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음악극 '올드위키드송'의 이호성, 강영석 배우와 만났다.

음악극 '올드위키드송'은 1986년 오스트리아 빈을 배경으로 괴짜 교수인 마슈칸과 일류 피아니스트였지만 연주를 쉬게 된 스티븐이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많은 이들이 '나치'라고 할 때 떠올리는 독일이 아니라 같은 문화권에 속하며 합병 사태를 겪기도 했던 인접 국가인 오스트리아에서도 유대인의 희생이 벌어진 점을 작품은 예리하게 파고들며 모두가 겪은 시대의 아픔을 마슈칸과 스티븐 두 명의 인물을 통해 극적으로 응축시켜 보여준다.

2015년에 이어 재연 중인 '올드위키드송'은 동숭홀에서 개막해 지난 11월 8일부터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개관작으로 1관에서 2017년 1월 22일까지 공연될 예정이다. 마슈칸 역에 이호성, 송영창, 안석환이, 스티븐 역에 강영석, 김재범, 박정복, 이현욱이 출연한다.

'올드위키드송'을 보면 나치가 점령했던, 여전히 살아 숨 쉬던 1986년의 오스트리아를 통해 2016년의 한국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용서하지 못한 유대인과 용서받을 마음이 없던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티븐과 마슈칸이 겪는 아픔이 최근 이화여대에서 일어난 일을 시작으로 문화계 인사의 블랙리스트 등을 거쳐 촛불 시위와 시국 선언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야기와 유사성을 띄고 있어 보였다.

그래서 '올드위키드송'을 공연 중인 두 배우의 이야기를 무척 듣고 싶었다. 지난 23일 오후 놀랄 만큼 관객의 감정을 흔드는 베테랑 연극배우인 마슈칸 역의 이호성 배우와 작품의 배경 시대 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91년생 꽃미남 배우 강영석을 만났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사진을 찍을 때와 달리 '올드위키드송'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둘의 눈빛은 진지했다.

작품에 관한 이야기부터 '국민'으로서 논하는 시국 상황까지. '올드위키드송'이란 창을 통해 보이는 세상의 풍경을 훑어보자.

   
 

두 분 다 현재 다른 작품 출연하며 하는 걸로 안다. 피로하거나 어려운 부분은 없는지.

ㄴ 이호성: 저는 (브로드웨이 42번가) 전국 투어 끝났다.

ㄴ 강영석: 이 작품이 (선배님의) 유일한 족쇄라고 볼 수 있다(웃음).

   
 

그래도 송영창 배우가 합류했는데 좀 낫지 않은지.

ㄴ 이호성: 낫지만, 진이 빠진다. 자투리 시간이 너무 짧아서 어정쩡하게 제주나 부산 가서 돈만 쓰고 온다. 해외로, 동남아 배낭여행 가고 하면 경비도 안 들고 오히려 좋은데 진이 빠지고 있다. 놀면 제대로 놀아야 한다. 여행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고.

ㄴ 강영석: (두 개를 같이 하는 것이) 사람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너무 힘들다. 경력도 짧은데 어쩌다 두 개를 하곤 있는데…

ㄴ 이호성: 내가 이러려고 배우가 됐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웃음)

ㄴ 강영석: 그저 폐 안 끼치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

   
 

'올드위키드송'에 출연 중인 소감이 궁금하다.

ㄴ 강영석: 전 대본만 읽고 초연을 못 보고 참여했다. 아마 카페에서 처음 대본을 봤는데 2인극이 부담스러웠다. 노래 없는 대사로만 이뤄진 2시간 30분의 2인극. 그런데 읽고 나서 좋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아프면서도 사랑스러운 이야기라 하고 싶단 생각이었다. 선생님들과 함께 2인극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마마 돈 크라이'나 '쓰릴미'도 2인극이지만 느낌이 매우 다르다.

ㄴ 강영석: 일단 연극이기도 하고 극의 질감도 많이 다르다. 선생님들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이 항상 1억짜리 레슨을 받는 거라고 한다(웃음).

