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고명환, 안유진, 오용, 김나미, 박광현, 스테파니, 전병욱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프랑스의 천재 소설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유일한 희곡인 '인간'이 다시 한번 한국 관객을 찾는다.

 
2017년 3월 5일까지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릴 연극 '인간'은 2004년 국내 출간 당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같은 해 프랑스에서 연극화된 후 2010년 충무아트홀 블루소극장에서 아시아 초연을 펼쳤다. '인간'은 영문도 모른 채 유리 감옥에 갇혔다는 독특한 발상에서 출발하며,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인 화장품 연구원 '라울'과 호랑이 조련사 '사만타'가 "인류는 이 우주에서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재판으로 보여주는 2인극이다.
 
'개미', '나무', '신', '제3인류' 등 교보문고에서 발표한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작품이 판매된 소설가로 기록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첫 희곡 '인간'은 베르베르 특유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특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라울'의 성격과 자유분방하고 다혈질인 '사만타'의 개성이 부각되는 2인극으로 두 역할을 맡은 배우의 호흡이 중요하다. 이번 '인간' 재연에선 '라울' 역엔 고명환, 오용, 박광현, 전병욱이 출연하고, '사만타' 역엔 안유진, 김나미, 스테파니가 맡았다. 연극 무대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배우와 연극 무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배우의 호흡이 이번 공연의 주 관람 포인트다.
 
22일 오후, 연극 '인간'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전막 시연 후 열린 기자간담회엔 '블랙버드', '맘모스 해동', '거미여인의 키스' 등을 맡은 문삼화 연출을 비롯해 '라울'과 '사만타'를 연기한 모든 배우가 참석했다. 이들의 답변을 통해 연극 '인간'의 의미와 뒷이야기를 살펴본다.
 
   
▲ 문삼화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ㄴ 문삼화 : 원작은 말이 더 많고, 유럽인 특유의 토론문화가 있었다. '썰을 푼다'는게, 한국인과 잘 안 맞아서 그 부분을 쳐내는 데 집중했다. 그래서 재판 장면이 힘들었다. 너무나 한국적이지 않았지만, 재판 장면이야 말로 이 작품의 핵심이었다. 그래서 배우들과 가장 많은 이야기 하는 게 그 부분이다.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말이 나오는데, 작품의 핵심이 관통성을 갖춘다. 인간이 무엇이며, 인간이 얼마나 보잘것없느냐는 주제가 관통한다.
 
'라울'을 4명이 연기한다. 누가 제일 좋은 '라울'인가?
ㄴ 고명환 : '라울'로 최적화되어 있는 배우가 나다. 외모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라울'은 찌질하면서도 인간적이다. 그래서 내가 1번이라고 생각한다. 2번은 오용 씨다. 외모상으로 딱 '라울'이다. 반대로 가장 잘 안 어울리는 외모는 박광현 씨다. (웃음)

'사만타' 역시 3명이 연기한다. 각자의 매력은?
ㄴ 안유진: 나는 내 입으로 평가를 모르겠다. 김나미 배우님은 참 사랑스럽다. '사만타'가 겉으로 보기엔 말도 좀 함부로 하고 있지만, 굉장히 내면은 부드럽고 천생 여자다. 그런 면이 좀 많다. 그리고 스테파니는 첫 장면에서 춤을 출 때,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잘한다. 내 매력은 슬슬 찾아가 봐야겠다.
 
'극단 차이무' 작품 등 다양한 연극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 작품의 매력이 있다면?
ㄴ 오용 : 연극은 다 마찬가지다. 내적으로 고민하고 발현되는 건 다 똑같다고 본다. 크게 다른 건 없다. 열심히 뭐든지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 김나미 배우가 작품의 메시지를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ㄴ 김나미 : 딱 이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내가 처음 원작을 읽었을 때, 인간에 대해 반성하게끔 만든 글이라고 느꼈다. 어찌 되었던 간에 나를 돌아볼 수 있고, 인간은 존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게 저희 공연의 가장 큰 메시지다.
 
이번 작품을 출연한 소감을 들려달라.
ㄴ 박광현 : 소속사에서 연극 좋은 작품이 있는데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의를 해주셨다. 연극을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간'을 하게 됐는데,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여서 책을 한 번 봤다. "어, 이걸 연극으로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좋은 극장에서 첫 연극 무대를 올리게 되니 아직은 잘 모르겠다. 긴장이 많이 된다. 객석도 많이 있는데, 첫 무대에서 엄청 떨렸다. 관객분들이 돈 내고 오셨는데 돈 아깝다는 말만 나오지 말게 연기하자고 다짐했고, 100원이라도 아깝지 않은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22일 첫 공연을 올리게 된다. 소감은?
ㄴ 스테파니 : 오늘 첫 무대에 따라 영향이 있을 것 같다. 너무 재밌게 연습했다. 얼마 전엔 발레도 했는데, 발레는 말이 없다. 연극은 노래와 음악도 없고 다 말로 전달을 해야 해서, 연습했을 때 조금 힘든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지금은 빨리 첫 공연을 올리고, 회식하고 싶다. (웃음)
 
