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자야 역으로 열연 중인 최연우를 만났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인인 백석과 그를 평생 사랑했던 자야 김영한의 사랑을 다룬 창작 뮤지컬이다. 극의 대사와 가사에 백석의 시를 차용해 정말 한 편의 시 같은 넘버를 감상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작품과 달리 자야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극은 잔잔하게 백석과 자야의 사랑을 그려낸다.

당대의 모던보이였던 시인 백석 역에 강필석, 오종혁, 이상이가, 그를 평생 사랑해 '천 억을 줘도 백석의 시 한 줄과 안 바꾼다'는 말을 남긴 자야 역에 정인지, 최연우가, 둘의 사랑을 연결해주기도 하고 극의 흐름을 돕는 사내 역에 유승현과 안재영이 출연한다.

자야 역을 맡은 배우 최연우는 관객에게 익숙한 이름인 최주리에서 개명 후 새롭게 맞이한 첫 작품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백석을 그리워하며 애절한 사랑의 아픔을 선보였다.

도회적인 외모에서 주는 도도한 느낌의 선입견과 달리, 털털한 모습부터 준비되지 않은 질문에도 차분하게 '자신의 말'을 할 줄 아는 그녀의 모습에서 어째서 사랑받는 배우인지 알 수 있었다.

그녀와 함께한 작품 이야기, 무대 이야기, 사소하고 사적인 이야기들.

   
 

자기소개 부탁한다.

ㄴ 최연우로 개명한 자야 역의 최연우라고 한다.

이름을 바꾸고 첫 작품이다. 개명한 이유가 뭔지.

ㄴ 이거 인터뷰할 때마다 물어보겠다(웃음). 바꾸려고 한 건 몇 년 전부터인데 부모님이 권하셔서 계속 고민하다 더 늦어지기 전에 바꿔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예명을 쓸까 했는데 그건 너무 오글거리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바꿨다. 우리 연령대가 정리하고 싶은 맘이 생길 때다 보니 또래 친구들은 많이 공감하더라. 단순히 배우로서 잘되면 좋겠지 싶은 거면 예명을 썼을 텐데 부모님 입장에선 사람으로서 잘 살아가길 바라셔서 권했다고 생각하니까 저도 그 마음을 받아들였다. 주리라는 이름은 저도 좋아했는데 이름이 주는 이미지라는 것이 배우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았다. 여성스럽고, 외모도 첫인상은 깍쟁이 같아 보이지 않나. 사실 전혀 그렇지 않은데. 그래서 오히려 털털하게 행동하기도 해서 중성적인 이름을 찾느라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사실 연우하면 김연우씨가 먼저 생각났는데 다들 '해품달' 이야기 하더라(웃음). 연우무대 이야기도 하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름 목록을 딱 보다가 그냥 연우란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이란 건 본인이 맘에 들어야 하기도 하니깐.

   
 

이름 뜻이 어떻게 되는지.

ㄴ 그러할 연에 붙여 살 우다. 운명론적인 이름이다.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의 이름이라고 하니까 배우로서도 좋은 것 같고, 저희 어머니는 외롭지 않았으면 하는 의미가 더 크다고 하셨다. 함께 살아야 하는 이름이라고. 여러 방면으로 의미가 좋아서 감사하다 했다.

딱히 외로운 캐릭터는 아니신 것 같다(웃음).

ㄴ 저 맨날 운다. 지금까지 했던 공연 중 단 한 번도 울지 않은 공연이 없는 것 같다. 제 팔자인가보다.

다른 배우들도 보면 예명을 쓰거나 개명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ㄴ 저도 배우로서 잘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으면 예명을 썼을 텐데…

이미 잘 되서 욕심이 없다거나.

ㄴ 아니다(웃음). 저는 어릴 적부터 큰 욕망이 없었다. 대학교 때부터 교수님들이 항상 "넌 왜 이렇게 욕망이 없니" 이러셨다. 굳이 제가 살아가는 데 많은 동기가 부여될 순 있겠지만 그게 과해지는 건 싫었다. 항상 저 자신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제가 조금만 더 과해지면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 제가 뭘 하고 싶다기보단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혹시 종교 있으신가. 종교적인 멘트다(웃음).

