리라는 주문이 들어왔었다. 다리가 중간이 솟아 있어서 끝에서 달릴 때 머리부터 발끝으로 천천히 전부 다 보여주면 좋겠다고 해서 뛰었는데, 다리가 그렇게 긴 줄 몰랐다. 뛰다가 과호흡이 왔다. 저는 죽을 뻔했는데 영화에서는 별로 안 썼다. 그게 기억에 남는다.
 
황보라 : '미스터 백'이라는 드라마를 같이 했는데, 미니시리즈는 거의 24시간 스탠바이를 해야 한다. 게다가 이 작품은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둘 다 놓칠 수 없었다. 목숨 건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촬영했던 것 같다. 차에서 자고, 그때 힘들게 찍었다. 배우생활 하면서 그만큼 힘들게 촬영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에 피해를 주면 안 되기에 노력을 많이 했다.
 
한성천 씨가 이해를 안 해주는 것 같아 마음속으로 미워하게 되었다. 마지막 교회 장면에서 도저히 감정이 안 잡혀 14번이나 다시 찍게 됐었다. 그래서 "한번 오빠 안아볼게"라고 말 한 뒤 안고나서 한번 만에 찍게 되었고, 지금은 엄청 친하게 지내고 있다.
 
   
▲ 홍이주 배우가 촬영 에피소드를 남기고 있다.

 

홍이주 : 추웠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옷이 얇고 힐을 신고 있다 보니 대기시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추워졌다. 새벽 즈음, 뛰다가 자전거와 부딪히는 장면이 있었는데 보호대나 매트리스 없이 부딪혀야 했는데, 3번을 다시 찍었었다. 다른 사람들은 힘들어하고, 나는 넘어지는 게 겁났다. 마지막으로 '모르겠다' 하고 정말 아프게 넘어졌는데, 감독님이 "좋았다"라고 한마디 하셨다. 한마디에 만족하고 단순하게 너무 좋아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김상균 : '소시민'을 봤으면 각인 됐을 부분이 있는데, 다른 영화와 다르게 리얼 액션을 추구했다고 생각한다. 파출소신에서 엉망진창으로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무술감독님이 계신 것도 아니었고 합을 맞춘 것도 아니었으며, 영화 '베테랑'처럼 날아다니지는 않았다. 실제로 물어뜯고 했던 액션 장면이 재미있었고 힘들기도 해서 기억에 남는다.

평범한 역할이 욕심나서 출연을 요청했다고 했는데, 어떤 점을 중점으로 촬영했나?
ㄴ 황보라 : 저 때문에 영화에 누를 끼칠까봐 진짜 고민을 많이 했다. 스스로 노 메이크업으로 수수하게 가기 위해 촬영했던 것 같다. 사회부 기자 출신이기 때문에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관념을 깨려고 했다. 영화에서 모든 캐릭터가 소심하다면, 저는 대차고 할 말은 하는 캐릭터를 독보이려고 노력했다.
 
'재수'의 전직을 기자로 설정한 이유는?
ㄴ 김병준 : 개인적으로는 단순한 설정이었다. 사회부 기자 출신이지만, 사회부 기자와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해달라고 주문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똑같은 직장을 다니고 있다고 했을 때, '구재숙'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하면 잘 보여줄 수 있을까 했다. 기자가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 황보라 배우가 촬영 에피소드를 남기고 있다.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에서 요즘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는데, 영화와 드라마 촬영 중 어떤 점이 매력 있었나?
ㄴ 황보라 : 나이가 들수록 일에 대한 감사함이 느껴진다. 드라마와 영화, 역할의 크기를 떠나, 연기를 할 수 있고 하면서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한다. 드라마는 호흡이 빠르다 보니, 연기공부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영화는 현장이나 시스템이 편한 것 같다. 각자 장점이 다른 것 같아서 '좋다', '나쁘다'를 논할 수 없다.
 
'용서받지 못한 자' 출연 이후, 주연을 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ㄴ 한성천 : '용서받지 못한 자'가 생각보다 평이 좋았는데, 군 복무를 했다. 다시 하려고 하니 처음부터 시작이었다. 연극을 해보기도 하고, 흥행이 됐었다. 그러던 중 '577 프로젝트'를 하게 됐고, '롤러코스터'를 한 후에 사람들이 조금 더 좋게 봐주셨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허삼관'을 앞두고 영화에서 살을 빼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었다. 그 이후엔 살이 빠졌다는 이유로 캐스팅이 잘 안 되기도 했다. 그래도 저에게 천직은 배우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계속 오디션을 보고 영화에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엔드크레딧에 '누구라도 그러하듯이'가 등장한다. 그 곡을 넣은 이유는?
ㄴ 김병준 : 학교에 다닐 때, 우연히 라디오에서 듣게 된 곡인데, 듣고 눈물이 났다. 잠시 학교를 쉬고 있을 때다. '누구나 그러하듯이'라는 가사가 '이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 누구라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해 주는 것 같았다. 나보다 더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텐데, 내가 왜 이런 것에 힘들어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됐다.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데, 출연 배우들이 표준어를 사용한 이유가 있다면?
ㄴ 김병준 : 지금도 부산에서 살고 일한다. '개똥이' 때도 그랬다. 부산이라는 도시가 매력적이다. 앞으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다만, 부산의 로컬영화라는 인식은 벗어나고 싶다. 부산에서 만들어진 다른 저예산 영화를 보면 부산 로컬영화 인식이 있는데, 부산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전국적으로 하는 것이 목표이다, 극 중 배우들이 필요찮게 사투리를 쓰게 되면 그런 부분이 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배우들이 사투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다.
 
   
▲ 영화 '소시민'의 한 장면.
 
작중 시점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간 배경은?
ㄴ 김병준 : 개인적으로 야근보다 일요일에 출근하는 것이 더 힘들다. 아내는 이혼한 상황이고, 딸은 짜장면을 혼자 먹어야 하고, 상사를 접대하느라, 가야 하는 그런 상황이 너무나 해프닝이 같다. 현실성이 없지는 않았다.
 
'가정'이라는 주제를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ㄴ 김병준 : 전에 '개똥이'란 작품을 했을 때도,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아버지가 가진 무게감이 느껴진다. 아버지가 얼마나 무거운 무게를 가지고 계셨나 싶다. 무게감에 관해 이야기 하고 싶지만, 이야기 자체가 무거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삶은 계속 이어져 나가는 것이니, 영화를 나름대로 재미있게 이어나가려고 노력한 것 같다.
 
[글] 문화뉴스 정승환 인턴기자 jjang@mhns.co.kr
[편집·사진]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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