2010년 초연과 2016년 재연을 모두 하게 됐다.
ㄴ 전병욱 : 2010년 초연 당시, 공연용 대본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테이블 작업도 3~4주 정도 배우와 스태프 모두 움직이지 않고 회의에 임했다. 이번 공연엔 문삼화 연출이 각색을 업그레이드해서 좀 더 쉽고 많은 분, 대중들에게 다가가고자 했다. 무대가 좀 더 가까이 가도록 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 차이가 있다. 당시 파트너였던 여배우가 신기하게도 박광현 형님의 지금 부인이었다. 이번에 광현이 형의 공연을 보고 저랑 똑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좀 더 액티브하고 친절해졌다고 했다. 그런 부분을 좀 더 가까이 가도록 했다.
 
   
▲ (왼쪽부터) 고명환, 박광현, 오용, 전병욱 배우가 '라울'을 맡았다.
 
"'인간'은 ㅁ다"라는 명제를 내려본다면?
ㄴ 고명환 : "'인간'은 인간이다"다. 이 작품을 하면서, 인간에게 성선설과 성악설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성선설이 바르다고 생각했다. 공연을 꽤 했지만, '인간' 팀처럼 이렇게 잘 뭉치고 한 번의 불협화음도 없이 연습할 수 있나 싶어서 행복했다. 사람에게 악한 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선하다는 생각을 했다.
 
성우 안지환이 중간 뉴스 내레이션을 맡았다. 내레이션 녹음에 참여하게 된 뒷이야기가 있는가?
ㄴ 고명환 : 먼저 배우들이 녹음했었지만, 결과물이 좋지 않아서 아나운서나 성우분이 하면 좋을 것 같았다. 한 달 전에 안지환 형이 본인이 출연하는 영화에 무료처럼 나를 한 번 쓴 적이 있었다. 그래서 형한테 이번에 '퉁칠' 기회가 있으니,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재능 품앗이로 해주신 것 같은데, 사례는 어떻게 술로 해결하기로 했다. (웃음) 하필 '사만타' 의상이 그날 나왔는데, 의상 입은 사진을 보내줬다. 그러더니 "오늘 딱 녹음해서 보내줄게"라고 답이 왔었다. (웃음)
 
스킨십 장면이 많은데,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나?
ㄴ 고명환 : 어제(21일) 안유진 씨와 작품을 했는데, 아내와 안유진 씨의 예비 신랑이 공연을 보러 왔다.
 
안유진 : 예비 신랑이 그 의상을 보더니 입이 댓 발로 나와 있었다.
 
고명환 : 배우자가 와 있으니까 작품에 몰입을 해야 하는데, '사만타'가 다가올 때 작품은 생각 안 나고 부인 얼굴만 떠올렸다. 난 아직 멀었구나 생각했다.
 
안유진 : 나는 그러지 않았고, 집중했다. (웃음)
 
   
▲ 안유진(위) 배우와 고명환(아래) 배우가 '인간'의 한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고명환 : 마지막 공연 때는 가볍게 하지 않을 테니, 두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오용 : 나는 작품을 위해 스킨십을 했고, 창피하지 않았다.
 
김나미 : 사실 리허설 초기에 오용 오빠와 연습을 할 때였다. 보통 입에다 손을 대고 뽀뽀를 하는데, "이번에 오빠, 진짜 뽀뽀할 거에요"라고 하니까, "말로 하지. 떨리잖아"라고 답했다.
 
오용 : 아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웃음)

양방향 무대인데, 공연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ㄴ 안유진 : 삼면 무대도 해보고 원형 무대도 해봤는데,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양면으로 있는 게 오히려 어려울 수 있다. 연습할 때, 동선을 잡기가 어려웠다. 어디에 서면, 어느 부분엔 커버가 안 될 때가 있다. 연습 당시 그 부분에 많이 신경을 쓰고, 지금도 찾고 있다. 극장의 객석 높이도 다르므로, 모든 분이 다 함께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연출님께서는 관객이 관찰자가 되기도 하지만, 우리가 관찰자를 인식해서 작품을 하려는 건 막으려고 했다. 공연을 하면서 한 번도 객석의 누구와 일부러 마주치거나 하지 않았다. 작품을 보셨던 관객분들 중엔 본인이 무대에 있는 느낌이 들어 민망했다는 반응이 있었다. 서로 마주쳐서 보기 때문에 눈을 어디에다 둬야 하지 못해서 부끄러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재밌었다. 
 