ㄴ 종교를 믿진 않지만,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열심히 살고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은 높게 생각한다.

매니저가 문 열어주고 그런 이미지였는데 털털하다.

ㄴ 전 드라마 할 때도 매니저가 옆에 붙어있는 게 그래서 차에 가서 자라고 하고 제가 가방 들고 다녔다. 매니저들 사이에서도 그 친구 부러워했다더라. 굳이 옆에 붙어 있어야 할 필요성을 모르겠더라. 내가 손이 없나 발이 없나(웃음). 그래서 매니저도 저도 회사를 나온 지금도 잘 지낸다. 사실 사람 대 사람이 일하는 건데 내가 뭐라고 부려먹겠나. 좋게좋게 일하면 좋지. 그런 이미지가 있지 않나. 손에 물 안 묻히고 다니고.

선글라스 끼고 다니고.

ㄴ 집에 인테리어도 혼자 하는 스타일이다. 어제도 페인트칠하고 나서 기진맥진이다(웃음).

   
 

안 그래도 가장 최근 휴일에 뭐 했는지 물어보려고 했다.

ㄴ 페인트칠(웃음). 겨울도 되고 연애도 안 하고 이러다 보니까. 갑자기 주위에 결혼한 사람도 많아지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난 뭘 하지. 방문을 칠해야겠다(웃음). 이걸 또 천천히 하면 되는데 페인트를 사다 놓으니까 빨리하고 싶어져서 새벽에 밤새워서 칠하다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마저 하고.

서울에서 혼자서 지내나.

ㄴ 집은 수원에 있는데 나이 먹으면 다들 알지 않나.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 게 전쟁이다(웃음). 전 같이 살고 싶은데 부모님이 빨리 나가라고 한다. 집에 놀러 가도 이틀만 지나면 빨리 나가라고 하고.

이야기할 수록 정말 외모에서 오는 이미지랑 다른 것 같다.

ㄴ 아휴. 어릴 때부터 운동해서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살았다. 그러다 보니 대학 가서도 처음엔 오빠란 말이 잘 안 나와서 선배님 선배님 이랬었다(웃음).

   
 

어떤 운동을 했었나.

ㄴ 태권도를 쭉 했었다. 시범단에 속해있고 그랬는데 중학교 때 갑자기 춤바람이 불어서 예고란 곳을 알게 됐다. 마감 3일 전쯤 급하게 썼는데 붙어버려서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관장님이 엄청 말리셨다. "사춘기 때 오는 질풍노도의 시기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있다" 이러시면서(웃음). 그래도 잠깐일지라도 가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왔는데 여기까지 왔다.

막상 데뷔도 빠른 편이었고 쉬는 기간 없이 꾸준히 작품을 계속했다.

ㄴ 데뷔 초엔 어린 마음에 공연 두 개 하면서 연습 한 개하고 그랬다. 헷갈리는 건 아닌데 제 자아가 너무 어렸다가 죽음을 결심한 여자였다가 그러니 집에 혼자 있을 때 갭이 너무 크게 다가오더라. 내가 지금 뭐하지 싶어지고. 그러다 보니 주변에 피해가 되는 것 같았다. 그때 한 번 저에게 호되게 채찍질을 한 후로 겹치기를 못 하고 있다. 정말 프로페셔널해야 되는 것 같다. 그런 걸 해내는 분들은 대단한 것 같다.

   
 

만 30세도 지나고 '30대'라는 게 와 닿는 시기가 왔다. 30대의 배우가 된 느낌은 어떤가.

