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연극 '안녕, 후쿠시마'의 강유미 배우와 만나다.

연극 '안녕, 후쿠시마'는 일본 원전사고를 배경으로 한국과 일본의 상처 입은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통해 치유하는 과정을 작은 카페의 하루를 통해 그려낸 작품으로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최원종 작가가 연출까지 겸해 만들었다.

걸그룹 나인뮤지스 혜미가 첫 연극으로 출연해 사람들의 시선을 끈 '안녕, 후쿠시마'는 그 과정에서 여러 보석 같은 배우들의 연기를 선보였다. 그중 욘사마를 찾아 한국에 건너온 일본인 '나츠미' 역의 강유미 배우는 실제 재일교포 3세 출신으로 이번 작품에서 일본어와 한국어를 오가며 입체적인 캐릭터 연기를 통해 '바리스타'와 함께 관객의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번 인터뷰는 강유미 배우가 상당히 한국어에 능숙하지만, 인터뷰 진행에는 약간의 불편함이 있을 수 있어서 그녀를 도와서 멘트를 정리해준 친한 A작가와 함께 진행됐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ㄴ 강유미: 재일교포 3세고,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에 와서 배우 활동을 하고 있다. 그전엔 일본에서 연극을 했다가 전국연극제란 곳에서 재일교포 대표로 참여했다 한국의 연극계가 뜨겁다고 느껴 한국에서 연극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일본에서 공연한 배우나 창작진이 그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한국과는 리액션이 차이가 있다고.

ㄴ 강유미: 관객이 솔직해서 재밌다. 일본 관객들은 재밌다고 생각해도 겉으로 보여주는 박수, 환호성 등도 다르다. 일본 관객의 조용한 뜨거움이 있긴 하지만, 대학로처럼 극장이 모인 곳도 없고 한국만의 재밌는 점이 있다.

연극 '안녕, 후쿠시마'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ㄴ 강유미: 원래 최원종 연출이 동일본 대지진에 관심이 많아 그와 관련된 작품을 쓰고 싶다 생각했는데 저나 같이 출연한 배우들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들었다. 특히 저의 경우 일본에서 왔기에 이 배우를 매력적으로 살릴 수 있는 작품을 썼다고 들었다.

ㄴ 작가A: 2008년에 강유미 배우와 처음 만나 '청춘이 레몬을 깨물 때'란 작품으로 만났다. '바리스타의 생활 일기'라고 바리스타 여자 나츠미만 있던 3인극으로 처음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래서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잘 표현하는 배우가 강유미 배우였고, 그녀의 매력 역시 살릴 수 있는 작품으로 가자고 해서 만든 것으로 안다. 그런데 아쉽게 본 공연으론 못 갔고 2016년 2월에 작품을 다듬어 3일짜리 공연으로 만들어지며 3인 외의 민수 등이 들어갔다. 그때도 연출님이 강유미 배우는 꼭 필요하다고 해서 함께했고 이번까지 3번을 모두 공연한 유일한 배우다.

개인의 매력이 꼭 필요한 작품이다. 일본어도 잘해야 하고. 그래서 한국어를 어느 정도 잘하는지 궁금했다.

ㄴ 강유미: 한국말 잘은 못한다. (*발음에서 일본어 억양이 느껴지는 것 외엔 무척 능숙한 편이었다)

ㄴ 작가A: 더블인 백선우 배우에겐 반대로 일본인이냐고 묻는다더라(웃음). 강유미 배우에겐 일본어 말고도 그녀만의 매력이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 외의 깊이 있는 정서가 있다. 나이에서 오는 걸 수도 있고(웃음).

   
 

그렇다면 현재 '안녕, 후쿠시마'를 공연 중인 소감은?

ㄴ 강유미: 일단 작품이 누군가를 잃었던 아픔을 표현하지 않나. 나츠미는 지진과 쓰나미로 엄마와 남동생을 잃은 사람이다. 아무래도 매번 그 아픔을 살려 연기하니까 힘든 면은 있다. 그러나 작품이 워낙 따듯해 카페에서 만나는 바리스타나 유령과 함께 위로하거나 욕을 하거나(웃음) 하며 한국 측면에서 볼 땐 외국 사람인 일본인, 욘사마를 찾으러 온 일본인으로서 따듯한 용기를 얻고 간다. 그래서 매번 힘들면서도 따듯함을 느끼고 있다. 감정을 매번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매번 새로운 마음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웃음). 이전에도 누군가를 잃은 역을 맡았던 적이 많아서 그런 힘든 게 있다.

