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10 '미씽 : 사라진 여자'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석재현 syrano63@mhns.co.kr 영화를 잘 알지 못하는 남자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영화를 보면서 배워갑니다.
[문화뉴스] 어느덧 2016년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연말이 이제 보이기 시작해서인지, 이번 주에만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영화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영알못' 석재현과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는 그 많은 개봉작 중에서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모습을 드러낸 엄지원과 공효진이 공동 주연으로 나온 '미씽 : 사라진 여자'를 주목할 만한 영화로 선택했다. 왜 이들은 이 영화를 골랐을까?
 
두 사람이 주목할 만한 영화로 '미씽 : 사라진 여자'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ㄴ 아띠에터 석재현(이하 석) : '사라진 여자'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했다. 국내 사회에서 끊임없이 대두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현대 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 문제인데, 이 영화가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주요 소재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두 주인공도 워킹맘과 이주여성, 영화가 내세운 주연배우도 충무로에서 자타공인 인정받는 두 여배우, 감독 또한 여성 감독, 그동안 남성 위주로 돌아가던 국내 상업 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조합이다. 그러니 이목을 끌 수밖에.
 
양미르 기자(이하 양) : 가장 처음 '연결고리'를 시작한 작품은 '아수라'였고,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형', '두 남자', '작은 형', 엄지원의 차기작으로 21일 개봉을 앞둔 '마스터'까지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남성이 주인공임과 동시에 여성 캐릭터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다.
 
'형'을 보면 클럽에서 '못생겼다'는 이유로 '고두식'(조정석)이 여성을 대하는 방식이 매우 불쾌했고, '아수라'를 보면 편집과정에서 삭제가 됐지만, '한도경'(정우성)의 부인이 병원에 있는 동안 '한도경'은 간호사와 불륜을 저지른다. '브로맨스'라는 허울 속에 여성 캐릭터를 대하는 방법이 어떠했는가. 그 와중에 '미씽 : 사라진 여자'는 상업영화로는 드물게 두 여성이 주인공이며, 남성 캐릭터는 '기능적 역할'을 담당한다. 충무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작품이니, 선택하게 됐다. 
 
말 나온 김에, 양미르 기자가 지난 '미씽 : 사라진 여자'에 관련된 기사를 보도할 당시에 마지막 장면을 두고 이언희 감독은 "여성이 여성을 구원했다." 라는 의미를 느꼈다면 자신의 의도를 잘 읽은 것이라 말했다. 그래서 질문해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각자 느낀 바를 알려줬으면 한다. 
ㄴ 석 : 우리가 예전부터 "여성의 적은 여성이다." 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으며, 실제로 이 말 때문에 여자 연예인들이 대거 등장하는 작품에 항상 빠지지 않는 질문 또한 "혹시 기 싸움 같은 건 없었는가?"였다. 이언희 감독은 이 영화를 기점으로 그 말이 틀렸다는 것을 마치 증명했다.
 
   
 
 
그녀는 "여성의 동지는 여성이었다."는 답변을 남겼다. 어려운 환경 속에 처한 그녀들을 돕고 공감대를 형성했던 이들은 공교롭게도 여성들이었고, 여성 간의 끈끈한 유대감이 드러났다. 지선은 한매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으나, 물속으로 가라앉는 한매를 떠나보내면서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해방시켜주었다. 그녀가 저지른 죄를 사하고, 그녀의 아이에게 보내준 것은 지선이 한매와의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된 탓이다.
 
이언희 감독은 이 장면을 "여성이 여성을 구원했다"고 말했지만,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그것은 구원이 아닌 그저 도피를 도와준 것이라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이주여성이라고 속박하려는 이 세상에 질려 도피하려는 한매를 방조한 것을 구원으로 봐야 할까? 
 
