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나무가 광화문 광장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문화뉴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변화한 게 없는 이 시점에 본지에선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문화예술가다'라는 섹션을 연재한다. 매일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을 듣는 자유 발언대를 마련했다. 그 자유발언의 분량과 형태는 자유롭게 이어질 예정이다.

서른네 번째 순서는 음악가 권나무다. 권나무는 최근 2,350명 이상이 참여한 음악인 시국선언에 서명한 바 있으며, 지난 11월 25일 '물러나SHOW'로 광화문에서 공연을 펼쳤다. 세월호 추모곡 '이천십사년사월'을 발표하기도 한 그는 노래와 공연은 물론 자신의 SNS에서도 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음악인 시국선언에 자진해서 이름을 올렸다. 이유는 무엇인가.
ㄴ 국가의 주권자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여한 것이다. 비단 이번 시국선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거리에서 또는 삶의 현장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더 나은 세상을 얘기하고 계신 분들과 마찬가지의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생각한다. 저는 운이 좋게 음악가로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음악인들이 함께 외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태는 것이 나아가 국가의 주권자로서 시민의 목소리를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시국이나 문화예술계 현 상황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감 없이 이야기해달라.
ㄴ 세상이 이런 상황까지 왔는데도 제대로 정리하고 청산하지 못한다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무력감 뿐일지도 모른다. 이 길고 어두운 시간이 위기라서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을지, 혹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위기를 자초할지 미리 알 수는 없다. 그래서 더욱 신중할 필요도 있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은 불의와 비상식이, 비양심과 무책임이 우리 눈앞에 너무나 선명하다는 것이다. "불이 나면 '불이야!'라고 소리를 질러야 합니다. 그것이 불인지 아닌지, 어떻게 해서 불이 났는지, 방화범이 누군지 다 조사하고 나서야 '불이야!' 이렇게 외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라는 노회찬 의원의 말로 제 생각을 대신하고 싶다.

시민들이 외치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인들이 책임 있는 모습으로 제대로 된 일들을 해주기를 바란다. 덧붙여, 저를 포함해서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이 스스로를 역사 속의 주체라고 확실히 인식하고, 각자의 삶 속에서 상식과 양심을 바로 세우는 일들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11월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인상적이었다. 권나무가 생각하는 '음악인의 숙제'는 무엇인가.
ㄴ 제가 페이스북에 '내가 부르는 노래가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불릴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은 모든 음악가들의 숙제다'라고 썼지만, 이를 통해 당위를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숙제'라는 것을 꼭 해내어야 올바른 것이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무엇보다 저 역시도 이에 대해 당당하게 얘기하기 어렵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창작자로서 우리는 어떻게든 이 시대에 빚이 있다는 것이다. 음악은 내가 만들었지만 알고 보면 나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세상에 사는' 내가 만든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것들, 이를테면 좋은 것들, 싫은 것들, 얻은 것들, 잃은 것들, 새로운 것들, 오래된 것들, 변하는 것들,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나 혼자 존재해서 엮어지는 것들이 아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들도 세상에 나누어지고 전달되는 것이다.

누군가 아무리 나는 세상과 상관없이 내 얘기를 하겠다고 생각하더라도, 그런 선언 자체도 어떤 이유에서건 이미 세상과의 관계 맺음 속에서 나의 필요에 따라 정리해 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해도 사회적일 수 있다. 단지 나는 나의 노래를 부를 뿐이지만,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어떤 모양으로 남을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시국에 음악가로서 어떤 음악을 만들지를 고민해야 한다거나, 이런 때에는 이런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선, 이 시대를 함께 사는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나의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물론 음악가는 자신의 존재를 음악으로 얘기할 수 있기도 하고. 음악은 사회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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