ㄴ 제가 스물여덟, 아홉 때 매체에 발을 들이며 공연을 안 했다. 회사랑도 같이 일하기로 했으니 제가 양보해야 할 부분도 있고 해서 공연을 쉬기로 했었다. 하다 보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오디션을 보면 타율은 높았는데 공연이랑은 만족감이 다르고, 부모님께 신세도 졌다. 친구들은 회사에서 자리 잡아 가는데 저는 대학교 졸업쯤 데뷔해서 배우로서 계속 공연을 해오다가 스스로를 책임져야 할 나이에 부모님께 신세를 지니까. 스물여덟 때만 해도 철없이 그걸 몰랐는데 스물아홉이 되니까 배우를 하겠다는 내 마음 때문에 몇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건가 싶어서 연기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도 했다. 그러다 서른이 될 무렵 '여신님이 보고 계셔' 제의가 들어왔다. 이전부터 제의가 있었지만 시기가 맞지 않아 못하던 작품이다. 꾸준히 무대를 하지 않고 쉬던 중이라 크게 부담도 없었고 뭔가 '에라' 하는 느낌도 있고, 무대를 다시 서는 것에 큰 의미를 뒀었다. 회사에도 이 작품을 통해서 배우 생활 계속할지 안 할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다. 그렇지만 너무 따듯하고 좋은 작품이었다. 나는 역시 무대가 좋은가 보다 하는 확신을 하게 된 공연이었다. 그러니 덮어뒀던 무대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지더라. 예전에는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공연해서 급하고 여유도 없었는데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하면서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가진 색깔을 고민하기 시작하고 그걸 찾아가는 재미를 갖게 된 것 같다.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 중, 소극장 창작 뮤지컬이 많다. 특별한 애착이 있는지.

ㄴ 재밌다. 라이선스도 그만이 가진 가치가 있다 생각하지만, 창작 뮤지컬도 몇 년 사이에 많은 발전을 했다는 기분이 든다. 작가, 작곡가님도 그냥 노래가 아니라 '말'을 만드는 데 대한 공부를 많이 하셨단 생각을 느낀다. 관객분들도 수준이 같이 성장하고 있고, 배우, 크리에이티브 팀도 같이 성장한다는 것을 계속 함께하며 보고 피부로 느끼다 보니 그런 것에 대한 애착이 있다.

   
 

그렇다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공연 중인 소감은 어떤가.

ㄴ 저는 매회 새로운 행복을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어느 날 공연이 잘 되면 '그래 이 감정. 이말. 이 순간' 이런 집착을 했는데 이 공연은 테크닉에 대한 집착보다 순간의 사랑에 대한 것을 뜻깊게 여기게 된다. 제가 자야 여사에 대해서도 잘 몰랐을 때 이 작품에 참여하기 전일 때는 그저 한 여자가 자기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한 게 아닐까 싶은 마음도 있었다. 팩트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작품에 참여하고 알게 된 뒤로 자야의 사랑에 존경심이 들더라. 사람이 살면서 몇 번의 사랑을 하겠지만 아마 백석이란 사람은 자야 김영한 여사의 삶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랑이 아닐까 생각됐다. 관객에게도 이 여자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대한 것보다 그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지는지 그걸 이해시키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트라이아웃이 아닌 정식공연부터 합류했다. 일곱 배우의 케미는 어떤지.

ㄴ 너무 좋다. 다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매력을 가진 것 같다. 아까 말한 것처럼 테크닉적인 연기를 버리고 나니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사람의 연기, 노래, 그 어떠한 배우가 지녀야 할 자질이 아니라 이 사람을 그 순간 사랑하는 모습이 진실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사람이 원래 사랑을 하면 이 사람의 단점도 사랑하고 장점은 더 사랑하고 싶어지지 않나. 항상 배우들을 볼 때 좋은 점만 보려고 더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정인지 배우와 자신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이상이 배우는 최연우 배우와 할 때 좀 더 사랑이 나온다고 하더라.

ㄴ (정인지) 언니가 좀 더 드라마틱하지 않나 싶다. 항상 (이)상이가 그렇게 말한다(웃음). 자기가 더 보호해줘야 할 것 같고 안아줘야 할 것 같다고. 쳐다보고 있는 눈빛을 보면 '왜 딸 보는 느낌으로 보지' 싶다. 상이도 자기가 아빠 마음이 되는 것 같다고 한다. 체격 차이가 크게 나서 그런 것 같다(웃음). 상이가 또 백석 중에 가장 크다.

