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무대, 그리고 매우 적은 인물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헝거 게임'과 '엑스맨' 시리즈의 제니퍼 로렌스, 그리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쥬라기 월드'의 크리스 프랫. 할리우드에서 굵직한 시리즈의 주연을 맡으며,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두 배우가 한 작품에서 만났다. 그들이 선택한 영화 '패신저스'는 우주 개척지로 향하는 '아발론 호'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조금씩 다가오는 재난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스타 로드' 역을 맡아, 우주라는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크리스 프랫과 '헝거 게임'에서 '캣니스' 역으로 현대적 여성 영웅의 모습을 완성한 제니퍼 로렌스. 두 영웅은 평범한 인간으로서 마주할 재난 앞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가장 넓은 큰 무대, 그리고 매우 적은 인물
관람했던 영화 중, '패신저스'는 '그래비티' 이후 우주라는 무대에서 가장 적은 인물이 등장한다. 5,000명 이상이 탑승한 거대한 우주선에서 관객이 볼 수 있는 인간은 '짐 프레스턴'(크리스 프랫)과 '오로라 레인'(제니퍼 로렌스)뿐이라, 공간의 여백은 더 커 보인다. 물론, '그래비티'의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이 홀로 우주 앞에 서는 것만큼 고독함이 강조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패신저스'는 오랜 항해 속에서 홀로 방치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고독을 맛보게 한다. 
 
이 넓은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은 나뿐인데, 죽지 않고 이 시간을 버텨야 한다면? 이는 '그래비티'가 생존을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1분 1초 싸워야 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혼자만의 싸움'이다. '패신저스'는 생존이 보장된 상태로 수십 년을 버텨야 할지도 모르는 인간의 외로움이 주요한 문제다. 후반부로 갈수록 긴박한 순간이 다가오기는 하지만, 영화가 의도한 '시간과의 싸움'에서 시간은 더디게 움직이기에, 아발론 호에 탑승한 관객이 조금 지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순간, 느낄 수 있는 고독과 외로움, 지루함이 이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우주 속의 공포, 혼자가 된다는 공포이니 느껴보기를.
 
   
 
 
제니퍼 로렌스라는 무게감
오로라 레인의 '침몰하는 배'라는 대사를 통해, '패신저스'는 '타이타닉'을 연상케 하는 구석이 있다. 재난 앞에 살아남으려는 남녀의 이야기. 하지만 타이타닉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그리고 묵묵히 진행되는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시나리오의 설정과 공들여 구축한 아발론 호라는 거대하고 매력적인 공간에 비해 '새로움'이 잘 느껴지지 않아 아쉽기도 하다. '패신저스'는 좋은 배우와 잘 세팅된 공간이, 무던하고 안정적인 연출로 완성된 작품이다.
 
이 영화가 '타이타닉' 및 다른 재난 영화와 달라지는 부분은 (이미 예측했겠지만) 제니퍼 로렌스라는 배우의 존재감이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이른 나이에 수상한 이 배우는, 그가 출연한 영화에서 도구적으로 소모되는 모습을 않는다. 그녀는 남성 위주의 영화계에서 능동적인 역할, 강인한 역할로 자신의 연기 영역을 넓혔고, 이러한 모습은 실제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모습으로 이어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패신저스'가 다른 재난 영화와 다르다면, 이는 제니퍼 로렌스라는 배우가 맡은 캐릭터의 능동적이고 강인한 모습 덕이다. 그녀의 영화에선 늘 그랬듯, 이 영화의 가장 멋진 순간도 그녀가 만든다.
 
   
 
 
2016년 여배우 중 가장 많은 출연료를 받은(포브스 선정) 제니퍼 로렌스는 출연료만큼이나 영화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소니 해킹 사태 이후 여배우가 남배우에 비해 적은 출연료를 받는 것을 언급하며, 이러한 차별에 문제가 있음을 직설적으로 말할 정도로 제니퍼 로렌스는 기존 여성 배우의 영역을 탈피하고, 관습을 깨부수려 하고 있다. '헝거게임'의 캣니스가 캐피탈 시티를 부수고 기존이 문제적 시스템을 부쉈듯, 제니퍼 로렌스는 할리우드의 많은 편견과 차별을 깨부술 아이콘이 될 것이다. '패신저스'는 다소 아쉬웠지만, 오로라 레인은 매우 빛나고 있었다.
 
 
'패신저스' 제니퍼 로렌스를 웃게 하는 크리스 프랫 ⓒ 시네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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