양 : 내 해석보다는 당시 언론시사회에 등장한 감독의 답변을 보여주는 게 낫겠다. 이언희 감독은 "원래 시나리오에서 물속 장면이 없었는데, 처음엔 '한매'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한매'라는 인물을 죽이는 것이 그녀를 행복하게 하는 것일까 고민했다. 결국, 물속에서 떠나보낼 때 '지선'과 '한매'의 입장에서 어느 것이 최선인지 고민했다. '지선'도 행복한 것이 이렇게 '한매'를 떠나보내 주는 것으로 생각했고, '한매' 입장에서도 여기서 건져져서 삶을 계속하는 게 좋겠냐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이에 공효진은 "구해줬다면, 감옥에서 평생을 보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마이크를 넘겨받았고, 엄지원 역시 "물속에서 내 손을 뿌리친 '한매'의 눈을 보며, '한매'의 선택을 '지선'이 공감하고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온전히 이해했고, '한매'도 저를 용서했기 때문에 용서와 화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두 주인공은 서로 '일종의 구원자' 같은 존재였다. '지선'은 이혼한 워킹맘으로, 아이 '다은'을 돌 볼 시간이 없었고 '한매'는 '다은'에게 구원자였다. 중국인 신분인 '다은' 역시 '한매'의 아이를 돌보면서, 한국에서의 생활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둘이 갈라선 이유도 모성애였지만, 다시 서로를 구원하고 용서한 이유도 모성애 때문이었다. 흥미로운 결말이다.
 
   
 
'미씽 : 사라진 여자'가 상징하는 바가 큰 만큼, 이 영화에 대해 되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었는가?
ㄴ 석 : 좋은 배우와 중요한 소재를 가지고 모두의 공감대를 끌어낸 점은 높이 살 부분이다. 하지만 이걸 스릴러로 만들었다는 게 치명적인 실수다.
 
소재가 상당히 이슈화되는 문제이니 좀 더 능동적인 여성들의 모습과 그녀들이 내는 목소리를 내심 기대했으나, 기성 영화의 스릴러의 고정패턴 중 하나인 "여성이 나오는 국내 스릴러물 = 모성애" 공식을 다시 한번 답습하면서 능동적인 모습을 기대했던 그녀들을 밭다리걸기로 넘어뜨렸다. '유괴'라는 장치로 그녀들을 극한으로 몰아넣어 감성을 극대화하는 방법밖에 없었는지 아쉬웠다.
 
또한, 감성을 지나치게 드러내다 보니 본 영화의 장르이자 정체성이기도 한, 스릴러가 무색해질 만큼 존재감이 없었다. 영화가 내걸었던 '감성 미스테리' 중 '감성'만 남고 '미스테리'는 한매와 함께 사라졌다. 차라리 드라마나 '여배우들' 같은 페이크 다큐멘터리였다면 더욱 주목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양 : "이래서 애가 있는 여자랑 일을 같이 못 한다"는 뉘앙스로 말하는 드라마 임원의 말은 실제 홍보사 직원들의 취재를 통해 보여주는 거마냥 인상적이었고, 농촌에서 남자 아니고 여자애를 낳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시어머니의 모습에선 분노도 차올랐다. 두 명의 불행이 관객들의 가슴을 찌르는 장면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남성 관객에게 자신의 뒤를 되돌아볼 필요를 제공해줬다.
 
여기에 결말에선 두 주인공이 물로 빠지는 장면을 선보였다. 이는 물이 지니고 있는 문학적 의미를 잘 살린 대목이었다. 물은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지만,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다중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클라이맥스로 가면서 왜 다른 상업영화의 스릴러를 답습해야 했을까? 누군가가 사라지거나, 아이가 유괴된 후 추격전을 펼치는 장면은 비슷한 국내 장르 영화인 '세븐 데이즈', '그놈 목소리'나 '화차' 등을 통해 관객들이 이미 지켜봤다. 
 
   
 
 
또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은 여성들이 결국 연대하는 방법이 모성애라는 점이 사뭇 아쉽다. 다른 방법이 분명 존재했을 터라는 생각도 있지만, 상업영화라는 한계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겠느냐는 생각도 한다.

'미씽 : 사라진 여자'에 당신은 몇 점을 줄 것인가?
ㄴ 석 : ★★★ / 사연 많은 여성의 고충과 절규를 스릴러로 포장지를 씌워야만 했었나? 장르가 옥에 티.
 
양 : ★★★☆ / 이 사회가 만들어낸 슬픈 미스터리. 환경의 차이가 있더라도 두 여성이 겪는 이야기는 분노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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