ㄴ 이호성: 저는 이제 좀 그만하고 싶다. 작품이 참 좋지만, 마슈칸이란 인물의 깊이를 따라가다 보면 너무 고통스럽고 그의 고뇌를 진짜 표현하고 있나 자문자답하면 그렇게까지 잘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이 인물의 내면이 너무 힘들다. 왜 배우가 작품을 마다하겠나. 너무너무 좋은 작품이고, 보통 2인극과 달리 2시간 30분이지만 공연 시간에도 익숙해졌다. 그렇지만 매번 무대에 올라가서 그 고통을 받고, 표현해야 한다는 게 고통스럽다. 이렇게 장기 공연도 처음이다. 보통 한 달 반 정도 이상 공연을 한 적이 없는데 이 작품은 내년 1월까지 5개월을 가야 한다. 저는 '여행병'이 있어서 여행을 못 가면 병이 도지는데 지금 이미 그런 상태다. 입맛도 없고. 트리플로 송영창, 안석환 선생과 같이해서 힘은 좀 덜 들지마는 그만하고 싶은 심정이다.

   
 

매일 마슈칸을 연기하려면 정말 힘들 것 같다.

ㄴ 이호성: 마슈칸 역은 특히 동숭홀에서도 했지만, 지금의 (소)극장에선 더 관객이 앞에 있어서 거짓으로 할 수가 없다. 공연하면 매번 진이 빠진다. 그만큼 좋은 작품이다(웃음).

영화로 만들면 참 좋은 작품일 것 같다.

ㄴ 이호성: 맞다. 그럼 좀 컷마다 쉴 수도 있고. 모니터링도 하고.

한 번 확실히 연기하고 쉴 수도 있을텐데.

ㄴ 이호성: 그래서 영화로 출세한 연극인들이 잘 안 돌아온다(웃음). 한 번 하고 필름 돌아가는 동안 여행도 다니고. 하지만 우린 매일 매일 올라가야 한다. 아날로그니까. 그러나 배우나 관객도 그 맛을 즐기려고 하는 것 같다.

   
 

공연 기간이 짧아지는 요즘 추세와 달리 연장 공연이 이뤄졌다. 오랜 시간 이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는 소감은.

ㄴ 강영석: 이렇게 연장 공연을 하는 것도 배우에겐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연기하는 것도. 한 달 정도 지나면 캐릭터가 흔들리더라. 순간순간 반응을 해서 연기를 해야 하는데 관객들 반응을 받고 이러다 보면 뭔가 좀 변한달까. 그래서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더 신경 쓰고 있다.

무대는 그대로긴 하지만 극장을 옮겼다.

ㄴ 이호성: 전 오히려 지금 극장이 좋다. 동숭홀은 두 명이 무대를 꽉 채우기엔 좀 크다. 그래서 더 진이 빠졌던 것 같다.

   
 

각자의 캐릭터를 만들어간 과정이 궁금하다. 사연 있고 어려운 캐릭터라 접근 과정이 어려웠을 것 같다.

ㄴ 이호성: 캐릭터란 건 겉으로 드러나는 것도 있지만, 안에 작가가 교묘하게 배치해놓은 것이 있다. 음악극이다. 음악을 주고받고 가사를 주고받고, 그러나 가사 자체의 내용만이 아니다. 서브 텍스트를 보면 유태인 선배와 후배가 서로 오해하고 갈등하는 것을 음악에 표현한 것이다. 예를 들면 '너무 밀어붙이지 말고.', '독일어로 해야지. 독일어로 쓰여있으니까.' 등등. 인종 문제나 여러 가지 이야기가 대본에 다 나와 있다. 숙지하다 보면 여러 가지가 몸에 밴다. 그걸 표현하는 게 또 연기의 맛이다.

ㄴ 강영석: 선생님 말씀대로 대본에 작지 않은 역사적인 이야기가 들어있어서 처음엔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솔직히 잘 모르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유대인 학살에 관한 영화들을 보면서 참고를 했다. 솔직히 잘 알진 못했다.

   
 

91년생인 배우가 알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ㄴ 강영석: 영화 속에 보면서 그 사람들이 표현하는 것을 보고 유대인에 대한 내용을 어디까지 가야 할지 정해야 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어떤 영화를 봤는지.

ㄴ 강영석: '우먼 인 골드'란 영화에서 유대인인 주인공이 과거 유대인의 이야기를 듣고 분노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이 2막 1장에서 스티븐의 모습과 겹치더라. 많이 참고했다. 영화도 재밌었다.