다른 배우도 그런 힘든 캐릭터를 하면서 '돈을 더 줘도 공연을 하기 싫다'고 할 정도였다(웃음). 마음을 건드리는 캐릭터들.

ㄴ 강유미: 어떤 감정이든 끝까지 가면 아무것도 없는 무감정이 된다더라. 그렇게 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기는 어렵다(웃음).

ㄴ 작가A: 강유미 배우의 경우 워낙 집중력이 좋아 더 그럴 것 같다.

ㄴ 강유미: 집중이 안 될 때도 있지만, 최대한 노력한다. 배우로서 그게 맞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웃음).

공연 기간이 워낙 짧아서 아쉽겠지만, 또 후련하기도 하겠다.

ㄴ 강유미: 계속 함께 연습해왔던 기간이 있어서 더블인데도 짧다는 생각은 안 든다.

공연이 워낙 좋아서 그런 것 같다. 장기 공연이 되면 좋을 작품이다.

ㄴ 작가A: 배우들 입장도 공연이 긴 편이 좋을 거다. 힘들더라도.

ㄴ 강유미: 배우들은 대부분 한 달 정도가 좋다고 하더라. 3개월 이런 공연은 너무 길고 한 달 정도 하면 약간 아쉬움도 남고.

ㄴ 작가A: 그래서 연출님에겐 레퍼토리 작품으로 겨울마다 하면 어떻겠냐 제안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라 그런 것 같다.

ㄴ 작가A: 초연 때도 그 이야기 많이 들었다. 작품을 소개해주고 싶은데 너무 짧다고.

ㄴ 강유미: 3일밖에 안 했으니까(웃음).

   
 

이번에 나인뮤지스 혜미와 함께 연기했다. 그녀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ㄴ 강유미: 아이돌이고 연극이 처음이라 다들 걱정했지만, 어릴 적부터 이쪽 일을 해와선지 순발력이 있더라. 누가 이렇게 하라고 이야기해주면 놓치지 않고 바로바로 한다. 다른 배우들도 깜빡할 때가 많은데 바쁜 와중에도 반드시 그런 것을 지키더라.

쇼케이스부터 계속한 입장에서 다른 배우들 이야기도 해보자면.

ㄴ 강유미: 김결 배우는 평소에도 그렇지만, 수줍음이 많다. 입은 계속 뭔가 날리고 있지만, 눈빛에서 상냥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나츠미를 위로할 때도 툭툭 던지는 것 같아도 눈에서 따듯함이 느껴진다. 계단을 셀 때나 본인의 삶을 생각할 때 보면 외로움도 느껴진다. 본인 말로는 초연보다 이번에 더 그런 깊이감이 느껴진다고 하더라.

어떤 큰 서사 없이 카페라는 작은 공간에서 하는 작품이다 보니 배우들의 매력이 그만큼 더 중요하긴 하다. 이런 작품을 공연 중인 느낌은 어떤가.

ㄴ 강유미: 초연 때는 지금보다 객석이 커서 관객 반응들도 더 크고 좋았지만, 관객들 반응은 이번이 더 좋다더라.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고 진짜 카페에 앉아 보는 느낌이 좋았다더라.

맞다.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진짜 카페처럼 잘 만들었다.

ㄴ 작가A: 저번에 보신 분이 그런 말씀을 더 많이 하시는 것 같다. 무대나 분위기, 극장에 처음 들어갈 때 느껴지는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고.

ㄴ 강유미: 더 따듯한 분위기가 나고 작품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웃음).

ㄴ 작가A: 사실 그 말이 가장 좋은 것 같다.

ㄴ 강유미: 배우가 아무리 노력해도 작품이 재미없으면 '너 좋았어' 정도지만, 작품 좋다. 역할 탐난다는 이야기. 이런 말 들으면 참 좋다.

ㄴ 작가A: 이번에 그 말 많았다. 남자 배우들은 '바리스타' 역, 여자들은 '나츠미'와 '여자' 반반으로 갈라져 다들 욕심나는 캐릭터라고 하더라.