   
 

모든 장면이 좋겠지만, 특별히 좋아하는 넘버나 장면이 있다면.

ㄴ '북관의 계집'을 좋아한다. 연습하고 대본 보면서 안무 선생님께도 많은 의견을 제시했고 그걸 또 잘 받아주셔서 안무를 같이 만들었다.

이상이 배우도 탭댄스를 같이 만들었다고 했다.

ㄴ 맞다. 그런 작업 방식이 너무 좋았다. 안무나 연출 선생님 모두 너무 열려계시고 또 연습 때도 많이 상주하셨다. 특히 저희 공연이 다른 공연과 달리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고 시간이 뒤죽박죽 나열돼서 몸으로 표현하는 건 상당히 형식적이어야 하지만, 연기는 리얼리즘에 가깝다. 몸은 표현주의지만 대사는 표현주의가 아닌. 그러다 보니 안무의 힘이 많이 필요했고 '북관의 계집'이 섹시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 거기서 오는 이질감과 안타까움과 쓸쓸함이 좀 프로페셔널해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랑가' 때도 같이 하신 안무 선생님이고 그때도 이런 식으로 작업했었는데 이렇게 하면 어때요 저렇게 하면 어때요 하며 만든 안무니까 애착이 많이 간다. 공연 들어와서는 마지막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장면에서 백석이 노래 다 끝나고 '나타샤'하고 불러주는 장면이 있다. 연습 때는 정신 없이 하다 보니 잘 몰랐는데 공연 들어가서 저 말을 들으니까 내가 '나타샤'란 말을 듣기 위해 이렇게까지 왔구나 싶어서 저 끝에서부터 행복한 눈물이 나더라. 공연하면서 계속 바뀌어 가겠지만, 지금 시점에선 가장 아끼는 장면인 것 같다.

   
 

자야의 의식의 흐름으로 흘러가는 극이다. 그만큼 무게를 잘 잡아야 할 텐데 자야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연습과정이 궁금하다.

ㄴ 저희 작품이 픽션과 논픽션이 막 섞여 있다. 사실 자야는 서울이 고향이지만, 작품에선 백석과 같은 고향으로 나온다. 그런 식으로 이 여자의 모든 것을 가져올 수는 없고,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도 모른다. 잘 사는 집에서 홀어머니 밑에 네 자매로 자라고 딸이지만 교육을 시키겠단 마음으로 중학교까지 나왔지만, 사촌 때문에 집안이 망하면서 집안을 위해서 기생이 된. 그런 부분까지만 팩트로 가져왔고 제가 공연에서 보여주고 싶던 건 이 여자가 어떻게 살아왔다기보단 사람은 자라면서 성장을 하지 않나. 자야의 마지막 성장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떻게 살아왔고 과거가 어땠고 보다는 마지막 성장. 일기의 마지막 페이지를 적어 내려가는 느낌으로 잡았고, 마지막 놀이를 시작해서 성장하고 마지막 꿈을 꾸는. 그런 느낌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캐릭터에 크게 집착하지 않았다. 원래 서울이 고향이라 사투리를 안 썼겠지만, 정주가 고향이 되면서 사투리를 가미하고, 그 외에는 큰 단락에 매번 맡기는 느낌으로 가고 있다. '나의 자야는 이런 자야'라고 만들고 싶은 생각이 안 들더라. 이런 공연은 처음이다.

작품 사이의 휴식기에는 보통 무슨 일을 하며 지내나.

ㄴ 놓고 살기(웃음). 전에는 그냥 쉬었는데 작년부터 여행을 그렇게 가고 싶더라. 그래서 매번 항공권을 본다. 극장에서도 집에서도. 지금 당장 여행을 갈 건 아니지만, 특가가 뜨는 걸 보면서 기뻐한다. '음~ 오늘 이거 되게 싸다' 하고(웃음). 이 작품도 끝나면 여행을 가려고 생각 중이다.

