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리처: 네버 고 백' 전작과의 연결고리…크리스토퍼 맥쿼리의 빈자리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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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소설 '원 샷'을 원작으로 한 영화 '잭 리처'가 개봉했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톰 크루즈와 '유주얼 서스펙트'의 작가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만나 큰 기대를 했던 영화다.
 
그 당시, '잭 리처'는 무난한 만듦새로 사건을 쫓는 긴장감과 톰 크루즈의 액션이 잘 조합된 영화로 기억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장점이 극대화되지는 못한, 미지근한 영화이기도 했었다. 그래서일까. '잭 리처'의 후속편이 제작된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 피로감을 먼저 느꼈다. 톰 크루즈에겐 아직 진행형인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이 있는데, '잭 리처'가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조금도 가질 수 없었다.
 
   
 
 
전작과의 연결고리 '톰 크루즈'
'잭 리처: 네버 고 백'은 전 편을 관람하지 않은 관객도 아무런 불편함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상업 영화에서 이렇게 낮은 진입 장벽은 칭찬할 만한 지점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만의 연속성이나 특징까지도 찾아볼 수 없어 마냥 칭찬하기는 꺼려진다. 1편과 2편의 잭 리처(톰 크루즈)에게 공통의 목표가 무엇인지, 이 시리즈의 특별한 색은 무엇인지, 이 두 편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 영화들은 '톰 크루즈'를 제거하면, 독립된 개별적인 영화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톰 크루즈라는 연속성이 '잭 리처' 1편과 2편에서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건 흥미롭다. 잭 리처는 톰 크루즈의 옷을 입는 순간, 톰 크루즈 전작들의 영웅들과 변별점을 찾기 힘든 지경에 이른다. 그의 잭 리처에서는 미션 임파서블의 에단 헌트가 보이고,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빌 케이지도 보인다. '잭 리처'는 '톰 크루즈'의 이미지가 복제된, 톰 크루즈의 다른 영화에 불과하다.
 
원작 소설의 잭 리처가 얼마나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지조차 의문인데, '원 샷'을 좋아했던 독자는 이 영화를 좋아할 수 있을까. 이 시리즈가 변별점을 가지기 위해서는 톰 크루즈 외의 다른 인물이 캐스팅되어야 했다. 아니면, 적어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마무리 짓고, 캐릭터의 특색을 표현하기 위해 조금 더 고민했어야 했다.
 
   
 
 
톰 크루즈 배역의 변별점: 여성 캐릭터
톰 크루즈의 영화마다 등장하는 자가 복제적인 캐릭터를 구분하는 건 주로 그의 상대 배역이다. 즉, 톰 크루즈는 파트너 덕에 영화마다 변별점이 생긴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레베카 퍼거슨,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에밀리 블런트, 그리고 이번 영화엔 코비 스멀더스가 있었다. 이들은 능동적이고, 액션을 직접 펼치는 강인한 역할로 등장했다. 톰 크루즈의 반복되는 복제 영화가 되지 않기 위해선 다른 얼굴이 동력이 되어줘야 하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상업 영화 보다 상대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크고, 비교적 균형도 잘 맞는 편이다.
 
'잭 리처: 네버 고 백'의 수잔(코비 스멀더스)는 중요한 순간에 자신을 배제하려는 잭 리처에게 자신이 여성이라서 그런 태도를 보이냐며 분노하고, 여군으로서 받는 모욕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에드워드 즈윅 감독은 페미니즘적 시선을 많이 참고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감독의 시선은 잭 리처와 대등하게 움직이는 수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톰 아저씨의 관습적인 캐릭터를 지우면, 이 영화는 코비 스멀더스만이 독특한 지점을 가지는 영화가 된다.
 
   
 
 
크리스토퍼 맥쿼리의 빈자리
에드워드 즈윅 감독은 전작에 얽매이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단다. 그리고 감정선을 중요시하는 그의 연출 성향 덕에, '잭리처: 네버 고 백'은 캐릭터 간의 관계와 감정 묘사에 공을 들인 영화로 변화했다. 전작의 감독, 반전의 대가 크리스토퍼 맥쿼리의 서스펜스가 없는 빈자리엔 인물 간의 충만한 감정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동시에 이 영화는 조금 지루해졌다. 스릴이 있어야 할 자리를 인물의 드라마가 채우고 있는데, 영화가 나아가지 못하고 묶여있는 느낌을 준다. 감독이 의도한 색다른 구성일 수는 있으나, 이 장르에 기대한 핵심적 요소가 희석되어 재미까지 날아가 버렸다. 전작에는 '유주얼 서스펙트' 같은 반전까지는 아니라도, 묵직한 서스펜스라는 무드는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엔 그마저도 없어 영화가 길을 잃었다. 이 지경이라면, 속편이 제작된다는 게 가장 큰 반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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