   
 

세 번째 공연하며 '나츠미'의 캐릭터가 보강되거나 변한 점이 있는지.

ㄴ 강유미: 처음에는 다시 하는 거니까 이전에 했던 것을 빨리 기억해내려고 했다. 그런데 김동현 배우가 새로 들어와서 함께 연습하며 기존의 바리스타와 다른 감정을 받을 수 있어 새로웠다. '나츠미'가 변한다기보단 상대방의 감정을 받아 약간 눈물이 날 것 같다던가 그런 점이 좋았다.

ㄴ 작가A: 두 바리스타 모두 그윽한 눈빛이 특징인데 좀 느낌이 다르다. 둘 다 위로를 하지만, 조금 다른 느낌이 있다.

'안녕, 후쿠시마' 보면 배우의 매력이 잘 나오는 만큼 더블 캐스트에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같은 역인 백선우 배우는 어떤 느낌인지.

ㄴ 강유미: 연습은 사실 더블이라 따로 팀을 나눠서 많이 못 보고 공연을 얼마 전에 처음 봤다. 매번 제가 하기만 하다 봤는데 너무 재밌었다(웃음). 백선우 배우의 공연도 너무 좋았다. 뭔가 자리 잡은 느낌이었고. 제가 하는 나츠미보다 좀 더 조용한 나츠미의 느낌인데 김동현 배우랑 혜미 배우가 분위기를 끌어 올려서 무척 좋았다. 일본 사람의 이미지가 있다 보니 뭔가 조용하고 예의 바르고 그런 컨셉을 잡은 것 같더라. 보면서 저도 배웠다. '저걸 저렇게 하는구나' 싶은(웃음).

ㄴ 작가A: 강유미 작가가 격정적인 나츠미라면 백선우 배우가 좀 더 귀엽고 나긋나긋하다 확 올라가는 느낌.

ㄴ 강유미: 저도 좀 나긋나긋하게 하고 싶은데 제겐 매번 연출님이 '크게 해주세요' 한다(웃음). '스고이, 스고이' 하는 대사도 조금만 톤이 낮춰지면 '유미쨩, 거기는 더 크게 해주세요' 하고(웃음). 제가 망가지는 것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웃음).

ㄴ 작가A: 그게 인물 분석할 때 백선우 배우가 뭔가 질문을 했는데 연출의 대답에 힌트가 있었다. 백선우 배우도 계속 세게 해달라고 하는데 그게 센 것일 수도 있다. 연출은 이 말할 수 없는 격정이 겉으로 보이면 원하는 것 같다.

ㄴ 강유미: 매번 디렉션 해달라고 해도 연출님이 '해달라면 다 해주고 계시니까 특별히 없다'고(웃음).

ㄴ 작가A: 강유미 배우가 매번 뭔가 좀 더 할까요 하면 연출이 이미 다 하고 계셔서 너무 좋습니다 한다. 별로 이야기가 없다(웃음).

ㄴ 강유미: 저는 그래서 아쉽다. 뭔가 계속 더 배우고 싶은데. '배우고 싶은 배우'다. 이번 공연도 백선우 배우는 김을 먹을 때 막 집어먹는데 그걸 보고 저도 괜찮다 싶었는데 제겐 하지 말라고 하고.

ㄴ 작가A: 왜냐면 백선우 배우는 아무것도 없다 김을 먹으며 확 올라간다. 나츠미 캐릭터 자체가 풍랑을 겪은 느낌을 이미 가지고 있기에 겉으론 안 보여도 내면에 그 감정이 쌓여있다.

본인의 캐릭터가 너무 고정됐다는 느낌인가.

ㄴ 강유미: 그렇다. 너무 공연을 많이 하니까 감정을 끌어 올릴 이유가 저도 필요해진다. 어떤 새로운 액션이나 감정선이 있으면 새로운 마음으로 할 수 있다.

이래서 공연은 어려운 것 같다.

ㄴ 강유미: 공연 마지막 때 제가 자전거를 사서 들어오지 않나. 그리고 인사를 하고 카페를 나가는데 초연보다 후쿠시마, 고향에 대한 감정이나 바리스타에 대한 감정이 더 나오는 것 같더라. '사요나라', '사요나라' 하면서. '사요나라'가 마지막 인사로 하는 '안녕'이지 않나. 나츠미로서는 바리스타에게 고맙다는 마음과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긍정적 의미로 대사하는데 초연보다 그 감정이 더 강해진 것 같다. 고개를 숙일 때 눈물이 날 것 같다.