ㄴ 이호성: 마슈칸의 캐릭터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성악가지만 너무 괴팍해서 학교에서도 인정 못 받고, 유대인 포로수용소에 갔다 온 일로 인해 트라우마가 있다. 아마 3개월 동안 레슨을 다 받은 학생이 없을 것이다. 그게 소문나서 점점 더 학생이 안 오게 된 그런 인물. 마슈칸은 유대인 포로수용소에서 삶이 정지된 인물이다. '난 아직도 강제수용소 안에 있는데 내가 왜 더 큰 고통을 받아야만 해.' 늘 악몽을 꾸고 그로 인해 신경안정제를 너무 많이 먹고 자살 시도가 되지만 죽지도 못하고. 그런 인물이 유일한 졸업생인 스티븐을 만나 힐링이 되는 거다. 3개월을 마친 유일한 졸업생. 그래서 마지막에 보면 자기가 더 신나서 막 시를 읽고. 일반인의 시각으로 그를 보면 소위 말하는 '또라이'다. 그러나 촌철살인이라고 스티븐에게 가끔 하는 이야기는 철학자 같다. 그런 것을 조합하다 보면 마슈칸이란 인물이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만하고 싶다. 오죽하면 이러겠나(웃음). 연극 배우가 돈을 많이 못버는데 더 주겠다는데도 마다할 정도다. 다른 두 배우는 즐겁게 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저도 어떻게 보면 마슈칸이랑 방향은 다르지만 '또라이'인 것 같기도 하다.

   
 

'올드위키드송'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ㄴ 이호성: 아마 관객들이 이미 느꼈을 거다. 그런데 또 명확히 느낀다고 하긴 어렵지만 지금 시대와 공통점을 많이 느꼈을 거다. 발트하임이 유엔사무총장을 한 인물이다. 나치에 복역했는데도. 우리나라도 일제에 부역했던 인물이 예를 들면 고위 관리도 하고 대통령도 했다. 또 지금 세계적으로 전례 없이 퇴임을 앞둔 유엔사무총장이 대권 주자로 지지도가 생기고 본인도 대선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기자 주: 유엔사무총장은 대부분 임기 종료 후 국내 정치에 바로 복귀한 경우가 극히 드물다) 딱 맞아떨어진다. '나치가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나치를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고 국가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나치를 친일파로 바꾸면 똑같은 이야긴데, 객석에서 반응이 많지 않아서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문화랑 정치 양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다. 그런 이야기가 좀 더 느껴져야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너무 노골적으로 풀어내지 않는 것도 예술이 가지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ㄴ 이호성: 우리도 대본에 적힌 대로만 연기하는 거다. 단지 대본의 시대가 지금 우리와 비슷해진 거다. 나치와 일본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원흉이지 않나. 마슈칸도 나치에게 핍박받은 것처럼, 우리도 일본에게 점령당해 마루타, 위안부 등 처참한 역사를 겪었다. 그걸 깨닫고 분노하지 않으면 다시 친일파들이 정권을 이어간다.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 유명한 말도 있지 않나. '과거를 용서하면 미래의 범죄자를 다시 만들어낸다' 용서할 때와 규모가 있는데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마슈칸의 이야기와도 똑같다. 개인적으론 지금 시국이 오히려 이런 상황이지만 좋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

사회적인 이슈도 있지만 마슈칸이나 스티븐 역시 상처 입은 개인이다. 그런 시점에서 본다면.

ㄴ 이호성: 둘의 공통점은 상처받고 좌절한 인간들이다. 첫 만남을 보면 당대 일류 피아니스트지만 영혼이 고갈된 스티븐과 마슈칸이 자기 안의 트라우마에 갇혀 서로 소통이 부재한다.

ㄴ 강영석: 스티븐의 그런 것들이 마슈칸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봤었다. 그렇지만 고통이란 건 상대적이니까 스티븐의 고통도 절대 작을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마슈칸의 더 큰 고통과 절망을 보고 오히려 그거에 힘을 얻는달까. 같이 보듬어주면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고 자신도 위로받는다. 마슈칸의 마지막 대사에도 나온다. '시인이 어떤 깨달음을 얻고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갔을지'. 이게 주제가 아닐까 한다. 이 안에 슬픔과 환희가 있고.

ㄴ 이호성: 똑같다. 우리도 일본에게 당한 수치와 분노, 겪어보진 않았지만 유대인들도 한민족으로 수십, 수백만 명이 죽은 걸 봤으니 그 분노가 굉장할 거다.

   
 

'올드위키드송'에서 한국이 언급되는데 원작에서도 그런 것인지.

