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올해도 '힐링' 바람이 불어올까.

2016년 12월 20일 개막 후 높은 완성도로 주목받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4일 오후 프레스콜을 통해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이후 두 번째로 대명문화공장에서 제작을 맡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프리뷰 공연이 전회차 매진되는 등 올겨울 소극장 뮤지컬의 강자로 떠올랐다. 김동연 연출, 주소연 음악감독이 참여했고 2012년 한국뮤지컬대상 음악상, 2013년 더뮤지컬 어워즈 작곡작사상을 받은 윌 애런슨 작곡가와 박천휴 작가 콤비의 신작으로 미래도시의 낡은 아파트에 버려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모험을 떠나며 벌어진 일을 다룬다.

   
 

이날 프레스콜에선 김재범, 정문성, 정욱진, 이지숙, 전미도, 고훈정, 성종완 8명의 배우가 모두 참석해 '고맙다 올리버', 'my favorite love story', '생각보다, 생각만큼', 'First Time in Love', '그럼에도 불구하고'까지 총 5개 장면 시연을 선보였다. 이후 장면 시연에서 아쉽게 키스신 촬영이 빠졌다며 고훈정 배우가 즉석에서 피아노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시연을 통해 드러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페스트', '로미오와 줄리엣' 등 디스토피아 세계관이 많이 반영된 최근의 SF 뮤지컬과 달리 부드럽고 따듯한 톤을 선보여 관객들의 마음을 녹였다. 로봇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인간같이 행동할 수 있는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을 찾는 과정을 드라마틱한 6인조 오케스트라의 음악과 함께 선보였다.

시연 후 김동연 연출, 주소연 음악감독, 윌 애런슨 작곡가, 박천휴 작가, 8명의 배우 모두가 함께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작품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냈다.

   
 

리딩 공연과 트라이아웃을 거쳐 정식 공연에 오른 소감은?

ㄴ 박천휴 작가: 뮤지컬 '어쩌다 해피엔딩'이 2014년에 우란문화재단의 개발 지원을 받아서 리딩과 트라이아웃 공연을 하고 동시에 미국에서 영어 버전으로 리딩과 쇼케이스를 했다. 현재 이렇게 초연이 한국에서 정식으로 올라오고 영어버전도 계약을 마쳤다. 굉장히 긴 장거리 경주를 동시에 했는데 연말에 대극장의 커다란 공연 사이에서도 큰 사랑 받아서 감사하다. 배우, 스탭 모두 열심히 공연해줘서 정말 행복하다.

   
 

뮤지컬 '어쩌다 해피엔딩'의 전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

ㄴ 김동연 연출: 낡은 헬퍼봇이라는 인간을 돕는 로봇 둘이, 버려진 아파트에서 낡아가다가 서로 만나 사랑이란 감정을 처음 느낀다. 사랑을 배워가고, 사랑 때문에 아파한다. 아픈 와중에 서로를 기억하고 저장할까 아니면 지울까에 대한 고민에 쌓인다. 로봇을 통해 인간이 가진 감정을 극대화하고,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아름다운 음악으로 사랑받는데, 음악을 소개해달라.

ㄴ 윌 애런슨 작곡가: 미래를 배경으로 했지만, 우리는 일렉트로닉이나 전자음악을 사용하지 않고, 되려 가장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담았다. 그 이유는 공상과학이나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다. 최대한 감정적으로 음악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라이브로 곡을 연주하던데 오케스트라는 어떻게 구성됐나.

ㄴ 주소연 음악감독: 6인조 밴드다. 비올라, 첼로, 바이올린 1,2, 피아노, 드럼으로 구성됐다.

뮤지컬 '어쩌다 해피엔딩'의 극 중 역할을 소개해달라.

ㄴ 전미도: '클레어'는 '올리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버전 6의 로봇이다. 그래서 '올리버'보다는 사람에 가까워지고, 사회성까지 발달한 로봇이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 상황을 쿨하게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성격이다. 그러나 사실은 주인들에 의한 상처가 있는 여자 로봇이다.