ㄴ 작가A: 작품 분석할 때부터 공연 세 번 할 동안 스태프로 쭉 지켜봤는데 이 '사요나라'가 그동안 나에게 풍랑을 겪게 한 5, 6년 전의 사건, 그 시절과 '안녕'. 그 이후 다시 한번 가겠다는 느낌이다. 몇 년간의 '안녕, 후쿠시마'가 쌓이니까 예전에는 그냥 인사였다면 그런 감정이 만들어졌다. 새로 합류한 배우들에게 설명을 해주면서 본인들도 기존의 자기 연기를 다시금 정리하게 된 것 같다.

   
 

'안녕, 후쿠시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면.

ㄴ 강유미: 매우 많은데 바리스타와 함께 욘사마가 바라본 계단을 따라보며 5초를 센다. 그 장면이 참 좋다. 욘사마의 인생, 나의 인생, 엄마의 인생 이런 것을 생각하며 바라보게 된다. 고요한 느낌을 받는다.

재일교포 출신 배우다 보니 한국의 배우들보다 더 와 닿을 것 같다. 아무리 큰일이어도 사실 일본의 일은 한국 사람에겐 '남 일'이니까.

ㄴ 강유미: 제가 고베 출신이다. 95년에 있던 한신 대지진을 우리 가족이 겪었다. 저도 나츠미처럼 저만 도쿄에 있어서 그때의 기억이 많이 난다. 그렇지만, 일본의 이야기라고 해도 누군가를 잃었던 슬픔은 전세계에서 똑같다. 그래서 연기하면 세월호 사건 이야기도 생각이 나고, 일본의 사건이라기보단 누군가를 잃은 아픔을 제게 주입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직 국가적 관계는 좋지 않으니까 이런 문화를 통해서라도 사람과 사람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일본 사람이 한국 사람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고, 그 반대도 되고 국가는 상관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언어도 잘 안 통하면서도 서로 위로가 되는, 상처를 가진 사람들끼리 만나면서 오히려 치유되는.

ㄴ 강유미: 맞다. 그런 점은 연출님의 생각인데 너무 좋은 것 같다.

   
 

공연할 때 한국말은 일부러 더 못하는 건지.

ㄴ 강유미: 맞다. 하지만 잘하려고 해도 어차피 한계가 있다(웃음).

ㄴ 작가A: 그래서 그 내면의 이야기를 꺼낼 때는 편하게 하라고 디렉션이 있다. 관객에게 들리기도 해야 하니까. 처음에는 너무 재밌었다. '저 6개월 정도 배웠는데' 하는데 6년 배운 사람처럼 잘하니까(웃음).

ㄴ 강유미: 이루본마루(웃음). 중간에는 그냥 '일본말' 할 때도 있다. 너무 억지로 하면 또 그러니까 일본인 특유의 억양을 어필하려고 노력한다. 무척 어렵다(웃음).

어중간하게 잘해야 하는 역할이니까(웃음).

ㄴ 강유미: 맞다. 6개월 공부했는데 전달은 돼야 하고.

그만큼 강유미 배우의 맞춤형 캐릭터라고도 할 수 있다.

ㄴ 강유미: 옛날에 공연한 다른 작품은 한국에서 10년 정도 산 일본인 역이 있다. 그래서 그땐 그냥 제 한국말로 공연한 적도 있다. '좋은 하루'라는 작품인데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와서 어떤 남자를 만나 사랑한 이야기인데 그때는 정말 사람들이 진짜 일본인이 한국에서 10년 정도 살면 저만큼 하겠다 싶으니까 너무 연기 잘한다고 칭찬하다 사실을 알고 나면 깜짝 놀랐다(웃음). 나의 감정선이나 그런 것에 대한 칭찬이 아니고(웃음).

   
 

일본말을 번역 없이 그냥 관객에게 들려준다. 한두 마디도 아니고 그 부분이 이질적인 느낌이 들더라. 어떤 의도인지.