ㄴ 이호성: 원작 그대로다. 작가 존 마란스가 공부를 많이 했다. 세계사 공부를 많이 한 것 같다. 유대인 이야기를 하면서 비슷하게 당한 나라가 있나 보니 중국, 한국인데 중국은 이미 경제 대국이 되고 공산주의 국가가 돼서 빠진 것 같고 한국을 언급한 것 같다. 원작 대본에 그대로 있다. 하지만 관객들은 우리가 고친 것으로 생각할 거다.

ㄴ 강영석: 그 부분 많이 이야기를 듣는다. 진짜 내용이 그렇냐고.

그렇다면 유대인에 관해서 스티븐 이외에도 이 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했다거나 한 게 있나.

ㄴ 강영석: 저희가 영상 자료나 정리된 자료들을 많이 모아서 같이 공부를 했다. 작품 연습 초기에 연출님을 포함해서 스터디를 했다. 독일어 가르쳐주는 친구도 있다. 그 친구가 유대인에 대한 인식 등에 대해도 많이 이야기해줬다. 독일은 반성을 계속하고 있더라.

ㄴ 이호성: 거긴 교과서 커리큘럼에도 나온다. 다른 나라 비방하면 안 된다. 우린 과거에 이랬다.

   
 

독일이 지금은 사과를 말한 것처럼 최선을 다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극 중 1986년 시대 배경에선 그런 부분이 부족해 보이던데 정말 시대적 배경이나 자료에 충실한 작품인 것 같다.

ㄴ 강영석: 독일어로만 수용소 이야기가 쓰여 있어서 스티븐이 분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ㄴ 이호성: 전 아우슈비츠 수용소도 직접 가봤다. 가스실도 들어가 보고. 정말 샤워실처럼 만들어놨다. 구두는 구두대로, 장신구대로, 머리카락대로 산만큼 쌓아놓고.

ㄴ 강영석: 영상을 보니 막 죽은 사람 머리카락을 모아다가 카페트 같은 걸 만들더라.

ㄴ 이호성: 죽은 사람 몸을 짜서 비누를 만들고… 세상 제일 무서운 것은 인간이다.

   
 

일제강점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ㄴ 이호성: 매독 주사를 놓고 변화를 관찰하고, 산 사람 다리를 잘라서 몇 분 만에 죽는지 시간을 재고. 이런 일들에 대해 친일파들이 정권을 잡은 이후 제대로 교육을 안 시켰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되는 것을 알면 감회가 새롭겠다. 깊은 내용을 어렵지 않게 풀어냈달까. 작품의 철학적이고 메시지가 느껴지는 대사가 많다. 인상 깊은 대사가 있는지.

ㄴ 강영석: 대사라면 제 가장 긴 대사인 2막 1장. 무척 서사적인 대사다. 제가 경험한 것을 말로 풀어내야 하는. 종이로 보면 두 장 반 분량이다. 처음엔 부담스러웠다. 이걸 말로만 수용소의 분위기나 느낌을 전하는 게 어려웠다. 그 안에 스티븐의 분노도 담겨야 하고. 일단 무작정 외우고 계속 해봤다. 이후 연출님과 디테일한 부분 하나하나를 잡아갔다. 이렇게 하자, 여기선 분노하고 여기선 더 죽이고 여기선 더 비꼬듯이. 이런 식으로 천천히 연습했다. 이 부분만 빼고 나중에 연습을 따로 했다. 그리고 대사는 마슈칸 선생님 대사가 멋진 게 많다. 다채롭게 말을 하신달까. 스티븐은 간결하게 말한다. 스트립 라이닝. 이런 식으로.

   
 

대사에서도 캐릭터의 성격이 드러난다.

ㄴ 강영석: 완전히 드러난다. 마슈칸은 은유이지만 스티븐은 '아뇨 전 이런데요' 하고(웃음). 하지만 끝으로 갈수록 둘이 점점 섞여간다.

좋아하는 장면도 있는지.

ㄴ 강영석: 저는 2막 4장에서 넘어가는 부분. 마슈칸의 과거를 들으면서 울며 끝나다 암전 후 즐겁게 노래를 부르는 장면. 슬픔과 환희의 결합. 거기가 제일 좋다. 연출도 최대한 밝게 해달라고 하셨다. 노래도 원래 밝은 노래는 아닌데 우린 엄청 밝고 즐겁게 부른다.

독일어로 노래하는 부분은 힘들지 않았는지.