   
▲ (왼쪽부터) '사만타'를 맡은 안유진, 김나미, 스테파니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작에 있는 '인도-파키스탄' 핵 문제가 그대로 들어 있다. 현재 상황에선 북한의 핵실험 문제가 더 클 텐데,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따른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현 시국과 관련한 이야기를 좀 더 보여주고 싶은 욕구는 없었나?
ㄴ 문삼화 : 사실 북한의 핵 이야기나 김정은의 이야기가 연습 때 언급이 됐다. 나는 그렇게 쓰고 싶지 않았다. 북한에서 핵을 터뜨리길 바라지도 않고, '인도-파키스탄'의 과거형 먼 나라 이야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어디까지나 드라마고 가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배우와 공유한 것 중 하나가 있는데, 지금 정치가 어디나 다 비슷하다. '사만타'가 "착한 사람들은 너무 착한 일만 하고, 정치를 안 해서 이 모양 이 꼴이 됐다"고 하고, '라울'이 지구가 폭파된 후 "말이 안 되는 일들이 막 일어난다"고 하는데, 2016년 대한민국 이야기와 비슷해 많이 공감하고 있다. 상징적으로 특별하게 이야기하기보단 그런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작품을 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면?
ㄴ 김나미 : 원작 읽을 때의 재미나고, 감동적이고, 울컥한 부분이 공연 초반이지만 관객분들에게 고스란히 느껴지도록 하고 있다. 내가 느낀 감정을 받으면 감사한 데, 의아하게 키스신이 약간 어려웠다. 이해가 안 됐다. 생뚱맞다고 해야 하나 싶었다. '사만타'가 돌변하는 장면이 책을 읽을 때는 그랬는데, 연습도 하고 공연도 하니까 자연스럽게 잘 만들어진 것 같아서, 지금은 만족스럽게 연기하고 있다.
 
박광현 : 첫 장면에서 불 켜질 때가 제일 힘들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거울에 갇혀 있는 장면인데, 거울이라고 세뇌를 한 후에 연기해야 한다. 최면에 걸린 것처럼 해야 하는데, 거울에만 갇혀있고,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을 좀 더 느끼고 싶었다. 그다음부터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사만타'의 감정이 있다. 처음에 100이 와야 한다면, 70~80 정도 밖에 오지 않아서 풀어가는 게 진심에 가깝지 않았다. 지금은 80% 흘러간 것 같다. 시동만 잘 걸리면, 나중엔 미친 듯이 달려간다. 아직은 시동이 잘 걸리지 않아서, 뒤로 가면 힘이 좀 달리면서 달려가는 느낌이 있다.
 
   
▲ 박광현(왼쪽) 배우와 김나미(오른쪽) 배우가 재판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스테파니 : '라울' 파트너가 바뀌면서 힘든 게 있다. 내가 막내인데, 4명의 '라울'이 모두 색이 다르다. 오늘(22일) 첫 공연하실 전병욱 배우는 뮤지컬과 연극도 하신 분이다. 마이크 조절과 사용법만 배워와서 그냥 육성으로 관객분 앞에 서는 건 처음이다. 전병욱 배우의 소리가 좋으셔서, 거기에 내가 마이너스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어렵다.
 
박광현 오빠는 페어로 아직 연기하지 않지만, 애드립이 튀셔서 힘이 든다. 오용 배우님은 액션 배우다. 가장 몸을 잘 쓰신다. 몸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데, '사만타'가 춤추는 장면에서 오용 오빠한테 지고 싶지 않았다. 코르셋 의상인데, 액션이 커질 때 숨이 가빠져서 대사하기가 힘이 든다. 끝으로 고명환 오빠는 많이 들이대서 힘들다. (웃음) 애드립의 액션과 리액션이 쿡쿡 들어온다. 연예계 선배님이라서 편하게 해주셔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전병욱 : 나는 전체 장면이 다 어렵다. 이상하게 했던 공연인데도 다 어렵다. 시작하자마자 힘들다는 박광현 배우 말도 동감한다. 그 장면도 어려운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막 일어난다. 관객들이 이런 상황에 부닥친다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믿을 수 있겠느냐는 부분에서 일단 어렵다. 감금된 상태를 겪어보지도 못하고,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을 겪지도 못했다. 물론 필름 끊기는 건 있을 수 있다. (웃음)
 
여기에 외계인도 본 적이 없는데, 지구가 파괴되는 상황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이 그저 놀라웠다. 어떤 배우가 상상력이 부족하면 연기하기 힘들다고 하면 내가 부족한 건데, 최대한 믿고 한 후에 연기하려는 순간이 장면마다 있어서 어렵다. 첫 공연(22일)이라 떨면서 할 것 같다. 노력을 계속 파트너와 함께하고 있다.
 
   
▲ 전병욱(왼쪽)과 스테파니(오른쪽) 배우가 '인간'의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문삼화 : 단톡방에서 고백했다. 지구 폭파장면이 상상만으로 가는데, 그 임팩트를 자꾸 '라울'한테 요구했었다. 많이 절망하고 분노해라였다. 그래서 재판 장면에도 힘을 많이 줘서, 소리를 질러가며 진행을 했었다. 그런데 무대에 들어가 보니 이게 아닌 것 같아 힘을 조금씩 뺐다. 폭파가 장치가 동원되어 묘사되니, '라울'이 큰 짐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재판 장면의 무거움을 걷어내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재미난 것 같다. 물론 원캐스트로 가는 것에 비교해 함께한 시간은 많지 않지만, 다양한 인적구성을 꾀하고 싶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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