ㄴ 김재범: '클레어'보다 뒤떨어진 5 버전의 로봇이 '올리버'다(웃음). 주인의 취향을 닮아서 아날로그를 좋아한다. 자신을 버린 주인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밤에는 빈 병을 주우며 주인만을 기다리는 로봇이다.

ㄴ 고훈정: '제임스'는 '올리버'의 전 주인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서울 메트로폴리스에 '올리버'를 어쩔 수 없이 두고 제주도로 떠났지만, 불의의 질병으로 사망하게 됐다(웃음). '올리버'를 안타까워하며 LP판을 남긴 채 생을 마감했을 거다. (그런 이야기까지 해도 되냐는 질문에 작가를 보며) 맞지 않나.

ㄴ 박천휴 작가: 노코멘트 하겠다(웃음).

   
 

로봇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어땠는지, 대본 처음 받았을 때 소감이 궁금하다.

ㄴ 정문석: 이제 로봇까지 하는구나(웃음). 도전할 수 있는, 어려울 것 같은 느낌에 배우로서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감사했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정말 하기 잘한 것 같고, 그래서 내가 읽은 만큼 관객 또한 느끼게끔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하면 할수록 참 좋은 것 같다. (윌 애런슨 작곡가를 보며)자꾸 쳐다보시는데(웃음) 노래도 정말 좋다. 이 감사한 작품을 "왜 저런 애가 해서 망가뜨렸냐"는 말을 듣지 않게 잘하겠다.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배우의 역할이므로 끝나는 날까지 열심히 해보겠다.

   
 

특별히 로봇 연기를 위해 연습하거나 참고한 것이 있는지.

ㄴ 이지숙: 사실 처음에 '로봇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이 많아서 영상을 찾아봤다. (성)종완 선배가 추천한 '엑스 마키나', '바이센테니얼 맨'같은 것을 찾아봤는데 영화니까 가능한 것들이 많았다. 제일 어려웠던 것은 고장 나는 것이었다. '고장 나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까'하다가 팔도 좀 뽑아보고, 다리를 꺾어보는 것을 거울을 보고 연습했다. 말투나 습관을 새롭게 연습하는 것에 포인트를 두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내버려 두면 로봇의 포인트를 살릴 것이라 생각하고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

   
 

배우로서의 복귀작을 이 작품으로 선택한 이유는.

ㄴ 성종완: 복귀 이런 얘기가 나오니 쑥스럽다. 저는 대단한 배우가 아니라. 작품을 선택할 만큼의 배우가 아니라서 이 작품을 내가 선택한 건 아니다. 제가 아는 회사 프로듀서분과 연출분이 잘 아시는 사이라서 회의 중에 내 이름이 언급됐다.

ㄴ 김동연 연출: 반대하지 않았다.

ㄴ 성종완: 소극적이셨네요(웃음). 찬성하지 않고, 반대하지 않은 입장에서 전화를 주셔서 처음에 의아해서 거절했는데, 끊자마자 "어, 하고 싶은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제가 다시 전화할 순 없어서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전화를 주셔서 못 이기는 척 선택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것 같다. 연습 중에 재밌었던 에피소드를 들려 달라.

ㄴ 정욱진: 워낙 분위기가 좋았고, 연습이 재밌었다. 전에 김재범 배우와 같은 공연(오케피)을 했을 때도 '평범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정말 범상치 않은 인물이구나'를 느꼈다. 고훈정 배우는 탄수화물을 끊은 지 1년이 됐다. 그래서 예민하다(웃음). 저는 시골에서 올라와서 특히나 외국 배경이나 외국 이름에 익숙하지 않은데 6장 대사에서 '카페인을 뺀 얼그레이'를 '카페인을 탄 얼그레이'로 말한 것 때문에 화를 크게 냈다(웃음). 아무튼, 굉장히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작가, 작곡가분도 연습실에서 항상 함께 디벨롭하며 진행해서 더 좋았다.

   
 

헤어 스타일이 남다르다. 다른 '올리버'와 다른 본인만의 캐릭터가 있는가.