ㄴ 강영석: 처음엔 너무 어려웠다. 독일어 발음으로 알파벳 R이 '크르르르' 이런 느낌이다. 근데 또 노래할 때는 말할 때랑 발음이 다르다고 했다. 다행히 독일에서 공부하신 보컬 코치님이 잘 가르쳐주셨다. 제가 노래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웃음). 마이크가 없이 부르니 더 어렵더라. 어느 정도 크기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스티븐은 노래를 잘할 필요가 없는 캐릭터다.

ㄴ 강영석: 캐릭터가 그렇긴 한데 그래도 그걸 바라는 분들이 계신다.

초반에는 분명 노래를 잘 못 하는데 조금 지나니 노래를 너무 잘해서 당황했다(웃음).

ㄴ 이호성: (작품 내에서) 3개월이 지났으니 내가 그만큼 잘 가르친 거다.

ㄴ 강영석: 횡격막으로 호흡을 하기 시작한다(웃음).

쉬는 날엔 주로 뭘 하는지. 가장 최근 휴일에 한 일은.

ㄴ 이호성: 그건 프라이버시다(웃음). 보통 공연 끝난 날은 밤에 술을 먹고, 다음날 집에서 종일 누워서 쉰다. 2~3일 이상 쉬게 되면 제주도, 부산, 마산, 대구, 목포 이렇게 여행을 다녀온다.

ㄴ 강영석: 최근에는 보통 하루 정도밖에 못 쉬어서 그냥 맛있는 거 먹고 푹 쉰다.

ㄴ 이호성: 특히 이런 작품을 하면 휴일일 때 그냥 쉰다. 다음날 공연에 대한 강박관념도 있고. 헬스클럽을 다니면 더 좋겠지만 6개월 끊고 1주일 나갔다(웃음). 늙은 사람이 가니까 별로 관심도 안 가져주고(웃음).

   
 

보러 다닌 영화나 공연이 있는지.

ㄴ 강영석: 저도 공연을 하니까 공연 볼 시간이 없다.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세 얼간이' 한 번 더 봤다. 너무 좋아하는 영화다. 인도영화 너무 재밌다. 대사가 재미있다. 그리고 영화관에서는 '닥터스트레인지' 봤다. 마블 좋아한다. 영상미가 좋더라.

ㄴ 이호성: 전 제가 출연한 영화 아니면 안 본다(웃음).

이 힘든 시기에 올드위키드송을 보러 온, 보러 올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ㄴ 이호성: 제가 살아보니 인간은 누구나 고독하더라. 누가 날 주시해주고 따듯하게 대해주길 바라고. 그런데 우리 사회가 불통의 사회가 되고, 소통이 잘 안 되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가 됐다. 그래서 모두 겨울이 더 추울 거로 생각한다. 저희 작품을 보시면 따듯한 훈훈함과 카타르시스의 아름다운 눈물 몇 방울 정도 흘릴 수 있고, 훈훈한 웃음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저는 좋은 작품이라는 게 관객을 위로해주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 웰메이드라고 생각한다. 저는 감히 '올드위키드송'이 웰메이드 작품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오시면 후회하지 않으실 거다. 덧붙이자면 우리 스티븐 역을 맡은 네 명의 꽃미남 배우 덕분에 객석 분위기도 훈훈하다(웃음).

ㄴ 강영석: 정말 좋은 작품이고 외로운 두 사람이 만나 따듯해지는 과정을 보며 공감하고, 음악과 함께 하는 좋아할 만한 요소가 다 들어있는 작품인 것 같다. 무겁게 안 들어가셔도 가볍게라도 이 따듯함을 느끼고 가시면 좋겠다.

ㄴ 이호성: 나만 외롭고 나만 힘들지 않다는 것을, 당신만큼 모두 다 외롭고 힘들지만, 그 길을 헤쳐나가려고 애쓴다는 것을 보면 위안이 될 것 같다.

   
 

음악극 '올드위키드송'에선 발트하임의 당선 후 작품의 막이 내리지만, 실제의 오스트리아는 이후 국제 정세에서 완전히 고립되며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우경화되는 등 혼란의 정세를 겪는다. 스티븐과 마슈칸도 사실 웃으며 막을 내리지만, 여전히 그들을 둘러싼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들은 웃으며 노래한다.

올 겨울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작품 '올드위키드송'은 2017년 1월 22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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