봐둔 곳이 있는지.

ㄴ 제가 사실 도시를 별로 안 좋아해서 다시 가지 말아야겠다 생각한 여행지는 다 도시였다. 마음에 든 곳은 라오스나 일본 북해도의 오타루. 사람 많지 않고 눈만 엄청 많은 곳. 이번에도 눈이 올 때니까 다시 가볼까 싶다. (보통 겨울에는 따듯한 여행지 많이 가던데) 저는 겨울을 더 좋아한다.

   
 

그럼 페인트칠 말고 쉬면서 하는 일은 뭔가(웃음).

ㄴ 연습 때는 집을 청소할 수가 없다. 공연 올라간 뒤에도 한 일주일은 정신없이 넋 놓고 있는데 넋이 돌아오면서 집이 보인다. 집을 치워야겠다 하고. 전 사실 집순이라 누가 부르면 나가지만 보통은 집에서 지낸다. 김치를 담근다거나 커튼을 만든다거나 집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다(웃음).

셀프 인테리어 좋아하는 사람은 냉장고 색도 바꾸던데.

ㄴ 그건 그냥 그대로 둬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어릴 적엔 식탁이나 이런 것도 아크릴 물감으로 다 그리고 그랬는데 그냥 두는 게 제일 이쁘다는 걸 깨달았다(웃음).

최근 본 공연이나 영화가 있는지.

ㄴ 연습할 땐 집중이 안 돼서 공연을 잘 안 본다. 공연이 올라가고 제 마음에서 부담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남기 시작하면 보러 간다. 영화는 아트무비도 좋아하고 거의 영화관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한동안 안 간지 좀 됐다. 계속 어둡고 그런 영화들이 많이 나와서 제가 그 공간에 가서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데 그런 영화 상영할 때 봐야지 싶어서 이번에 '신비한 동물 사전' 보러 가고 싶다.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주토피아'였다.

그렇다면 공연을 보러 온 사람에게도 그런 '즐거움을 주는 장소'가 되게끔 하고 싶겠다.

ㄴ 관객분들은 배우도 있고, 관계자도 있지만, 아닌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런 생각이 든다. 이분들도 살아가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절제된 삶을 살지 않나. 배우들, 무대들, 공연을 볼 때 그런 것에서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고 만족감을 얻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같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에 너무 감사하고 이 공연에서는 관객분들에게 이기적일 수도 있는데 내가 어떻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연기를 하지 않는다. 관객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싶은 연기를 하고 있지 않은 게 제 연기 인생에서 처음인 것 같다. 저를 계속 봐왔던 분들은 그간 봤던 것에 비해 좀 뭔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은 있는데, 그런 의심이나 불안을 동료들이 많이 떨쳐줬다. 많이 힘이 나게 해줬고 많이 도와줬고. 그래도 여전히 관객들이 같은 공간 안에서 이 시간이 헛된 시간이 아니기를 빈다.

   
 

최근 뮤지컬만 해오다 '안녕, 여름'에 출연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지.

ㄴ 제가 '국경의 남쪽'하고 있는데 갑자기 연락이 왔다. 안 그래도 연극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때였는데 알앤디웍스랑도 처음 작업을 하게 됐고. 미팅하러 갔는데 대표님이 안녕, 여름이란 작품을 너무 사랑한다는 게 느껴졌다. 저는 제가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도 중요하지만,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의 애착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런데 대표님이 작품을 너무 사랑하고 공연을 꼭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 때문에 이 작품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역시나 좋은 공연이었고 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연극에 출연할 예정인지.

ㄴ 전 사실 제가 뮤지컬을 계속할 거라 생각을 못 했다. 학교도 뮤지컬 전공이 아니었고. 뮤지컬 시작하다 보니 계속하게 됐는데 이것도 인연이다 생각하는 주의였다.

더 다양한 무대에서 설 날이 기대되는 최연우가 출연 중인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2017년 1월 22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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