ㄴ 작가A: 배우를 위하기보단 연출의 의도라 생각한다. 자막 정도라도 넣어야 하지 않냐고 사람들이 이야기했는데 연출은 그게 애초에 관객에게 제대로 들리지 않길 바랐다. 어차피 내용은 대략 다 해석을 뒤에서 해주기도 하고, 나츠미가 사는 어떤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바리스타도 사실 5년 전에 아내를 잃고 2년간 방황하면서 자기 카페에 고립돼있다. 이 열두 개의 계단을 넘는 게 얼마나 힘든지 괴로워하는 대사도 있고. 반면 나츠미는 카페에 찾아온 것 자체가 이미 어느 정도 계단을 넘어선 것이기도 하고. 김결 배우도 예전에는 관객들이 못 들을 거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그 말을 안 하더라. 그게 의도적으로 좋고 사람들이 공감하는구나 하고 이해한 것 같다.

한국에서 일본어 대사를 할 일이 없어 오히려 생소하겠다.

ㄴ 강유미: 좀 그렇다. 일본어 알아 듣는 사람이 오면 좀 긴장된다(웃음). 한국 사람은 제가 틀려도 그러려니 하는데(웃음).

ㄴ 작가A: 또 한국 사람만 있으면 '외국어 연기' 라서 괜찮은데 일본인에겐 그냥 '연기'를 하는 거니까 어려울 수 있겠다.

ㄴ 강유미: 좀 풀로 일본어 연기를 해보고 싶어졌기도 하다.

   
 

분위기를 좀 바꿔서 '안녕, 후쿠시마'는 원전이 주요 소재 중 하나다. 최근 영화 '판도라' 등 한국에서도 원전이 이슈가 되는데 원전에 관해 배우거나 한 것이 있는지.

ㄴ 강유미: 이 공연 전에는 사실 별다른 깊은 생각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 들어가며 공부를 좀 했다. 일본에서 국가나 도쿄전력을 고소한 원전사고 피해자들의 편지가 있는데 그걸 읽어 본다. 사실 한신 대지진도 그렇고 몇 년 뒤엔 어쨌든 복구가 되는데 원전 사고는 복구가 영원히 안 된다. 언제 그런 사고가 날지 모르는데 도쿄에선 올림픽을 준비하고, 일본인들도 화가 많이 난 것 같다. 하지만 쉬쉬하는 분위기라 평범하게 사는 사람은 알기가 어려워 보인다.

ㄴ 작가A: 최원종 연출이 일본에 관심이 많아서 일본에서 이건 이렇대 저건 저렇대 이런 말을 많이 한다. 지금 밝혀지는 건 너무 적고 그런 상황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그렇다. 세월호 사건도 그렇고, 이번에 얼마나 바뀔지 모르겠지만, 어느 곳이나 나라와 싸우는 외로운 사람들이 있다. 그걸 은폐하려 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진 것 같고. 그래서 계속 관심 가지고 해야 하는데 한국처럼 뜨거운 사람들이 없다 보니 더 말하지 않고 참는 게 많아 보인다. 그래서 이렇게 외부에서라도 '안녕, 후쿠시마' 같은 작품을 통해 '이런 시선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우린 다른 나라니까 원전 사고를 다큐 형식으로 직접 다루는 것보다 이런 방식이 좋지 않을까.

ㄴ 강유미: 연출님이 일본이 쉬쉬하니까 자신이라도 나서서 후쿠시마를 잊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셨었다.

'안녕, 후쿠시마'는 배우 인생에도 전환점이 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연극 인생을 정리해보고 앞으로의 꿈을 이야기한다면.

ㄴ 강유미: 꿈이랄까. 제가 왜 배우를 하느냐면 작품을, 인물을 통해서 배우고 싶다. '배우고 싶은 배우'라고 했었는데(웃음) 배울 수 있는 작품, 역할을 하는 게 제 인생에 있어선 무척 중요하다. 누군가에게 주목받거나, 인기를 얻기보다 나를 업그레이드해서 나란 사람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배우를 계속한다면 좋은 작품과 인물을 만나고 싶다. 그것이 제 꿈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3연, 4연도 계속해서 '나츠미'를 하면 좋겠다.

ㄴ 강유미: 모른다.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웃음). 물론 하고 싶다. 한 번 한 작품은 아무래도 애착이 간다.

'배우고 싶은 배우' 강유미가 출연하는 연극 '안녕, 후쿠시마'는 25일까지 예술공간 오르다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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