ㄴ 정욱진: 일단은 제가 작년에 트라이아웃 준비할 때 영화 'A.I' 영상을 봤는데 '주드 로'가 이런 머리를 했다. 거기에 꽂혔다. 또, 얼굴이 아주 큰 편은 아니지만 작은 편이 아닌데 다른 배우들이 너무 작아서 차이가 크게 나니까 "쟤는 머리를 까서 차이가 크게 나는구나"하게 보이도록 헤어 스타일을 정했다. 순수한 의도다(웃음). '올리버'가 굉장히 순수한 친구다.

   
 

최근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암울하고 다운된 분위기가 많았는데 이 작품은 상당히 부드럽고 따뜻하다. 작가가 생각한 미래 배경은 어떤지.

ㄴ 박천휴 작가: 개인적으로는 굳이 SF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좋은 SF는 '미래에 어떤 자동차가 생길 것인가' 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자동차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다루는 것이란 이야기를 봤다. 그래서 미래지만, 미래 같지 않은 배경 속에서 헬퍼봇들을 통해 '미래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감정을 느낄 것이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트라이아웃에 비해서 무대가 커졌는데 색깔 유지를 위해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무대 콘셉트를 설명해 달라.

ㄴ 김동연 연출: '미래지만 이 안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담는 무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날로그적이고, 낡아 있는, 잊혀가는 것들에 중점을 뒀다. "아, 미래구나"하는 포인트만 잡고 재즈 음악, 낡은 책들, 오래된 아파트처럼 나머지는 다 헬퍼봇과 같이 낡아가는 무대를 통해서 관객들이 방해를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며 무대를 구성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올리버'는 기억을 지우지 않았는데, '클레어'는 기억을 지웠다고 밝힌 것으로 아는데.

ㄴ 박천휴 작가: 기억을 지웠는가, 지우지 않았는가에 또렷한 대답을 할 수 없다. 더 최신 버전인 '클레어'는 연기실력이 더 출중하다. 더 미묘한 감정을 숨기는 것에 능하므로 "혹시 '클레어'도 기억을 지우지 않았는데 '올리버'가 봤을 때 지운 것처럼 보이지 않았을까"라는 저마다의 해석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사해달라.

ㄴ 김재범: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사실 마지막은 아니고, 마지막 바로 전 인사다(웃음). 2017년 모두 행복하시고 '어쩌면 해피엔딩'도 많이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ㄴ 김동연 연출: 이 공연은 '새로운 뮤지컬이다'는 말을 하고 싶다. 새로 나온 창작 뮤지컬이라서 새로운 것일 수도 있지만, 창작하는 과정에서 창작 뮤지컬치고 세심하게 준비했고, 소재를 선택하는 것, 소재에 맞춰 음악을 맞추는 등의 노력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소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여섯 명의 연주자가 관객과 호흡하는 것도 새로운 시도고, 작품의 퀄리티만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소극장 뮤지컬이지만, "한국 뮤지컬의 새로운 뮤지컬이다"고 감히 말할 만큼 자부심이 있다. 이런 작품을 관객도 보고 즐기셔서 좋은 기억 가지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쳇 베이커의 하우스 음악부터 극 중 등장하는 재즈 뮤지션들(듀크 엘링턴, 빌 에반스 등)까지 재즈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으로 보인다.

ㄴ 윌 애런슨 작곡가: 맞다. 단순히 대사에서만 언급된 것이 아니라 작품의 음악에도 그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많이 받았다.

ㄴ 박천휴 작가: 저희가 평소 재즈를 좋아해서 그런 취향이 반영됐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넘버들 중 특별히 재즈 정서를 담은 넘버를 추천한다면.

ㄴ 윌 애런슨 작곡가: '우린 왜 사랑했을까', '낡고 오래된 사랑 노래' 두 곡은 완전히 재즈를 기반으로 만든 넘버다. 두 곡을 공연할 땐 음향팀에서도 다른 느낌을 내기 위해 악기의 볼륨을 낮추거나 하며 다르게 신경 쓴다.

   
 

올겨울 관객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3월 5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된다.

[글] 문화뉴스 박다율 인턴기자 1004@mhns.co.kr

[편집]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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