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조형근kareljay@mhns.co.kr. 글을 쓰고 싶은 음탕한 욕망이 가득하나, 스스로를 일단은 억눌러야 하는 현실.답은 유명해지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문화뉴스] 근 한달이 넘게 사회 각계의 최고 이슈사항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사태겠지만, 오늘은 좀 다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이 주 전쯤 회사에서 퇴근하던 도중 무심결에 집 앞 근처 슈퍼에서 라면을 사 가려고 발걸음을 옮겼으나, 그 슈퍼는 갑자기 물건을 모두 빼고 장사를 접은 상태였다. 다른 매장이 들어오려나? 하고 조금 떨어진 근처 편의점에서 할 수 없이 라면을 사 들고 돌아온 필자는 며칠 전 슈퍼 매장이 다른 편의점으로 바뀌어 들어오게 됨을 알게 되었다.

주인은 그대로고 편의점으로 가게만 바뀌는 것인지, 슈퍼 주인이 장사를 접고 다른 사람이 들어오게 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무튼 이제 필자 집 반경 500m 내에 또다른 편의점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기존에도 꽤 많은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다 저번 주 쯤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국회에서 대형마트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유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법안의 골자는 현행법상 대형마트는 자정 이전에 폐점, 다음날 오전 10시 이후 개장하게 되어 있고 매월 둘째주, 넷째주 일요일에 휴업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오후 10시에 종료하게 하고 매주 일요일마다 마트를 쉬게 한다는 것. 그리고 백화점 및 시내면세점에 지금보다 휴업을 더 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이었다. 취지는 유통대기업의 무분별한 확대를 막는 내용이고, 농수산물 비중이 55% 이상인 하나로마트 같이 기존에 없던 규제 대상도 규제를 받게 하니 꽤 강력한 규제 법안이라고 볼 수 있다.

정말 다행히도 아직 이 법안은 국회 내 위원회 심사 단계에 걸쳐 있다. 그리고 필자는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서 제발 공포되지 않았으면 한다. 애초에 이 법안을 발의한 이유 자체를 모르겠다.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등 중소 유통업을 보호하려는 명목으로 대형마트를 규제하겠다? 솔직히 국회에서 해당 원문을 찬찬히 읽어보니까, 법안을 만드신 분들이 장을 바깥으로 안 보러 다니시니까 이따위 법안이나 발의한다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분명 예전 부모님 세대에선 대형마트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통시장(그 당시는 그냥 시장이었겠지만)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으실 수 있다. 필자의 어머니께서도 가끔 전통시장에 가셔서 예전처럼 물건 값도 흥정하시고, 콩나물 한 움큼 더 쥐어가시기도 하고 시장 통닭을 사 오셔서 가족들과 함께 먹기도 한다.

하지만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별로 와 닿지 않는다.

이건 아마 80년대 이후로 태어난 세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쪽 입장에서는 장을 본다는 개념 자체가 이미 동네 할인마트든, 대형마트든 카트에 물건을 넣고 계산대에서 한 번에 계산하는 개념으로 정립되어 있지 일일이 계산하고 들고 다녀야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터넷이 발달된 지금에서는 굳이 왜 마트를 찾아 가겠는가?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집 앞까지 배송도 해 주는데 말이다.

이 법안의 가장 큰 맹점이 바로 이 부분에 있다. 좀더 나아가서는 현행 규제에 대한 법률이나,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맹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왜 대형마트가 전통시장보다 잘 되는지, 전통시장이 어떻게 살아날 수 있을 지에 대한 자생론을 생각하는 게 아니고, 단순히 대형마트를 닫아버리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마치 전교 1등에게 네가 공부를 덜 하면 다른 학생들이 비슷한 점수를 받을 수 있으니 공부하는 시간을 줄여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대안을 대안이랍시고 법률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왜 사람들이 대형마트를 가고 싶어할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몇 가지 답을 들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편의성'일 것이다. 대형마트는 일단 주차공간부터 잘 마련되어 있다. 주차를 하고 나서 카트를 끌고 물건을 사러 죽 둘러보면, 물품마다 구역화가 잘 되어 있고 일단 깔끔하다. 정찰제기 때문에 물건 값을 궁금해할 필요가 없고, 장을 보다 보면 대강 얼마쯤 샀는지에 대한 감도 온다.

도중에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마트 안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면 된다. 한 마디로 정리해서 마트에 처음 들어간 때부터 나올 때까지 모든 환경이 사용자 편의성에 맞춰져 있다. 말 그대로 이용하기 편하기 때문에 가는 것이다.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에서 사용자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부분은 이 편의성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단 주차할 공간부터 마땅치 않은 데다가, 여전히 대부분의 가게가 현금 결제를 원하며, 잘 정리되었다는 시장을 가도 솔직히 청결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이런 부분이 소비자가 느끼는 문제점이라면 판매자 입장은 소비자를 위해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려 하고, 그를 법률로 지원하는 게 올바른 문제점의 해결 방법이 아닐까? 차라리 대형마트에서는 라면을 5개 들이부터 살 수 있게 하는 것처럼 물건을 낱개 단위가 아닌 일정 포장 단위 이상으로만 살 수 있다든지 하는 식으로 규제의 방향을 달리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다 모르겠고 일단 그럼 대기업 마트를 닫자. 그러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갈 것이다. 라는 일차원적인 생각이 과연 올바른 해결책일까?

적당한 규제는 필요하겠지만 무분별한 규제를 하게 되면 결국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게 된다. 매주 일요일마다 마트를 닫아도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이 활성화가 되지 않으면, 그 때는 아예 주말에는 마트 운영을 못 하게 하는 쪽으로 규제를 더 강화할건가?

법안을 발의하신 의원분들의 명단을 보니 꽤 유명하신 정치인들도 해당 법안을 발의하는 데 참여하셨던데, 솔직히 서민 정치를 외치시는 분들이 왜 같은 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을 내시는 지 진심으로 여쭙고 싶은 마음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지 부결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점을 계기로 어떤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덮어버리는 게 아니고, 그 문제를 본질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문화뉴스 이우람 기자 pd@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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