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기대하는 순간까지 선물하는 황홀한 스핀오프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제발 입 좀 다물어!" (상당히 순화된 표현입니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이후 '로그 원')를 관람하기까지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이미 관람한 이들의 입을 막는 일이었다.
 
특히, 오랜 스타워즈의 팬일수록 이 영화에 매료되어, 쉬지도 않고 이 영화에 대해 떠들어 댔다. 그들에게 감동을 줬던 장면을 말하는 부분까지 가면, 거의 광기에 이르는 집착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정말 포스가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만큼.
 
이런 열광에 거리를 두고 있던 입장에서 '로그 원'이 단순히 팬덤 때문에 열광하는 것인지, 그리고 이 시리즈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 '로그 원'을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관람 직후 깨달았다. 이 영화는 스타워즈 팬들을 흥분시킬 만하다. 그리고 이 시리즈를 잘 모르는 관객도 무척 들뜨게 만들 수 있다. '로그 원'은 정말 재밌다.
 
   
 
 
이미 알고 있는 결말
'로그 원'은 스타워즈 에피소드3과 에피소드4에 위치한 이야기로,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핀오프다. 짧게 원작 시리즈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스타워즈'의 오리지널 6부작은 기술적 한계를 문제로 네 번째 에피소드(새로운 희망)부터 제작되었고, 1977년에 스크린에 처음 등장했다. (무려, 40년이나 된 시리즈다!) 그리고 세 번째 에피스드(시스의 복수)는 가장 마지막에 제작된 영화였다. 즉, 오리지널 시리즈의 시작과 끝 사이에 위치한 영화가 '로그 원'인 것이다.
 
루크 스카이워커, 한 솔로, 요다, 다스 베이더 등 팬들의 사랑을 잔뜩 받은 캐릭터는 물론, 광선검, 밀레니엄 팔콘 등 지금도 인기 상품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영화의 소도구들은 '스타워즈'를 최고의 영화를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태어나게 했다. 세계적으로 매년 스타워즈 팬들이 모이는 행사가 열릴 정도이고, 팬들이 기존 오리지널을 확장한 세계를 상상, 토론하는 이야기꽃을 피우는 등 그 인기가 상당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중 하나인 '스타워즈 에피소드4 - 새로운 희망'의 영향으로, '로그 원'을 보는 대다수 관객은 이 영화의 결말을 꽤 구체적으로 알고서 관람을 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주는 즐거움은 '스타워즈'의 세계관을 현대의 테크놀로지로 다시 본다는 것과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게 전부일까. '로그 원'은 기존 시리즈에서 공백으로 남았던 시간을 채우는 즐거움이 상당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기존 시리즈가 할 수 없었던 선택들을 다수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기치 못한 순간
연속적인 시리즈이기에 '스타워즈'의 대서사시가 할 수 없었던 선택들을 '로그 원'은 시도할 수 있었다. 이중엔 영웅을 중심에 둔 블록버스터 영화의 시리즈가 택하기 힘든 것도 있고, 시대적 변화로 인해 가능하고 필요했던 부분도 있다. 앞선 부분은 스포일러가 되기에 언급하지 않겠다. 후자, 시대적 변화로 가능하고 필요했던 것은 '진 어소(펠리시티 존스)'라는 여성 영웅과 치루트(견자단)이라는 아시아계 캐릭터다.
 
레아 공주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팬들의 마음에 포스와 함께 남아있지만, 그녀의 시점으로 진행된 시리즈는 없었다. 그에 비해 진 어소는 카메라를 독점할 허락을 받을 캐릭터다. 여성의 주체성, 능동성 강인함을 보일 수 있는 진 어소는 스타워즈라는 세계관에서 센세이션이라 할만하다. 수많은 스타워즈 시리즈 중에 여성 인물이 엔딩 크레딧에 첫 번째로 등장한 영화라는 것만 봐도 기념비적이다.
 
굳이 '최초'라는 수식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진 어소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위해 움직인다. 또, 자신의 주관을 대중 앞에서 내뱉을 수도 있는 당당함도 갖추고 있다. 21세기 들어 최고의 여성 영웅은 '헝거게임'의 캣니스였는데, 이번 기회에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아시아 배우로서 견자단의 합류도 흥미롭다. '엽문' 시리즈 등에서 몸으로 보일 수 있는 극한의 액션을 보였던 그의 모습을 스타워즈라는 세계에서 본다는 것은 정말 설레는 경험이었다. 외계인도 함께 싸우는 스타워즈에서 아시아인의 등장이 여태 허락되지 않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보이는 지점이었다. '로그 원'은 이를 해소하고, 진정한 통합을 보여준다.
 
스타워즈의 팬이 아닌 '견자단'의 팬으로서 이 영화를 관람하고 싶었던 인물도 있었을 것이다. 그가 맡은 치루트는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고, 희망과 기적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진정한 포스의 화신이었다. 그리고 '스타워즈'에 볼 수 없던 화려한 액션을 입힘으로써, '로그 원'을 더 풍성하게 했다. 농담하자면, 그가 더 젊고 신체적으로도 불리함이 없던 캐릭터였다면, '포스'없이 그의 발로 적들을 날려버릴 수도 있었을 것 같았다.
 
기대했던 황홀한 선물
그래도 이 영화의 백미는 모두가 기대하는 순간을 무척 매력적이고 장엄하게 담았다는 점이다. '로그 원'의 마지막 시퀀스는 스타워즈의 팬일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들이 기대하던 순간을, 기대보다 더한 임팩트로 선물 받는다. 이 시리즈를 얕게 알아도, 마지막 시퀀스는 황홀했고, 이 시리즈를 몰라도 이 장면은 이미 '기대했던 것 같은' 걸 보는 착시를 줄 정도다. '위플래시' 이후 가장 강렬한 엔딩이었는데, 그 시퀀스만으로도 '로그 원'은 오랜 기다림과 관람료 값을 톡톡히 해낸다. 영화관에서,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꼭 아이맥스로, 그 순간의 전율을 느끼기를 권한다.
 
▲ [양기자의 씨네픽업]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 관한 10가지 잡지식 ⓒ 시네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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